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100층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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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작품등록일 :
2022.12.12 09:23
최근연재일 :
2023.01.2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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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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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내가 담배를 못 끊지

DUMMY

11.


타앙! 타아앙!


연신 쏟아지는 총성에 셀브란스 병원은 때 아닌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좋지 않아. 영 좋지 않아.”


미간을 찌푸린 강지석은 버릇처럼 담배를 꼬나물었다.

전투가 한창 벌어지는 와중에 웬 흡연이냐고 묻겠냐마는.


[‘각성 상태’가 연장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올라갑니다.]


담배를 태우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버프 효과가 주어진다.

단점이 있다면 지나친 흡연으로 인해 결국 나중엔 독이 된다는 점.

계속 피우다보면 언젠가는 담배를 피우지 않을 때엔 아예 10%의 디버프가 주어진다.

비상시엔 유용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독 밖에 안 되는 물건.


‘하지만 뭐 어쩌겠나.’


느닷없이 광신도를 마주쳤고 이렇듯 벌어진 전투는 그들이 불리했다.

담배 연기를 가득 들이마신 강지석을 길게 뿜어내며 생각을 정리했다.


‘결국 가설은 맞아떨어진 모양인데.’


그를 더욱 곤란하게 만드는 건 다름 아닌 발푸스의 힘으로 재탄생한 마인이다.

녀석의 어마어마한 괴력은 골칫덩이였고, 두꺼운 근육은 총알도 박히지 않는다.


투타타탕!


M60 기관총도 놈의 근육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강지석은 꼬나물던 담배를 옆으로 퉤 뱉어내며 말했다.


“그만 둬. 총알 아깝다.”

“하지만 소대장님!”

“됐어. 저놈은 내가 처치한다.”


한숨을 푹 내쉬며 권총을 꺼내들었다.

들숨과 날숨이 반복될 때마다 복부가 아파왔지만 애써 무시했다.


‘이 상처만 없었어도 수월했겠지.’


튜토리얼에서 발광하던 레드 독을 사냥하다 부득이하게 입은 상처였다.

소대원 하나를 구하고자 직접 달려들었다가 푹 뜯겨나가고야 만 복부!


“괜히 저 때문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이등병의 얼굴을 보며 강지석은 그 어깨를 툭툭 두드려줬다.


“됐어. 전생에 네가 나라를 구했나 보지.”

“네?”

“그런 게 있다.”


이 녀석은 죽을 때의 기억이 너무 강렬했는지 당시의 기억을 상실하고 말았다.

용감하게도 1회 차에선 소대장인 강지석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당사자면서도.


“이 정도면 싸게 먹힌 거야.”


강지석은 웃을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을 오히려 감사하게 여기기로 했다.

그리고 움켜 쥔 권총에 그가 가진 모든 마력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걱정마라. 이래봬도 소대장은 이런 데서 죽을 위인이 아니야.”


애써 끊었던 담배마저 꼬나문 그였다.

10% 올라간 능력만큼이나 여유가 있었다.


“소싯적에 저런 놈들 때려잡는 전담반이 나였거든.”


그리고는 창졸간에 달려들며 방아쇠를 당겼다.

쏘아진 총알은 여지없이 마인에게 날아들었다.


콰지익!


여태 모든 총알을 튕겨내던 근육에 처음으로 타격이 생겨난 순간이었다.


“크아아악!”


비명을 지르던 놈을 바라보며 강지석은 계속해서 움직였다.

고작 한두 방의 총알로 죽을 놈이 아니다.

발푸스의 힘이 깃든 마인은 부푼 근육만큼이나 신체 회복력도 좋아졌다.

실제로 놈은 죽지도 않고 분노로 가득 찬 얼굴로 강지석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은 옆에 있던 광신도의 가슴께를 한 순간에 뜯어내버렸다.


“진짜······.”


죽어버린 동료의 심장을 파헤쳐 씹어 먹는 걸보며 강지석은 계속해서 사격을 가했다.

애써 찢은 근육은 녀석이 심장을 씹을 때마다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다.

하지만 그즈음엔 이미 지근거리에 접근한 강지석의 총구가 녀석의 턱 아래를 겨냥하고 있었다.


“······적당히 좀 해라.”


타아아앙!


쏘아진 총알은 녀석의 턱부터 머리까지 일격에 관통해낼 마력탄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놈은 죽지도 않고 살아남아 괴이한 신음을 흘려댔는데.


“뭐 어쩔 건데.”


입이 터져나간 이상 녀석은 동료를 잡아먹어 신체를 회복시킬 수 없다.

강지석은 눈도 보이지 않아 허공을 휘젓던 놈의 어깨를 세게 걷어찼다.

이젠 비명조차 지르지 못할 놈.


탕! 타앙! 타아아앙! 탕!


마인의 심장을 정조준하고 몇 번이나 방아쇠를 당겼다.

마력탄은 두꺼웠던 근육을 조금씩 파헤쳤다.

한 발, 두 발, 세 발······ 다섯 발.


“이제 그만 뒈져라.”


이어서 축 늘어진 녀석의 시체 위로 확인사살 차 두 발을 더 쏘아넣었다.


[‘마인’을 처치했습니다.]

[‘500코인’을 습득했습니다.]


이 빌어먹을 놈이 그나마 도움이 되는 건 이처럼 코인을 다섯 배는 더 챙겨준다는 거겠지.

몬스터로 취급되는 것이다.


“소대장님! 위험합니다! 놈들이······!”

“크윽! 마인입니다!”

“쏴! 계속 쏴! 그냥 쏘라고!”


강지석은 미간을 찌푸리며 바닥에 널브러진 마인을 대충 일별했다.

한 놈을 처치했지만 상황이 끝난 건 없었다.

아니 어쩌면 이제 시작인지도 모른다.

그가 알던 광신도의 가장 지독한 점은 다름 아닌 물량.

강지석이 중얼거렸다.


“진짜 좋지 않아. 영 마음에 안 든다고.”


*


광신도를 따라 셀브란스 병원에 잠입한 차도윤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타아앙! 타앙!


연신 들려오는 총성을 듣고도 이곳 셀브란스 병원에 있는 이들이 누군지 모를 순 없다.

총기를 소유할 수 없는 한국에서 멸망 초기에 총을 보유한 건 대개 군인들.


‘게다가 강지석은······.’


광신도 놈이 언급한 그 이름은 차도윤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녀석의 것이다.


‘그놈이 여기에 있단 말이지.’


차도윤은 피식 웃으며 광신도의 행렬을 따랐다.

문득 그를 발견한 누군가가 고개를 갸웃했으나.


“못 보던 얼굴인데······.”


차도윤은 뻔뻔하게도 이리 답해줬다.


“어머니시여. 당신을 위해 제가 왔나이다.”

“으음?”

“어머니시여!”


이런 식으로 대충 말해주기만 해도 보통의 광신도는 의심을 접었다.

회귀한 직후였던 지라 녀석들도 아직 서로의 얼굴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

게다가 머리에 나사 빠진 놈들이 그딴 걸 신경이나 쓸 겨를이 있을까.


“그렇지! 어머니를 위하여!”


그의 말에 호응하는 광신도를 보며 차도윤은 짧게 혀를 찼다.

그가 조심해야 할 건 눈앞의 평신도가 아니었다.

‘마인’이 되어버린 상급 신도들.


‘그놈들은 신도와 일반인을 구분하는 눈을 가졌어.’


물론 발푸스가 깃든 마인 녀석은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이쪽을 돌아볼 일은 아마도 없겠지.


‘그나저나 저놈······.’


어려울 것도 없이 광신도 무리에 스며든 차도윤은 앞서 달리는 발푸스를 보았다.


‘벌써 30% 정도는 안착시킨 모양인데.’


덩치는 벌써 인간의 규격을 벗어나 괴물처럼 커졌다.

머리에 자라난 산양의 뿔은 발푸스의 힘이 확고히 자리잡았다는 증거!

삐죽 튀어나온 갈기와 세 갈래로 나뉘는 꼬리도 보였다.

인간의 모습을 탈피하고 발푸스에 가까워질수록 놈의 힘은 강력해진다.

모르긴 몰라도 저 모습을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심장을 파헤쳤을까.

또한 그 심장을 파헤치면서 죽인 인간을 대상으로 또 얼마나 많은 코인을 수급했을까.


“······징글징글하군.”


그리고 발푸스를 바라보며 신경질적으로 입을 여는 사내가 훤히 보였다.

담배를 꼬나물고 귀찮다는 듯 미간을 퍽 구긴 남자는 생각보다 앳된 모습이었다.

원래 저 정도로 어렸던가?


‘하기야 마지막으로 본 게 3년 전이야.’


회귀 시점으로 치면 강지석은 오늘로부터 16년이 지난 후에야 죽는다.

오늘날 34세였던 강지석이 무려 50세가 될 정도의 시간이었다.


“스읍, 이러니 내가 담배를 못 끊지.”


한 순간에 회춘해버린 강지석은 빠른 속도로 달려들며 마인의 이마를 조준했다.


타아앙!


귀신같은 사격 솜씨는 회귀 후에도 여전했다.

한 발, 두 발, 미간부터 목젖, 관절 사이를 정확히 관통했다.

근육이 덜 자란 부위는 마력탄에 의해 쉽게 찢겨져나갔다.

하지만 말했듯 녀석은 마인 중에서도 꽤 마인화가 잘 된 편이다.


“고작 이 정도더냐?”


몸을 웅크린 녀석이 눈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히니 강지석은 속수무책이었다.

이를 악물고 뿌리치려해도 그 속도부터 차이가 났다.


쿠우우웅!


무슨 트럭을 들이박은 듯 큰 충격음과 함께 그대로 튕겨나가고 만 것이다.


“소, 소대장님!”


군인들은 튕겨나간 강지석을 호위하며 K2 소총을 연발로 놓았다.

무자비한 사격은 마인을 향해 집중적으로 포격되었다.

하지만 놈은 제 몸을 두드리는 총알 따위를 피하지 않았다.


“실망스럽군.”


정확하게 약점을 노리고 마력탄을 쏘아야만 뜯겨져나가는 몸이다.

막무가내로 쏘아내는 현대식 총알이 어찌 흠집조차 낼 수 있겠는가.

강지석도 그걸 알고 있기에 죽을 것 같은 통증을 참아가며 겨우 일어났다.


“그만······ 총알 아깝다니까.”

“소대장님!”

“안 죽었어. 괜찮아.”


비틀거리면서도 강지석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피가 울컥 쏟아져 나왔지만 칵 뱉어낼 뿐이다.

마인이 이죽이면서 입을 열었다.


“자애로운 어머니는 당신께 칼을 들이민 흉악한 자에게도 자비를 베푸시는 분이시지.”

“?”

“강지석··· 넌 여기서 죽기엔 가진 능력이 너무나도 아깝구나.”


그는 선심 쓰듯 말했다.


“회개할 기회를 주겠다. 너의 심장을 바쳐 어머니에게 충성을 맹세해라.”


마인은 자신의 손등을 물어서 뜯어내었다.

뜯겨져나간 부위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마셔라! 그리하면 너 또한 어머니의 신실한······.”


이에 강지석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꼬나물었다.


“까고 앉았네. 사이비 새끼들이.”

“······권주를 마다하겠다는 것이냐?”

“말투도 뭐 같아. 왜 너넨 하나같이 그딴 말투를 하고 앉았냐? 그게 너희 유행이냐?”


강지석은 길게 연기를 내뱉더니 이내 마인을 향해 짓쳐들었다.

웅웅대는 소음은 그가 마력을 한 점으로 긁어모을 때 나는 소리.

모든 마력을 집적해서 쏘아낸 일격이 놈의 심장을 저격했다.


타아아아앙!


전력을 끌어모은 만큼 타격의 여파는 꽤 컸다.

누가 보면 총이 아니라 대포로 포격한 줄 알겠다.

하지만 아쉽게도 공격의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안타깝구나.”


가슴께 한쪽이 터져 나가긴 했으나 녀석의 심장 자체는 멀쩡했으므로.


“빌어먹을 괴물 새끼가.”


또한 녀석이 입안을 굴리더니 무언가를 질겅질겅 씹었다.

터져 나갔던 신체 부위는 금방 재생되었다.

커다란 입속에 평신도의 심장 조각이라도 숨겨놨던 모양이다.

다람쥐도 아니고 이건 뭐······.


“다음 생엔 어머니께 회개하고 광명을 찾거라.”


미간을 팍 구긴 강지석을 향해 높이 뛰어오른 마인은 그 주먹을 움켜쥐었다.

날아드는 놈을 향해 총알이 빗발쳤지만 유효타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저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을 때.


“참 일찍도 움직인다.”


강지석이 신경질적으로 중얼거렸다.


“뭐야, 눈치채고 있었냐?”


차도윤은 피식 웃으며 그 목소리에 답했다.


콰아앙!


허공을 건너뛴 마인의 공격은 화려한 이펙트와 함께 튕겨나가고 있었다.

강지석이 눈살을 찌푸렸다.


“빤히 보이는데 모른다고 하는 게 더 이상하겠지.”

“다들 날 못 알아보던데.”

“눈이 삔 거고.”


어느덧 나타난 차도윤은 강지석의 옆에 서며 물었다.


“꼴이 그게 뭐냐? 불쌍해서 못 봐주겠네.”

“시끄러. 넌 왜 예나 지금이나 싸가지가 없냐?”

“뭘 새삼스레.”

“칭찬 아니거든.”


한편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마인 녀석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경게하고 있었다.

무작정 달려들지 않는 걸보면 녀석이 힘에 취해 미친 존재가 아니란 걸 증명했다.

조금 귀찮아지는 정보인데.

강지석이 말했다.


“시간 좀 끌어 봐. 마력만 회복하면 같이······.”

“됐어. 벌써 내가 누군지 잊은 거냐?”


차도윤은 이죽이며 주머니에 고이 간직해뒀던 아이템을 꺼내었다.


“음? 너 그거 설마······.”


강지석의 말을 읿려하고 차도윤은 마인을 돌아보았다.


[장비 ‘가속의 반지’를 착용했습니다.]

[스킬 ‘한정 가속’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효과는 단순했다.


[퍼펙트 패링을 성공시킬 때마다 가속합니다.]


차도윤은 평범한 장검을 움켜쥐고 나지막이 말했다.


“어디 효과 한 번 봐볼까.”


작가의말

내일은 11시 15분에 연재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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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로또 맞은 건가 +2 22.12.29 3,014 74 13쪽
19 이걸 왜 놓치고 있던 건지 +1 22.12.28 3,059 70 12쪽
18 이건... 진짜 미친 짓이야 +3 22.12.27 3,154 64 13쪽
17 1분이면 됩니다 +1 22.12.26 3,191 72 13쪽
16 어차피 못 도망칩니다 +7 22.12.25 3,380 75 13쪽
15 원래 잔챙이는 그냥 무시하는 주의인데 +1 22.12.24 3,596 77 12쪽
14 너희들에게 악 감정은 없어 +1 22.12.24 3,740 79 12쪽
13 난이도가 아주 X같아졌거든 +2 22.12.23 3,889 87 12쪽
12 하여간 성질 급한 2회 차로군 +3 22.12.22 4,330 87 13쪽
» 이러니 내가 담배를 못 끊지 +2 22.12.21 4,402 95 12쪽
10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3 22.12.20 4,684 87 13쪽
9 난 욕심이 많은 편인데 +2 22.12.19 4,776 98 13쪽
8 어떤 미친 새끼야! +4 22.12.18 4,873 98 13쪽
7 일단 코인 재벌부터 되어볼까 +2 22.12.17 5,046 104 12쪽
6 애초에 급이 다른데 +4 22.12.16 5,100 96 13쪽
5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6 22.12.15 5,281 97 13쪽
4 침몰하는 배에 승선하는 취미는 없거든요 +2 22.12.14 5,606 105 13쪽
3 일이 술술 풀릴 리가 없지 +4 22.12.13 6,343 109 12쪽
2 모두 예상했던 일이다 +5 22.12.13 7,925 115 13쪽
1 두 번의 기회 +5 22.12.13 9,784 12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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