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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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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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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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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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차 -2-

DUMMY

한창 발전소의 연소탑을 올리고, 암모니아와 요소, 질산을 생산하며, 다이니트로톨루엔과 트리니트로톨루엔, 면화약, 스트렙토마이신과 페니실린을 생산하고, 클로람페니콜과 독시사이클린 등의 추가 항생제 생산을 준비하면서 선비들을 이과형 인재로 개조하느라 말 그대로 잠도 자지 않고 24시간 일하고 있던 사영에게 새로운 소식이 들어왔다.


“남쪽에서 정체불명의 선박 접근중!”

“Battle Station!”

“총원 전투배치!”


“백기를 올리고 있습니다!”


목선 위에 목제 건물을 올린 듯한 신기하게 생긴 배 두 척이 남쪽에서 접근중이었다. 백기와 함께 올린 깃발에는 일곱 개의 검은 원이 그려져 있었다. 영국군도, 사영도, 그 표식은 본 적이 있는 것이었다.


“구키 류헤이가 자기 집안의 문장(家紋, Coat of Arms)이라고 하던 것이 저것이었던 것 같은데...”

“류헤이가 다시 온 것일까요?”


“제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과연, 그가 다시 온 것이었다.

구키 류헤이.


처음에는 왜구들과 같이 이 곳을 털러 왔다가 콜레라균을 듬뿍 뒤집어쓰고 죽을 고비를 넘긴 후, 용병처럼 고용되어 수하들과 함께 박규수를 호위하기도 하고, 한양까지 침투해 정약용과 홍희근을 구해오기도 했으며, 조정의 토벌군에 맞서 마을 사람들을 구출하고 마을을 지키는 데에도 큰 힘을 보탰던 자였다.


그런 그가 세운 공이 상당했기에, 그와 그의 수하들에게 식량과 총기, 탄약, 그리고 동력선 한 척을 주고 고향으로 보냈던 것이 석달쯤 전의 일이었다.


“어찌 다시 돌아왔는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생사를 여러 번 같이 했던 박규수는 그를 꽤나 반갑게 맞이했다.


“오랜만에 뵙사옵니다.”

“잘 지냈는가.”


간단한 인사가 오간 후, 류헤이는 다시 돌아 온 이유를 밝혔다.


“가지고 갔던 물품들 중, 그 항생제라고 하는 약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것은 이 자리에 있는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 가지 품목도 분명 인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혹시 총은 인기가 별로 없었는가?”

“네? 아, 그 또한 구조의 단순함과 우수한 연사 속도, 장전 등등으로 인기가 있었습니다만, 나라가 전쟁을 그만 둔 지 오래되어 총기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든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대기근이 돌고 있는 중이라 더 그런 것도 있습니다.”

“...왜가 전쟁을 그만두었다는 말인가?”

“세키가하라 전투를 끝으로 큰 전쟁은 이제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물론 자잘한 잇키라던가 소요야 꽤 많긴 했습니다만..”

“그렇군...”

“잇키라는게 무엇인가?”

“마을이나 절, 혹은 종교집단이 어떤 요구를 하면서 항의를 하기도 하고, 무력으로 엎어버리기도 하는 것..정도 되겠습니다.”

“민란인가보구먼.”

“그래서, 그 잇키라는 것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가?”

“전국적으로는 모르겠으나, 듣는 것으로만 따지면 1년에 두세번은 일어나는 듯 합니다.”

“허어...그래서 나라가 유지가 되겠는가?”

“농민들은 워낙 팍팍한 삶에 익숙해있는데도...잇키가 일어날 정도면 진짜 죽느냐 엎느냐를 두고 선택을 해야 하는 정도입니다.”

“그쪽도 수탈이 가혹한가 보구만. 쯧...”


박규수는 혀를 찼다.


“‘배가 부르면 다른 생각을 하게 되니, 농민은 죽지도 살지도 못할 만큼 세금을 거두라.’..라던가 ‘백성과 깨는 짜면 짤수록 기름이 나온다.’는게 바쿠후의 기본 생각이니까요.”

“저런...”


‘총을 주고 그것을 팔아먹으면서, 겸사겸사 산탄총 위주의 무장을 강제하려고 했는데...’


산탄총이야 지금 시점에서 매우 우수한 무기체계이나, 사거리나 휴행 탄수, 반동면에서 본격적인 군용으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는 물품이었다. 혹여 나중에 혹시 전쟁이 나더라도 더 우수한 무기체계로 우위를 점하려던 사영의 큰 그림은 이로서 물 건너 간 셈이었다.


“그래서, 항생제를 더 구하러 왔는가?”

“그것도 그것이지만, 산탄총도 백여 정 정도, 탄약도 비살상탄 위주로 2천여발 정도를 살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외에 교역 가능한 물품들이 있는지 알아보라 하셔서 왔습니다.”

“누가 알아보라 했는가?”

“구키 가의 현 가주, 구키 타카히로입니다.”

“그게 누구인가?”


“일본 교토 위, 마이즈루항 바로 아래쪽에 있는 아야베 번의 2만석짜리 다이묘입니다. 그리고...구귀신류의 전승자이기도 하지요.”

“2만석?”

“마이즈루?”

“구귀신류?”


정약용, 박규수와 엘리엇, 그리고 사영의 물음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2만석이면 어느 정도인가? 왜도 20두를 한 석으로 치는가?”

“조선의 한 두가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사오나, 대략 1석은 남자가 1년간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마이즈루라면 자그마한 마이즈루항을 이야기하는건가?”

“그렇습니다.”


”구귀신류가 무엇인가?“

“구키 가문에 내려오는 병법(군사학)과 인술들입니다.”

“인술? 닌자?”

“어...네. 닌자도 있긴 있습니다.”

“오.”


사영은 닌자라는 말에 반색했다.


“그거 혹시 자네도 배웠는가?”

“아, 저는 검술하고 봉술, 창술 정도만 배워서...”

“원래 몇 가지나 배우는가?”

“천문, 지리, 축성, 진영, 군략이 병법에 해당하는 것들이고, 검법, 투검, 창술, 봉술, 체술, 화술, 수술(水術:해상전투술), 기마술, 수리검...등등이 있습니다.”

“꽤나 자세히 아는 것을 보니 자네도 그쪽 가문 소속이긴 한가보구만.”

“저는 방계인데다 어릴적에 몇 가지만 배우고 뛰쳐나가서 아시다시피 칼잡이로 살아온터라...”

“머릿속에 든 것은 있겠지. 그래, 사가기를 원하는 것은 무엇들인가?”

“여기 편지와 목록이 있습니다.”


황과 비단, 구리를 팔 수 있으며, 총기 약간과 탄약 각 총기당 20여발 정도, 그리고 항생제와 기계류를 수입하기를 원한다는 내용이 써 있었다.


“왜에 구리가 많이 난다더니...”

“다행스러운 일 아닙니까.”

아야메번의 현 지배자라는 구키 타카히로는 꽤 괜찮은 영주처럼 보였고, 그가 지배자로 있다는 땅도 교토와 하관(시모노세키)을 있는 도로와 마이즈루부터 오사카까지르 이어주는 도로가 겹치는 교통의 요지였다.


“잇키는 결국 먹고 사는 문제로 인한 것이기에 농민들의 세율을 대폭 낮추고, 모자란 세금은 교역을 통해 벌어보려 한다... 산탄총을 사는 것도 비살상탄 위주로 사서 잇키를 조금 더 평화적으로 진압하기 위한 목적이다... 문제될 것은 없을 듯하이.”


‘좋은 관계를 만들어 둬서 나쁠 것은 없겠지. 저쪽에서부터 당겨와야 할 자원들도 좀 찾아볼 수 있을테고.’


“그럼 구리와 비단, 황에 더해서 그 구귀신류의 내용을 좀 구해다 줄 수 있겠는가? 총기와 탄약, 약은 거래가 가능할 듯 하니.”

“알겠습니다. 보고를 올리고, 답변을 받아오겠습니다. 그럼 자세한 수량과 거래 단가나 조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협의해보지.”


그렇게 구키 류헤이는 식량과 물, 석탄을 다시 싣고 이틀만에 돌아갔다. 대체로 거래 조건에 대해서는 불만이나 이견이 없었으나, 구귀신류의 내용을 조선땅에 팔아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당주의 의견을 물어보고 와야 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구리 문제도 일단 해결되는가 했는데, 좋은 일에는 마가 많이 낀다고 하던가.


“저게 뭐지?”


발전소 하부 기초 공사를 마친 인부들과 장인들은 한창 골조와 지지대를 세우고 연소실을 만드는 중이었다. 해가 떨어질 때 쯤 일을 마친 그들은, 다음 날 출근했을 때 그 전날에는 보지 못한 허연 짐더미와 나무 상자들이 잔뜩 쌓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게? 저쪽 작업은 끝난 것 아니었나?”

“작업만 끝난 것이 아니지.”


인부들 중 한 사람이 부자연스럽게 웃으며 말했는데, 그 분위기가 워낙 이상해 다른 사람들의 고개가 다 그 쪽으로 몰렸다.


“어이, 김씨. 무슨 말이야? 작업이 끝나?”

“이제 출근하는데 왜 그래? 재수없게.”


김씨는 말하는 대신, 옆에 늘어뜨려져 있던 선을 하나 잡았다. 그 끝에는 인부들도 이번에 많이 봐서 익숙해진 것이 있었다.


“그거..발파 스위치 아닌가”

“김씨, 그거 내려놔. 그러는 거 아냐.”


그리고 그가 든 발파 스위치의 선은, 저 아래 허연 짐더미로 이어져 있었다.


“잘들 쉬시게나.”


그러면서 김씨는 스위치를 눌렀다.


작가의말

제목을 “넉달후”로 잘못 쳐놓고 주말동안 확인도 안하고 있었네요.

죄송합니다. 이제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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