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당한 망나니 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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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녁밥
작품등록일 :
2021.07.28 01:34
최근연재일 :
2021.12.20 04:59
연재수 :
1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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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4,904

작성
21.08.0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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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6화 더블헤더 (2)

DUMMY

-어어어!!?? 뛴다뛰어!!


한케이 고등학교 벤치가 서둘러 뛰쳐 나가려고 할때 선덕은 타자 앞에 멈춰 섰다.


"뭐..뭐야!?"

"번트 해도 되니까 최선을 다해주세요. 관중들 야유 이런거 신경쓰지마시구요. 전 괜찮습니다."


짧게 괜찮다는 격려(?)를 하고 다시 마운드로 돌아가는 모습에 덕아웃에서 튀어나왔던 한케이와 테이쿄 두 학교 모두가 동시에 벙찐 상황이 되어버렸다.


"뭐냐 저 새끼 왜 저래?"

"잘은 모르겠는데 문제 없나봐 들어가자"


"깜짝이야 안 하던 짓 하길래 식겁했네"

"그러게요. 저희도 들어가죠 에이시 선배"


상황을 이해 못하는 건 해설진들 역시 마찬가지 였다.


"방금 무슨 말을 주고 받은걸까요..?"

"어어? 또 다시 번트자세를 취하는데요!!?"

"아까의 상황에 대한 항의의 표시인가요!"


-티잉! 다다다다다닷!!


"세이프!"

"이럴수가요! 결국 번트로 출루를 하고 맙니다!"

"그런데 선덕 선수 1루를 향해 엄지를 드는데요?"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죠!?"


선두타자가 출루하고 좋듯 싫든 득점 기회를 얻게 된 한케이 고등학교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며 토도를 향해 물었다.


"아까 재네들 무슨 말 한거야?"


호기심 가득한 그의 말투에 이번에는 말할 수 있겠다 싶었던 토도가 마스크를 올리며 대답했다.


"별말 없었어요. 번트를 대던 뭘 하던 최선을 다하라고 말이죠"


아무 생각없이 포수 토도의 말을 듣던 심판도 순간 움찔했다.


'이거.. 내가 다 창피하군..'


심판도 속으로는 한케이 타자를 야유했었지만, 입장이 입장인지라 함부로 나서지 못했었는데 토도의 말을 듣게 되자 부끄러웠다.


저 어린 선수들은 조금이라도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하려는 것 뿐인데 어른이 되서 아이들을 순수하게 응원해주지 못할 망정, 하찮은 어른들의 기준에 맞추려고 했었던 것이 죄책감 마저 들 정도였다.


"너희들도 정말 또라이구나? 알고 있는 거야? 저 녀석 오늘 첫 경기 노히트 노런 중이었어"

"잘 압니다. 저도 말렸는데, 저 녀석 고집이 워낙 쎄서 말이죠 하하.."


포기했다는 듯 고개를 젓는 타자가 다시 선덕을 불타는 눈으로 노려보자, 움찔한 선덕이 볼을 돌려가며 미소지었다.


'훗 아주 각오 단단히 하고 들어오셨나본데? 나도 질 수 없지!'


선덕 역시 짜릿한 진검승부에 온 신경을 집중시켜 필살의 너클볼을 날렸다.


[노히트노런에 번트를 응징하라!]

[불문율 타파 업적을 기록합니다.]

[보상으로 타격스탯을 제외한 투구 스탯이 1% 상승합니다.]


-후웅~


"스트라이크!! 타자 아웃!!"


'좋아 이걸로.. 너클볼 숙련도 19%.. 앞으로 1%만 더..!'


"이야.. 다음 타자는 번트를 볼 근처에도 못대보고 피하네요!"

"제가 알아본 바로는 분명히 선덕 선수가 직구 외에 다른 구종은 못 쓴다고 들었거든요? 설마 작전이었나요!?"

"아니지 않을까요?"

"아니라는게 무슨 뜻입니까?"

"저정도 너클볼을 굳이 숨길 필요가 없어보이거든요! 최근에 완성 된 볼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해설진들의 극찬이 이어지는 사이에도 선덕의 거침없는 피칭은 계속 되었고, 첫 타자 출루 이후 전부 삼진으로 막아버린 선덕이 마운드를 유유히 내려왔다.


"선덕! 나이스 피칭이야! 근데 아까는 타자에게 뭐라고 했던거야?"


조심스럽게 선덕이 타자에게 했던말을 말하자 에이시가 꿀밤을 때렸다.


"아앗!"

"미친놈 쓸데없는 짓 하지말고 네 플레이에나 집중해 거기다 투구수 84개야 이제 슬슬 지치지?"


에이시가 때린 부위를 매만지며 고개를 격하게 저었다.


"하여튼 고집은.. 쯧! 알겠어 무리다 싶으면 언제든지 타임해 지금부터 료헤이 불펜에서 풀가동 시켜놓을테니까"

"그럴필요없어요."

"뭐?"


배트를 들고 나가는 선덕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며


"오늘 완봉할겁니다."


이제막 1학년으로 입부한 신입생의 발언 치고는 굉장히 당당했고, 패기있었다.


"그래 한번 해봐라 그럼 감독님도 널 더 주목하시겠지"


8회초 배트를 짧게 잡고 있는 선덕을 한케이 투수가 노려보았다.


'건방진 1학년 애송이가 감히 최선을 다하라고 해? 누구는 최선을 안 하는 줄 알아!?'


-스으으윽!! 투욱!


"스트라이크!!"


아직 2번 더 공격 찬스가 남은 한케이 고등학교의 중계 투수가 전신에 힘을 끌어내며 전력투구를 하자 선덕은 더욱 배트를 짧게 잡고 눈을 크게떴다.


'왔다!'


-후웅~


"스트라이크! 타자 아웃!!"


하지만 그 뒤로 각성이라도 한 것인지 한 케이 중계 투수는 선덕을 시작으로 남은 타자도 모조리 아웃시키며 빠르게 8회말 공격이 이어졌으나 아쉽게도 타석은 여전히 선덕의 너클볼을 공략하지 못했다.


"정말 깜짝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너클볼은 받기도 어려워서 담당 포수가 있어야할 정도로 까다로운 볼인데 아직까지 저 1학년 포수는 한번의 미스 없이 잘 받아주고 있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같은 1학년 주전에 에이시라는 선수가 있음에도! 차기 테이쿄의 안방마님이 되기 위해 피나는 연습을 했을거라 생각됩니다.!"


단순히 짧은 노력만으로는 아직 선덕의 볼을 받기란 불가능했던 토도는 선덕과 타협하기로 했다.


너클볼 만큼은 전적으로 선덕에게 지시에 따라 미트를 대기로,


'이 정도 높이면 되려나..?'


-도리도리


'그럼 이 정도..?'


-끄덕끄덕


포수로써 창피할수도 있겠지만, 기껏해봐야 이틀 합숙했다고 그 어려운 볼을 잡을 수도 없을 뿐더러, 현재 선덕의 너클볼 제구력은 겨우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밀어 넣는 수준이기 때문에 코스는 전적으로 선덕에게 맡길 수 밖에 없었다.


"스트라이크! 타자 아웃!!"


"깔끔합니다. 이 배터리! 초반에는 빠른 직구로 상대를 압살 시키고, 투구수가 어느 정도 올라오자 완벽한 너클볼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어리지만 아주 영리한 리드를 보여주고 있죠?"

"아무래도 오늘 테이쿄 고등학교가 더블헤더가 있는 날이기도 하기 때문에 지금의 리드를 선택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 했을 것 같습니다."

"그치만 이렇게 깔끔하게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는 건 누가 뭐라해도 저 마운드에 서있는 1학년 괴물 신인 덕분이겠죠!"


-투욱!


"스트라이크! 타자 아웃!!"


4:0인 상황 9회말 2아웃 한케이 고등학교 마지막 타자의 발걸음이 너무도 무거웠다.


팀원들은 이미 승부를 포기한 상태, 눈 앞에 투수는 1학년이지만, 언제든 150km/h를 뿌려댈 수 있는 괴물 신인, 하위타선인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투!!"


'끝인건가..'


-스으이익!!


공기를 가르며 회전하는 볼

초반에 한케이 고등학교 타자들을 압살했던 그 빨랐던 직구가 처음으로 그의 눈에 보였다.


-타앙!!


처음으로 보였던 선덕의 직구가 배트의 맞는 순간 손 끝에 짜릿한 통증과 함께 타구가 뻗어나갔지만..


"아우우우웃!!!!"


청량한 소리를 내었던 그의 타구는 아쉽게도 유격수 직선타로 마무리 되며 경기가 종료되고 말았다.


-삐비빅!!


"결국 1학년 괴물 신인 투수가 공식전 첫 데뷔 전을 완봉으로 장식하고 마는군요!!"

"경기 시작 전 많은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야수의 신이냐? 투수의 신이냐?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조금 더 뒤로 미뤄야만 할 것 같습니다!"

"하하하 지금은 그냥 괴물 신인으로만 정리해도 되지않겠습니까?

자! 지역예선 2차전 경기 한케이 고등학교 VS 테이쿄 고등학교의 결과는 테이쿄 고등학교가 4:0으로 승리했네요."


경기가 끝나고 서로에게 인사를 마친 뒤 벤치로 들어가는 선덕에게 테이쿄 야구부원들은 물병을 뿌려대며 승리를 자축했다.


-진짜 완봉을 하네 또라이 새끼 대박이야! 크하하하하

-이거 잘 하면 오늘 더블헤더 문제 없겠는데요?

-멍청아! 당연하지! 처음부터 더블헤더 걱정은 안했어!

-그래도 다들 체력 온존은 완벽하잖아! 안 그래??


사실 오전 경기치고는 템포가 굉장히 빨랐고, 해가 쨍쨍하게 뜨는 점심 직전에 끝났기에 선수들 피로도마저 거의 없는 상황, 테이쿄가 구상했던 최상의 시나리오 대로였다.


"어이 선덕이 그만 괴롭히고, 얼른 인터뷰 보내 기자들이 난리다 난리야"


아쉬운 마음에 마지막으로 선덕에 엉덩이를 걷어차는 후쿠야를 끝으로 오늘의 괴물 신인 투수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선덕 선수 반갑습니다. 메이지 신문의 사츠키 기자입니다.

지난 번 홈런 도둑 장면에 이어서 오늘은 투수로써 대활약을 펼쳐 주셨는데요. 완봉승을 기록한 소감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우선 오늘 우리팀이 더블헤더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빠른 승리와 불펜진의 체력소모를 줄여주는 게 가장 큰 포인트라고 생각했는데요.

포수 토도와 함께 계획했던 리드가 잘 맞아 떨어져서 뿌듯합니다."


기자들이 쉴새없이 펜을 굴리며 받아 적는 사이 녹음기를 들고 있던 산쵸 스포츠 기자가 손을 들었다.


"산쵸 스포츠 코타로 기자입니다. 너클 볼은 언제부터 연습하셨습니까?"

"항상 변화구에 대한 생각은 머리 속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언제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렵겠네요."


(하긴 그 어려운 너클볼을 던지는 게 하루 이틀로 되겠어?)

(난 그걸 받는 포수가 더 신기하던데)


속삭이는 기자들의 말에 끼어든 선덕이 덧붙여서 말했다.


"우리팀 포수 토도를 말씀하시는군요. 저희집에서 합숙하며 연습할 정도로 엄청난 노력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에이시군은 선덕의 너클볼을 받을 수 없는 건가요?"

"아..그건..비밀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려는 찰나 한 기자가 선덕 어깨에 손을 올렸다.


"죄송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고 싶은 게 있어서요."


말하기 곤란한지 잠시 망설이던 기자가 결심을 굳힌 듯 질문했다.


"7회말 번트 당시 타자에게 무슨 말을 하셨던 겁니까? 그리고 번트로 노히트 노런이 깨졌을 때의 심경도 같이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오늘의 첫 선발에 큰 기록이 깨지게 됨으로 인해 가장 아쉬워하고 있을 당사자에게 묻기가 껄끄러웠던 기자가 선덕의 눈치를 살폈는데 의외로 덤덤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 그거요? 별말 안 했는데.. 그냥 최선을 다해 달라고.. 번트 대는 행위를 굳이 사과할 필요없다고 말했습니다."


-에에에!??


"데뷔전에 노히트 노런이라는 대기록을 달성 중인데 그런 말을 하셨다고요?"

"예..뭐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무슨 잘못이겠습니까?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지고, 결국 제게 사과하는 타자를 보니 문득 이건 잘못 됐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랬습니다. "

"...."


다들 잠시 할말을 잃은 얼굴로 쉴새없이 움직이던 펜이 멈췄다.


"그리고 노히트 노런이 깨졌을때 심경이라..그것도 뭐 전혀 상관 없었습니다.

애시당초 그런 기록에 얽매이는 스타일도 아니고..

만약 9회말 2아웃 노히트노런 중에 제게 천적인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면 전 아무 망설임 없이 마무리 투수에게 마운드를 양보할 것입니다."


멍한 얼굴로 선덕을 바라보는 기자들을 뒤로 한 채 선덕은 다시 벤치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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