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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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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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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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4년차, 일본

DUMMY

“총기와 탄약, 의약품을 교환해주는 조건으로 구리를 요구했고, 우리 기술을 전수해달라고 했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왜?”

“그...제가 조선에서 그들에게 고용되어 싸운 적이 있었는데 그 결과가 꽤 인상적이었나 봅니다.”

“허허, 조선에 있는 양선 주인과 안면이 상당히 있다더니 요짐보(用心棒, 경호원이나 고용된 낭인, 용역 등등을 뜻하는 속어)로 일했었더냐.”


구키 류헤이는 공충도에 다녀온 결과를 구키가의 가주 구키 타카히로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구키 타카히로(九鬼隆都)는 현 구키가의 가주이자 아야베 번의 번주, 2만석고(石高, 고쿠다카 : 모두 쌀 생산량으로 치환했을 경우의 경제력)의 다이묘로 조선 기준으로 보자면 듣보잡 다이묘 중 하나였다.


당장 구키 류헤이가 자신의 가주를 소개했을 때 공충도 사람들, 특히 학식이 넓고 깊기로 유명한 정약용이나 박학다식의 대명사 박규수조차도


“그게 누구인고?”


할 정도로 조선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나마 알아듣기 쉬웠던 것은 구키 요시타카의 후손이라는 것 정도였다.


구키 요시타가가 누구인가.


임진왜란때 니혼마루를 건조하고 조선 수군에게 연전연패하던 일본 수군을 지원하라 왔다가 안골포 해전에서 이씨 성을 가진 장수에게 크게 쳐맞고 간신히 살아 돌아간 것으로 유명한 자였다.


그 후손인 구키 타카히로는 전성기때의 구키가에 버금가는 힘을 되찾기 위해 사방으로 정보망을 뿌리고 능력 위주의 인사를 했으며, 재야의 학자와 의사, 병법가와 경세가(経世家, 경제학자), 농학자 등등을 모아 농업과 상업을 중심으로 하는 개혁을 하느라 한창이었다.


그러던 와중, 구귀신류라고 하는 가문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인술을 배우다 뛰쳐나간 류헤이가 조선에서 가져 온 물건을 보고 그를 다시 조선에 보내며 교역 내지는 교류를 청한 결과를 듣고 있는 것이었다.


“인술과 닌자라...”


전란이 끊이지 않던 왜의 역사상, 첩보와 방첩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한 축으로 중요시될 수밖에 없었다.


“천하가 어지러울 때 5번 싸워 승부를 결정지은 나라는 재앙을 면치 못하고, 4번 싸워 승부를 결정지은 나라는 피폐해지고, 3번 싸워 승부를 결정지은 나라는 패자가 되고, 2번 싸워 승부를 결정지은 나라는 왕자(王者)가 되고, 1번 싸워 승리를 결정지은 나라는 제자(帝者)가 된다고 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여러 번 싸워 승리를 거둠으로써 천하를 손에 넣은 자는 드물고, 오히려 망한 자가 더 많았던 이유다.”


굳이 오자병법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전쟁을 일으키는 목적은 결국 이득을 얻기 위해서였지 이기고 손해를 보기 위함은 아니었다.


왜국 자체가 자원과 물산이 풍부한 곳이 아니었고, 인구가 풍부한 곳도 아니었다.

전시의 병사가 평시의 농업을 책임지는 둔전제 병영국가였던 특성상 전쟁에서 이기더라도 인명피해가 크다면 사실상 손해가 나는 일이 많았던 때문이었다.


그래서 전국시대에는 닌자가 어마어마하게 많았었다.


‘핫토리 한조’로 유명하며 누구도 섬기지 않고 조직 자체가 이하국(伊賀國)을 지배하며 돈과 계약으로 움직이던 이가류, 그리고 그 라이벌로 유명한 코가류를 비롯하여 네임드만 10여개 유파, 혹은 집단이 존재할 정도였다. 그 정도로 전국시대때는 치열하게 정보전을 벌이고 방첩활동을 하고, 유파간 전쟁을 하기도 하던 그들은 전국시대가 끝나고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대부분 그 명맥이 끊기고 말았다.


그 이하국과 바로 옆에 붙어있으면서 수백여년간 음으로 양으로 교류를 해오던 구키가 또한 고유의 인법을 발전시켜왔고, 때때로 이 인법을 막부에 전수하거나 직접 닌자를 양성하거나 혹은 가문에서 닌자를 파견하기도 하면서 살아남아 온 것이 구키가의 현 사정이었다.


사실 구키가가 영지로 가지고 있는 아야베번도 왜의 동과 서, 그리고 교토를 잇는 큰 도로가 있고 북쪽에 마이즈루항이라는 작은 항구마을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산지였던 탓에 농사를 짓기가 매우 어려운 곳이었다.


평지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산이 깊고 골짜기가 많은 데다 목재를 연료로 써온 탓에 비가 오면 매번 강이 범람하고 농토가 초토화되는 것이 일상이었고, 결국 그들은 도로망을 이용하여 상업을 발달시키거나 계약닌자를 파견하거나 하면서 먹고 사는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 와서는 산지가 많고 뽕나무도 많은 특성을 이용하여 양잠을 해서 비단을 짜거나, 그 비단을 이용하여 의류산업을 육성하거나 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었으나,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였다.


“분명 총기와 의약은 매력적이기는 하나, 구리 정도면 족하지 않겠는가? 인술을 전수하고 닌자를 육성하게 하는 것은 우리 집안의 기둥뿌리를 내어놓으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렇습니까... 그러나 그들이 가진 기술은 그 외에도 어마어마하고, 더구나 그 발달하는 속도가 몹시 빠릅니다. 적어도 우호적인 관계는 수립해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그래 그것은 네 의견이 옳다. 네가 올린 보고 내용만 보더라도 그 힘이 어디까지 커질지 짐작이 가지 않는구나. 허나 그들에게 부족한 정보 수집능력이 추가된다면,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되지 않겠는가?”

“설령 그렇게 된다고 한들, 그 발톱은 청국을 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히려 거기다가 숟가락을 얹는 것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

“그들이 청국과 싸워 이길만하다고 보느냐?”

“영국도 그들과 함께 하고 있으니,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좋다. 그렇다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조금씩 주고, 그들 옆에 눈과 귀를 심어야겠다. 그 사영이라는 자는 인간이 아니라고 하였는가?”

“겉보기에는 인간 비슷한 무엇인 것 같으나, 생각이나 말하는 바를 보면 인간으로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그가 좋아하는 것이나 관심 분야는 무엇이 있느냐?”

“..........? 잘 모르겠습니다.”

“.......? 그 옆에서 같이 싸우기도 하고, 꽤 오랜 시간 옆에 있어봤다면서?”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주로 먹느냐?”

“...먹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하긴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고 했으니...”

“그래서 그는 ‘세 가지가 필요 없는 자(三不要)’라고도 불립니다.”

“무엇이 없느냐?”

“‘잠이 필요 없고, 식사가 필요 없고, 여자가 필요 없다.’고 하더이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포섭하기는 힘든 자이겠구나. 확인이 된 사실이냐?”

“잠은 자지 않는 것이 거의 확실한 것 같은데, 나머지 둘은 목격된 바가 없습니다.”

“사내이긴 하느냐?”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는 것이 무엇이냐?”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申し訳ありません).”

“아니다. 그래도 네 덕분에 소문이 무성하던 조선 이양선의 실체에 대해서도 들었고, 거래도 트고 면도 틀 수 있게 되지 않았느냐. 그만하면 훌륭하다.”


구키 요시타카는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병법을 무술만 익히지 말고 군학까지 익히고 나가지 그랬느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군학도 틈 나는 대로 익히고, 조선도 부지런히 다녀오너라. 타지카라(田力, 男의 파자로 남자 닌자)와 쿠노이치도 몇 붙여줄테니 사영이나 그 주변 수뇌부에 붙여볼 수 있도록 해 보고.”

“알겠습니다.”

“몸은 기계라도 마음이 사내라면 쿠노이치들이 알아서 잘 구워삶아줄 것이고, 아니더라도 분남자들만 있는 곳에 들어가면 훨신 더 정보를 얻어오기 좋을 것이니...”


그렇게 조선을 오가며 총기와 약품을 수입하고, 구리를 수출하는 평화로운 일상이 두어 번 반복되고, 교관 겸 스파이로 파견된 닌자들이 사영의 주변에 하나 둘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영국 해군이나 선비들, 마을 사람들과는 달리 사영의 배 안에 숙소가 주어졌다. 영국군이 있는 곳 외에는 출입이 자유로웠기에, 그들도 주요 감시 대상인 사영의 근처에 머무르는 것에 대해 반색했다.


그러나, 사영이라고 불리는 자의 본체는 그들이 보는 인간형 몸체 그것만이 아니었다.


배 안에 머무르는 한,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24시간 내내 기록되고 감시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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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9

  • 작성자
    Lv.26 오타최고
    작성일
    22.10.15 17:17
    No. 1

    주인공: 현실 나루토 개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madscien..
    작성일
    22.10.15 19:41
    No. 2

    ㅋㅋㅋㅋㅋ 나루토까지야 되겠습니까만, 그래도 맨땅에 헤딩보다는 실무자 채용이라 훨씬 유리할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3 쥬논13
    작성일
    22.10.15 17:23
    No. 3

    cctv라고 들어봤니? ㅋㅋ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madscien..
    작성일
    22.10.15 19:40
    No. 4

    아아 이건 CCTV라는거다.ㅎㅎ
    노하우 빼내기엔 엄청 좋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ko**
    작성일
    22.10.15 17:31
    No. 5

    100화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이 써주세요

    그런데 사실 닌자의 기술이란게 실상은 별거 없다는게 일반적인 견해라던데요
    오히려 정보를 수집 가공해서 경제정책에 반영했다는 점에서 현대적인 기업의 경영기획과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더군요

    찬성: 3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madscien..
    작성일
    22.10.15 19:38
    No. 6

    그렇죠.
    전쟁이 오래 되다보니 경험과 실패에서 얻는 교훈들이 쌓인 집단이지 현대적인 첩보전과는 거리가 있을겁니다.
    문제는 적국의 정보가 없어도 너무 없으니...
    그러고보니 100회군요.
    감사합니다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과객임당
    작성일
    22.10.15 17:54
    No. 7

    닌자라는게 일본검처럼 재패니메이션으로 인한 과대효과죠

    임진왜란 소설에서는 그걸 꽁트처럼 묘사했고요.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madscien..
    작성일
    22.10.15 19:37
    No. 8

    그렇죠. 사실 뭐 대단한게 있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오랜 실무경험을 가진 집단이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0 별명안정함
    작성일
    23.01.07 23:23
    No. 9

    인간이 아니라는 걸 되게...대수롭지 않게 여기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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