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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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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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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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 이신성을 밀어내다 >

DUMMY

광화문 광장에서는 매주 주말이면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모여 촛불집회를 계속했다.


대한민국 국회는 성난 시민들을 달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탄핵을 의결할 수밖에 없었다. 국회가 탄핵을 의결하자 이번에는 헌법재판소가 나설 차례가 되었다.


대한민국의 권력기관, 사법기관들은 말로는 ‘법대로’를 외치지만 실은 법보다 민심을 중시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법리 해석이 애매모호할 때 법률가들은 민심이 지시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해온 것이 엄연한 사실이었다.


때문에 이번 대통령 탄핵심판도 이미 결론이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우리 그룹은 새로운 멤버들이 합류하기 전에 일단 B장 사건은 마무리해놓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동안 중지됐던 참교육을 위한 명단공개를 다시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에 앞서 나는 신성그룹의 거버넌스(지휘체계, 경영진)를 정리하고 나에 대한 방해 책동을 모의하고 있는 불독 일당을 제거하기로 했다.


나는 이신성 회장 유고로 인해 다소 늦춰졌던 신성의 주주총회에 참석했다. 주총은 신성그룹 본사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신성 회장을 지키려는 주주들이 대거 참석했다.


나는 계획이 있었다. 해외 대주주들의 동의를 받은 외에 국민연금과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신성전자를 개혁하는 쪽에 서도록 사전 작업을 해놨다.


그리고 소액주주들에게 일일이 위임장을 받아 사실상 신성의 최대주주이자 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 있는 유일한 주주로 올라서 있었다.


첫째 의안으로 이신성 그룹 회장의 불신임안이 올라왔다. 총회꾼들이 회의 진행을 방해하려고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훼방꾼들은 임자를 잘못 만난 것이 금방 확인되었다.


나는 투명 모드를 켜고 난동을 피우는 대여섯 명의 총회꾼 가까이 다가갔다. 예고없이 무자비하게 참교육 회초리를 휘둘렀다. 놈들은 보이지 않는 회초리에 정강이를 맞고 기겁을 했다. 한 사람, 두 사람, 회초리 맞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회의장이 술렁거렸다.


나는 불투명 모드로 바꿔 얼굴을 드러내고 회의장 앞에 서서 마이크를 잡았다.


“경고합니다. 총회꾼들은 회의장을 지금 당장 나가주십시오. 나가지 않을 경우 지금 당하고 있는 고통이 배가될 것입니다. 다시 한번 경고합니다. 지금 당장 나가지 않으면 또 다른 고통을 맛보게 될 겁니다.”


돈 몇 푼에 회의장을 쑥대밭으로 만들려던 총회꾼들은 마이크를 잡은 사람이 그 유명한 홍길동임을 알아보고는 슬금슬금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신성 회장을 유임시키려던 임원들과 주주들이 당황했다.


“자, 이제 상법에 정해진 바에 따라 이신성 회장을 해임하고 새로운 그룹 회장으로 홍길현 샛별전자 대표를 선임할 것을 제청합니다.”


주총장이 침묵에 싸였다.


“이의 없으면 원안대로 통과시키겠습니다.”


‘탕, 탕, 탕’, 의사봉이 두드려졌다.


이로써 이신성 회장은 자신이 세우고 자식보다 귀하게 키운 신성그룹의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또 이 회장의 약속과는 달리 신성전자의 이사직과 자회사의 회장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이신성의 아들, 불독도 이제 내 손아귀에 잡히게 되었다.


나의 이복형이자 협력업체 대표에 불과했던 홍길현 대표가 한국의 대표 기업 신성의 선장을 맡게 되었다.


일개 협력업체의 대표가 신성의 수장이 되자 국내 언론은 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한동안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다른 재벌 기업들도 신성의 전례를 따라 주인이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도대체 홍길현이라는 사람은 누구인가? 배후가 있지 않고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혹시 외국 투기자본에 당한 건 아닌가? 등등 국내 언론의 궁금증과 의문은 끝없이 이어졌다.


나는 길현 형한테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이복 관계라는 것은 우리 가정사의 어두운 면임은 분명하지만 길현이 형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나를 좀 더 따뜻하게 대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원망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모친의 뜻을 어겨가며 나에게 잘 해주기도 어려웠을 테고 또 왕래가 없다보니 자연스레 무심해졌을 것이다.


나는 신성의 주총이 열리기 전, 아버지와 길현 형을 아차산 집으로 초대해서 계획을 사전에 설명했었다.


아버지는 샛별전자가 망하게 되었을 때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주식을 사들여 그나마 위로가 되었는데 뜻밖에도 길현이가 신성의 회장에까지 올라설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 홍씨 가문의 영광이 아니겠느냐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길현 형은 그나마 생각이 트인 사람이었다. 길현 형은 내가 아버지와 형들의 도움 없이 어렵게 살아온 것에 대해 사과의 말을 하는 게 어떠냐고 넌지시 아버지에게 말했다.


“마음에는 늘 니가 있었다. 못난 애비의 허물을 다 잊어줬으면 좋겠다”


***


내가 7살 무렵,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아버지는 나와 어머니를 보러 종종 우리집에 들르셨다. 집으로 들어오는 동네 어귀 넓은 마당에선 내가 늘 동네 아이들과 축구를 하고 있었다.


나보다 덩치가 훨씬 큰 형들과 축구를 하는데도 전혀 밀리지 않고 뛰어다니는 게 귀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 잠시 구경을 했다.


아버지가 나의 특별한 능력을 알게 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슛을 한 공이 그대로 골대에 빨려드는 걸 보고 잘못 본 것이겠거니 했다.


그러나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또 한번 그렇게 골을 넣고 세러머니를 하는 걸 보고 내가 7살 어린애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경기에 진 팀의 덩치 큰 아이들이 나 때문에 지게 되자 분풀이를 하는 것까진 좋았는데 나의 아픈 대목인 ‘출생’을 건드렸다. ‘첩’이니 ‘세컨드’니 하는, 아이들 입에서 나오지 않아야 할 단어들이 나왔다. 참으려고 무던 애를 쓰던 내가 폭발하고 말았다.


나는 그중 가장 덩치가 큰놈을 골라 멱살을 잡았다. 아버지는 저보다 덩치가 두 배는 큰 녀석을 번쩍 들어올려 땅바닥에 패대기처버리는 걸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나는 녀석이 가지고 있던 축구공을 화풀이 삼아 냅다 멀리 차버렸다. 공이 어디쯤 떨어졌는지 가늠하기도 힘들 만큼 공은 멀리 사라지고 말았다.


이 일이 있고 난 후부터 아버지는 나를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몸집은 다른 동년배들과 비슷했지만 힘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셌다. 그리고 손에는 늘 짧은 막대기를 가지고 다녔는데 그 막대기로 나쁜 놈들을 혼내는 것 같기도 했다.


조숙했는지 나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아버지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아버지에 대한 반감으로 표출된 것이었다.


그러면서 말썽도 피우기 시작했다. 나보다 나이 많은 동네 아이들을 끌고 다니면서 패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촉법소년이라 다행히 처벌은 안 받고 풀려나곤 했지만 아버지가 보기에 나의 성장기는 위태위태했다.


나는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더욱 문제 학생이 되어갔다. 사실 나는 학과 공부나 체육은 나에게 너무 쉬운 게 문제였다. 공부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늘 1등을 차지했다.


선생님들은 그게 늘 의문이었다. 평소에 말썽을 도맡아 피는 녀석이 학과 공부는 늘 1등을 차지하니 다른 학부모들도 이상하기는 매일반이었다.


어느 날 학부모 회의가 열리고 억울한(?) 학부모들이 이의를 제기했다. 그리고 늘 등장하는 단골 메뉴, ‘첩의 아들’이라는 말이 이 자리에서도 예외 없이 등장했다. 나는 그집 아들들을 죽도록 팸으로써 분풀이를 하고 말았다.


어머니의 힘만으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들의 병원비와 합의금이 어머니의 능력을 벗어났다. 결국 아버지가 입원한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그 부모들에게 굽신거리며 해결해야 했다.


나의 사고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중학생이 되면서 학교 1진이 되었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서울 동부지역의 짱이 되었다.


아버지는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무렵부터 우리집에 발걸음을 끊기 시작했다. 적의에 가득찬 아들놈의 눈을 마주하기가 벅찼던 것이다. 처음부터도 살갑지 않던 부자 사이는 더욱 멀어지게 되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타이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나를 타이를라치면 나에게서 튀어나오는 반항의 말들이 아버지를 힘들게 했다. 도덕적 결함을 지적하며 나를 타이를 자격이 어디 있느냐며 대드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지쳐갔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학업성적만은 상위 1%를 놓치지 않았다. 마음을 먹으면 전국 수석은 못하랴. 나는 보란 듯이 서울대학교에 합격했다. 입학과 동시에 나는 운동권 써클에 가입했다. 그리고 학업 대신 학생운동을 하기에 바빴다.


아버지는 그런 나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저러다가 분명 큰 사고를 치고 말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어머니에게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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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 70. 암흑가의 두 사람, 함께 하모를 먹다 > 22.06.13 94 1 9쪽
70 < 69. 두 조폭보스, 아차산에서 목놓아 울다 > 22.06.12 9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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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 67. 왕년의 보스를 참교육하다 > 22.06.11 101 3 9쪽
67 < 66. 북한 처녀랑 결혼하라우 > 22.06.11 95 3 9쪽
66 < 65. 남북정상에게 비차를 설명하다 > 22.06.10 97 3 9쪽
65 < 64. 김정은, 비차를 타고 서울에 오다 > 22.06.10 91 3 9쪽
64 < 63. 비차를 타고 김정은을 만나다 > 22.06.09 106 3 9쪽
63 < 62. 대통령에게 비차를 브리핑하다 > 22.06.09 108 3 10쪽
62 < 61. 비차, 공군의 요격을 받다 > 22.06.08 111 3 10쪽
61 < 60. 참교육회초리의 사용법 > 22.06.08 138 3 9쪽
60 < 59. 이번에는 B채널 김강욱 차례 > 22.06.07 113 3 9쪽
59 < 58. 선관위 해킹을 분쇄하다 > 22.06.07 109 3 10쪽
58 < 57. 예측과 다른 개표 결과 > 22.06.06 119 3 10쪽
57 < 56. 참교육회초리를 분양하다 > 22.06.06 113 3 9쪽
56 < 55. 국정원의 경호대상이 되다 > 22.06.05 127 3 9쪽
55 < 54. 대선후보 구도를 바꾸다 > 22.06.05 125 2 9쪽
54 < 53. 국정원장에게 '비밀의 공간'을 공개하다 > 22.06.04 127 3 9쪽
53 < 52. 천재 청년 김윤대를 영입하다 > 22.06.04 138 3 10쪽
52 < 51. 인재를 모아 언론사를 설립하다 > 22.06.03 141 3 10쪽
51 < 50. 비차, 쇼케이스하다 > 22.06.03 131 2 9쪽
50 < 49. 홍길동을 잡아라 > 22.06.02 144 2 9쪽
49 < 48. B채널에 경고하다 > 22.06.02 139 2 10쪽
48 < 47. 진짜 배춧잎으로 바뀐 신사임당 > 22.06.01 142 2 10쪽
47 < 46. B채널 회장, 음모를 꾸미다 > 22.06.01 154 2 9쪽
46 < 45. 불독을 완전 제거하다 > 22.05.31 154 2 9쪽
» < 44. 이신성을 밀어내다 > 22.05.31 157 3 9쪽
44 < 43. 비밀결사, '아차산 그룹' > 22.05.30 170 3 10쪽
43 < 42. 동지들, 비차에 타다 > 22.05.30 177 2 10쪽
42 < 41. '비밀의 공간'을 공개하다 > 22.05.29 20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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