족장님 탑 올라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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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ET니트
작품등록일 :
2021.07.2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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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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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

DUMMY

#032






랭커.

탑 전역에서 순위에 손꼽히는 이들을 부르는 말.

탑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1,000명에게 붙는 이 칭호는 절대 가볍지 않다.

관리자의 자리를 수락한 하위랭커 소수를 제외한다면 하나하나가 적게는 몇 개에서 많게는 수십 개에 달하는 세계를 다스리는 왕이자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

그런 존재들이기에 랭킹의 변동이 일어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거의 수 세기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 한 대사건.

그런데 최근, 이 랭킹의 순위에 변동이 생기기 시작했다.


“99위의 구성욱이 죽어서 사라지고 성진철이랑 릴랴의 순위가 엄청 깎여나갔네?”

“이번에 재앙급에 올랐다는 고블린도 하나 있어.”

“이게 몇십 년 만에 변화야?”


탑을 관조하고 변화를 기록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세 여신은 수십 년 만에 생긴 랭킹의 변화에 즐겁다는 듯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랭킹의 변화가 생긴 건 좋은 일이야.”

“어린 것 같은데 재앙이라. 이 아는 도달할 수 있을까?”

“글쎄. 적이 많아 보이는데.”


멸망한 외부세계에는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끝나있을 뿐.

그렇기에 다른 신들과 달리 권세를 잃은 그녀들은 탑을 관찰하며 자신들의 권능의 파편으로 가능성이 있는 이들의 이름을 기록한다.


“그래도 다른 후보자들보단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걸?”

“그렇지?”

“응.”


한 여신의 말에 다른 두 여신이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무엇보다 그것의 파편을 가지고 있으니까.

[세턴] 이 침만 안 발랐어도 우리가 찜하는 건데.

그런 생각을 하며 아쉬워하던 세 여신이 화면에 보이는 녹색 피부의 꼬마를 보며 말했다.


“부디.”


세 여신에게서 흘러나온 빛이 석판에 새로운 이름을 새긴다.


“““우리의 소망을 이뤄주기를.”””


92위 - [작은 거인] 카인


***


“여기가 특구라고?”


안내자를 따라 온 장소는 뭐라고 해야 할까.

그래.

처참했다.


“여기 폐허 아니야?”


웅성 웅성.

앞으로 지낼 장소라고 생각하고 따라온 부족원들 역시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표정이었다.

당황하는 표정이랄까. 분노하는 표정이랄까.

아, 장로들의 표정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화나 있네.’


-뭐 권위적인 것들이니 그럴 만 하군.


“지금 우리랑 장난치나?!”


장로 중 하나가 안내원에게 소리를 지르며 화내기 시작했다.

부족원들 역시 말로 하진 않아도 장로의 분노에 공감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했으니까.


“흘흘··· 이건 예전에 부족의 터가 훨씬 나아 보이는군요.”

“그러게.”


주술사 할배의 말 되로다.

이곳에 온 뒤 과거 부족의 터가 거의 원시시대 수준의 생활 수준이란 것 정도는 알게 됐지만 그건 적어도 제대로 된 생활은 가능한 장소였다.

비가 오면 막아줄 지붕이 있고 바람이 불면 막아줄 벽이 있었으니까.

이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하다못해 벽이라도 제대로 세운 다음에 데려와야 하는 거 아니야?”


천장은커녕 벽 하나 제대로 남은 게 없는 장소.

넓긴 하지만 그것뿐이다.

이곳은 이번 전쟁의 격전이었던 장소다.

그러니까 나이트들이 학살을 저지르고 그걸 나졸과 내가 막아서고 싸운 장소라는 뜻이다.


-그래도 거주 구역이라고 튼튼하긴 한가 보군.

“이게 튼튼하다고?”

-나이트의 백인장들은 전원이 랭커는 못됐다지만 B 랭크의 실력자들이다. 게다가 너랑 싸운 천인장은 그리 보여도 랭커지.


무려 재앙과 랭커가 싸운 장소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도시의 터를 유지하고 있으니 엄청나게 튼튼하다고 봐야 한다.


-당장 네가 각성을 이뤘던 요세만 보더라도 알 수 있지 않으냐?

“흠.”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기는 한데.

실제로 내가 재앙으로 각성을 이뤘던 땅은 사방 수키로의 모든 것이 완전히 사라져 죽어버렸다.

리후엔에게 들은 바로는 그 장소에는 아직까지 풀 한 포기 안 핀다고···.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살 수 있는 장소를 줘야 하는 거 아니야? 특구라며.”


특구면 그래도 생활할 공간이나 각종 편의시설 등 이것저것 있어야 하는 게 아니야?

그런 의미를 담은 눈빛을 안내원에게 쏘아 보내자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시설의 설치 및 보강은 조만간 실행할 예정입니다!”

“아니 조만 간이 아니라 지금 등 눕히고 잘만한 건물 하나 없는데?”


내 말에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 된 안내원.


‘그래 니가 뭔 잘못이 있겠냐.’


어차피 안내원도 명령에 따라 이리로 안내한 것 일터.


‘리후엔을 만나봐야 되겠어.’


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짓을 한 건지 대답을 들어야 할 것 같다.


“응? 벌써 오셨네요?”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리후엔이 뻔뻔한 낯짝을 하고서 이리로 다가오고 있었다.


“하하, 고블린 분들 눈빛들이 무섭네요.”

“자업자득이지.”


내 말에 어색하게 웃은 리후엔이 주변을 둘러봤다.


“흠. 역시 랭커가 싸운 장소라 그런지 부지가 넓네요.”

“넓은 건 둘째 치고 무슨 속셈이야?”


대충 리후엔의 생각은 알 것 같다.

어차피 이곳은 단순히 건물을 수리하고 보강하는 수준으로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싹 다 밀어버리고 새로 지어야 하는데 그럴 바엔 전투 구역 전체를 우리 부족에게 주고 원하는 구조로 건설을 해서 주겠다는 거겠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우리 부족이 이용할 장소이니 우리 입맛대로 꾸밀 수 있다는 건 나쁜 제안이 아니니까.

문제는.


“부지를 완성하긴커녕 아직 건물터를 철거하지조차 않은 상황인데 굳이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온 이유가 있나?”


실권자만 불려온 것이면 몰라도 부족 전부를 불러왔다.

그 행동에 당연히 이주할 장소가 준비됐다 생각한 부족민들은 어찌 보면 뒤통수를 맞은 거나 다름없는 상황.

악의가 없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만일 얼로 당치도 않는 이야기라면.


‘때려야지.’


-그대여. 야만적이다.


‘뭐 어때? 원시 부족인데.’


고블린들의 방식은 거주 구역에 비하면 야만적이다.

애초에 부족 전체를 기만했는데 때리는 거로 끝이라면 저쪽은 감사하다며 절을 해도 모자라다.


“··· 사실 이번 납치 사건 때문이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등반자들 사이에서 고블린 분들의 거부감이 상당한 듯해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아예 떨어뜨려 놓겠다는 거군.”

“네. 그렇죠.”


리후엔의 말을 듣자 기분이 나빠졌다.

인간들에게 부족민들을 때어놓기 위해 이리로 데리고 왔다,

반대로 말하면 인간들은 그나마 멀쩡한 건물에서 쉬게끔 해두고 부족민들은 폐허나 다름없는 이곳으로 데려왔다는 소리기도 하다.

이걸 과연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 차별대우라던지 그런 건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들을 차별하는 거나 다름없죠.”


그 말에 더욱 표정이 안 좋아지는 부족민들.

특히 장로들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나졸이랑 성하민은 그저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내뱉고 있었다.


“제대로 설명해.”


내 말에서 분노를 느낀 걸까?

작게 떨리는 어깨를 진정시킨 리후엔이설명을 시작했다.


“일단 이곳으로 안내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카인씨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예요.”


‘내 도움이라.’


“터를 정리하는걸 말하는 건가?”

“역시 카인씨! 척하면 척 알아들으시네요!”


나는 리후엔의 말을 무시하고 주변을 다시 살펴봤다.

멀쩡한 건물 하나 없이 처참하게 박살 난 풍경.

건물뿐만이 아니라 도로부터 시작해서 지하에 매설된 상하수도 시설까지 겉으로 드러나 박살 난 게 멀쩡해 보이는 게 하나 없었다.

이걸 평범하게 노동력으로 처리하려고 한다면 들어가는 비용과 인력이 장난이 아닐 터.


-게다가 시간적으로도 힘들겠지.


[세턴]은 이번에 내가 나서서 싸운 덕분에 내 존재가 탑 전역에 알려졌을 거라고 했다.

리후엔이 애초에 나보고 나서지 말아달라 부탁했던 이유.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내 존재가 탑 전역에 알려지면 [고철 거리] 입장에서 힘든 일이 생길 거라는 것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다.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애초에 [세턴] 의 성흔을 쓰면 이것들을 정리하는 것 자체는 크게 힘들지 않다.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는 기능은 망가져서 못 쓰지만 가속 계열의 권능은 사용이 가능하니까.

박살 난 시설과 땅이 안정될 때까지 이 지역의 시간을 가속하는 것 정도는 큰 힘이 들지 않는다.


-전투 시에도 그렇게 쓸 수 있었다면 굳이 천인장 따위에게 고전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말이지.


‘닥쳐.’


권능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평소와 달리 일초가 다급하게 흘러가는 전투 시에 그런 짓을 하는 것은 아직 무리다.

애초에 그 짧은 시간에 그 정도 권능을 발동할 정도로 집중하는 게 가능하긴 해?


-가능하다. 그대가 못하는 것일 뿐.


[세턴] 의 기만 질에 표정이 구겨지자 리후엔이 식은땀을 흘리는 게 보인다.


‘거 되게 겁먹네. 미안해지게.’


저 인간 앞에선 함부로 표정도 못 바꿀 것 같다.


“두 번째 이유는? 굳이 모두를 불러모은 건 이 이유 같은데.”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유는 애초에 나만 있으면 되는 이유다.

부족원 전원을 불러모을 이유는 되지 않는다.


“··· 두 번째 이유는 카인씨의 도움으로 부지를 정리하고 나서 바로 완공을 지을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뭐?”


애가 지금 나를 바보로 아는 건가?


“거짓말은 아니에요.”

“나도 알아.”


스틱스강에 맹세를 한 이상 나에게 거짓말은 불가능하니까.

그럼 저게 진짜라는 건데.


“그게 가능해?”

“그럼~ 가능하지.”


내 말에 대답을 한 건 리후엔이 아니었다.


“안녕. 고블린 꼬마.”


푸른 빛이 도는 긴 머리를 뒤로 올려묶은 여자가 나를 보고 말을 걸어온다.


‘기척은 못 느꼈는데?’


언제부터 있던 걸까?


‘[세턴] 당분간 나보다 강한 것들하고 만날 일은 없다며?’


내 팔을 잘라내고 도망갔던 여자에다가 눈앞에 나타난 저 여자까지.

나보다 강한지는 모르겠지만 느껴진 기운만 봐서 나보다 약하진 않은 이들이다.

[세턴] 으로써는 억울할 따름이다.

영웅이나 재앙급의 존재는 탑 전역을 뒤져도 100개체가 안 된다.

탑에 존재하는 세계가 수만 단위를 넘어간다는 걸 생각하면 그 100개체를 만나기가 얼마나 어려울지 상상하기도 힘든 수준이다.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확률을 뚫고 카인은 벌써 3번이나 만났다.

아니 날 때부터 보고 지낸 족장까지 생각하면 4명이다.


-그대는 정말 운이 없나 보군.

“···.”


솔직히 운이 안 좋다는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조차 넘었다고 [세턴] 은 생각했다.


“그쪽은 누구?”

“아, 이분은 [공장 도시]의 관리자이신 이혜선 님입니다.”

“Hi~ 카인이라고 했지? 나는 이혜선이라고 해.”

“관리자···.”


‘저만한 존재도 관리자를 하는 건가?’


리후엔과 성진철등을 만나봐서 선입견이 생겼는지 관리자는 그럭저럭 강한 존재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솔직히 내가 강해진 만큼 좀 얕보고 있던 것도 사실이다.

아마 리후엔의 평소 태도가 큰 영향을 끼쳤겠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내가 그들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게 사실이니까.

그런데.


‘[세턴] 저거 내가 싸우면 이길 수 있나?’


-무리지, 싸움이란 게 힘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상성이나 기술의 숙련도 등 여러 요소가 있긴 하지만 그대는 힘에서도 밀리는 상황인데 아직 성흔을 다루는데도 미숙하니까.


‘과연.’


그러고 보면 족장님과 싸웠던 영웅 역시 관리자였던가?


“그래서 이 여자는 왜 여기에 있는 건데?”

“내가 있는 게 마음에 안 드나 봐? 확 건물 안 만들어줄까 봐.”

“사실 이혜선님이 도와주시겠다고 온 거라서. 이분 덕분에 바로 완공까지 가능한 겁니다.”

“뭐?”


대체 무슨 능력이길래?


“뭐 건물을 지어주는 건 아니고 이미 있는걸 내주는 것뿐이지만.”


그녀의 말과 함께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구름? 아니 저건.


“도시?”


하늘에서 도시가 내려오고 있었다.


“저게 내 권능이야.”


[마츄피츄]


그녀의 도시가 [고철 거리] 위로 내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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