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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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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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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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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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6개월차 -2-

DUMMY

조선사람들은 쌀에 항상 진심이었다.


아니, 먹을 것 전반에 진심인 사람들이기는 했으나, 특히 쌀에 대한 집착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조선 조정이 어떻게든 화폐 경제를 띄워보려 애를 썼지만, 경기도를 벗어나는 순간 조선의 주요 화폐는 여전히 쌀이었고, 주식도 쌀이었으며, 전략물자도 쌀이었다. 조선이 전쟁 준비, 정확하게는 방어 준비를 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이 쌀의 저장량이었고, 그 다음이 화약과 화살, 그리고 밥과 함께 삼킬 수 있는 장류였다.


그러니 조선에서 쌀의 생산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곧 국가의 재정이 늘어난다는 것이고,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이며, 국력이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선은 위로는 왕부터 아래로는 천민들까지 모두 쌀의 생산량을 늘리는 것에 국운을 걸고, 목숨을 걸었다.


저 세종-문종 시기에 이징옥의 형 이징석은 강한 무력과 탐욕으로 무장과 탐관오리 양쪽으로 이름을 날리던 자였는데, 그런 그조차도 새로운 벼 품종을 찾아 보고하고 널리 퍼뜨리려 애쓴 기록이 있었다.


"민간에 벼가 있는데 50일이면 익는 까닭에 이름을 ‘오십일도(五十日稻)’라고 합니다. 그러나, 백성들이 성하게 재배하지 않는 까닭에 종자도 희소하여 졌습니다. 바야흐로 그 파종할 시기에 비록 가뭄을 만나 미처 심지를 못하였다 하더라도 만약 5월에 이르러서 비만 온다면 그래도 경작하여 수확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간혹 노농 가운데 혹은 보리를 거두어 들인 뒤에 밭을 되갈아서 물을 대고 이 벼를 심어 이익을 얻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 이것이 그 징험입니다. 청컨대 민간에 널리 알려서 경작하기를 권하소서.“


그 이후로 기록이 없는 것을 봐서는, 아마 널리 재배하는 데에는 실패한 듯 했다.


그 바로 뒤에 세조 시기에도, 명나라에서 구해 온 짠물이 남은 땅에서도 자라는 볍씨를 시험 재배하자는 기록이 있었으나, 이 또한 망한 듯하다.


최근에 들어서는 계속된 기상 이변으로 흉년이 거듭되자, 농민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서 시험하기에 이르렀다.


”벼가 가뭄과 저온으로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이삭을 맺지 못하니 어찌할꼬.“

”날씨가 가혹하니 벼라고 어찌 자랄 수 있겠는가?“

”어릴 적에 잘 먹이면 가혹한 날씨에서도 버티지 않을까?“

”그게 될까?“


그렇게 해서 오줌과 짚을 삭혀 만들어진 질산칼륨과 미네랄이 비교적 풍부한 비료를 못자리에 공급해 모를 웃자라게 만든 후, 그것을 모내기하는 ‘건앙법’이라는 농법이 생겼고, 실제로 이 방법으로 키운 모는 어느정도 추운 날씨에서는 버텨내는 성과를 보였다.


그만큼, 조선이 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노력은 위, 아래 할 것 없이 대단한 것이었다.


그런만큼, 쌀이 3배나 수확되었다는 소식은 그 엉덩이가 무거운 조선 조정을 움직이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번 추수때 새로운 비료를 써서 농사가 매우 잘 되었다 들었습니다. 상께서는 이에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고, 조선에서도 혹시 그 방도를 쓸 수 있는지 문의해 보라 하셨습니다.“

”소식이 엄청 빠르게 전해졌군요. 움직임도 빨랐고...“


딱히 서신의 왕래는 금하고 있거나 하지 않았고, 사람들도 저번 사보타지 이후에는 가려 받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었다. 그래서 사영은 소식이 언제건 전해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이렇게 빨리 전해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국가에서 보배로 삼는 것은 토지와 백성과 오곡에 있으니까요. 게다가 저번 그 사건 이후로는 이 곳에서 제대로 조세도 거두지 못하고 있으니 어찌 속이 타지 않겠습니까. 그나마 조운선을 곱게 보내 주시는 것에 대해서는 조정에서도 그저 고맙게 여기고 있을 따름이외다.“


조세를 거두면 대부분 수운을 통해 한양으로 운반해야 하는 조선의 특성상, 공충도 마량진 앞에 정박중인 사영의 양선과 영국 해군들의 배는 큰 위협요소였다. 다행스럽게도, 사영이나 영국 해군들이나 딱히 조운선을 건드리거나 하지는 않아 조선 왕실의 숨통과 한양 이북의 식량 수급이 유지되고 있었으나, 왕실과 조정에서도 이를 두렵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무력 진압이 대실패로 돌아간 지금, 조선 왕실은 어떻게 해서든 이 곳과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려 애쓰고 있는 실정이었다.


실제로 영국 해군이 청의 해상 봉쇄와 해안 도시에 대한 통상파괴전을 지속해 오자, 청은 연 1~2회는 요구해오던 사은사의 파견조차 고사하고 있었다.


”흑사병이 아직 돌고 있으니 위험하다. 오지 말라.“


표면적인 이유는 그것이었으나, 조선에서도 이제 대략적인 사정을 알고 있었다.


”조공은 대개 대국이 훨씬 더 손해를 볼 정도로 크게 답례를 해야 대국의 위신도 세우고, 번국의 충성심도 올리게 되는 것이거늘, 저들도 사정이 곤궁한가 보구나.“


조선에서도 딱히 놀라지는 않았다. 이미 서역의 무기나 전술, 화력에 데일 대로 데여보지 않았던가. 그 청국이 비록 치명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았으나, 가랑비에 옷 젖듯 계속 영국 해군에게 쥐어터지면서도 손도 발도 못 내밀고 있는 모습을 1년 넘게 보다 보니, 남의 일 같지 않은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나마 청국은 식량도 풍부하게 거두어 들이고, 물산도 조선의 궁벽함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생산하는 대국이니 저리 버티는 것이지, 조선이 저렇게 봉쇄당하면 당장 밥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고, 조선은 더더욱 쌀 증산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그래서 그 비료를 조선에도 좀 공급하여 주시고, 쓰고 계신 종자와 농법도 같이 전수를 좀 해 주십사 하는 것이 용건이외다.“

”조선 전체에서 쌀을 증산한다라...“


‘이 근처가 도시화되고,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몰려들면서 농촌에서 일해야 했던 소작농들이나 빈농들, 혹은 유민들이 이 쪽으로 몰려 들기 시작한 것이 벌써 4년 가까이 되어가고 있지.’


모내기의 도입 덕분에 토지 면적당 필요 인원이 줄면서 아직은 농사에 필요한 일손보다 사람이 조금 더 많기는 하지만, 곧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모자란 시기가 올 것이었다. 결국 인구를 유지하는 것은 식량이었고, 사람이 더욱 필요한 사영은 충분한 식량 공급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영국이 대금으로 지급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쪽 쌀도 언제까지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한양에서는 이미 식량 부족에 상인들의 담합이 겹쳐진 쌀소동이 나서 환재(박규수)가 산탄총을 휘두른 것이 얼마 전이었으니, 비슷한 일이 몇 번 더 일어나면 조선은 바닥부터 휘청일지도 모른다...’


”그럽시다. 허나 이 곳 한 곳에서 생산되는 질소 비료로 조선 땅 전체 논과 밭에 공급량을 모두 대기에는 한계가 있소.“

”허면 어찌하오리까? 한양이나 다른 곳에도 저 커다란 질소 공장을 지어야 하는 것이오이까?“

”수소와 전기는 어디서 끌어다 오려 하시오?“


사영은 저 시설을 돌리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그려가며 설명해주었다.


”수소를 얻기 위해서는 석탄을 고온에서 구우면서 적절한 압력과 적절한 양을 맞춰가며 수증기를 공급해줘야 하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는 약간의 수소와 함께 제철소로, 나머지 수소는 저 암모니아라고 하는 것을 합성하는 합성 시설로 보내는데... 그 과정에서 전기가 필요하고, 그렇게 나오는 암모니아는 다시 요소나 질산칼륨, 질산으로 반응시킨다...“


무슨 이야기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으나, 다들 한 가지는 확실하게 이해했다.


”저 큰 시설들이 다 한몸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말씀이시구려...“

”그렇습니다.“


”허어... 그럼 기술력도 없는 우리는 무얼 할 수 있소?“

”당장은 쓸모가 없죠.“


그 이야기를 들은 조선측 인사들이 실망과 좌절을 얼굴에 떠올리는 것을 보고, 사영이 말을 이었다.


”사람이나 더 가져다주시오.“


그래서, 이제 2년차나 3년차로 올라가는 잡혀온 선비들 아래로 다시 1년차 선비들이 대거 끌려오게 되었다. 조선에 여유있는 자원이라고는 그래도 공부에 익숙하고 글을 읽을 줄 아는 선비들과 석탄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2년차와 3년차 선비들의 가르침을 받는 것과 동시에, 농업에도 투입되어 농업 실무, 식물 생리학, 농기계 정비 등등을 몸으로 굴러가며 배우게 되었다.


이들이 배우는 것과 깨달은 것은 다시 책자로 정리되어 조선 조정에서도 중요하게 다루는 서적이 되었다. 또한, 그들 중 상당수는 주로 농촌 진흥을 위한 시험·연구 및 농업인의 지도·양성과 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할 인재로 키워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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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5년 2개월차, 청국 +5 22.10.24 729 3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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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5년차, 영국 +6 22.10.19 790 38 10쪽
102 5년차 +16 22.10.18 809 42 10쪽
101 4년차, 인술. +4 22.10.17 789 38 9쪽
100 4년차, 일본 +9 22.10.15 837 45 9쪽
99 4년차, 영국 -3- +15 22.10.13 831 45 9쪽
98 4년차, 영국 -2- +8 22.10.12 802 42 10쪽
97 4년차, 영국 +14 22.10.07 840 44 14쪽
96 4년 7개월차 -3- +6 22.10.06 813 36 9쪽
95 4년 7개월차 -2- +6 22.10.05 804 41 11쪽
94 4년 7개월차 +8 22.10.04 794 38 9쪽
93 4년 6개월차 -3- +8 22.09.30 835 39 9쪽
» 4년 6개월차 -2- +9 22.09.29 813 3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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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4년차 +6 22.09.21 862 4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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