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으로 태어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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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깨비
작품등록일 :
2022.10.2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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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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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5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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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백호와 만나다

DUMMY

5. 백호와 만나다



졸지에 공무원이 된 현무는 자신이 살 집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본부에서 나올 때 받은 각종 서류와 전용휴대폰, 현재까지 파악되어 기록된 두툼한 요괴와 무인 관련자료와 공무원증을 훑어 보고 있었다.



'7급 국가보안증이라...역시 이 일에는 정부도 어느정도 관여를 하고 있다는 말인데... 뭐 당연한건가... 어쨌든 매일 출근도 안하고 할 일도 없는 7급 공무원이라... 이거 좋은거야 나쁜거야... 쩝'



새로 살게 될 집은 북한산 본부에서도 가까운 창동역 근처 아파트 단지였다.


집은 겉은 좀 낡아보였지만 들어가보니 작은 방 하나에 거실까지 리모델링되어 깨끗했다.



"오... 있을껀 다 있네... 에어컨도 새거고, TV에 컴퓨터까지... 혼자 살기엔 딱이네... 공짜 집에 월급도 꼬박꼬박 나오니 이거 17년 고생한 보람이 있는건가?"



현무는 거실 쇼파에 팔베개를 하고 늘어져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일단 부모님하고 스승님께 안부 전화부터 하고...'


부모님껜 자신이 커가는 사진도 매년 보내드리며 일년에 두 번은 꼭 연락을 드렸다.


다행이라면 현무를 어쩔수 없이 스승님께 보낸 후 외로우면서도 너무 좋았는지 여동생까지 만들고 이제는 고녀석이 14살 중학생이라고 했다


어렸을때 아들이 너무 뛰어났던게 부담스러웠던 부모님은 집 나간 아들이 7급공무원이 되어 평범하게 사는 게 너무 좋았나보다.


동네방네 떠들고 당장이라도 집에 쳐들어 오신다는걸 먼저 시간 내서 집으로 간다고 하며 말렸다.


공무원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나 같은 천재는 마음만 먹으면 뭐든 될 수 있었는데.


그놈의 운명이라게 찾아와서.


스승님은 다 알고 있는듯 그저 팔자 좋다고 놀지 말고 매일 하루 2시간씩은 반드시 수련해야 한다고 잔소리부터 했다.


세분 다 보고 싶었고 여동생도 보고 싶었다.



"흐흐... 취업도 했고, 독립한 기념으로 나가서 혼술이나 한잔 할까? 그러고 보니 해장도 못하고 쫓겨났잖아..."



창동역근처엔 다양한 술집들이 많았다.


술집앞에도 간이테이블을 쫘악 깔아 놓았고 초저녁부터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모여 앉아 웃고 떠들며 퇴근 후 자유를 즐기고 있었다.


길가에 늘어선 테이블 사이를 이리저리 피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현무는 즐거웠다.



'역시 사람은 더불어 같이 살아야지... 분위기 좋구나... 먹고살기 힘들다 해도 쉴땐 쉬고 놀땐 놀아야지...'



허름한 골목 모퉁이 안쪽에 보이는 전집의 기름지고 구수한 냄새에 이끌려 들어가 중인 현무는 뒷통수에서 느껴지는 무언가에 슬쩍 고개를 숙였다.



"야~ 씨발 너 지금 나 치고 갔냐!"


"어 이새끼봐라. 피한거야 지금?"


"뭐야 저새끼 뭔데!"


"이런 씹탱구리가 우리형님을 치고 가?"



딱봐도 한주먹 하게 생긴 덩치 세놈이 한잔 걸죽하게 걸쳤는지 얼굴이 벌게진 채 현무를 둘러싸며 떠들어 댔다.


현무는 자신을 둘러싸고 정신없이 떠들어 대는 주정뱅이들을 바라보며 즐거웠던 기분이 확 다운되었다.



'엥... 뭐야 이놈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지랄들이지?'



"어 이새끼봐라. 눈깔이 왜 이래..눈 안깔아!"


"야야~ 냅둬봐봐 이 씨발쌔끼가 뒤질라고... 너 이리와봐!"



두놈이 말과 동시에 다짜고짜 주먹과 발길질을 해댔다.


현무는 자연스럽게 머리를 숙이며 살짝 반보 물러나며 주먹과 발길질을 동시에 피했다.


현무는 내심 화를 참으며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다.


새로운 동네에서 기분좋게 한잔하려는 즐거움을 깨고 싶지 않았다.



"아아... 잠시만 진정들 좀 하시죠. 뭐 어깨 좀 잠깐 스쳤다고 이렇게 까지..."


"어? 왜 안맞지..."


"이새끼들이 취했나 뭐하냐?"


"형님 그게 아니고 이새끼 방금 피한거 같은데..."


"비켜 이새끼들아!"



상황을 보니 좋게 끝나긴 틀린거 같았다.

이놈들은 취하기도 했지만 하는 짓거리를 보니 너 잘걸렸다 하는 표정이었다.


원래부터 질이 안 좋은 새끼들이니 현무가 세상 귀찮은 표정으로 주먹을 슬쩍 쥐었다.


그러나 곧 힘이들어 갔던 주먹을 펴고 느긋하게 한걸음 물러서 놈들 뒤에 나타난 사내를 쳐다봤다.



'오... 뭐지 내 몸의 이 반응은? 저 남자가 내 몸이 알아서 반응할 정도란 말이지... 재밌네."



나타난 남자는 호남형의 얼굴에 키가 190센티, 특이하게도 날 때부터 그런지 긴 은빛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 있었다.


나이는 현무 또래와 비슷해 보였다.



"뭐야? 이새끼들... 왜 앞을 막고 지랄이야?"



생긴거처럼 우렁찬 목소리에 세놈들이 놀라 뒤돌아 봤다.



"넌 또 뭐야?"



그렇게 먼저 말을 꺼낸 놈의 뒷통수가 번쩍했다.



'퍽!'



"이것들이 이동네 니들이 세놨냐? 곱게 술이나 쳐먹고 들어가 자빠져 잘 것이지. 뒤질라고...'



맞자마자 놈이 입에 게거품을 물고 꼬꾸라지지자 남은 두놈이 달려들었다.



"뭐야 이새끼는..."


"이새끼가 우리 형님을 쳐!"



순간 남자의 양손이 동시에 달려드는 두 놈의 머리통을 가볍게 잡아 쥐었다.



"못들었어? 비싼술 쳐먹었으면 집에 들어가 자빠져 자라고~ 이새끼들아."


"헉!"


"윽!"



남자는 양손에 쥐어 잡은 머리를 잡아당겨 박치기를 시켜버렸다.



'텅!'



"골빈새끼들 대가리에 든게 없어 소리도 요란하네... 집에 가라... 이 형님이 이동네 이사왔으니까 앞으로 눈에 띄지 말고..."



세 놈들은 머리통을 쥐어 잡으며 바닥을 기고 있었다.



"어쭈... 아직 집에 가기 싫다는 거지?"



남자가 다가서자, 세놈들은 더욱 지랄을 했다.



"야 이새끼가 사람을 패네... 막내야 경찰 불러!"


"신고해 신고... 너 딱 거기서 기다려!"



현무는 자신으로 인해 일어난 이 난장판을 한쪽에 서서 구경꾼처럼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남자는... 강했다.


주변 눈치도 안봤다.


경찰에 신고한다는 소리를 듣고도 오히려 크게 웃었다.



"하하... 니들... 빨리 집에 전화부터 해...

오늘 집에 못들어간다고...

오늘 내 술안주는 니들로 정했다!"



남자는 신고를 하려는 휴대폰을 뺏어 들더니 손안에서 가루가 되도록 부숴버렸다.


그 모습을 본 세놈들은 너무 놀라 버렸다.


사람이 휴대폰을 한 손으로 쥐고 부숴버리다니...


경찰에 신고하기도 전에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들자 세놈이 동시에 바닥을 기듯 우당탕 튀었다.



"야 이새끼들아~ 어디 가는거야? 딴데로 새지 말고 바로 집에 가서 자빠져 자라. 저런것들도 사내새끼들이라고... 쯥."



남자는 헛웃음을 쳤다.


현무는 그때까지도 도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우두꺼니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을 느낀 남자도 현무를 마주 쳐다 보더니 얼굴에서 서서히 웃음이 사라졌다.



"젠장... 내가 쓸데 없는 짓을 했군."



현무가 싱글거리며 대답했다.



"하하... 큰일 날뻔 했네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자는 대답도 없고 표정도 없이 현무를 쳐다 보았지만 속으론 태어난 이래 처음으로 손에 땀이 고이며 긴장하고 있었다.



'이놈 뭐지? 아무리 봐도 기를 느낄수가 없잖아... 마치 텅빈 허공을 보는것 처럼...

귀신!

아닌데 인간이 맞는데... 이 세상에 나를 이렇게 긴장 시킬 수 있는 인간이 있다고?'



"너... 뭐지? 귀신인가? 아니지... 인간이 맞나?"


"무슨 소린지..."



현무에게선 아무리 집중해봐도 요괴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게 문제였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하물며 식물까지도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기라는 걸 가지고 있다.


그런데 백호의 앞에 서 웃고 있는 남자는 요괴도 아니었지만 인간도 아닌듯 모호했다.



'기가 전혀 안느껴지는 놈이라니...'



남자는 정체가 모호한 현무라는 존재가 기분 나쁜듯 몸을 홱 돌리며 걸어 갔고 그런 그의 뒷통수에 대고 현무가 말했다.




"저기... 같이 한잔 합시다!"




먹음직한 고추전 한접시에 막걸리, 소주, 맥주 한병이 올려져 있는 테이블에 아무일 없듯 앉아 있는 현무의 맞은 편에 남자가 불만스럽게 인상을 쓴 채 앉아 있었다.



"반갑습니다. 이것도 인연인데 자자~ 한잔 받으시죠?"



현무가 막걸리를 들이대자, 남자가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 사람이 맞는거지?"


"아까부터 왜 자꾸 당연한 걸 물어보시는지...

제가 사람이 아니면 요괴라도 된답니까?"



요괴라는 말에 남자의 눈이 반짝거렸다.



"당신 지금 요괴라고 했지?"


"네? 요괴가 왜요?"


"요괴라... 요즘 같은 세상에 요괴라는 말을 쓰는 사람도 있나?"



현무는 어려서부터 스승을 통해 요괴에 익숙해져서 지금 세상에서도 요괴라는 말을 쓰는게 하나도 이상하거나 어색하지 않았다.


그러니 남자가 왜 그렇게 반응하는지 몰랐다.



"요괴라는 말이 왜 이상하다는 겁니까?"


"요즘같은 세상에 요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는게 당연히 의심스러우니까...

당신 진짜 정체가 뭐지?



현무는 오히려 되물었다.



"그런식이라면 요즘같은 세상에 한손의 힘만으로 휴대폰을 부숴버리는 사람이 더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러자 남자가 대답했다.



"절대 이상하지 않지... 난 특별한 남자니까..."


"특별한 남자라..."


"특별하지. 난 평범한 인간들과 다르게 선택받은 남자니까."


"특별하고 선택받은 남자라..."



현무는 이제야 상대가 누구인지 짐작이 갔다.


아니 확신했다.


이 남자는 처음부터 자신과는 다르면서도 비슷한 기를 몸 속에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당신이 백호겠군요."



순간 남자는 얼굴에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너 정말 정체가 뭐지?"



현무는 백호의 놀란 외침에 아랑곳 없이 낮게 중얼거렸다.



"스승님께 듣기론 청룡은 귀한집에서 자라서 성격이 오만하고 깔끔한 걸 좋아한다고 했으니 아니고, 주작은 여자라고 들었으니 아니고, 그럼 당연히 당신이 백호겠지요.

왜냐면 나머지 하나인 현무가 바로 나니까요."



백호는 이제야 상대가 왜 인간이 아닌 귀신같은 존재로 느껴졌는지 알았다.


신에게 받은 능력을 가진 자신이 상대를 파악할 수 없는자.


그렇다.


상대방도 사신무의 하나면 말이된다.


어쩐지 상대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못느꼈지만 묘한 위화감을 느끼며 긴장했던 이유를 이제는 이해가 되었다.


전대백호였던 아버지가 한 말이 기억났다.


사신무 중 가장 신비하고 그 능력을 알 수 없었던 자가 현무라고 했다.


어쩌면 현무가 사신무 중 가장 무서운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만나서 반갑다. 내가 바로 25대 백호다!"



당당히 말을 놓는 백호의 한마디에 현무도 말을 놓으며 술잔을 들었다.



"반갑다. 이사 온 첫날부터 술친구가 생겨서 좋은데."



현무와 백호는 그때부터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시며 자신들만의 대화를 시작했다.




백호는 정말 술을 잘 마셨다.


현무도 술이라면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는데 백호는 현무가 한 잔 마실때 두잔씩 거푸 마셔댔는데도 얼굴에 붉은 기운 하나 없이 멀쩡했다.



'쩝... 술고래가 따로 없군...'



테이블에 빈병이 가득 올려져 더 이상 자리가 없을 정도가 되자 현무가 말했다.



"백호. 너도 이 근처에 사냐?"


"너도?"


"쩝... 그 양반. 처음 봤을때부터 영 정이 안가더만.

같은 동네에 살게 됐으면 미리 얘기라도 해주면 좋잖아."


"혹시 최신욱팀장 말하는 거야?"


"그 양반 말고 누가있겠어? 이거 혹시 넷 다 여기 이사 온 거 아냐?"



그러자 백호가 부정했다.



"아닐꺼야. 아버지한테 듣기론 청룡은 엄청난 부잣집 아들이라더군. 그래서 좀 문제가 있나봐. 또 주작은 수련이 덜 끝나서 아직은 전대 주작과 같이 있다고 했어."


"아버지? 설마 전대백호님이 니 아버지야?"


"그래. 아버지가 다른 삼신무와 달리 우리 백호만은 대대로 자식에게 그 힘이 이어진다고 했어."


"쩝...부럽네."


"부럽긴. 니가 우리아버지를 안봐서 그런 소리를 하지. 어휴 생각만해도 술맛 떨어지잖아."



백호는 아버지 생각만해도 끔찍한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됐고 술이나 마셔."


"어쨋든 너도 이제부터 나와 같이 할 일 없는 7급공무원이라는 거네... 하하."



현무의 말에 백호는 일어서서 냉장고에 든 술을 몇병 꺼내 가지고 왔다.



"그래 할 일 없는 개백수 둘이 오늘 한번 죽어보자."



현무의 얼굴이 구겨졌다.



저녁늦게까지 이어진 술자리는 새벽이 다 되어 가게문을 닫아야 한다는 사장님의 하소연에 어쩔 수 없이 끝나게 되었다.


현무는 백호가 더 마시자고 꼬셨지만 점심 해장술로 먹자고 겨우 설득해서 서로 전화번호만 주고 받고 헤어졌다.


오전 11시가 넘어셔야 잠에서 깬 현무는 백호의 주량을 생각하며 치를 떨었다.



"아고 속쓰려...머리도 아픈데 그냥 내기로 알콜을 날려 버릴까? 아니지 아니야. 비싼 술 먹고 멀쩡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주도에도 어긋나고. 암. 스승님도 그리 가르치지 않았고. 그나저나 다른건 몰라도 백호 그 놈 주량 만큼은 천하무적이네.

인정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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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저승사자와 삼족구 +4 22.11.07 268 14 16쪽
6 6화. 식당에서 만난 미인 +1 22.11.06 282 25 17쪽
» 5화. 백호와 만나다 +3 22.11.05 302 25 13쪽
4 4화. 공무원이 되다 +5 22.11.04 341 23 14쪽
3 3화. 사제간의 술자리 +8 22.11.03 461 119 14쪽
2 2화. 전대현무를 만나다 +11 22.11.02 544 133 17쪽
1 1화. 전설의 전쟁 +68 22.11.01 917 28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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