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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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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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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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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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 B채널 회장, 음모를 꾸미다 >

DUMMY

사람들은 여론조사는 과학이라고 믿고 있다. 전국에서 표본으로 천 명 정도밖에 뽑지 않는데도 잘 선정된 표본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진실’이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언론사들은 여론조사기관들과 계약을 맺고 새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지지를 받는지 주기적으로 조사해 발표한다.


유권자들은 여론조사 결과가 좋게 나오는 후보에 더 끌리는 경향이 있어 여론조사 결과는 선거결과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언론사들은 자사가 선호하는 후보의 여론조사 결과가 좋게 나오면 대서특필하지만 좋지 않게 나오면 작게 다루거나 아예 무시해 버린다.


이 정도는 국민들이 다 아는 내용이다. 심지어 설문을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성해 여론의 왜곡을 유도하는 것도 알고 있다. 이것까지는 참아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요즘 주목하는 것은 여론조사를 빙자한 ‘범죄’였다.


B장 사태로 백일하에 드러난 구태정치의 민낯을 낱낱이 보게 된 국민들은 기성 정치인들에게 환멸을 느꼈다. 자연스럽게 젊고 참신한 정치인, 또는 정치지망생들이 활동할 공간이 넓어졌다.


이 기회를 타고 40대 중반의 정철민이 대선후보로 급부상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의 약속들도 신선했다. 정치, 경제, 공직사회 할 것 없이 구태를 일소하고 정의와 공정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정치 경험이 일천한 그는 우리 사회의 개혁 대상들을 꼽으면서 언론도 끼워 넣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기업들을 협박하다시피 해서 광고를 유치하는 악습과 정부의 홍보예산을 독점하고 있는 일부 메이저 언론들의 권언유착, 당연히 받아야 할 세무조사를 사실상 면제받고 있는 특별대우를 청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권자들의 박수 소리가 커지는 것과 반비례해 언론사들의 호감도는 떨어졌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정철민은 가는 곳마다 언론개혁, 부패 일소를 외쳤다.


정철민의 부상에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는 곳이 언론계 말고 또 있었으니 바로 경제계, 특히 재벌들이었다.


적당한 뇌물을 제공하고 인허가 등의 특혜를 받아 손쉽게 사업을 해온 재벌들은 정철민 같은 풋내기 정치인이 대통령이 됐을 때 지금까지 누려온 정경유착 카르텔이 무너질 것이 걱정이었다.


재벌들과 메이저 언론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재벌은 돈을 대고 언론은 여론을 조작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B장 사태로 언론계에서 위상이 더욱 올라간 B채널의 김강욱 회장과 이신성 회장의 유고로 사실상 재계 랭킹 1위에 오른 연성그룹의 김연성 회장이 총대를 맸다.


두 사람은 각각 심복들을 대동하고 연성호텔 스위트룸에서 대면했다. 저녁 식사 자리를 겸한 이들의 만남이 캐치된 건 이신성 회장의 제보(?) 덕택이었다.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신성 회장은 나의 참교육으로 느낀 바가 많았는지 변호사를 통해 재계와 언론계의 수상한 흐름을 나에게 알려주며 살펴보라고 당부했다.


김연성 회장이야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고 어떤 권력과도 야합을 한다고 하더라도 누구보다도 옳은 소리만을 입에 올리는 척하던 B채널의 김강욱 회장은 무척 실망스러웠다.


투명 모드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얼굴이 화끈거려 자리를 박차고 나올 뻔했다.


B채널의 김회장은 B장 사태 보도의 주도적 역할로 언론계에서의 위상이 많이 올라간 걸 과시하듯 목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회장님, 연성은 괜찮지요? 신성이 저렇게 된 걸 보니 마음이 아프네요. 이신성 회장님, 참 존경할 만한 분이었는데 말입니다.”


“저희 연성이야 언론계에서 워낙 챙겨주시니 아직 무고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다 김회장님을 비롯한 언론계의 배려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B채널 회장의 면상을 보고 있자니 분통이 터질 것 같았다. 내가 제공한 B장과 김연 기자와 이용준 시경캡의 피땀 어린 노력이 없었더라면 어림없었을 성과를 마치 제가 다 한 것처럼 거들먹거렸다.


재주는 누가 부리고 돈은 김강욱이 챙기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큰 흐름을 바꾸는 데 있어 B채널의 역할이 컸고 B채널의 회장임이 분명하니 그의 거들먹거림이 터무니없는 것이 아닌 것도 사실이었다.


“정철민이가 너무 나대죠?”


“하아, 그러게 말입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애가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정말 잘하는 줄 알고 갈수록 기고만장 아닙니까?”


이야기가 본론을 향해 가고 있는데 방문이 열리면서 음식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중식 코스요리였다. 네 사람은 우량예로 잔을 채우고 사계(斯界)의 대표들답게 격조 있는 조용한 목소리로 건배를 외쳤다.


완탕 수프와 청경채 볶음에 이어 동파육이 보이고 불도장이 네 사람 앞에 서빙된다.


“저희 호텔 중식, 국내 최고인 건 아시죠? 오늘 각별히 신경 썼으니 맘껏 즐겨 주십시오.”


“아, 감사합니다. 불도장은 이렇게 정성이 들어간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자, 한 잔 더 하시죠.”


두 회장은 권커니 잣거니 하면서 분야는 다르지만 대한민국의 최강자로서의 동질감을 서로 확인하고 있었다. 식사가 정리되고 난 뒤 디저트와 차를 앞에 두고 중단되었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저희들이 자금은 충분히 제공하겠습니다.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가게 하는 데 돈을 아껴서야 되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회장님, 하하하”


김연성 회장은 대동한 심복에게 눈짓을 했다. 그 역시 흰머리가 가득한 연로한 사람이었지만 충직한 머슴답게 벌떡 일어나 벽 쪽으로 걸어가 붙박이장 하나를 열어 보여주었다.


까만색 이민 가방 두 개가 보였다. 심복은 그중 하나의 지퍼를 열었다. 손을 집어넣더니 5만 원권 백 장 묶음 두어 개를 꺼내 보여주었다.


이를 본 B채널 회장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배고픈 갓난애가 엄마 젖을 본 듯 얼굴이 그렇게 환해질 수 없었다.


“역시 회장님이십니다. 통 크고 화끈한 걸로 유명하신 회장님다우십니다. 알겠습니다.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옆에 있는 이 사람들에게 맡기도록 하죠. 오늘은 원칙에 합의했으니 우리 만남의 목적은 달성한 거 아니겠습니까? 술이나 좀 더 하시죠.”


술 몇 잔에 긴장을 내려놓고 한국사회를 악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자면서 깔깔거리는 걸 보고 있노라니 한국 사회는 어느 세월에 정의와 공정이 들어설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B채널 회장의 진면목을 확인한 나는 도저히 그냥 연성호텔의 스위트룸을 빠져나올 수 없었다. 5만 원권 묶음이 가득 든 이민 가방 두 개를 어떻게 할까 곰곰 생각해 보았다.


다음날 김연 기자와 이용준 캡을 만나 향후 대처 방향을 논의했다. B장 중 아직 공개하지 않은 야당 정치인들의 비리를 여당 비리와 같은 기준과 방식으로 폭로하기로 하고 회사와 상의해 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아직 내가 어젯밤 어떤 장면을 목격했는지 모르는 탓에 회사가 당연히 보도계획을 받아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나는 B채널이 이번에는 아군이 아닐 것 같다는 우울한 예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사회부장에게 보도계획을 보고한 이용준 캡은 뜻밖에 ‘이제 보도를 그만하자’는 말을 들어야 했다. 왜 그만 하자는지 이유도 없었다. 아마도 말 못할 사정이 있구나 느꼈을 뿐 정확한 설명은 들을 수 없었다.


코가 석 자나 빠진 이용준 캡과 김연 기자는 회사 근처 술집에서 술을 퍼마시며 울분을 달래야 했다. 다음날 두 사람은 항의의 뜻으로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 혹시 두 사람이 회사밖에 무슨 이야기라도 할까 겁이 난 사회부장은 두 사람을 휴대폰으로 계속 찾아댔지만 끝내 통화는 할 수 없었다.


아차산 우리집으로 나를 찾아온 두 사람에게 사회부장이 왜 돌변한 것 같으냐고 물었다.


“글쎄요. 이유를 모르겠어요. 미치겠어요.”


김연 기자가 답답함을 호소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회사 고위층에서 오더를 내린 모양인데... 아마 이번에는 야당에서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야당은 일단 건들지 말자, 우리편 아니냐... 뭐 그런 거 같아요.”


역시 짬밥이 무서웠다. 회사의 분위기를 금방 읽어낸 건 이용준 캡이었다. 나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야당에서도 여러 후보가 난립 중인데 B채널은 누구를 선호하는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선뜻 답을 못했다.


“자, 그럼 보도계획을 좀 더 구체적으로 작성해서 올려보세요. 회사에서 누구를 대통령으로 미는지 확인해 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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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 70. 암흑가의 두 사람, 함께 하모를 먹다 > 22.06.13 94 1 9쪽
70 < 69. 두 조폭보스, 아차산에서 목놓아 울다 > 22.06.12 95 2 10쪽
69 < 68. 조폭전쟁에 개입하다 > 22.06.12 85 2 10쪽
68 < 67. 왕년의 보스를 참교육하다 > 22.06.11 100 3 9쪽
67 < 66. 북한 처녀랑 결혼하라우 > 22.06.11 95 3 9쪽
66 < 65. 남북정상에게 비차를 설명하다 > 22.06.10 97 3 9쪽
65 < 64. 김정은, 비차를 타고 서울에 오다 > 22.06.10 91 3 9쪽
64 < 63. 비차를 타고 김정은을 만나다 > 22.06.09 106 3 9쪽
63 < 62. 대통령에게 비차를 브리핑하다 > 22.06.09 108 3 10쪽
62 < 61. 비차, 공군의 요격을 받다 > 22.06.08 111 3 10쪽
61 < 60. 참교육회초리의 사용법 > 22.06.08 138 3 9쪽
60 < 59. 이번에는 B채널 김강욱 차례 > 22.06.07 113 3 9쪽
59 < 58. 선관위 해킹을 분쇄하다 > 22.06.07 109 3 10쪽
58 < 57. 예측과 다른 개표 결과 > 22.06.06 119 3 10쪽
57 < 56. 참교육회초리를 분양하다 > 22.06.06 112 3 9쪽
56 < 55. 국정원의 경호대상이 되다 > 22.06.05 127 3 9쪽
55 < 54. 대선후보 구도를 바꾸다 > 22.06.05 125 2 9쪽
54 < 53. 국정원장에게 '비밀의 공간'을 공개하다 > 22.06.04 127 3 9쪽
53 < 52. 천재 청년 김윤대를 영입하다 > 22.06.04 138 3 10쪽
52 < 51. 인재를 모아 언론사를 설립하다 > 22.06.03 141 3 10쪽
51 < 50. 비차, 쇼케이스하다 > 22.06.03 131 2 9쪽
50 < 49. 홍길동을 잡아라 > 22.06.02 144 2 9쪽
49 < 48. B채널에 경고하다 > 22.06.02 139 2 10쪽
48 < 47. 진짜 배춧잎으로 바뀐 신사임당 > 22.06.01 142 2 10쪽
» < 46. B채널 회장, 음모를 꾸미다 > 22.06.01 154 2 9쪽
46 < 45. 불독을 완전 제거하다 > 22.05.31 154 2 9쪽
45 < 44. 이신성을 밀어내다 > 22.05.31 156 3 9쪽
44 < 43. 비밀결사, '아차산 그룹' > 22.05.30 170 3 10쪽
43 < 42. 동지들, 비차에 타다 > 22.05.30 177 2 10쪽
42 < 41. '비밀의 공간'을 공개하다 > 22.05.29 200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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