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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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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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7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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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4년차, 인술.

DUMMY

“게닌(下忍, 하급닌자)의 기술은 어느 정도 전수해도 좋다. 추닌(中忍)의 정보 취합과 작전 지휘 방법은 딱 용인술과 정보 분류법 정도만 전수하라.”

“알겠습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다운그레이드 되었으나, 그럭저럭 정찰 및 첩보 실무에서 쓸 만한 수준의 인술이 전수되기 시작했다. 그쪽에서도 나름대로 구키가의 이름을 걸고 만들어 둔 구귀신류(九鬼神流)를 전수하는데 너무 모양 빠지게 하는 것은 자존심 문제도 있었고, 사영 일당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 두고자 하는 의지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핵심은 눈에 띄지 않고 적지에 들어가 평범한 모습으로 지역에 녹아 들어가 오랜 시간 꾸준히 정보를 캐올 수 있는 능력이지요.”

“어...그 무기를 능숙하게 다루면서 전장을 파악하고 전투를 지휘해서 인질 구출이나 암살 등등을 해오는 건 특기가 아닙니까? 류헤이는 그렇게 하던데요.”

“그건 류헤이님이 특이하신 분이라... 애초에 닌자 대부분은 무기도 호신용으로나 숨기기 쉬운 것 한 두 개정도만 갖고 다니는 편이고, 무기를 꺼내 들었다는 것은 대부분 임무에 실패했다는 뜻이 됩니다. 걸렸다는 소리니까요.”

“그렇군요...”


“물론 저희 유파의 인술은 ‘큰 병법’과 ‘작은 병법’이라 하여, 작은 병법에서 각종 전투기술을 가르치고 배우기는 합니다. 그러나 작은 병법은 되도록 은퇴하기 전 까지는 쓰지 않기를 바라면서 가르칩니다.”

“호신용에 가깝군요?”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전국시대가 끝난 이후 다수를 상대로 싸울 일이 사실상 없어졌고 칼을 차고 다닐 일도 줄어들었기에 관련 병법은 옛 모습에서 발전이 더 이상 없기는 합니다.”

“알겠습니다.”


“저희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하셨다던데, 큰 병법이 필요하신 것 아닙니까?”

“큰 병법이라 하면...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천문학, 지리학, 축성술, 진법, 군략, 용간술이 있습니다.”


“천문학은 설마 점을 치는 그것은 아닐 것이고....”

“점을 치는 그것이 맞습니다만, 달과 별을 보고 현재 위치를 파악하거나 날씨를 파악하거나 하는 것도 물론 배웁니다.”

“좋습니다. 점성술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알려 주시고....”

“그럼 천문학과 용간술 세부, 그리고 작은 병법 중 눈에 잘 띄지 않을 만한 무기 몇 가지의 사용법을 가르치는 쪽으로 하면 되겠습니까?”

“좋습니다.”

“그럼 교환 조건으로....”


그렇게 사영과 정약용, 박규수, 그리고 찰스 엘리엇은 그들의 기술 중 필요한 것만 일단 골라 배우기로 했다. 전체를 다 배울 수 있으면 좋겠으나, 청국에서 정보를 뽑아 올 수 있는 기술이 먼저 시급했던 것이다.


“청국에도 저희와 비슷한 일을 하는 집단이 몇몇 있습니다. 아직 연락망이 살아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적절한 금액만 맞춰 주신다면 그들과 접촉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청국에도요?”

“전시에는 더더욱 가치가 올라가긴 하지만, 평시에도 정보의 가치라는 것은 꽤 중요한 것이고, 정보를 사고파는 것을 업으로 하는 집단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몇몇 조직이 있었을텐데 저번 청국의 대숙청 이후 연락이 대부분 끊기긴 했습니다. 그래도 적절한 예산만 좀 지원해 주신다면...”

“알겠습니다. 그들의 탐색도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해서 공충도의 정보 조직 설립을 위한 교육이 새로 시작되었다. 닌자라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대부분 오랜 시간동안 학습과 경험이 쌓여 만들어 진 실용적인 내용이 많았다.


“이것은 자석 바늘이라는 것입니다.”

“자석 바늘이요?”

“평소에는 바늘처럼 쓸 수도 있고, 같이 가지고 다니는 비단실을 꿴 후 독주에 살짝 헹궈서 상처를 꿰메는 용도로 쓰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닌자는 신중하게 나뭇잎에 바늘을 꿰고, 물이 담긴 바가지 위에 그것을 띄웠다. 빙글빙글 몇 번을 돌려도 그 끝은 항상 어느 한쪽을 향해 섰다.


“바늘을 물에 띄우면, 바늘 끝이 항상 북쪽을 향해 서게 됩니다. 이것을 이용해서 지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자를 하나 꺼냈다. 특이하게도 양쪽 끝을 90도로 접어 고정시킬 수도 있었는데, 거기에 가늠자와 가늠쇠처럼 홈이 파여있었다. 그는 그것을 들고 마치 총을 조준하듯 저 멀리 있는 산과 제철탑을 한번씩 보더니, 그것을 그대로 똑바로 내려 바늘과 이루는 각도를 맞추어 선을 쭉 그었다.


그는 눈으로 주변 지형을 보며 백지 위에다 선을 몇십 개 죽죽 긋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더니 한 식경(15분)만에 간략하지만 꽤 정확한 지도를 그려내었다.


“이런 식으로 지도를 작성하는데 쓸 수도 있고, 작성된 지도가 있으면 거기에서 자신의 현 위치를 보는 데 쓸 수도 있습니다.”

“오오.”

“대단하군요.”


그렇게 닌자들은 변복을 하는 방법이나 변복용 의상, 상대에게 호감을 불러 일으키는 방법, 날씨에 따른 야영시 필요 준비물, 간단한 군장 싸는 법, 서로 상반된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이나 정보를 취합하는 방법 등, 매우 유용한 것들을 가르쳐줬다.


그러나 반발이 심한 과목들도 있었다.


“이..이것은 옳은 길이 아니오.”


처음 반발이 터져 나온 것은 바로 미인계를 이용한 정보 획득 수업이었다. 닌자들 중 여자 닌자들도 있었는데, 그들을 통한 정보 획득에 대해 조선 선비들의 반발이 거셌던 것이다.


“달기의 미모와 화술, 기교에 빠진 주왕은 상나라를 망하게 만들었고, 오나라의 왕 부차는 월나라를 망하게 하고서도 월나라의 망한 왕 구차가 바친 미녀 서시에게 빠져 결국 나라를 망하게 만들었소. 구천의 왕비는 지혜로운 여자였기에 서시의 미모가 월나라마저 망하게 할까 두려워 서시를 강물에 떠내려가게 만들었고, 월나라는 다시 일어날 수 있었소이다. 헌데, 정보를 빼오기 위해 미인계를 쓰고자 하여 저러한 여자 살수집단을 키운다는 것은 마치 칼집 없는 칼을 품고 다니는 것과 무엇이 다르오이까?”


“그렇소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장희빈의 고사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사간원에서 궁인 장씨를 염려하여 왕에게 미인을 경계하라는 상소를 올리기도 하고, 서원에서도 장씨의 미색에 마음이 현혹되어 은총을 열어준다는 비난을 없게 해야 한다고 상소를 올리기도 하였으나 숙종 대왕께서 어찌 하셨소이까? 나라가 기울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난리를 치는 것을 본 닌자들은, 일단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다음 사건은 선비들 뿐 아니라 일반 백성에게조차 반발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첩자로 들어가려는 자들은 오신채와 생강, 육류를 금해야 한다니, 이게 무슨 말이오이까?”

“불씨들을 산 속으로 밀어 넣은지가 언제인데 오신채와 육류를 금한다니,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외다.”

“조선 사람에게 마늘을 금하라니요? 마늘이 없는 조선인이라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오이까?”


몸에서 냄새가 날 수 있으니 오신채와 육류를 금하라는 것이 그것이었다. 같은 이유로, 조선과 영국이 같이 머리를 맞대고 개발한 건조 국밥 블록 또한 첩자들의 휴대식량으로는 적합하지 않으니 새로 개발하자는 권고가 들어왔다.


“마늘과 고기를 금하면 힘이 날 리가 없지 않습니까.”

“마늘 못 잃어!”

“단군께서도 쑥과 마늘을 먹으라 하셨거늘 어찌 마늘을 금하오이까?”


조선인들은 먹을 것에 민감했고, 일단 출항하면 먹는 것 외에는 낙이 없는 영국 해군들 또한 반발이 심했다.


“고기 없이 무엇을 먹고 살라는 말인가.”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오.”


그래서 실험이 시작되었다.


“평소에는 골고루 먹고 싶은 만큼 잘 먹다가, 임무를 하달받으면 오신채와 육류를 끊는 경우, 냄새가 얼마만에 빠지는가?”

“그것을 그런데 어찌 알지?”

“우리도 마늘 냄새는 못 맡는데 저 닌자들은 냄새를 기막히게 알지 않는가.”

“그럼 그들보고 맡아보라고 하면 되겠구만.”


그렇게 해서 알아낸 시간은 대략 3주 전후였다.

3주 전부터 마늘과 육류를 끊으면 된다는 이야기에 일단 소동은 가라앉았다.


그렇게 마량진은 차근차근 정보 획득 요원을 길러 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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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차, 인술. +4 22.10.17 791 38 9쪽
100 4년차, 일본 +9 22.10.15 838 45 9쪽
99 4년차, 영국 -3- +15 22.10.13 831 45 9쪽
98 4년차, 영국 -2- +8 22.10.12 803 42 10쪽
97 4년차, 영국 +14 22.10.07 840 4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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