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과학자-개정판-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SF, 대체역사

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최근연재일 :
2023.07.20 18:43
연재수 :
166 회
조회수 :
157,777
추천수 :
6,522
글자수 :
832,090

작성
22.10.05 18:49
조회
804
추천
41
글자
11쪽

4년 7개월차 -2-

DUMMY

“어디서 맛있는 냄새가 나지 않아?”

“또 다른 조선 화전민 마을이 있는건가?”

“정찰조 보고로는 이 근처에 마을은 없다고 들었는데...?”

“그 정찰조가 들어갔다 나왔던 것이 벌써 반 년은 되었으니 그새 마을이 하나 생겼을지도 모르지.”

“그런가?”


호랑이 사냥꾼들이 산에서 밤을 보내야 할 경우, 고지를 잡아 구덩이를 파고 불을 피우고, 궤도바이크를 외벽처럼 둘러쳐 그 안쪽에서 지내는 편이었다. 덕분에 그 아래를 지나던 청국군들은 불빛을 보지 못하고, 대신 냄새를 맡았다.


“가까운 곳에 있는 조선 화전민들은 싹 다 잡아들였다고 생각했는데...”

“덕분에 깊숙이 안 들어가도 되고 좋지 뭘.”

“그러게. 이번 작전은 느낌이 좋군.”

“이번 임무가 끝나면 나는 전역계를 낼 거야.”

“왜?”

“형들이 모두 죽어서 이제 농사지을 사람이 나 밖에 남지 않았다는 편지를 받았거든.”

“저런...”


냄새를 쫓아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향하면서, 청국군 병사들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 이 임무를 맡았을 때만 하더라도 조선 땅 깊숙이 들어가 조선인들을 납치해오는 임무가 그들이 할 일이라는 것에 긴장했었으나, 1년 넘게 이 짓을 하다 보니 조선군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조차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국경수비대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고, 성 또한 없었다. 수백여 명이 밤중에 강을 건너도 누구 하나 제지하는 자 없었고, 설령 그들을 발견한 조선군이 드물게 있다손 치더라도 숫자에 놀란 것인지 아니면 보고를 올리러 간 것인지는 몰라도 순식간에 사라지곤 했던 것이다.


“나는 산시성 신저우 우타이산 아래가 고향이야. 그래도 농사를 크게 짓고 있으니 거기서 진가장을 찾아왔다고 하면 알거야.“

“그래? 그럼 나도 전역하게 되면 한번 놀러갈게.”

“그래. 너라면 내가 누나도 소개시켜 줄 수 있다.”

“고맙네.”

“머리가 고장났냐? 어릴 적에 애비애미 관심도 못 받고 자랐어? 누가 야간 행군중에 잡답이냐 고문관새끼들아.”


백발이 성성한 정치장교가 잡담을 나누며 걷고있던 두 사람 뒤에 조용히 나타나서 조용하지만 섬뜩한 어조로 갈궜다.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아. 잡담은 우리 땅으로 돌아가서 하도록.”


그렇게 걸은지 얼마 되지 않아, 그들은 냄새의 근원을 찾을 수 있었다.


“저 위쪽인 것 같습니다.”

“산 위? 저런 곳에 마을이 있을 수 있나?”

“마을은 아니더라도 삼을 캐러 다니는 조선인이나 사냥꾼일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 근처 지리에 익숙한 조선인들이겠군. 잡아서 근처 마을이 있는지, 있다면 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자. 반드시 생포하라.”


2백여명이 넘는 청국군은 밥과 불 냄새의 근원이라고 생각되는 고지를 빙 둘러 포위하고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초승달이 떠 있었으나, 마침 부슬부슬 봄비가 내리고, 안개도 약간 껴서 그들을 완전히 가려주었다.


“하늘이 돕는군.”


다리와 몸을 스치는 풀과 잡목들을 밀어나며 올라가던 그들은, 발목에 걸리는 넝쿨같지만 훨씬 가느다란 무엇인가를 손으로 잡아당겨 치우려 했다.


“핑.”

“뭐지?”


그것을 당기자, 작은 금속이 튀어나가며 맑고 청량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작은 폭음.


“퐁!”

“파아아아앗!”


순간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강렬한 불빛이 격렬한 연소음을 내면서 여기저기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뭐지?”


“뭐야!”


불침번을 서고 있던 호랑이 사냥꾼들도 갑자기 저 아래쪽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불꽃에 식겁해서 자고 있던 사람들을 깨웠다.


“일어나시오! 적습이오!”


호랑이가 덮칠 것에 대비하면서 잠들었던 덕분인지, 사냥꾼들 모두 순식간에 침낭에서 몸을 빼서 총을 잡아들고 각자 타고왔던 궤도바이크를 엄폐물 삼아 자리를 잡았다.


“무슨 일이오?”

“우리도 모르오. 허나 저 아래쪽 보니 총을 들고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득시글거리는 것을 보니, 필시 적일 가능성이 클 것 같소.”

“호랑이 잡으러 왔다가 사람 잡겠구먼.”


“일단 적인지 아군인지부터....”


“딸랑딸랑!”

“딸랑딸랑딸랑!” “딸랑딸랑딸랑!”


사방에서 방울소리가 들려오자, 그들은 입을 꼭 닫고 총을 잡았다. 방울을 달아 둔 철선이 건드려졌다는 것은 상대가 대략 1백여보 안쪽까지 들어왔다는 소리였다. 게다가 한밤중에 사방에서 울리는 방울소리는 그 자체로도 꽤나 무서운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멈추지 않으면 쏘겠소!”

“누구냐? 손들어! 움직이면 쏘겠다!”


청국군쪽에서도 난리가 났다.


“이를 어찌하오? 화전민들이나 심마니들이 아닌 모양이오.”

“숫자가 얼마 되지 않으니 항복을 권해보고, 아니되면 쏴버리면 안되오?”

“그래봅시다.”


임무상 조선말을 할 줄 아는 청국군도 상당수 섞여 있었기에, 그들은 일단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느그들, 내 누군지 아니?”


산 아래 의문의 무리에게서 우리말이 튀어나오자 호랑이 사냥꾼들도 혼란에 빠졌다.


“조선군인가?”

“서북 사투리같긴 하오.”

“헌데 조선군이라면 뭐하러 검은 옷을 입고 이 시간에 저리 무리를 지어 산에 오른다는 말이오? 게다가 조정에서도 이 부근에는 투입할 군사도 없어 호환인지 여부를 우리더러 알아오라고 하지 않았소?”

“실종 사건의 뒤에 저들이 있다고 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럼 일단 답을 해 봅시다.”


“뭐 그거까지 알아야되니?”


“항복하라. 항복하면 곱게 살려주갔어. 느그들 보니까 한 줌도 안 되는 숫자들 같은데 서로 좋게좋게 가자.”

“청국놈이니?”

“그렇다면 어쩔거인데?”


“와서 데려가보던가.”


그렇게 교전이 시작되었다.


“적은 한줌이다! 쳐라!”


채 1백여미터도 남지 않은 거리라 청국군은 승리를 자신했다. 물론 고지대로 뛰어 올라가야 하기는 했으나, 산 속이라 중간중간 엄폐물도 많았고 밤인데다 안개까지 있었기에 당연히 이길 것이라 여겼던 것이다.


“이야아아아!”

“1조 돌격! 2조 엄호!”

“탕! 탕! 탕!”


청국군들도 그 사이 무기가 어마어마하게 업그레이드 되어있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플린트락 머스킷을 주력으로 쓰던 청국군이 무려 금속탄피 후장식 소총을 가져온 것이었다. 사실 현대적인 금속탄피와는 다르게 불랑기포와 같이 자모포 형태의 포를 소총만큼 작게 만든 것에 가까웠지만, 불랑기포와는 달리 꽤나 정밀하게 만들어져 후방으로 새는 가스도 꽤 적었고 재장전시간도 대략 3초에 한발 정도로 괜찮은 편이었으니, 청국군의 사기가 높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호랑이 사냥꾼들도 믿는 바가 있었다. 애초에 호랑이가 달려들어도 어느정도 주춤거릴 정도로 사방에 깔아 둔 철선은 달려 오는 사람들을 주춤거리게 하거나 걸려 넘어지기에 하기 충분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터지는 조명지뢰는 아주 밝지는 않지만 그래도 백여미터 안쪽의 표적을 알아보기에는 충분한 광량을 제공했다.


“투쿵, 투쿵!”


궤도바이크를 엄폐물 삼아 절대 머리를 내밀지 않고 바이크와 바이크 사이로만 총구를 내밀어 두 발씩 쏘는 산탄총은, 야간전에 근거리라는 환경에서 어마어마한 화력을 내고 있었다. 야간이라 조준이 어려운 점은 한 번 발사에 9mm 쇠구슬 8발이 날아가는 0번탄이 보완해주고 있었고, 두 발을 쏘면 재장전하러 들어가는 통에 청국군은 도통 호랑이 사냥꾼을 조준해 쏠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게다가, 있는 힘껏 달려드는 청국군들에게 재앙같은 존재가 있었으니


“퉁퉁퉁퉁퉁퉁”


재장전의 틈을 노려 어떻게든 달려보려 했는데 저 미친 총 두자루는 누군가가 몸을 일으켜 달릴때마다 총알을 대여섯발씩 쏴대는데, 장전도 하지 않고 연발로 총을 당겨대고 있었다.


“워차오니마!(我肏你妈:You mother fucker!)”


말 그대로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궤도바이크를 뛰어넘으며 욕설과 함께 정상에 오르는 데 성공한 청국군 하나는 그 욕설을 끝으로 그대로 머리가 날아가며 쓰러졌다.


“넌 이제 뒤졌다!”


또 다른 칼을 들고 하나가 궤도바이크를 넘는 데 성공해서 그대로 그 칼로 호랑이 사냥꾼을 베었다.


“팅!”


그러나 그 호랑이 사냥꾼은 총으로 태연하게 칼을 받아 튕기고는, 그대로 총을 돌려 개머리판으로 턱을 날려버렸다.


“어헉.”


주먹으로 맞아도 사람이 기절하는 곳이 턱인데, 그 묵직한 개머리판에 맞았으니 아무리 단련된 청국군이라고 하더라도 버틸 수가 없었다.


애초에 총이 빗나가면 창으로 호랑이를 쑤셔 잡던 사람들이니, 간덩이 크기로는 조선에서 가장 크고 침착한 사람들 아닌가. 그들은 그렇게 무심하게 청국군들을 도륙내고 있었다.


“이건 미친 짓이야! 나는 여기서 나가겠어!”


채 5분도 되지 않아 청국군 거의 전 병력이 전투불능에 빠지자,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안 되잖아? 으아아아아아아아~”

“여기서 과연 나갈 수가 있을까? 난 여기서 빠져나가야 되겠어.”

“하이구 맙소사, 우린 이제 죽었어!”

“안 돼! 죽고 싶지 않아!”


그러나 도망치기 위해 뛰어 내려가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그렇게 도망치던 청국군 병사들은 힘겹게 뚫고 올라왔던 철선에 걸려 넘어지거나 여기저기 베이며 사상자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들 중 무사히 살아 돌아간 자는 채 다섯이 되지 않았다.


워낙 참담한 패배였으나, 이만큼 기록적인 패배도 없었기에 살아남은 자들은 그대로 청 황제를 배알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그래서, 어떤 것들이 새로 나왔다고?”


청 황제는 패배에 대한 것보다 그들이 당한 무기들에 대해 관심이 훨씬 많았다. 교전 과정과 그들이 당한 무기에 대해 설명을 쭉 듣던 황제는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하고, 탄식을 하기도 했다.


“벌써 기관총이 배치되었다는 말인가... 어렵겠구나 어렵겠어...”


그렇게 이야기를 듣던 황제는, 마지막에 병사가 묘사한 그 궤도바이크의 생김새를 듣고 경악하며 말했다.


“뭣이? 철로 만들어진 성벽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 생김새가 어쩌고 어째? 어서 지필묵을 대령하라!”


병사가 그린 그것은, 전체가 철로 되어있고 옆면은 성벽과 같으며 바퀴에는 이상한 쇳덩이가 주욱 둘려져 있는 그런 모양이었다.


“탱크가 벌써 등장했다는 말이냐. 게다가 그것이 산 위에 있었다고? 그새끼 벌써 공수전차를 개발이라도 한 것인가? 공군? 수송선? 무엇이 더 있을지 모르겠구나. 어허... 갈수록 태산이로구나...”


황제의 오해와 시름은 깊어만 가고, 빨리 추가 공작원을 투입하라는 황제의 명에 노농적군 사령부도 고심이 깊어만 가는 봄이었다.


작가의말

길게 쓴다고 했는데 그닥 길지는 않아 송구합니다.


이번주 안에 연참 한번 해 보겠습니다ㅎ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 작성자
    Lv.93 쥬논13
    작성일
    22.10.05 19:14
    No. 1

    연참보다는 완결까지 연중없는 꾸준함이 좋아요

    찬성: 4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madscien..
    작성일
    22.10.06 09:31
    No. 2

    넵 이번에는 완결까지 쭉 달려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페퍼로니즘
    작성일
    22.10.05 19:20
    No. 3

    모주석의 착각 삼매경ㅋㅋㅋㅋㅋㅋ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madscien..
    작성일
    22.10.06 09:31
    No. 4

    ㅋㅋㅋㅋㅋㅋ 사실 어설프게 아는 것이 제일 독이 되는 법이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0 콩가루맛
    작성일
    22.10.05 20:32
    No. 5

    서로 한정된 정보만을 얻다 보니 일부분만 보고 전체를 상상하느라 과대평가를 하게 되네요 ㅋㅋㅋ 게다가 알고 있는 게 워낙 많으니 혹시 이것까지..?하고 더더욱 겁을 먹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madscien..
    작성일
    22.10.06 09:33
    No. 6

    그래서 더더욱 각자의 방법으로 경쟁을 격화시키게 되죠.

    사영은 더 많은 연구인력을 투입하고, 모황제는 더 많은 사람과 유물, 자원을 갈아넣고...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기적 과학자-개정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5 5년 9개월차 -5- +11 22.11.10 615 40 8쪽
114 5년 9개월차 -4- +4 22.11.09 584 37 8쪽
113 5년 9개월차 -3- +4 22.11.08 598 36 10쪽
112 5년 9개월차 -2- +7 22.11.07 625 36 8쪽
111 5년 9개월차 +8 22.11.04 657 33 13쪽
110 5년 6개월차 -2- +12 22.11.03 665 38 9쪽
109 5년 6개월차 +10 22.10.28 741 38 19쪽
108 휴재공지 +3 22.10.26 726 20 1쪽
107 5년 2개월차, 청국 -2- +6 22.10.25 747 42 7쪽
106 5년 2개월차, 청국 +5 22.10.24 729 34 10쪽
105 5년차, 청국 +13 22.10.21 803 38 9쪽
104 5년차, 영국 -2- +10 22.10.20 786 41 10쪽
103 5년차, 영국 +6 22.10.19 790 38 10쪽
102 5년차 +16 22.10.18 809 42 10쪽
101 4년차, 인술. +4 22.10.17 789 38 9쪽
100 4년차, 일본 +9 22.10.15 837 45 9쪽
99 4년차, 영국 -3- +15 22.10.13 831 45 9쪽
98 4년차, 영국 -2- +8 22.10.12 802 42 10쪽
97 4년차, 영국 +14 22.10.07 840 44 14쪽
96 4년 7개월차 -3- +6 22.10.06 813 36 9쪽
» 4년 7개월차 -2- +6 22.10.05 805 41 11쪽
94 4년 7개월차 +8 22.10.04 794 38 9쪽
93 4년 6개월차 -3- +8 22.09.30 835 39 9쪽
92 4년 6개월차 -2- +9 22.09.29 813 38 9쪽
91 4년 6개월차 +14 22.09.28 874 41 24쪽
90 4년차 -4- +10 22.09.27 822 39 11쪽
89 4년차 -3- +4 22.09.26 813 38 12쪽
88 4년차 -2- +9 22.09.23 825 38 9쪽
87 4년차 +6 22.09.21 862 40 10쪽
86 3년 9개월차 -2- +8 22.09.20 829 40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