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란(禍亂) : 전란의 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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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야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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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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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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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잔치연

DUMMY

와아아아 하는 큰 환호성이 들려왔다.

앞을 바라보니 가족을 비롯한 부족원들이 모두 자신을 환영해주고 있었다.

하운은 잠시 놀라 걸음을 멈추었지만 이내 앞으로 나아갔다.

주위의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며 가족들의 옆으로 이동해 자리에 앉았다.

환호성이 줄어들고 족장이 일어서서 큰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자! 우리들을 위해서 목숨을 아끼지 않은 전사들이 있다! 우리가 편히 쉬고 있을 때 우리 부족을 위해! 가족을 위해!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 배고픔과 추위를 벗 삼고 적들을 하늘로 가는 동료삼아 자신의 모든 것들을 내려놓은 그들을 가슴에 담고 술에 담아라!”


족장의 말에 다들 슬퍼하는 표정을 짓다가 표정을 피고는 술에 잔을 담았다.

이 부족의 문화대로 부족을 위해 희생한 이들을 잊지 않고자 가슴에 담아 기억하고 술에 그들과의 추억을 담아 마신다.


“그리고 살아서 돌아온 이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어라! 오늘 하루는 배 터지게 먹고 죽어보자!”


여기서 배 터지게 먹고 죽으면 살아 돌아온 것이 아쉽지 않을까.

쓸데없는 생각을 한 번 하고는 하운도 술을 들이마셨다.

다른 술들에 비해 도수가 낮은 과일로 만들어진 과일주였다.

상큼하고 달콤한 맛이 입 안에 확 도는 기분이었다.


“우리 하운이가 벌써 술을 마시다니...!”


이모가 옆에서 장난스럽게 놀렸다.

부족원들이 가족을 찾아가서 술을 마실 수 있게 허락을 해달라고 하여 허락을 해주었으면서.

역시 누군가를 놀리는 것에 진심인 이모였다.

전에 주위 어른들 때문에 술을 먹어본 적이 있어 별로 마시고 싶지 않았으나

자신이 술을 마시지 않음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조원들에게 도수가 제일 낮고 맛있는 술로 준비를 해 달라고 했었는데.

정말로 쓰지 않고 맛있는 술이었다.

이윽고 잔치의 이름에 어울리게 주위에서는 웃고 떠들며 음식과 술을 먹고 있었다.

아이들은 음식을 손에 들고 마을을 뛰어다니고 있었고

어머니들은 오랜만의 휴식을 취하는 듯 주위의 아이의 어머니들과 대화를 하며 술을 기울이고 있었다.

남성들은 이미 술에 취한 듯 얼굴이 빨개져서는 시끄럽게 떠들거나 한적한 곳에서 조용히 음식을 먹고 있었다.

이렇게 마음 놓고 편히 있던 시간이 언제였던가.

하운도 자신의 앞에 놓인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마르타 섬에서 뛰어놀던 동물들을 잡아서 그런지 고기의 질이 달랐다.

야생에서 오랜 시간을 지낸 동물들은 누린내가 많이 난다고 했는데

이곳의 조리법과 대륙에서 건너온 조리법이 만나 누린내는커녕 풍부한 맛이 돌았다.

게다가 옆에서는 하영이가 음식을 흘리자 닦아주며 이모와 대화하는 어머니, 동서가 될 지도 모르는 페일 남작과 대화를 나누는 아버지.

거의 6개월이 넘도록 보지 못했던 장면이었다.

하운도 대화에 스며들어 그동안에 있었던 일을 설명하는 등 즐겁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어느덧 잔치가 중반을 넘어섰다.

술에 취한 많은 사람들은 동료에게 집으로 끌려갔고

근무 교대를 위해 술을 적게 먹던 이들은 다른 동료들을 위해 근무를 교대하러 갔다.

하운도 어느새 자신의 조원들, 다른 조원들과 어울려 열심히 먹고 떠들고 있었다.

작전을 나갔을 때는 어린 나이임에도 굳건하고 지혜롭고 자신이 먼저 행동하는 등을 맡길 수 있을 듬직한 리더였는데, 지금은 그저 음식에 집중하는 어린 아이로 보일 뿐이었다.

다른 이들은 하운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대화를 하였다.


“이렇게 보면 참 조장도 어린애라는 것이 실감이 나네.”


“그치. 또래의 아이들보다도 키가 크고 성숙해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성인인 줄 알겠다니까.”


“저렇게 어린 아이 같은 면모도 있으셨구나. 귀여우시네.”


비록 하운은 먹는 것에 집중하느라 대화를 듣지 못했지만 주위의 많은 이들이 하운을 보고 있었다.

성숙함과 어린 아이의 면을 지닌 매력이 넘치는 소년.

사고가 깊으나 가끔은 철이 없는 행동을 하는 소년.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들의 모든 것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존재.

그것이 하운의 평가였다.


에리나도 하운을 빤히 바라보았다.

자신이 누나임에도 오빠같이 느껴지는 듬직함과 진솔함.

처음 만남은 그리 좋지 않은 기억이었지만 그 이후에는 별 탈 없이 지내며

그에 관한 모든 것은 아니라도 대부분은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족을 우선시 한다는 점.

이곳에 와 있는 이유 역시 가족을 위함이었다.

거기에 조금 더 붙이자면 자신이 아는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결코 티를 내지 않고 묵묵히 견디며 주위의 사람들을 위해

힘든 몸을 이끄는, 그것을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다른 사람들은 하운의 겉으로 보이는 면을 보며 칭찬하고 대단하다고 하지만

자신이 보기에는 속이 곪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와 같은 조에 속했던 조원들 특히 쿠마에 의하면

처음 전투에 나갈 때 긴장을 했다고 들었다.

누구나 그러한 긴장을 하지만 쿠마의 말로는 그가 사람을 처음으로 해치는 것이

내키지 않는 듯 보인다고 했었다.

누가 사람을 해치는 것을 좋아할까.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 참고 이겨내는 것일 뿐.

전투에서는 적을 최대한 많이 저지하며 동료들이 빠져나갈 시간을 벌어주는 등

엄청난 업적을 남겼다지만, 그가 혼자 있을 때는 많은 죄책감을 느끼는 듯 했다고 했다.

성인이어도 자신의 손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에는 거부감이 심할 텐데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그것이 기억에 박혀 평생을 고통으로 살아갈 지도 모를 문제였다.


에리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하운의 곁으로 움직였다.

하운은 에리나가 오는 것을 보자 옆의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마련이라고 해보았자 앉기 편하라고 천을 올려둔 것뿐이었지만.

에리나는 그러한 행동에 슬며시 미소를 짓고는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엄청 배가 고팠나 보네? 그게 다 들어가?”


실제로 하운이 먹은 고기만 해도 5인분은 넘을 양이었다.

하운은 멋쩍스럽게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내가 그렇게 많이 먹었나..?”


자신이 얼마나 먹었는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하긴, 음식이 부족해지면 바로 주위에서 채워놓아 일일이 세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양이었다.

자신은 계속 하운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알 수 있었고.


“아니 그건 아니고. 그 많은 고기가 들어갈 수 있나 신기해서.”


“임무에 나가면서 고기는 보지도 못했으니까. 이참에 그동안 못 먹은 것들을 채워 넣는 것이지.”


에리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다.


“아니.. 무슨 고기를 배에 저장해 놓는 거야? 다람쥐처럼 꺼내먹어?”


“?”


고기를 열심히 뜯으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

에리나는 되었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근데 무슨 일로?”


말하면서도 고기를 놓지 못하는 저 모습을 보라.

설마 자신이 고기를 뺏어먹으려고 온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안 뺏어먹으니까 그렇게 보지마.”


실제로 고기를 지키려는 듯 자신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정말...


“상처가 어떤지 물어보러 온 거야.”


“아 마니 갠차나졌엉. 피는 지작에 멈첬고.”


우물우물거리며 말을 하는 하운.


“야, 다 먹고 말해.”


꿀꺽


“피는 더 안 나고 상처가 붙고 있을 걸? 흉은 생길수도 있겠네.”


“왜. 흉 안 생겼으면 좋겠어?”


하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가 좋은 거라고 있으면 좋겠어.”


“왜. 영광스러운 상처잖아. 열심히 싸웠다는 증거이자 많은 이들을 지켜냈다는 증표.”


“대신에 어느 날 갑자기 자신들의 터전을 잃고 생활을 잃은 사람들과 나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에 대한 죗값이지.”


그의 말에 에리나의 입이 다물어졌다.

역시 그 일을 신경 쓰고 있는 것일까.


“그래도 그렇게 신경 쓰지마. 난 괜찮으니까.”


자신이 눈치를 보았다는 것을 알고 있던 것일까.

아니면 이곳에 오기 전부터 자신이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던 것일까.


“난 아무 말 안했는데?”


“쿠마님에게 들었어. 내 이야기 듣고 나서 너의 표정이 좋지 않아졌다고. 그리고 아까 전부터 나를 걱정하는 듯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잖아.”


“아.. 그건..”


에리나가 말을 잇지 못하고 있을 때


“어머나. 여자 친구야?”


생기발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목소리

하나 뿐인 이모였다.


“연주 이모? 어머니랑 이야기 하는 거 아니었어?”


“네 엄마 지금 자러 갔다.”


그 말에 고개를 돌려 확인해보니

아버지에게 기대어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모는 안자도 돼? 피곤하지 않아?”


“난 괜찮아. 그보다 여자 친구?”


화제를 돌렸는데도 돌직구를 날리는 이모.

역시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네.


“아니. 족장님 딸인 에리나. 여기는 우리 이모인 연주 이모.”


하운의 소개에 에리나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에리나라고 해요.”


“반가워요. 아직은 그런 관계가 아닌가 보네. 그래도 난 응원해!”


갑자기 무슨 응원을요..

내 의견은요?

이모, 날 그렇게 아끼지 않았어요?

지금은 내 편이 아니라 에리나 편인 것 같은데요.


“아.. 그게.. 아직...”


“어머어머...!”


그래서 그게 뭔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모가 왔으니 도망치기도 힘들 것이다.

누가 나 좀 이 상황에서 구해주었으면.

하운이 머리를 부여잡자

이모는 재밌다는 듯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았어, 그만 놀릴게. 그냥 괜찮나 한 번 보러 온 거야.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이네.”


“거의 다 나았어. 걱정 안 해도 돼.”


“그게 그리 빨리 나을 상처는 아니던데..”


이모가 게슴츠레 한 눈으로 보았다.

그냥 그렇다고 믿어줘요.


“아무튼 자세한 것은 내일 나누자고. 이모도 피곤해서 슬슬 자러 가야겠네.”


“데이트가 아니라?”


하운의 말에 뜨끔한 듯 했지만 아무렇지 않는 척 말했다.


“어허. 어린 아이는 그런거 궁금해 하는 거 아니에요. 얼른 자야 키도 크고 상처도 빨리 낫지. 얼른 들어가서 자.”


“찔리니까 말 돌리는 거 봐..”


“쓰읍!”


이모가 노려보기 시작하자 슬며시 시선을 피했다.

어차피 이제 배도 불러 슬슬 자러 갈까 하는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나도 이제 자러 갈 거야. 이모도 데이트 잘하고. 한 방은 아직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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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그리운 만남 +14 22.07.05 111 28 16쪽
37 37화. 복귀 +21 22.07.04 111 28 14쪽
36 36화. 추격전 +26 22.06.30 109 29 18쪽
35 35화. 기습 작전(4) +31 22.06.29 115 33 14쪽
34 34화. 기습 작전(3) +18 22.06.28 113 27 17쪽
33 33화. 기습 작전(2) +22 22.06.27 120 32 12쪽
32 32화. 기습 작전(1) +29 22.06.23 141 32 11쪽
31 31화. 화해(2) +22 22.06.20 133 31 14쪽
30 30화. 화해(1) +33 22.06.17 155 29 17쪽
29 29화. 족장의 딸, 에리나(4) +30 22.06.16 149 29 21쪽
28 28화. 족장의 딸, 에리나(3) +29 22.06.15 151 30 13쪽
27 27화. 족장의 딸, 에리나(2) +22 22.06.14 153 29 15쪽
26 26화. 족장의 딸, 에리나(1) +9 22.06.13 143 24 14쪽
25 25화. 부족장을 만나다(2) +9 22.06.10 156 25 15쪽
24 24화. 부족장을 만나다(1) +5 22.06.09 154 20 15쪽
23 23화. 임시 마을을 세우다 +9 22.06.08 156 24 15쪽
22 22화. 페일 남작의 결정(2) +14 22.06.07 164 28 16쪽
21 21화. 페일 남작의 결정(1) +11 22.06.03 171 25 15쪽
20 20화. 미지의 큰 섬을 발견하다 +8 22.06.02 178 2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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