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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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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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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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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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 25. 회사 속이기 작전 >

DUMMY

나도 기자생활을 해 봤기에 캡의 합류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알았다.


“아, 정말이요? 그러면 너무 좋죠. 우리 캡 정말 대단하거든요. 제가 제일 존경하는 기자예요. 헤헤”


“그래요. 슬쩍 한번 의향을 떠보세요. 좋다고 하면 모시고 오세요. 우리랑 만나봅시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충성!”


김연 기자가 장난스럽게 경례하듯이 이마에 손을 올려붙이고는 웃는다. 김연 기자가 기운차게 일어나 나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나와 박경감은 감탄의 눈길을 보냈다. 어떤 불리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절대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낼 것 같은 전사(戰士)가 분명했다.


김연 기자가 캡을 만나러 나간 사이 나와 박경감은 막걸리를 마저 마시면서 경찰 쪽 대책을 세워보기로 했다.


“경찰도 한 건 제대로 물었어요.”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내가 이 회장의 도난 첩보를 위에 올렸잖아요? 모르긴 해도 경찰 윗선의 누군가는 벌써 그 사실을 신성 쪽에 알려줬을 겁니다. 하하하”


“벌써요?”


“그러고도 남지요. 이런 사건 하나 잘 처리해 주면 신성으로부터 엄청난 보상을 받을 수 있잖겠어요? 신성과 연을 맺을 수 있는 호재 중의 호재지요.”


“오, 그렇겠죠? 그런데 신성하고 연을 맺어놓으면 뭐 좋은 게 있을까요?”


“생각해 보세요. 경찰도 정년이 있고 후배가 상사가 된다든지 하면 정년이 되기도 전에 퇴직을 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잖아요?”


“고위직일수록 정년까지 채우는 게 좀 어렵죠”


“그런데 이런 결정적인 사건으로 신성이 빚을 지게 해 놓으면 퇴직 후 본인 취업이라든지 자식들 취직, 아니면 납품 등등 얻어낼 수 있는 특혜들이 수두룩할 겁니다.”


“들어보니 그렇기도 하겠네요”


“내가 잘 아는 선배 한 사람은 신성 상대 고소 사건을 잘 무마해주고 주고 신성 계열사의 구내식당 운영권을 얻어 노후를 아주 우아하게 보내고 있어요. 정말요”


듣고 보니 누구는 신성이라는 괴물과 건곤일척의 싸움을 준비하고 있는데 누구는 이 싸움을 이용해 한몫 챙길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어쨌거나 창과 방패, 다윗과 골리앗의 관계가 된 우리 ‘아차산 그룹’과 신성은 보이지 않는 수 싸움에 들어갔다. 우리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방어하는 신성의 내공이 만만할 리 없다.


나와 김 기자가 함께 있는 사실까지 알고 있다면 할 말 다 한 것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알았을까? 박경감은 맘만 먹으면 그게 무슨 대단한 기술도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그렇다. 핸드폰 위치 추적을 했다고 봐야 했다. 오늘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고 치고 당장 우리 세 사람의 대포폰을 하나씩 마련키로 했다.


“그런데 이러다 보면 혹시, 만에 하나, 김 기자의 신변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어요?”


“하기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죠. 이회장의 아들, 이선동이 길동님에게 자객을 보낸 적도 있었잖아요.”


나는 바로 우리 집 가까이에 신축 오피스텔을 하나 얻고 튼튼한 SUV도 한 대 구입하기로 했다. 신성과의 싸움이 끝나고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김기자에게 쓰라고 할 요량이었다.


김기자는 처음 너무 요란을 떠는 것 같다며 나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워했지만 나와 김경감의 설득에 받아들였다.


김연 기자가 마침내 선배인 이용준 시경 캡을 데리고 우리 모임에 왔다. ‘아차산 그룹’의 네 번째 멤버였다. 나와 얼추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미남 기자였다. 나와는 서로 출입처가 달라서 현장에서 마주친 적은 없었다.


“환영합니다. 앞으로 잘해봅시다.”


“네,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김연 기자 통해서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좋은 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결심이 쉽지 않았을 텐데 용기가 대단합니다.”


“별말씀을요. 우리 기자들은 좋은 기사 있는 데라면 몸이 타죽더라도 달려들지 않습니까? 부나방처럼요. 길동님도 잘 아실 거 아닙니까?”


“하하하, 그렇죠. 그게 기자정신이죠.”


이용준 캡의 합류로 언론 보도 문제는 추진력을 한층 얻게 되었다. B채널의 사정을 두 기자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므로 나는 두 사람에게 보도문제를 일임하겠다고 선언했다.


B채널의 사회부 데스크는 종종 김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신성 B장 도난 증거 확보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체크를 했다. 김기자는 취재원이 아직 최종 결심을 하지 못했지만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될 것 같다고 일종의 허위 보고를 했다.


김연 기자는 이용준 캡의 지도를 받으며 B장을 토대로 취재와 기사작성에 몰두했다. 취재와 기사작성이 대충 마무리되자 두 기자는 이제 작성한 기사들을 어떻게 방송에 내보낼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김기자와 이용준 캡은 다행히 서로 뜻이 잘 통하는 모양이었다. 두 사람은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왔는데도 제대로 방송하지 못하면 기자로서 평생 후회할 게 분명하다며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기사를 내보내자고 의기투합했다.


토요일 오후, 캡과 김기자는 회사로 들어갔다. 김기자는 기사 작성하는 척하고 자리에 앉아있고 이용준 캡은 편집부와 부국장의 동향을 파악하느라 바빴다. 캡은 인상을 쓰고 있는 편집부 차장에게 접근했다.


“최선배, 표정이 왜 그러세요? 또 기사가 없어요?”


“몰라서 묻냐? 너네 사회부 새*들은 주말엔 놀러만 다니는 모양이지? 니네 사회부가 잘해줘야 우리 뉴스가 빛날 것 아냐? 반성들 좀 해라.”


“아, 왜 이러세요. 최선배. 그래서 고민 해결해 드리려고 제가 왔잖습니까? 이거 하나 낼까요?”


이용준 캡은 김연 기자가 쓴 기사를 슬쩍 최차장 자리에 던졌다.

기사를 일별한 편집부 차장은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이런 게 나가도 되겠어? 이거 너무 센 거 아냐?”


이용준 캡이 최차장 자리 옆에 무릎을 쪼그리고 앉았다.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지금 경찰에서 은밀히 수사하고 있어요. 우리 김연이가 죽을 둥 살 둥 해서 증거도 확보했어요.”


이용준 캡이 일어서며 또 한마디 슬쩍 던진다.


“정 걱정되면 평일 메인뉴스에 내는 것도 방법이고요”


보도국은 평일 메인뉴스 편집부와 주말 뉴스 편집부가 따로 있는데 두 부서 사이에는 그닥 심하진 않지만 그래도 서로 자기네 시청률이 높아야 한다는 막연한 경쟁심이 자리잡고 있었다.


최차장 역시 좋은 뉴스가 있다면 평일보다는 주말에 내보내 시청률을 올리고 싶은 당연한 욕심이 있었는데 ‘네 배포가 작으면 평일 뉴스에 내겠다’며 자존심을 슬쩍 건드리자 그냥 미끼를 물고 말았다.


“응? 그걸 왜 평일로 가져가? 그냥 오늘 내지 뭐. 증거 있다고 했지?”


“그럼요. 증거자료 촬영까지 다 했어요.”


“근데 좀... 쎄긴 쎄다, 응?”


“이 정도는 되어야 낙양의 지가를 올릴 수 있죠. 이거 잘 되면 다 최선배 덕분이에요. 후배들이 존경할 겁니다, 최선배. 하하하하”


“희떠운 소리 말고. 너무 길게는 하지 마”


“옙, 그럼 1분 30초만 할까요?”


“그러지 뭐.”


남들에게 안 보이게 두 손을 불끈 쥐고 속으로 앗싸!를 외친 캡은 서둘러 자리로 돌아와 김연 기자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김기자는 조용히 기사를 프린트해 오디오를 읽으러 녹음실로 향했다.


혹시 부국장이 신성 B장 도난 사건이 추가된 걸 알고 기사를 한번 보자고 하면 아무리 말랑말랑한 부국장이라고 해도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만큼 캡은 부국장의 동향에도 신경을 곤두세웠다.


DMZ의 철책을 뚫고 북한 병사가 남으로 넘어오거나 우리 국민이 북으로 넘어가는 일이 종종 뉴스를 타는데 초병들은 무엇을 했길래 그것도 몰랐느냐는 질책을 받는다.


백번 잘하다가 뭐가 일이 안 되려면 귀신에 씐 것처럼 하필 그때 딱 한 번 경계를 소홀히 했는데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게 인생이다.


점심을 먹으면서 반주를 하고 들어와 의자에 몸을 젖히고 낮잠을 즐기던 부국장은 핸드폰 소리에 눈을 떴다. 고향에서 친구가 올라와 방송국 근처에 와 있는데 시간 있으면 얼굴이나 보자고 했단다.


이것은 나중에 부국장이 변명을 한 걸 믿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아마도 술꾼 친구들이 불러냈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지만 말이다. 부국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주섬주섬 소지품을 챙기며 편집부 최 차장에게 물었다.


“뭐 별거 없지?”


“예, 사회부에서 그래도 리포트 한 꼭지 기여하네요.”


“내용이 뭔데?”


“뭐 신성 이회장이 집에서 뭘 도난당했다나 봐요”


“뭐? 신성이라고?”


“예.”


“그거 신경 써야 하는 거 아냐? 기사 어딨어?”


편집부 차장은 사회부를 넘겨다 보며 답했다.


“김연이가 지금 기사 쓰고 있나 봅니다.”


“그래? 어, 지금 나 나가 봐야 되는데...”


“핸드폰으로 기사 확인하시죠. 저도 볼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일 있으면 어서 나가보세요”


“어, 그럴까? 갑자기 나갈 일이 좀 있어서 말이야. 그럼 최차장이 잘 챙겨”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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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 40. 나의 비밀을 일부 공개하다 > 22.05.29 193 2 10쪽
40 < 39. 대통령은 이렇게 참교육을 받았다 > 22.05.28 200 2 10쪽
39 < 38. 시위대 앞에 나서다 > 22.05.28 193 1 10쪽
38 < 37. 시위의 시대 > 22.05.27 198 1 9쪽
37 < 36. 불독, 또 자객을 보내다 > 22.05.27 205 2 10쪽
36 < 35. 본캐는 대통령, 부캐는 납품업자 > 22.05.26 223 3 10쪽
35 < 34. 대통령 처남을 소환하다 > 22.05.26 213 2 10쪽
34 < 33. 이신성, 무릎 꿇다 > 22.05.25 234 2 9쪽
33 < 32. 대통령의 두 얼굴 > 22.05.25 209 2 9쪽
32 < 31. 홍길동은 주사파다 > 22.05.24 212 2 10쪽
31 < 30. 현직 대통령을 정조준하다 > 22.05.24 212 2 9쪽
30 < 29. 지푸라기라도 잡거나 애걸을 하거나 > 22.05.23 218 1 10쪽
29 < 28. 지뢰가 터지고 있다 > 22.05.23 215 2 10쪽
28 < 27. 1조원 줄 테니 장부 내놔 > 22.05.22 221 2 10쪽
27 < 26. 비겁한 간부들 > 22.05.22 223 2 10쪽
» < 25. 회사 속이기 작전 > 22.05.21 239 3 10쪽
25 < 24. 발등에 불이 떨어지다 > +1 22.05.21 249 3 10쪽
24 < 23. 신성에 포문을 열다 > +2 22.05.20 253 4 10쪽
23 < 22. 아차산그룹 결성 > +1 22.05.20 259 4 10쪽
22 < 21. 김연 기자의 작전계획 > +1 22.05.19 276 3 9쪽
21 < 20. 1조원을 요구하다 > +1 22.05.19 284 3 9쪽
20 < 19. 당황한 이회장 > +1 22.05.18 289 3 9쪽
19 < 18. 참교육의 후폭풍 > +1 22.05.18 288 4 10쪽
18 < 17. 이것이 참교육이다 > +1 22.05.17 298 4 10쪽
17 < 16. 불독, 자객을 보내다 > +1 22.05.17 287 3 10쪽
16 < 15. 구치소의 고문이 되다 > +1 22.05.16 299 3 10쪽
15 < 14. 판사를 참교육하다 > +1 22.05.16 306 3 10쪽
14 < 13. 이회장의 비밀 > +1 22.05.15 308 4 10쪽
13 < 12. 구속되다 > 22.05.15 314 3 10쪽
12 < 11. 박계장, 옳은 선택을 하다 > +1 22.05.14 335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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