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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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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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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22. 소문이 알려준 진실

DUMMY




“ 후우.. “


몇 번째인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다르다.


표정. 손짓. 몸짓. 마나는 완벽하다.

아직 소울을 담아야 한다는 게 대체 뭔 개소리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무언가가 충분히 담겨 있어서 합격점까지 받았다.


이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도 그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크릭이 자발적으로 하는 행위이다.


아. 그렇다고 술과 계집 같은 것들이 탐난다는 건 아니고.

레베른을 통해 자신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배워가고 있는 것이었다.


크릭은

그 배움의 길에서 다시 한 발 내디딘다.


“ 크크큭...! 사람 1200명분의 마나와 계집을 내놔라!!!! “






“ ...? “


잠깐잠깐.

왜 갑자기 크릭의 멘트에 또 계집이 들어간 거지?


...

왜긴 왜야.

답은 하나뿐이지 않은가.


“ 춘향 너...!! “

“ 흠.. 술이 안 들어가니까 맛이 안 사네... 역시 술과 계집이 최고.. “


-파지지지직!!!!!!!!!!


오랜만에 상냥한 마나를 머금은 푸른 번개가 아닌 죽여버리기로 작정한 노란 번개가 조타실에 퍼지고

춘향은 그대로 죽어버렸다.


“ 휴우.. 앨리스. 실수로 춘향을 죽여버렸어. 빨리 부탁할게. “


물론 실수는 아니라는 것쯤은 아리나도, 앨리스도 알고 있지만

평범한 하루처럼 어느새 앨리스가 꽃과 함께 피어나 춘향의 검은 마나를 되살리기 시작했다.


춘향은 꼴도 보기 싫고 앨리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드는 바람에 아리나의 시선은 억지로 밖을 향하고 있는 그때.


팔찌를 타고 피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아리나. 크릭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우리도 작전 수행할게. “


어쩌겠는가.

이미 크릭은 저질러버렸고

춘향을 감시하지 못한 아리나 자신의 탓이겠지.


“ 하아.. 그래. 피렌. 부탁할게. “




아리나의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한숨 소리를 마지막으로 팔찌의 연결을 끊은 피렌은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 흐음.. 차라리 내가 데리고 있을 걸 그랬나.. “


최근 뭔가 아리나에게는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가득한 피렌은 자신이 춘향을 데리고 있는 편이 낫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춘향을 전장에서 제어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 피렌님. 주변 망령 정리는 끝났어요. “

“ 고생했어 미야. 음.. 라티안이랑 레오네라는 계속 함선의 수비로 돌리고 미야 너는 나랑 같이 조금 먼 곳까지 가보자. “

“ 넵. “


어딘가 이번 행성은 다 무너져가는 행성은 아니었기 때문인지 최대한 사람이 없는 검은 땅에 착륙했는데도 불구하고 망령의 수가 많지는 않았다.


“ 이번 행성은 금방 떠나겠네요. “

“ 그러게. 이 정도 발전이라면 굳이 망령 제거는 하지 않아도 됐을지도. “


이렇게 마나 파도를 견뎌내고 아직 문명이 살아 숨 쉬는 곳 같은 경우에는 가볍게 위협을 한 뒤 떠나면 그들끼리 알아서 겁을 먹고 우리 같은 존재를 대항하기 위해 힘을 기르며 우주로 나아간다.


춘향의 훌륭한(?) 연기 지도 덕분에 크릭 자신은 원치 않더라도 레베른의 악명은 조금씩 퍼져 나갔으며


이제는 행성을 지배해 악명을 떨치는 것도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도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다음 스텝은 우주에서 전투하며 마나를 노리는 우주 해적들을 노리는 것이라 조금 위험한 방법이기는 했지만...


하필 우리 은하의 레베른이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기에 네이렌은 크릭에 관련된 문제를 빨리 해치우고 최초의 신을 만나야만 했다.


“ 여기는 정리됐으니 도시로 들어가 보자. “

“ 네. “


최근에는 무너져버린 건물들만 있던 행성만 다녀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이렇게 세로로 5층 정도 되는 높이의 건물만 봐도 높다는 생각이 든다.


마나량으로 보나 사람들의 모습으로 보나 아마 이 행성에서 가장 발달한 도시가 이 정도 수준이라고 보이며


마나 파도가 계속 몰아치면서 세상을 부수고 있고

마나 파도 때문에 행성에 검은 마나가 침식되어 쓸 수 없는 땅이 늘어만 가는 가운데

5층 언저리의 건물들로 도시를 채운다는 것은 상당한 문명 발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심지어

다 죽어가는 사람들의 희망 없는 눈빛도 아닌

외계인을 보고 경계하는 눈빛들이 한가득이었다.


당연하지.

크릭이 그렇게 파격적인 말을 내뱉었는데 외계인을 경계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다.


“ 저.. 저기 늑대 가면... 저거 분명 외계인이겠지..? “


음..

가면 때문에도 시선이 한 번 더 쏠리는 느낌이긴 하지만 말이다.


“ 피렌님.. 이거 꼭 써야 해요? “

“ ...시야에 불편하지는 않으니까. “


물론 이 가면에 구멍은 뚫려있지는 않았지만

베리슈가 만들어 준 마나 회로로 특수 코팅된 이 가면은 내부에서 볼 때 투명한 상태로 밖을 바라볼 수 있어 전투에 지장이 가지도 않았다.


“ 으음... 이렇게 말해도 될진 모르겠지만.. 이 가면 때문에 피렌님이 제 아빠가 된 기분인데요.. “

“ ... “


참고로..

피렌은 늑대의 가면을.

미야는 강아지 가면을 쓰고 있었다.

아 물론 미야가 원한 건 아니고 전부 춘향의 취향이다.


“ 조금만 참아. 가면이 생각보다 우리에게 이로운 점이 많을 테니까. 그보다.. “

“ 알고 있어요. 조금만 더 다가오면 처리할게요. “


역시 미야는 감이 좋은 아이다.


서로 이런저런 불평을 늘어놓고 있어도 현재 주변 건물의 창문과 옥상에서 피렌과 미야를 노리는 인간은 확실하게 감지하고 있었으며


동시에 나서서 제거하는 것보다는 혼자서 단번에 처리하는 것이 주변 인간들에게 충분한 위협이 된다.


그런 효과로서는

역시 바람보다는 번개가 최고지.


-파지지지지직!!!!!!!!


순간적으로 양옆의 건물들을 잇는 강렬한 스파크가 튀고

약 스무 명의 암살자들이 바닥에 떨어지며 마나화되어간다.


“ ...세.. 세상에.. “

“ 이게.. 무슨.. “


아마 사람들의 눈에는 단순히 번개를 쏘아낸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미야가 마찰로 빚어낸 전류의 검을 스무 차례 휘둘러가며 하나하나 베어낸 것이었다.


피렌은 마나를 통해 바람을 옮겨 자신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도록 한 뒤


지금까지 몇 번이고 했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위엄있는 말을 한다.


“ 흥. 이 정도 수준인가. “


한순간 이 도시 전체의 공기가 바뀌는 느낌이 들고(실제로 피렌의 바람이 구석구석 뒤집어놓았지만..) 모든 이들이 숨을 참는 것처럼 마나가 흔들린다.


“ 너희의 시선이 움직이는 것을 보니 우리가 방금 어떻게 니녀석들을 죽인지도 전혀 감지하지 못하더군. “


미야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녀석이 있어도 전혀 문제 될 건 없다.


설마 지금 이 시대에 피렌과 미야를 쉽게 이길 수 있을 만한 상대가 있을까?


절대 없지.


“ 후후... 그런 한심한 마나로 우리 레베른에게 함부로 덤빌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


그렇게 걸어 나간 피렌과 미야는

이 도시에서 가장 마나가 집중되어 있으며

가장 강한 마나를 지닌 한 사람의 앞까지 도착했다.


물론 이만한 마나를 가진 자가 이 도시에서 영향력이 없는 인물일 리는 없었기에 주위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피렌과 미야에게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해도 될 만큼 연약한 녀석들이었다.


“ 그래서. 니녀석은 미련하게 덤비다 죽을 텐가? 아니면 내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인가? “


피렌보다도 위로 올라가 있기에 피렌이 올려다보는 형태였지만

오히려 상대가 굽히고 들어가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자연스레 펼쳐졌다.


평소의 피렌이라면 자기소개를 하며 이름을 묻겠지만

지금은 압도적 강자이자 포식자인 레베른을 연기하는 것이기에

나약한 자의 이름 따위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런 사소한 부분까지 세운 치밀한 전략이 잘 먹힌 걸까.


젊은 남자는 망토 속에서 자신의 푸른 손을 들더니 얼굴을 쓸어내린다.


“ 하아... 레베른이 이곳까지... “


음?

레베른을 알고 있는 건가?


깊은 한숨까지 동반한 것을 보면 레베른의 악행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 녀석일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작전이 제대로 먹혀들어 가며 제대로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이겠지.

뜻밖에 좋은 소식을 들었네.


“ 우리를 알고 있다면 말이 편하겠군. 어서.. “


...잠깐.

어.

...

크릭이 이번 행성에서는 춘향 때문에 다른 대사를.. 어..

크읏...


“ ....마나와.. 계집을... 내놔라... “


피렌은 춘향이 살아나고 난 뒤에 반드시 한 번 더 훈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 ...네녀석이 크릭 레베른인가? “


오호라.

벌써 크릭에 대한 소문도 여기까지 퍼진 건가.


꽤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 ...너희 레베른이 언제부터 이렇게 아무나 죽이는 녀석들이 되었지? “


?


“ 아니면... 우리 행성에 복수해야 할 녀석이라도 있던 건가? “


...

?


잠깐.

뭔가가 조금 다른 느낌이 아닌가?


아니 물론

지금 저 녀석이 말한 것이 레베른인 것은 맞다.


피렌도 당연히 레베른은 ‘ 복수 ‘ 를 위해 행성도 파괴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차별받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라면.


그 누가 되었든 레베른 전체가 복수를 위해 싸운다.


그 외의 살인은 하지 않는다.


“ 너희는 우리 레베른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


“ 흥. 복수라는 이름으로 행성 여러 개를 폭파한 녀석들이 아닌가. 우주로 나아간다면 당연히 조심해야 할 우주 해적 놈들을 모를 리가. “


혹시나 싶은 의심에 질문해 보았지만

무언가 머리가 복잡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 ...레베른이 이 행성 근처에 있다고는 듣지 못했는데... 쳇... 마나와 여자는 얼마나 필요하지? 내주면 조용히 떠나줄 텐가? “


“ 아니 그. 아니. 잠깐 잠깐. 아. 음... 그래. 그.. 아니. 우리를 건드리면 죽여버릴 것이다. 잠자코 있어라. “


그대로 피렌은 미야의 팔을 붙잡았고

강렬한 바람과 스파크를 내뿜으며 도시를 떠났다.


“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 ... 우리의 땅이 있어야 우리가 살아 숨 쉴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전부 들어줘라. 그리고 레베른이 원한을 가진 우주 여행자가 있는지 샅샅이 조사하도록 해라. “

“ 네. “






순식간에 함선 위로 복귀한 피렌과 미야는 아주 가쁜 숨을 몰아 내쉬었다.


달려오느라 지친 건 아니다.


지금이 상황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몰라 당황스러울 뿐이다.


“ 피렌! 미야! 무슨 일이야?! 왜 그렇게 급하게 달려왔어? “


멀리서부터 마나를 감지한 아리나가 급하게 갑판 위로 올라왔지만

지금 당장은 보고보다 생각이 우선이다.


이들은 우리가 도착하기도 전에 레베른이라는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레베른은 마치 ‘ 네이렌이 알고 있는 레베른 ‘ 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지금 네이렌이 하는 행동들은 ‘ 은하에서 바라보는 레베른 ‘ 을 연기하고 있기에 오직 악의 편에 서서 행동하는 것처럼 보여야만 했다.


어째서 그런 오차가 생기는 걸까.


왜 그렇게 소문이 난 걸까.


...


설마..

알파 은하에 다른 게이트를 만들어 레베른이 침투했다?


“ 아뇨. 피렌님. 그건 아닐 거예요. 분명.. 분명 ‘ 크릭 레베른 ‘ 이라고 말했잖아요? “


말로 하지 않았는데도 피렌과 생각의 속도가 똑같았는지 미야가 부정한다.


그래.

그들은 분명 크릭 레베른이냐고 물었다.


우리 은하의 레베른은 현재 크릭 레베른이 없는 레베른이기에 크릭의 이름을 대면서 알파 은하에 존재할 수가 없다.


게다가

우리 은하의 레베른은 에테르를 가지고 있는 몸인 만큼 평범한 인간과는 전혀 다른 형태이지 않은가.


우리 은하에서 레베른이 넘어와 그 녀석들에 대한 소문이 퍼졌다고 한다면

분명 우리를 보고 레베른이냐고 물어보고 레베른이라고 인지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남은 경우의 수는...


...

...


“ ...피렌님. “

“ 미야. 네 생각도 같아? “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고

미야가 아주 조심스레... 진짜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인다.


“ 대체 뭔데?! 말을 해봐! 무슨 일이 있던 건데?? “


피렌은 자신이 생각한 것과 미야가 생각한 것이 같다고 판단했기에

그 생각의 결과를.. 아리나에게 말한다.


“ ..아리나. 알파 은하에 크릭 레베른.. 아니. 레베른이라는 존재가 또 있는 것 같아. “





작가의말

헉 붉은 진실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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