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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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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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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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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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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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발등에 불이 떨어지다 >

DUMMY

나는 ‘뉴스 나간 거 때문에 전화한 게 확실하군’ 하고 생각했다. 김실장은 여전히 버벅대며 본론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저 듣고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혼신의 힘을 쥐어짜듯 김실장이 또박또박 천천히 말을 이었다.


“예, 그럼... 돈 드릴 테니 돌려주시죠.”


아까 김연 기자가 B장 도난 기사를 작성하면서 신성 홍보실에 확인 전화를 했을 때부터 신성그룹은 난리가 났을 것이다. 급기야 저녁 뉴스에 보도까지 되자 나에게 전화를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홍길동만 아는 사실을 기자가 문의하고 보도까지 했다면 이는 분명 홍길동이 언론사에 제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중대사안인 만큼 이 회장에게도 즉각 보고했을 것이고 이 회장은 노발대발했을 것이다. 김연 기자의 기사로 봐서 아직 홍길동이 언론사에게 장부를 넘긴 것은 아닐 것이라고 판단하고 서둘러 나를 설득할 필요가 생긴 것이었다.


신성이라는 거대한 성에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게 분명했다.


“예? 뭘 돌려드려요?”


“아, 그거 있잖습니까, 장부요. 지난번에...”


신성전자의 분위기를 좀 더 파악하기 위해 대화를 더 이어갔다.


“아이 뭐, 지난번에 회장님이 필요 없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아이, 왜 이러십니까? 그때는 회장님이 화가 나서 그만 그렇게 말씀하신 거죠. 하하하하”


경직됐던 목소리가 조금 풀린 것 같았다.


“그런데 왜, 회장님 화가 풀렸나요? 갑자기 달라고 하시니...”


“다 아시면서... 너무 그러지 마시고 좋게 좋게 우리 해결하시죠. 네?”


“그럼, 한 마디만 물어보죠.”


“네, 뭐든지 궁금한 게 있으시면 예, 물어보세요.”


“저는 솔직히 신성 측에서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갑자기요”


내가 갑자기 냉정한 톤으로 물어보자 비서실장은 말문이 막히는 모양이었다.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나는 기다렸다. 다시 비서실장의 목소리가 들린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무리 화가 나신다 해도 그렇게 기사화를 시켜버리시면... 회장님이 격노하셨습니다. 지난번 말씀하신 그 액수는 불가능하지만 우리 신성이 최대한 성의를 표시하겠습니다. 하루빨리 돌려주시죠.”


결국은 이실직고한다. 나는 정확한 언어로 그 이유를 듣고 싶었는데 결국 기사화 때문에 이렇게 나온 것이라고 털어놓은 것이다.


한국 최고 기업 신성의 넘버2답게 김용수 비서실장은 말문이 터지자 거리낌 없이 사정을 설명했다. 신성 홍보실에 김연 기자가 문의를 한 사실을 보고받았고 김연 기자가 작성한 기사가 방송된 것도 알고 있다고 했다.


“당연히 회장님이나 신성그룹이나 그 건이 본격적으로 ‘기사화’ 되지 않기를 바라는 거죠. 길동님이 도와주시죠?”


“역시 비서실장이십니다. 하하하하...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뭘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저는 누구라고 그랬죠? 그... 김...?”


“B채널 김연 기자요”


“네네, 김연 기자를 잘 알지도 못하고 당연히 그 기자에게 뭔가 제보한 적도 없습니다.”


“허어, 왜 이러십니까? 지금 B채널 김연 기자와 함께 있는 거, 저 알고 있습니다.


”예? 그럴 리가요?“


”왜 이러세요? 제가 괜히 감으로 넘겨짚는다고 생각 마십시오. 저희들도 다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제가 그 기자와 같이 있다고요?”


“제가 꼭 실장님이 지금 김연 기자와 자택 근처 단골식당에 같이 있다고까지 말씀드려야 믿으시겠습니까?”


허걱!, 말 그대로 놀라 자빠졌다.


“실장님, 이건 너무 하잖아요? 지금 남의 뒤를 불법적으로 추적하고 있습니까?”


내가 벌컥 소리를 질렀다. 김연 기자를 모른다고 거짓말한 게 들통이 나는 바람에 당황스러움을 감추려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올라갔다.


“길동님, 저희도 죽게 생겨서 이러는 거 아니겠습니까? 좀 살려주시죠?”


김실장의 목소리는 정중하고 공손했다. 나만 허를 찔려 허둥대는 느낌이었다.


“저는 바빠서 일단 끊겠습니다. 나중에 또 통화하든지요.”


나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뭐, 우리에게 특별히 불리할 일은 없지만 적지 않게 놀란 건 사실이었다.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국가정보원보다 세다는 신성의 정보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죄는 신성 이회장이 졌는데 떨리기는 내가 떨렸다. 비서실장과 통화를 하면서 샅샅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그만 충격을 먹었었나 보다. 박경감하고 같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고 할 것 같았다.


통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김기자와 박경감은 아연 긴장했다. 김기자는 신성 홍보실에 도난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전화를 할 때부터 이렇게 될 걸 예상했다고 말했다.


“아마 우리 회사 최고 경영층도 신성으로부터 전화 받았을 거예요.”


“그럼 이걸로 끝? 이렇게 되나요?”


박경감이 손바닥을 펴 칼로 목을 긋는 제스처를 보이며 물어보자 김기자는 싱긋이 웃었다.


“글쎄요. 아까 저녁뉴스를 마지막으로 신성 보도를 안 할 수도 있겠죠? 대신 신성으로부터 광고가 되든 뭐가 되든 반대급부를 얻어내겠죠.”


“그러면 우리는 쓸데없이 김기자 회사에 돈만 벌어주고 만 거겠네요?”


“다른 기자라면 몰라도 내가 있는데... 과연... 그렇게 될까요?”


“아, 선문답하지 말고 쉽게 쉽게 설명 좀 해봐요.”


“아니, 우리가 아까 저녁뉴스에 1보를 내보냈잖아요? 만약 내가 모른 척하면 우리 회사도 돈 받고 기사 안 낼 수 있겠죠. 그런데 내가 가만있지 않을 거라 이 말입니다. 첫 기사를 냈다는 그것 때문에 B채널 경영진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을 겁니다. 두고두고 족쇄가 될 거에요.”


박경감이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


“쉽게 얘기하랬더니 갈수록 알아듣기 어려운 이야기만 하네”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져봐요. 경감님. 왜 족쇄가 되느냐? 그게 무슨 말이냐? 이 말이죠? 자, 지금부터 내가 증거를 첨부해 속보를 쓰기 시작하면 아무리 경영진이라도 내 기사를 막을 수 있을까요?”


“왜 못 막아요? 윗사람들인데... ‘그 기사 내지 말아라’ 하고 지시하면 그만 아닌가요?”


“자, 그게 언론사와 일반 조직하고의 차이예요. 명색이 언론사인데 만약 백 프로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도 기사를 안 내보낸다? 그러면 어떻게 되겠어요? 뭐, 내가 입을 꾹 다물어버리면 유야무야 넘어갈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요”


박경감이 껄껄 웃으며 화답한다.


“그건 내가 잘 알죠. 가만있을 김기자가 아니죠. 하하하하”


“맞아요. 내가 대들기 시작하고 동료 기자들도 동조하고 그러다 보면 회사 밖에까지 소문이 나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우리 회사는 언론사로서 개망신을 당하는 거죠.”


“오오오, 알았어요. 김기자는 다 계획이 있었군요? 그러니까”


김연 기자가 씽긋,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B채널은 그러니까 김기자 기사를 돈으로 바꿔 먹을 생각은 안 하는 게 좋겠네요? 그렇죠?”


“물론 수위 조절을 좀 할 수 있겠죠. 그러나 둑은 터진 거라도 봐요. 저는. 왜냐면 그때는 B채널만의 보도가 아니라 전 언론사의 관심이 되어 있을 테니까요”


전직 기자로서 나도 한 마디 끼어들었다.


“근데, 그게요... 길게 보면 훨씬 많은 돈을 버는 방법이에요. 경영진에게 나쁜 선택도 아니죠.”


“아니, 길동님 그건 또 무슨 소리래요?”


“어려운 이야기 아니에요. 이번 건을 제대로만 보도하면 회사 경영은 잠시 괴로울 수는 있겠지만 언론사로서는 위상이 확 올라갈 수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그 영향력으로 광고영업이라든지 수익사업이라든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게 잘 풀릴 수 있지 않겠어요?”


“예에... 언론사는 영향력이 생명이군요. 맞아요. 그게 바로 돈이죠. 이제 이해가 됩니다.”


이제 불은 질러졌다. 그 불이 큰불이 되느냐 연기를 내며 금세 사그라드느냐는 우리 하기에 달렸다. 상황을 잘 판단해서 적시에 절대 뺄 수 없는 기사를 제공하고 주변의 응원군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핵심이었다.


김연 기자가 일어서려 했다.


“어디 가게요?”


“이러고 가만히 앉아있기가 좀 불안해서요. 캡을 좀 만나 보려구요”


언론사에서는 서울 경찰청을 출입하는 기자를 ‘시경 캡’이라고 부른다. 캡이란 말은 캡틴(Captain)을 줄여서 그렇게 부르는 것 같은데 어쨌든 캡은 갓 입사해 경찰서에 배치된 사건 기자들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휘하 후배들이 10명에서 많게는 20명까지도 되는데 후배들로부터 절대적인 존경과 신임을 받지 않고는 그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 때로는 무섭게 때로는 술로 애환을 달래 주면서 신입 기자들을 언론계에 안착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들에게 취재요령, 기사작성 방법 등을 어르고 달래서 가르치다 보면 캡과 사건 기자의 관계는 각별해질 수밖에 없다. 미운 정 고운 정이 쌓이게 마련이어서 향후 회사 생활에서 이른바 ‘라인’으로 발전하는 것이 보통이다.


“괜찮으면 캡도 우리와 함께 힘을 합치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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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 40. 나의 비밀을 일부 공개하다 > 22.05.29 193 2 10쪽
40 < 39. 대통령은 이렇게 참교육을 받았다 > 22.05.28 200 2 10쪽
39 < 38. 시위대 앞에 나서다 > 22.05.28 193 1 10쪽
38 < 37. 시위의 시대 > 22.05.27 198 1 9쪽
37 < 36. 불독, 또 자객을 보내다 > 22.05.27 205 2 10쪽
36 < 35. 본캐는 대통령, 부캐는 납품업자 > 22.05.26 223 3 10쪽
35 < 34. 대통령 처남을 소환하다 > 22.05.26 214 2 10쪽
34 < 33. 이신성, 무릎 꿇다 > 22.05.25 235 2 9쪽
33 < 32. 대통령의 두 얼굴 > 22.05.25 209 2 9쪽
32 < 31. 홍길동은 주사파다 > 22.05.24 212 2 10쪽
31 < 30. 현직 대통령을 정조준하다 > 22.05.24 212 2 9쪽
30 < 29. 지푸라기라도 잡거나 애걸을 하거나 > 22.05.23 219 1 10쪽
29 < 28. 지뢰가 터지고 있다 > 22.05.23 215 2 10쪽
28 < 27. 1조원 줄 테니 장부 내놔 > 22.05.22 221 2 10쪽
27 < 26. 비겁한 간부들 > 22.05.22 223 2 10쪽
26 < 25. 회사 속이기 작전 > 22.05.21 239 3 10쪽
» < 24. 발등에 불이 떨어지다 > +1 22.05.21 250 3 10쪽
24 < 23. 신성에 포문을 열다 > +2 22.05.20 253 4 10쪽
23 < 22. 아차산그룹 결성 > +1 22.05.20 259 4 10쪽
22 < 21. 김연 기자의 작전계획 > +1 22.05.19 277 3 9쪽
21 < 20. 1조원을 요구하다 > +1 22.05.19 284 3 9쪽
20 < 19. 당황한 이회장 > +1 22.05.18 289 3 9쪽
19 < 18. 참교육의 후폭풍 > +1 22.05.18 288 4 10쪽
18 < 17. 이것이 참교육이다 > +1 22.05.17 298 4 10쪽
17 < 16. 불독, 자객을 보내다 > +1 22.05.17 287 3 10쪽
16 < 15. 구치소의 고문이 되다 > +1 22.05.16 299 3 10쪽
15 < 14. 판사를 참교육하다 > +1 22.05.16 306 3 10쪽
14 < 13. 이회장의 비밀 > +1 22.05.15 308 4 10쪽
13 < 12. 구속되다 > 22.05.15 314 3 10쪽
12 < 11. 박계장, 옳은 선택을 하다 > +1 22.05.14 335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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