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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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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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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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6개월차

DUMMY

“일생동안 통계역학을 연구했던 루트비히 볼츠만은 1906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파울 에렌페스트가 그의 일을 이어받았고 1933년 자살했다. 이제 우리가 통계역학을 배울 차례다.

Ludwig Boltzmann, who spent much of his life studying statistical mechanics, died in 1906, by his own hand. Paul Ehrenfest, carrying on the work, died similarly in 1933. Now it is our turn to study statistical mechanics.”


David Goodstein, “States of Matter”


사영은 기계에 가까운 인간, 인간에 가까운 기계, 인격이 부여된 기계, 혹은 인간이었던 기계 등등으로 자신을 파악하고 있었고, 남들의 시선 또한 그러했다. 물론 성리학적 관점으로 들어가서 본다면 비록 기는 일반적인 인간의 신체에서 어느정도 벗어나 있기는 하나 그 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어지간한 사람들보다 성실하고 선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속에 들어있고 그에 따라 활동하는 사영은 인간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 공충도 선비들의 일반적인 생각이긴 했다.


어쨌거나, 사영의 하드웨어는 어느정도 시뮬레이션과 컴퓨팅이 가능한 기계이긴 했으나, 그 알맹이는 결국 생물학을 오래 파고 들었고, 기억과 지식 상당부분을 잃어버린 과학자에 가까운 것이었다. 물론 그 기술과 지식이라는 것이 대단하기는 해서 공충도에 온 지 5년만에 이 일대를 하루하루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살아가던 거지들이 득시글한 깡촌에서 현재 최첨단 기술과 과학이 어떠한 일을 하는지 보여주는 첨단 도시로 만들었고, 그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 몇만 단위에 달하게 되었으며, 조선 조정조차 이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정도로 키워놓기는 했다.


그러나 그렇게 초고속으로 발전하는 기술과 지식은 슬슬 벽에 막히고 있었다. 당장 사영의 특기인 생물학은 물리학과 화학이 받쳐줘야 다음 지식을 써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되어가고 있었다. DNA와 RNA의 염기서열 분석을 위해서는 정밀하게 제어되는 전기 부품과 이중나선 사이로 들어가 염색을 시켜줄 수 있는 형광물질이 필요했고, 유기화학 기술도 지금보다 훨씬 발달해야 했다.


화력발전소 또한 그 규모를 더 키우고 터빈의 사이즈를 늘리고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재료공학과 열역학, 전기전자 기술이 더 커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사영이 키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재들은 공학 인재들이었다. 미적분까지는 어찌어찌 가르친다고 쳐도, 결국 사영은 과학자였지 공학도는 아니었던 터라 공학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가르치는 것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공충도에 영국의 지원이 있다고는 해도 결국 들어올 수 있는 자원은 한정적이었고, 모든 것은 아껴 써야만 했다. 당장 경운기 엔진의 개량이나 터빈의 개량, 새로운 제철 방법, 기름이 한정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새로운 동력원의 개발 등등, 모든 것은 역학, 그것도 열역학을 필요로 했고, 맨땅에서 열역학이라는 개념을 잡아가기 위해서는 결국 통계역학이 필요했다.


결국 어떤 시스템 내에서 에너지를 받은 여러 가지 분자들의 움직임을 알아야 엔트로피를 정의할 수 있을 것이고, 엔트로피를 정의해야 열역학의 바닥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사영의 머리로 생각하고 있는 개념은 그런 것이었다.


당장 뉴턴 역학이라면 그래도 그렇게 어렵지 않았고, 관성의 법칙이나 작용 반작용의 법칙, 가속도의 법칙 정도라면 간단한 실험으로도 보여줄 수 있었기에 강제수용되어 꾸역꾸역 이과형 인재로 거듭나고 있는 선비들도 그 정도는 다들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둘, 위에서 썼던 열역학이나 전자기학은 사영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감도 못 잡고 있는 상태였다.


사영이 어떤 조건을 잡아서 머릿속으로 생각하면, 그것은 사영의 본체인 선박에 남아 있는 컴퓨팅 파워로 어찌어찌 돌려보고 필요한 최소한의 재료나 설계도, 조건 등등은 뽑아낼 수 있었지만 결국 그 입력과 출력은 사영이 직접 할 수 있는 것만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 한계가 눈에 보이는 지금, 새로운 인재들의 등장은 사영에게 큰 도움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찰스 배비지.


차분기관을 제작하고 이를 확장한 기계식 컴퓨터, 해석기관을 설계한 수학자이자 공학자.


에이다 러브레이스


찰스 배비지의 해석기관을 보고 아직 제작되지도 않은 이론상의 기계를 이해하여 그것에 쓰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작성한 인류 최초의 프로그래머


마이클 패러데이


전자기학이라는 학문의 뼈대를 세우고 전자기 유도를 알아낸 전기의 아버지.


그리고 찰스 다윈.


이상 4명이 청국 본토 공격을 위해 마량진으로 새로 온 영국군들과 함께 온 것이었다.


한편, 공충도로 향하는 영국군들과 과학자 4인방도 저 멀리 수평선 위로 불룩하고 길쭉한 무언가가 날아오르는 것을 보고있었다.


“...배를 뒤집어서 하늘로 띄운 것 같군요.”

“그러게요. 저게 뭐지...”

“기구일까요?”

“기구...기구라고 하기에는 모양이 신기한데..”

“기구가 맞는 것 같습니다.”


한편, 공충도 마량진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웅성대고 있었다.


“저게 뜨기는 할까?”

“아무리 풍선이라지만 쇳덩이를 쳐 발라 만든 것이 뜨겠나? 이번에는 안 될 것이야.”

“그렇게 따지면 저기 저 배들도 쇳덩이 아닌가? 저기 굴러다니는 저 궤도 어쩌고 하는것도 쇳덩이고.”

“아무리 그래도 물 위에 뜨는 것 하고 땅 위에 굴러다니는 것 하고는 다르지. 저 하늘로 저렇게 크고 무거운 것이 어찌 뜨겠나?”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것은 저 바다 위에 새로 만든 ‘비행선’이라는 것이었다. 직경 32m, 길이 약 110미터에 달하는 그것은 수소만 2만 입방미터로 채워진 거대한 풍선과 비슷한 것이었다. 물론 그보다 두배 이상 큰 배가 공충도 앞바다에 뜬 지도 햇수로 5년이 가까워지는 시점이었고, 그동안 벼라별 신기한 기물들이 돌아다니는 이 곳이었기에 이제 여기 사람들도 어지간한 것에 대해서는 그러려니 하게 된 지 오래였다. 그러나 하늘을 나는 거대한 놈이라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으니,


“뜨..뜬다! 떠!”

“저렇게 큰게 뜨기는 뜨는구먼..”


거대한 비행선이 하늘 위로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부피에 맞지 않게 싣고 날 수 있는 무게라고는 고작 1톤이 전부였으나, 그 거대한 것이 하늘로 떠오르는 것을 본 사람들은 가슴 속에서부터 무언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는 그것을 보며 감동을 느꼈고, 누군가는 그것에 매혹되었다.


“저것을 어찌 생각하는가.”

“크...크코 아름다워!”

“죽은 자를 살리고, 역병을 물러가게 하며, 이제는 하늘에 배를 띄우는구먼. 과학기술이라는 것이 사람을 자유롭게 한다는 말 뜻을 알 것도 같으이.”

“우리 사영의 과학력으으으으으으으으으은 세계 제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일!!”


그러나 누군가는 그것을 보고 공포를 느끼기도 했다.


“사영이 비록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나, 지금까지 사람들을 구휼하고 널리 이롭게 한 것을 보면 성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네. 우순도 그랬고, 주 무왕도 그러하였으나, 완호지물(玩好之物, 신기하고 보기 좋은 물건)에 빠지면 그 뜻을 잃어버리게 되니 마땅히 경계하여야 한다고 했네.”

“마음에 하고 싶은 것이 있더라도 필요 없는 것이면 금하여야 하는데, 뜻이 거기에 빠지면 정사를 게을리하여 그 재화가 나라를 멸망하는 데까지 이르니, 어찌 깊이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비록 저 멀리 산동과 연락을 긴급히 하는 데 필요한 기물이라고 하나, 저렇게 거대한 희완(戲玩:장난감)을 만들어 하늘을 거슬러 올라 띄우지 아니하더라도 충분히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거늘, 사영의 뜻이 엇나가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하여 심히 우려되오이다.”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간에, 반응은 뜨거웠으나 사영은 비행선이 제대로 떠서 목표 위치로 이동하는 것을 보며 그저 안도할 뿐이었다.


갑자기 사영이 왜 비행선을 만들게 되었는가 하면...바로 청에서 새로 배치했다는 그 무기들 때문이었다.


청 황제가 무엇을 보고 착각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개발했다는 것은 분명 대전차화기와 기관총이었다. 게다가 이번에 온 청국 연구원의 말로는 청국 황제가 베이징 앞쪽으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살상지대와 참호를 구축하며 방어선을 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역사적으로도 참호에 듣는 약은 탱크이긴 했다. 문제는...


“석유가 없다...”


연료는 적고 지금부터 탱크를 충분히 만들기도 어렵고 그러니 남은 선택지는...


”기구인가...“


기구라면 어찌어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긴 시간 상공에 떠 있어야 하니 연료를 끊임없이 소모해야 하는 열기구는 제외하자. 수소 또는 헬륨을 구할 수 있으면 좋은데, 수소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다. 수소라면 지금도 이 배의 깊숙한 곳에서 초고온 가스 증식로를 통해 수증기가 열분해되면서 나오는 것이나 거기서 뿜어지는 중성자가 내부 격벽에서 베타 붕괴를 일으키며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것들로 인해 남아돌아 연료전지를 돌려 추가 발전을 하거나 이산화탄소를 주입하여 열합성을 통한 포도당으로 만들거나 암모니아를 합성해서 비료나 화약을 만드는데 쓰거나 하는 지경이었다. 반면에 헬륨은...


”핵융합 발전?“


잠깐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있었으나 곧이어 실소가 나올 뻔 했다.


사영에게 폐와 목구멍이 아직 남아있었으면 헛웃음이 튀어나왔으리라. 애초에 해저 광케이블을 만들 기술이 없어 기구를 생각했으면서, 그 기구를 채울 헬륨을 생산하겠답시고 핵융합이 머릿속에 떠오르다니.. 이 배를 복구하고 기억이 완전히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핵융합 실용화가 가능할지는 솔직히 미지수였다. 당장 이 배의 동력원만 하더라도 핵융합이 아닌 핵분열로 돌리고 있지 않던가. 설령 핵융합이 실현 가능한 기술이 있더라도 핵융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극소량이고, 그 외에는 우라늄 광산같이 방사선이 풀풀 풍기는 선원 근처에 있는 천연가스전에서 추출하거나 하는 방법 외에는 답이 없었다.


그래서 기구를 채울 기체는 수소로 결정했다. 일단 수소를 충전한 기구를 만들기로 했으면 다음 문제는 가스가 새지 않는 천과 가벼운 뼈대 소재의 확보였다. 수소는 워낙 작은 분자였고, 어지간한 천이나 금속으로는 가두어 두는 것이 불가능한 물질이었다.


방수가 되는 천이라면 가스도 가두어 둘 수 있을까 싶지 않을까. 마침 근처에 방수자재와 방수천을 꽤나 가지고 있는 집단이 있었다. 바로 영국 해군이었다.


”고무나 방수포를 구할 수 있냐고 문의를 주셨다 들었습니다.“

”표정을 보아하니 충분히 구할 수 있는가 보군요.“

”물론입니다. 얼마나 필요하시고, 어디에 쓰려 하십니까?“


아들 조지 엘리엇은 저것들을 가지고 또 무슨 신기한 것을 만들 것인지 호기심이 동한 모양이었다. 하긴, 여태까지 쌍열 산탄총, 가스-증기터빈 전열함, 디젤엔진 보트 등등을 사면서 꽤나 마음에 들어했었으니 신제품 개발 소식이라면 또 설레이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내 대답을 들은 조지 엘리엇 경은 조금 실망하는 듯 했다.


”기구...군요.“

”아시나봅니다.“

”네, 이미 개구리(영국이 프랑스인들을 부르는 멸칭)놈들이 옛날에 개발해서 지금도 종종 군사용으로 써먹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미 쓰이고 있었군요. 어떻게 공중에 그것을 띄우는지 혹시 알고 계십니까?“

”연료를 태워 뜨거운 공기를 주머니 안에 채워 난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전에 봤던 찰스 엘리엇도 그렇지만, 조지 엘리엇 경도 만만치 않은 식견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과학자라는 말보다 왕립학회 회원이라는 말이 더 쉽게 쓰이던 시대라 그런 것일까.


”그럼 혹시 수소(Hydrogen)를 채운 기구에 대해서는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수소(Hydrogène, 불어)말입니까?“


조지 엘리엇 경은 다시 신이 난 듯 했다. 알고보니 수소는 발견되고 명명된 지 오래 되지 않은 기체였고, 그것을 발견한 사람이 데본셔 공작 윌리엄 캐번디시와 전 해군 사령관 헨리 그레이 켄트 공작의 딸 사이에서 나온 왕립학회 회원 헨리 캐번디시이며, 이름을 붙여준 사람이 프랑스 파리 과학 아카데미 이사 라부아지에라는 것이었다. 조선사람들이 자기를 소개할 때나 지인을 소개할 때 족보와 집안 내력을 주욱 이야기하는 것처럼 엘리엇 경 또한 자신이나 자신의 지인, 대영제국의 인물 등등을 소개하며 내력을 이야기하는데 이게 또 재미있었다. 캐번디시와 라부아지에, 제임스 와트, 프리스틀리 등등 당대의 과학자들이 맺고 있던 인연에 대한 것이나 그로 인한 발견 등등의 이야기가 주욱 나온 것이었다.


하여간 그렇게 썰을 듣고 나서, 방수포와 고무를 구할 수 있었다.

수소는 얻기 쉬웠고, 고무와 방수포를 얻게 되면서 튼튼하고 수소를 어느정도 가둬 둘 수 있는 기구 외피의 제작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1리터 정도의 기구, 그리고 차차 크기를 키워가며 사람 한두명정도는 거뜬히 들어올릴 수 있는 기구의 제작까지는 순식간에 시험제작과 시험 비행이 끝났다.


그리고 시험 비행 결과, 몇가지 문제점이 나타났다.


지금 방수포는 생각보다 무게가 상당해서, 수소로 얻는 부력의 상당량을 잡아먹어버리고 있었다. 대충 1톤정도의 무게를 들어올리기 위한 수소의 부피는 대략 900세제곱미터였으나, 그 정도 부피를 감싸기 위한 방수포의 무게가 800kg에 달하는 것이었다. 수소를 쓰는 이상, 기낭을 여러 개로 나누고 각각의 기낭을 격리하여 수소가 새거나 혹시 폭발하더라도 다른 기낭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큰 기낭 하나일 때보다 필요한 방수포의 양이 추가로 들기 마련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기낭을 나누게 되면 큰 기낭 하나일 때보다 당연히 무게가 추가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청국의 방어선을 뚫기 위해 기구를 띄우고, 기구를 띄우기 위해...


플라스틱을 합성해보기로 했다.


일단 지금 저 질소탱크 안에 박혀있는 여러 가지 형질전환된 대장균 중에는 여러 가지 고분자 물질을 합성할 수 있는 대장균들도 있었고, 그중에는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에 준하는 고분자를 합성할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특히, 이러한 고분자를 합성 가능한 대장균들 중에는 철이나 유리와 같은 물질 표면에 Poly(3-hydroxybutyrate-co-3-hydroxyvalerate), 흔히 PHBV라 불리는 플라스틱을 깔아 판형이나 필름형태로 저것들을 제작해주는 녀석들도 있었고, 먹이의 조합이나 먹이에 포함된 원소에 따라 기계적 특성을 달리 하여 합성해주는 녀석들도 있었다. 이것이라면 현재 얻을 수 있는 천연고무보다도 기구를 만들기에 더 나으리라.


혼자서 이 모든 것들을 하자니 점점 제대로 된 실험실과 연구원들의 백업이 간절했다. 청도까지만 어찌어찌 안정적으로 돌리고 나면 반드시 대학을 세우고 랩을 만들어서 대학원생을 쭉쭉 뽑아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작업을 반복했다.


처음에는 단순 배지에서 대장균을 대량으로 증식시키고, 이것을 얇은 판 모양의 배양기에 옮긴 후 포도당과 효모추출물을 줄이고 메탄올을 섞은 배지로 갈아주면 대장균은 PHBV를 합성하기 시작한다. 그후 점차 다른 영양소를 줄이고 메탄올 함량을 늘려 가면 대장균은 더 이상의 증식을 마치고 PHBV의 합성에 모든 에너지를 쓰다가 그대로 사멸, 그 이후엔 얇은 막으로 생성된 PHBV에서 대장균 시체를 씻어내고 열을 가한 후 말려주면 얇고도 튼튼한 필름 형태의 플라스틱이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이것을 가지고 다시 기구를 만들었다.


기존 고무 방수포에 비해 훨씬 가벼운 기구를 만들고 띄우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이번엔 또 다른 문제가 발견되었다.


단순히 기구를 제작하고 띄우는 것은 쉬웠으나, 장시간 공중에서 안정적으로 위치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던 것이다. 처음엔 기구 아래 배를 두고, 배에서부터 기구로 전력을 공급할 생각이었으나 실험 결과 지금 기술로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2km에 달하는 전선의 무게만 해도 기구에 상당한 부하를 줬을뿐더러, 기구를 고정시켜 줄 2km짜리 튼튼한 줄을 만드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혹시 이 문제들이 해결되더라도 이번엔 바람이 문제였다. 밤은 차라리 나았다. 해가 뜨고 공기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해수면에서부터 올라가는 따뜻하고 습한 산들바람이라도 2km상공쯤 가면 기구를 수 km정도 밀어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발전기와 연료를 같이 싣고 날아야 한다는 점도 문제였다. 연로가 소모되자 기구는 더 높이 떠올랐고, 수소를 적절히 배출하거나 보충하거나 하려면 누군가가 타서 조종을 해야만 했다. 고도는 어찌어찌 조절하더라도 위치도 조정하기 위해서는 결국 추진장치가 필요했다.


결국 기구를 띄우고, 기구를 띄우기 위해 플라스틱을 합성하고, 플라스틱을 합성한 김에...


사영은 비행선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좀 작게 만들었었다. 딱 연료와 발전기, 소형 프로펠러와 단순한 벨트로 이어진 경운기 엔진, 그리고 여기에 1인용 조종석과 조종석의 난방, 산소 공급등을 위한 장치...


그렇게 되자 생각보다 비행선에 걸리는 무게가 늘었고, 그 무게를 버티기 위해서는 기낭의 크기가 커져야됬다. 기낭의 크기가 커지자 이번에는 바람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고,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으니 더 큰 엔진과 프로펠러가 필요했고, 그러자 연료도 더 많이 싣어야 했고...


그리고 그 결과물이 점점 커져 나가는 것을 본 조지 엘리엇이 인도에 있던 찰스 엘리엇에게 무언가 장문의 편지를 보냈고, 그 결과 Balsa라고 하는 목재를 가져다 주었다. 비중은 0.2정밖에 되지 않지만, 강도는 평균적인 목재보다 높은 편이고 무엇보다도 멸균 후 저 PHBV를 합성하는 세균을 표면에 배양하여 플라스틱 코팅이 가능했기에 방수가 가능한 비행선 뼈대로는 그만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대형 경식 비행선이 세상에 등장했고, 그것이 첫 비행에 성공한 것이었다.


”저 크기면 말 그대로 나는 배, 비행선(Airship)이라고 해야겠군요.“


조지 엘리엇 경이 그 비행선을 보며 이야기했다.


”그렇지요. 아직까지도 기상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긴 하지만, 저 정도면 대충 1주일은 공중에 떠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45노트에 1주일간 비행 가능하고 싣는 무게는 1톤이라..“


조지 엘리엇 경은 무언가 생각하는 것 같더니 내게 물었다.


”저것 크기를 키운다면 얼마나 크게 키울 수 있겠습니까?“

”...얼마나 말입니까?“


작가의말

다음주 목요일에 다시 연재 재개하겠습니다.

주말 잘 보내시고 건강하게 지내시길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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