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100층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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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작품등록일 :
2022.12.1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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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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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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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급이 다른데

DUMMY

6.


모두가 회귀자인 세계에서 고여 버린 헌터들의 움직임은 대개 비슷했다.

당연했다. 지극히 한정적인 자원에 비해 이를 얻고자 하는 사람은 많았으니까.


“어쩔 수 없지.”


신촌역에 들어선 차도윤은 생각을 정리했다.

얻을 수 있다면 모든 걸 얻으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마음처럼 되겠는가.

히든 피스를 구하고자 혈안이 된 헌터들이 칼붙이를 들고 날뛰고 있다.

초기였던 지라 전투력의 차이도 대단하게 크게 보이지도 않은 시기였지만 그 숫자가 문제였다.

하물며 그룹을 이룬 이들은 합심해서 싸우고 있었으니 혼자인 그는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즉 다량의 히든 피스를 구하는 방식은 패스.


‘하나만 노린다.’


차도윤은 신촌역에 들어서기에 앞서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양적으로 이득을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질적으로 최고의 물건을 챙기면 된다.

마침 마땅한 방법도 떠올랐다.


“담을 넘는 수밖에.”


다들 던전으로 향하는 신촌역 게이트로 모여드는 와중에 차도윤만은 더욱 지하 깊숙이 내려갔다.

플랫폼을 지나쳐 도착한 곳은, 멸망 이후로는 단 한 대의 전철도 오고 다니지 못하는 어둑한 통로.


[‘여왕의 산란장’을 발견했습니다.]


차도윤은 일개미를 비롯한 병정개미를 보며 입꼬리를 올려 웃을 수 있었다.

이곳이 바로 신촌역에 생긴 던전인 ‘여왕의 둥지’로 들어갈 수 있는 숨겨진 게이트였다.

차도윤은 거두절미하고 산란장에 포진된 알 덩어리를 식칼로 내리찍었다.


[‘여왕개미’가 당신의 존재를 인식합니다.]

[‘여왕개미’가 산란장을 침입한 인간을 경계합니다.]


병정개미 몇 마리가 차도윤을 노려보며 포악한 눈빛을 흘려댔다.

하지만 차도윤의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되레 산란장의 알을 무자비하게 터트려댔다.


[‘새끼 개미 알’을 처치했습니다.]

[10코인을 습득했습니다.]


[‘새끼 개미 알’을 처치했습니다.]

[10코인을 습득했습니다.]

······(중략)······.


그렇게 얼마나 했을까.


‘슬슬 때가 됐는데.’


몇 번이고 새끼 개미 알을 터트리고 다가오던 병정개미와 드잡이를 펼칠 때.

머지않아 차도윤의 발아래로 웬 빛이 번쩍이더니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왔다.’


사실 이곳은 결코 밟아서는 안 될 신촌역의 함정 중에 하나로도 불릴 것이다.

평범한 게이트는 아니었으니까.


[‘여왕개미’가 스킬 ‘여왕의 부름’을 발동합니다.]

[강제로 던전으로 소환됩니다.]


준비되지 못한 헌터라면 녀석의 먹이만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두 눈을 붉게 물들인 거구의 여왕개미가 날개를 펄럭이며 낮게 포효하고 있었다.

차도윤은 이죽이며 말했다.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식칼을 역수로 움켜 쥔 차도윤은 여왕개미 공략을 개시했다.


*


이윽고 게이트를 빠져나온 차도윤은 눈앞에 벌어진 현장에 눈을 깜빡였다.


“무, 무슨 짓을 벌인 거냐?”


당황하며 총구를 들이민 사내는 새카만 방독면을 눌러 쓰고 있었다.

연기가 자욱하게 펼쳐진 게이트의 주변을 보아하니 무슨 상황인지 알 것도 같았다.


“용케 마비 구슬을 구했네. 코인 상점에서도 꽤 비싸게 파는 물건인데.”

“네놈은 대체 누구냐고!”


방아쇠가 당겨지고 총알이 격발되었다.

하지만 차도윤은 이미 녀석의 총을 식칼로 후려치고 있었다.

총알은 애꿎은 허공을 가르고 천장에 박혀 들어갔다.


“총을 겨눠놓고 뭐가 그리 혀가 길어.”

“크읏!”

“어차피 뒈지면 기억도 못할 텐데.”


차도윤은 이어서 녀석의 심장으로 식칼을 꽂아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 곁을 지켜 선 헌터들의 공격에 일단 보류해야 했다.


채채채챙!


화려한 이펙트와 함께 주변으로 번진 건 퍼펙트 패링의 경쾌한 소음.


“······보통 놈이 아니야! 한꺼번에 덮쳐!”


선두에 섰던 녀석이 뒤로 물러나면서 다른 놈들이 차도윤의 주변을 둘러쌌다.

이놈들도 코인 상점을 좀 털었는지 가지고 있는 무기의 질이 꽤 좋아보였다.


“누군 식칼을 들고 싸우는데 치사하게······.”


물론 퍼펙트 패링을 해낼 줄만 안다면 그 어떤 좋은 무기라도 그 대미지를 무효화시킬 수 있었다.


‘문제는 내 공격력인데······.’


저들이 착용하고 있는 옷가지 하나하나가 코인 상점의 물건들이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식칼로는 대미지도 입힐 수 없을뿐더러 총알도 막아내는 두터운 방어력을 갖춘 옷.

상대의 공격을 모조리 상쇄시키면 무얼 하나? 이쪽의 공격도 전혀 씨알도 박혀 들어가지 않는데.


‘······하나같이 비싼 물건들을 대체 어떻게 구매한 거야?’


벌써 두 마리의 보스 몬스터를 사냥한 차도윤조차 겨우 3,000~4,000코인을 모았을 뿐이다.

근데 녀석들이 착용한 무구나 옷가지를 보면 전부 하나 하나가 못해도 1,000코인에 가까운 물건들.

몇몇 개는 3,000코인은 족히 써야만 겨우 구할 수 있는 무구들이었다.


“어머니를 위해 죽어라!”


몇 번이고 패링을 성공시키는 와중에 뒤로 물러났던 한 놈이 수인을 맺었다.

어두운 빛깔이 한 사내의 몸으로 깃들더니 눈이 붉게 물든 건 그때.

차도윤은 그 순간 납득했다.


“······광신도였군.”


사내는 무기도 내던지고 차도윤을 향해 무작정 달려들기 시작했다.

녀석의 몸이 새빨갛게 물들고 터질 것처럼 부풀고 있는 건 착각이 아니었다.


콰아아아앙!


반경에 접어들자마자 녀석은 육편을 흩날리며 그대로 폭발하고 말았으니까.


“쯧, 빌어먹을 새끼들.”


녀석에게 닿기도 전에 식칼을 내던져 폭발을 유도한 차도윤은 멀찍이 떨어져 미간을 찌푸렸다.

또 다른 사내에게 같은 수법의 스킬이 스며들어가고 있었다.


“하여간 광신도 녀석들······ 예나 지금이나 제 목숨 귀한 줄 모른다니까.”


짧게 혀를 차며 차도윤은 주변을 둘러봤다. 무기를 쥐고 있지 않는 한 퍼펙트 패링은 완성할 수 없다.

식칼은 아니더라도 적당히 쓸 만한 무엇이라도 손에 쥐어야만 했다.


“마침 여기 좋은 게 있네.”


고맙게도 다짜고짜 달려들어 폭발해버린 광신도의 무기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미끄러지듯 거리를 주파한 차도윤은 그 무기부터 빠르게 손에 쥘 수 있었다.


[장비 ‘평범한 장검’을 습득했습니다.]


이름만 봐서는 별 볼일 없을 것처럼 느껴지는 장비.

하지만 이놈은 코인 상점에서도 무려 3,000코인을 소모시켜야 살 수 있는 장비였다.

몬스터로 치면 병정개미를 30마리를 내리 사냥해야 구할 수 있는 물건.


“고맙게 잘 쓸게.”


쥐고 있는 검의 길이가 길어진 만큼 차도윤의 간격은 훨씬 넓어졌다.

차도윤은 다가오는 검을 튕겨낸 것과 동시에 이번엔 공격을 이어나갔다.


스가악!


식칼로는 씨알도 안 박히던 일격이 이젠 녀석의 옷깃을 잘라내었다.


“커헉!”


복부를 베인 광신도가 힘없이 허물어지고, 그 자리로 또 다른 광신도가 달려들었다.

예의 터져 버린 놈처럼 눈알이 뒤집혀 정상적인 몰골이 아니었다.

하지만 신음을 흘리던 광신도를 걷어차 반경에 밀어 넣는 걸로 놈을 기폭 시킬 수 있었다.


콰아앙!


“이익, 멍청한 놈들이······!”


이윽고 다가오는 놈들을 하나씩 베어 넘긴 차도윤은 씩씩거리며 제 분을 참지 못하는 마지막 한 놈을 보았다.

방독면으로 가려져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어째 얼굴이 새빨갛게 익어있을 것 같았다.


“어디서 굴러먹던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감히 날 화나게 만든 대가는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다!”


그러더니 놈은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앞으로 내밀었다.


“죽어라!”


콰직,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녀석이 움켜 쥔 나무패가 반 토막이 났다.

그로부터 웬 허여멀건 연기가 솟구치더니 이내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차도윤은 바로 알아보았다.


‘한이 서린 원혼?’


코인 상점에서도 귀족템이라 불릴 정도로 상당히 고가로 거래되는 물건.

일회용인 주제에 무려 10,000코인이나 하는 아이템.


‘······광신도라면 코인 벌이를 어떻게 하는지는 알 법도 한데.’


차도윤은 눈앞에 있는 방독면의 정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어머니를 언급하면서 자살 테러를 감행하는 미친 부류는 하나였으니까.

광신도. 그들의 어머니인 성모를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길 두려워하질 않는 미쳐버린 작자들.

회귀를 해도 변하지 않는 건 각자의 정신머리뿐이었으니, 전생에 광신도였던 이들은 현생도 광신도일 확률이 높았다.

즉 저들이 코인을 벌어들이는 수단은 단순했다.


‘무조건적인 희생.’


이 세계엔 사람을 한 명 죽이면 100코인을 얻을 수 있도록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즉 10,000코인을 얻기 위해 저놈은 무려 100명의 사람을 희생시켰다는 말이 된다.

다른 놈들이 착용했던 장비나 마비 구슬을 떠올려보면 그 숫자는 그보다 많으면 많았지 부족하진 않으리라.

그리고 죽는 그 순간에도 신도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감사하게 여기고 있었겠지.


‘성모의 성수를 삼킨 자는 말 그대로 성모의 명령만을 따르는 인형이 되니까.’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 속에서 녀석들이 벌였던 만행은 사람들의 심장을 긁어모으던 것이다.

여기서 심장을 모으는 과정은 오롯이 광신도들의 광기 어린 행동으로 벌어졌다.


‘아들, 딸, 남편, 아내······ 가족의 심장마저 파내어 바쳐댔으니까.’


성모는 천사 같은 얼굴로 사람들을 꿰어내 그들 모두의 심장을 파헤쳤다.

인천피난소 대학살 사건은 결국 생존자가 단 한 명도 없는 결과로 이어졌다.


“진짜 마음에 안 든다니까.”


차도윤은 짜증 섞인 얼굴로 녀석을 노려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검마저 아래로 내리고 가만히 서있으려니 놈은 차도윤이 포기한 줄 알았나보다.


“어머니께 진심으로 회개한다면 너의 죄는 심장을 바치는 걸로 용서해주마.”


다 이겼다는 듯 오만한 눈빛.


“죄를 뉘우치거라. 그리하지 않는다면 네놈은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될 테니.”


녀석의 명령을 들었는지 나무패에서 생성된 원혼들이 차도윤의 정면에 드리웠다.

흐윽, 흐으윽, 흐느끼는 소리는 소름이 끼쳤고 실제로 몸을 떨리게 했다.

하기야 10,000코인이나 되는 아이템이었으니 이 정도도 해주질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차도윤은 혀를 차며 말했다.


“내 심장은 가져가서 뭐 하게.”

“그야 어머니께······.”

“바득바득 모아서 또 악마를 소환하시겠다?”


차도윤은 신경질적인 얼굴로 앞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경계하듯 원혼들이 그의 주변에서 울음을 토해냈다.


“다, 다가오지 마! 진짜 죽일 거야!”


하지만 차도윤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녀석의 경고가 단순히 말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머뭇거림이 없었다.


“이익······ 죽어라!”


결국 둘러 싼 원혼들이 차도윤을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들었다.

한이 가득 서린 원혼의 공격을 받는다면 그대로 영혼까지 얼어붙을 위험이 있었다.

차도윤은 손을 내밀었다.


[스킬 ‘영혼 포식’을 발동합니다.]

[일정 수준 이하의 영혼을 포식합니다.]


그리고 원혼은 허무하게도 차도윤의 손짓 한 번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한기 내성이 2% 상승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얼어붙어야 할 그의 몸은 오히려 추위를 더 잘 견딜 수 있게 되었다.


“무, 무슨······?”


차도윤은 이죽이며 말했다.


“뭘 놀라고 있어.”

“······크윽!”

“애초에 급이 다른데.”


10,000코인짜리 아이템인데 너무 허무하게 끝나버린 게 아니냐고? 그건 모르는 소리다.


‘저건 수준 낮은 영혼을 가득 넣어 놓았을 뿐인 물건이야.’


질보단 양으로 승부하는 아이템이었고, 애초에 탑도 아닌 지구의 상점 아이템 속에 수준 높은 영혼이 담겼을 리가 없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이딴 걸로 당하겠냐고.’


무엇보다도 놈들이 숱한 사람들을 희생시켜 코인벌이를 했다한들 결코 차도윤의 위에 설 수도 없을 것이다.

말했듯 애초에 급이 다르다.


‘너희들의 성모는 물론 그 신앙의 모태인 악마를 죽인 것도 나야.’


그리고 그가 버젓이 이룩한 과거는 이번 생에도 똑같이 벌어질 거라 장담했다.

차도윤은 싸늘하게 말했다.


“성모에게 전해.”

“큽!”

“곧 찾아가겠다고.”


나지막이 중얼거린 차도윤이 휘두른 검은 빠르게 녀석의 목에 선을 그었고.


“뭐 죽은 놈은 말도 전하지 못하겠지만.”


뎅강- 잘려나간 머리가 허공을 선회하며, 녀석은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허물어졌다.


작가의말

내일은 16시 15분에 연재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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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로또 맞은 건가 +2 22.12.29 3,015 74 13쪽
19 이걸 왜 놓치고 있던 건지 +1 22.12.28 3,059 70 12쪽
18 이건... 진짜 미친 짓이야 +3 22.12.27 3,154 64 13쪽
17 1분이면 됩니다 +1 22.12.26 3,191 72 13쪽
16 어차피 못 도망칩니다 +7 22.12.25 3,380 75 13쪽
15 원래 잔챙이는 그냥 무시하는 주의인데 +1 22.12.24 3,597 77 12쪽
14 너희들에게 악 감정은 없어 +1 22.12.24 3,740 79 12쪽
13 난이도가 아주 X같아졌거든 +2 22.12.23 3,889 87 12쪽
12 하여간 성질 급한 2회 차로군 +3 22.12.22 4,331 87 13쪽
11 이러니 내가 담배를 못 끊지 +2 22.12.21 4,402 95 12쪽
10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3 22.12.20 4,685 87 13쪽
9 난 욕심이 많은 편인데 +2 22.12.19 4,776 98 13쪽
8 어떤 미친 새끼야! +4 22.12.18 4,873 98 13쪽
7 일단 코인 재벌부터 되어볼까 +2 22.12.17 5,046 104 12쪽
» 애초에 급이 다른데 +4 22.12.16 5,101 96 13쪽
5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6 22.12.15 5,281 97 13쪽
4 침몰하는 배에 승선하는 취미는 없거든요 +2 22.12.14 5,607 105 13쪽
3 일이 술술 풀릴 리가 없지 +4 22.12.13 6,343 109 12쪽
2 모두 예상했던 일이다 +5 22.12.13 7,926 115 13쪽
1 두 번의 기회 +5 22.12.13 9,785 12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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