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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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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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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31. 같은 이름 같은 마나

DUMMY




검은 마나.


우주에 흔하게 있는 검은 마나다.


망령.


마나를 받아들이지 못한 안타까운 생물이다.


그러나 눈앞의 녀석은 분명 검은 마나로 이루어진 망령인데 평범하게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그런 특이한 녀석이 이 함선에 함께 타고 있다.


“ 그렇군. 니녀석이 이곳의 리더군. “

“ 킥. 아닌데? 얜데? “


한순간 춘향의 몸이 검은 꽃잎으로 사라지고

아리나의 뒤에서 다시 나온다.


별다른 의미는 없는 춘향의 장난 같은 느낌이랄까.


아리나는 살짝 눈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쉰다.


“ 알고 있지? “

“ 그래그래~ 조심할 테니 걱정 마~ “


크릭 레베른을 상대할 때는 마나를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크릭 레베른도 결국 인간의 육체를 가지고 있기에 마나를 담은 금속 칼날로 억지로 찢어낸다면 충분히 죽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는 크릭 레베른도 알고 있었으며

자신의 마나만 믿고 자만하지 않는 크릭 레베른은 그런 자신을 죽일 수 있는 무기들에 대항하기 위해 체술을 단련해 금속 무기를 부숴버렸다.


그런 크릭 레베른을 이길 자가 이 은하에 있을까?

솔직히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주는 넓었다.


크릭 레베른이 흡수할 수 없는 검은 마나.

그 마나를 휘두르는 자라면...


자신은 언제든지 죽을 수도 있겠지.


“ 돌아가면 케리니의 말을 더 잘 들어야겠군.. “


크릭 레베른은 온 정신을 집중해 검은 마나를 흩뿌리며 장검을 들고 있는 춘향의 움직임을 조금도 놓치지 않았다.


“ 킥! 재밌네~ 아깐 바로 덤비더니 이번엔 경계하는 거야? 내가 무섭나? “

“ 쉽지 않은 상대라는 건 인정하지. “

“ 오호? 그런데 덤비겠다는 거야? 나라면 어차피 이제 안 한다고 했겠다 물러날 텐데? “


마치 춘향에 도발에 걸려들었다는 듯이 발을 살짝 움직인 크릭 레베른은 순식간에 다가와 마나로 만든 거대한 검을 휘둘렀다.


춘향은 가볍게 검은 마나로 만든 장검을 휘둘러 막아내고

한발 뒤로 물러나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또 한발 뒤로 물러나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두른 뒤 순간 앞으로 한발 다가가 발을 위로 올려쳐 공격한다.


반 박자 빠른 공격에 당황할 법도 싶었지만

모든 것을 계산했는지 자연스럽게 피한 크릭 레베른은 다시 마나를 휘두른다.


춘향은 곧바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지만

크릭 레베른이 휘두른 마나는 순간적으로 늘어나 춘향을 잡아먹기 위해 입을 벌렸고


춘향은 검은 마나를 내 쏴 입을 벌려 서로 상쇄시킨다.


“ 안타깝게도 레베른의 이름을 먹칠한 녀석들을 용서할 생각은 없거든. “

“ 킥. 답은 이미 칼질로 다 한 거 아니었어? “


춘향이 검을 돌리자 검 끝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그 검 끝을 따라 잔상이 남더니 검은 꽃잎이 되어 바닥에 흩뿌려진다.


“ 흥. 느껴졌다면 답은 됐겠군. “

“ 큭큭.. 어차피 너희들은 복수라는 이름으로 행성을 파괴하고 다니니 악명이 퍼져도 상관없는 거 아냐? “


크릭 레베른은 자신의 마나를 손에 쥐고 바닥에 떨어뜨려 여덟 마리의 늑대를 만들어냈다.


“ 우리의 레베른을 술과 여자. 그리고 바니걸을 탐하는 집단으로 만든 것에 대한 죗값은 치러야지. “


춘향은 검 끝으로 바닥을 그어 자신의 영역을 만들고 24마리의 검은 토끼를 만들어낸다.


“ 큭큭. 생각보다 바니걸은 너도 보면 좋아할걸? 이참에 술이랑 여자도 손대보는 건 어때? “


여덟 마리의 늑대가 동시에 달리고

아주 미세할 정도로 비슷한 타이밍에 24마리의 토끼도 달려간다.


늑대 한 마리당 3마리의 검은 토끼가 서로 물어뜯을 듯이 싸우고

그 가운데에서 어느새 달려온 크릭 레베른과 춘향이 검을 맞부딪친다.


“ 다른 건 몰라도 네년의 목에는 반드시 손을 대주마. “


아무래도 지금 이 시간대의 크릭 레베른은 이미 크릭 레베른이라는 인격체가 완성된 느낌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만들고 그 가족을 괴롭힌 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미 자신에게는 정당하지만, 남들에게는 그저 잔혹한 살인마가 되어 있었다.


이대로면...

우리를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것만 같은데 말이지.


“ 하~ 질기네~ 그냥 떨어져 주면 좋은데. “


하지만 뭐.

충분한 대화를 통해 지금 크릭 레베른이 어떠한 녀석인지 확실해졌으며


춘향이 준비한 선물을 마주한다면 우리에 대한 신경도 전부 선물에 쏠리게 될 것이다.


원래 어린애들은 울다가도 선물을 주면 그 선물이 궁금해서 울던 걸 까먹거든.


“ 킥. “


다시 한번 서로의 검이 맞붙는 그 순간

춘향의 검이 형체가 일그러지며 채찍처럼 휘둘러져 크릭 레베른의 목을 노린다.


크릭 레베른은 피하거나 받아치기도 귀찮다고 생각해 검은 마나를 목 대신 손에 감고 강하게 마나를 폭발시켜 터트려버렸다.


크릭 레베른은 오른손이 썩어들어가는 느낌을 있는 그대로 느끼며

왼손을 휘둘러 공격한다.


마치 상대에게 맞춰주듯.

놀리듯.

자신이 더 강하기에 찍어 누를 수 있다는 듯이 크릭 레베른의 마나가 꺾여나가며 춘향의 목을 노린다.


춘향은 맞대응하기 위해 가볍게 가면을 살짝 들치고 검은 마나로 덮은 얼굴 그 자체로 입을 벌렸다 닫는다.


“ 크앙~ “


-콰직!!


춘향의 얼굴을 덮고 있던 검은 마나가 거대한 입이 되어 크릭 레베른의 마나를 통째로 입에 집어넣고 그대로 크릭 레베른의 목까지 씹어 먹으려 한다.


서로 조금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한 자존심 싸움이 이어지고

이대로면 정말 누구 하나는 죽어야 끝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슬슬..

전투로 함선이 부서지기 전에 내보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 자아~ 본무대를 시작해볼까나~? “


춘향은 장검을 든 손을 하늘 높이 뻗고 그대로 검은 꽃잎으로 바꿔버렸다.


검은 꽃잎이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


춘향이 손가락을 튕기자 갑판 위의 공기가 완전히 뒤바뀌며 지금까지 흩뿌려진 검은 꽃잎들이 껍질을 벗고 한 방향으로 회전한다.




검은 마나로 만든 꽃잎들이 한순간 분홍빛을 띠는 새하얀 꽃잎이 되어 사방에 흩날린다.


이 꽃잎은...

마나다.

검은 마나가 아니다.


이건..

2대1의 전투였다.


눈앞에서 상대가 꽃잎들이 흩날리는 틈을 타고 날아온다.


어디일까.

어디에 숨어있는 걸까.


수많은 꽃잎 사이로 검은 녀석이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어디에 숨었는지 모르지만 아마 상대가 기습하기 위해 완벽한 타이밍이라 하면 저 검은 녀석이 공격하는 틈에 뒤에서 찌르는 것이겠지.


그렇게 크릭 레베른이 모든 신경을 주위에 퍼트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춘향은 크릭 레베른의 앞까지 다가왔으며

순간 하얀 꽃잎이 크릭 레베른의 앞을 지나가자

붉은 머리의 여우 가면을 쓴 다른 여자. 앨리스가 나타났다.


“ 정면이었나..?! “


앨리스는 아무것도 없는 손을 뻗는 것과 동시에 레이피어를 창조해 크릭 레베른의 얼굴을 공격한다.


아슬하게 피해내는 그 순간

검은 장검이 앨리스의 몸과 함께 크릭 레베른을 베어버리기 위해 휘둘러진다.


“ 큿...!! “


상상도 못 한 방법.

아군의 몸을 베어버리면서 한 번에 공격하는 말도 안 되는 방법.


그러나 앨리스는 장검에 베이는 것과 동시에 새하얀 꽃잎으로 돌아가 주위를 돌기 시작했으며

춘향이 휘두른 장검은 크릭 레베른의 가슴에 얕은 상처를 남겼다.


“ 칫. “


춘향은 아예 죽여버릴 생각으로 휘둘렀지만 물론 피할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었다.


그래도 고작 저 정도의 상처밖에 입히지 못한 건 조금 아쉬운 느낌이랄까.


아마 낫이었으면 쫘아아악 베어냈을 것 같았지만..

익숙지 않은 무기라서 그런지 원하는 만큼의 움직임이 나오지 않은 것이 원인인 것 같다.


춘향이 다시 한번 달려나가 공격하려는 그 순간.


춘향의 옆을 지나가던 하얀 꽃잎이 다시 앨리스의 모습이 되어 춘향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 준비.. 끝났어. 뒤로 와. “

“ 에... 이런. 오랜만에 전투라 재밌었는데 말이지. “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일단 우리는 크릭 레베른을 죽여서는 안 된다.


크릭 레베른이 우리를 무조건 섬멸해야 하는 적으로 인식하고 기억해서는 안 된다.


이 조건들을 만족하면서 크릭 레베른을 안전하게 쫓아낼 수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으며


이 계획은 진짜 크릭 레베른의 존재를 알게 된 그 날.

춘향의 의견을 중심으로 아리나와 피렌이 계획해둔 것이다.


“ 콰쾅~ “


춘향이 뒤로 물러나며 손짓하자 크릭 레베른의 머리 위에서 함선째로 부숴버릴 만한 강렬한 번개가 크릭 레베른을 향해 쏟아져 내린다.


-콰콰콰콰쾅!!!!!!!!!!!!!!!!!!!!!!


번개.

당연히 이 번개는 아리나의 마나를 담은 번개이며


그런 마나를 담은 공격은 크릭 레베른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감사한 공격이다.


-파지지지지직!!!!!!!!!!!


번개라는 강렬한 마나가 크릭 레베른의 영역에 닿자마자 성질이 바뀌고


왼손에서부터 오른손까지 이어지며 타고 내려가 그대로 쏘아지며 다시 춘향을 공격한다.


“ 킥, 네 차례야. “

“ 알고 있다고..! “


어느새 춘향의 옆까지 달려온 크릭이 크릭 레베른이 쏜 번개를 자신의 마나로 다시 바꾸고

다시 한번 크릭 레베른에게 쏟아낸다.


-파지지지지지직!!!!!!!!!!!!!!!


“ ...?!?! “


당황스럽겠지.

놀랐겠지.


마나에게 사랑받는 마나가 또 있을 줄은 몰랐겠지.


사실은 그저 마나를 저장하는 마나가 마나 파도를 만나 그 마나를 이용하고 싶다는 마음이 공명해 만들어진 유사한 힘이라는 것도 모를 것이다.


“ ...넌 누구지? “


크릭 레베른이 크릭에게 말한다.


“ 크릭이다. “

“ 아직도 그딴 소리나 할 것인가? “

“ 세상에 니녀석 혼자만 크릭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 “


자신을 크릭이라고 칭한 남자의 마나에 흔들림이 없다.


저자는 지금 진심으로 자신을 크릭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게 말이 되는가?


우연히 이름이 같은 자의 마나가 똑같은 마나를 지녔다고?

웃기지도 않는 소리.


-카가가가가각!!!!!!!!!!!!!!


갑판을 찢고 튀어 올라오는 얼음 조각들이 크릭 레베른이 있던 위치에서부터 점점 커지며 크릭을 노린다.


크릭은 자연스럽게 얼음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공중에 띄우고 더욱 강하게 압축해 있는 힘껏 되돌려준다.


그 뒤로

피렌에게서 받아왔던 바람을 날카롭게 깎아 쏘아내 추가 타를 날렸으며


크릭 레베른은 얼음 뭉치와 함께 그 바람까지도 받아들여 다시 날리려다가 그냥 날려버린다.


“ 어이없군. 완벽히 내 힘이야... “

“ 나야말로 어이없군. 나랑 똑같은 힘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


다른 이들은 마나를 가지고 있기에 덤비지 않는다고 해도

크릭 레베른 자신과 똑같은 마나를 지닌 자가 존재하며

검은 마나를 가진 저 여자도 함께 공격해 온다면...

확실하게 불리하다고 판단했다.


도망치는 게 맞다.


하지만..

이대로 이들을 용서할 수는 없다.


“ 어이. 크릭. “

“ 뭐지? “


진짜로 크릭이라는 이름에 반응하는 것을 본 크릭 레베른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었다.


“ 참.. 나.. 그래. 인정하고 지금은 물러나도록 하지. 하지만 너희는 우리를 찾아와야 할 거다. “

“ ? “

“ 너희들의 가족을 우리가 인질로 잡고 있다. 살리고 싶다면 우리의 땅. 레크라시아로 와라. “


크릭은 순간 크릭 레베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가족.


분명 이곳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면 여기 있는 자들의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 뭐라고 답을 할 수 없었다.


레크라시아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이들에게 또 다른 가족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크릭 레베른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갑자기 우주에서부터 너무나도 듣고 싶었던 목소리가 들려온다.


‘ 크릭. 걱정하지 마. 우린 반드시 살아남을 거야. 너도 죽지 말고 살아남아. 반드시.. 우리 다시 만나자. ‘


“ ...?! “


..이 목소리.

마나 파도에 휩쓸려 죽은 줄 알았던 목소리.

자신이 처음으로 믿고 살리겠다는 생각으로 목숨을 내놓은 그 목소리.


“ 테비...?! “

“ 에? 인형? 이거 왜? “


춘향이 태연하게 다가와 자신의 그림자 속에 넣어두었던 작은 인형 하나를 꺼낸다.


“ 테비...!! 테비의 목소리가 들렸어...! “

“ 인형이 말할 리가 없잖냐. 머리 다쳤어? “

“ 아니.. 그 인형이 아니야. 내.. 내.. 내 가족. 내 가족이 저들에게 붙잡혀 있다고...! “






작가의말

도플갱어다! 끼야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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