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는 질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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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청수사
작품등록일 :
2023.01.09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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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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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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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 02 - 09 ] Characteristic Elongation 특성의 신장 - 01

DUMMY

S01_Chapter 02. [ Elongation of Transcription ] 전사의 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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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 09 ] Characteristic Elongation 특성의 신장 - 01




동이 틀려면 서너 시간은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무렵,


1층 거실에 한혁과 벽난로 앞에 앉았다.


한혁의 떨리는 눈빛에는 우려가 가득하다고 느꼈던 것은


아마도 나 자신의 감정 상태를 반영했던 것 이리라.


한참을 벽난로 안의 타오르는 불빛만 바라보던 한혁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자네는······. 뭐든 게 너무 빨라. 그거 아나?”


“뭐가 빠르다는 말씀입니까?”


“원래 블러드라인이라도 각성 이후, 이능의 발현이나 정체성 문제,


그런 것들에 혼란이 와서 선배가 잡아줘야 할 시점이 오거든.”


“그 시점이란 것이 저는 빠르다는 말씀입니까?”


“맞아. 빨라도 지나치게 빠르지.


당대에 이능의 중복 발현으로 질시와 견제를 끊임없이 받았던 나도


그런 혼란의 문제에 당면하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네.


그런데 자네는 고작 1년도 되지 않았는데, 그 모든 혼란을 동시에 겪고 있다니.”


“하하······. 일종의 사춘기 같은 겁니까?”


“사춘기라······. 그렇게 생각해도 좋겠지. 일단 돌리지 않고 설명해 줘야 할 건,


설명하고 물어야 할 것을 물어야겠지.”


“설명 부탁 드립니다.”


“우선 이능······. 자네 말로는 액티브 스킬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패시브 스킬의 수발(受發)이 완숙의 경지에 이르러도 발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네.


하지만 내 거의 500년의 경험 상 액티브 스킬의 발현이 아무리 빨라도


종족화 이후 20년은 지나야 했었네. 나도 그랬고.”


“그렇게나 오래 걸립니까?


만약 통계적으로 그게 맞는다면 저는 정말 비정상이 맞나 봅니다.”


“더 두고 관찰해야겠지만, 정상은 아니지.


그리고 정작 자네 스스로가 자네가 어떤 액티브 스킬을 가졌는지 다 모르지 않나?


나도 뭐가 더 있을지 궁금하구먼.”


“저······. 혹시 액티브 스킬의 리스트는 없습니까?”


“하하! 그럴 줄 알았네. 하지만 누구도 정리해 볼 생각은 안 했을 거야.


어쨌든 액티브 스킬은 감춰야 할 무기니까. 이건 내가 아는 선에서 적어 본 건데,


90% 이상 내가 직접 확인한 내용일세.”


“아! 감사합니다. 요긴하게 쓰겠습니다.”


“그리고······. 자네의 정신 문제인데······. 어떤가? 분명히 문제가 있지?”


“.......”


“그걸 블러드라인의 정체성 혼란이라 부르네.”


“정체성 혼란?”


“명칭이야 어차피 대가의 손길을 거치기 전에는 조잡하기 마련 아닌가?


어찌 되었건 자네는 다른 블러드라인이 4~50년은 지나야 겪게 되는


정체성의 혼란을 벌써 겪고 있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빠르다고 한 거야.


그 이유야 알 수 없겠지. 어차피 자네 자신도 모르니까.


하지만 중요한 건 정체성 혼란의 극복이야.”


“저······. 혹시 그 정체성이 종족이냐 인간이냐에 대한 고민입니까?”


“고민? 허! 그게 그저 고민 정도로 끝날 문제가 아니란 말이지.


내 경우는 그때 지독한 염세주의에 빠져서 몇십 년을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심지어 죽으려고 한 적도 있었어.”


“아······. 그렇습니까?”


“자네도 그 강도가 약하지 않은 모양이던데?”


“그렇기는 합니다. 아니, 확실히 그렇습니다.


정말 이제는 제가 누군지 모를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 그거야, 바로! 그게 정체성 혼란의 핵심이야.


지금은 무슨 얘기를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거야.


심지어 듣고 싶지 않을 수도 있어. 하지만 결론 정해져 있다.


아무것도 변하는 것이 없거든.”


“변한 게 없다?”


“참고하라고. 나는, 적어도 나는 그렇더라······. 라는 얘기지.


누구나 그렇지는 않았겠지만, 선배의 솔직한 조언은 지름길이 될 수 있다네.”


“참 쉽게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저는 좀 다른 것도 같습니다만.”


“하! 내가 아까 말하지 않았나? 어떤 말도 안 들릴 거라고.”


“아니, 그게 아니라······. 저의 고민은 다른 문제입니다.”


“다른 문제? 음······. 아닐 텐데······.”


“확실히 다른 문제입니다.”


“음······. 들어나 보지.”


“저는······. 기생······. 그 유기체가 어쩌면 격(格)을 가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정말입니다. 저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그리고 저와는 다른 생각을 강요합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휴······.”


“하핫! 미안하네. 하하! 자네······. 정말 웃기는 거 아나?


자네가 했던 말을 자네가 부정하고 있다고. 하하!”


“제 말을 제가 부정한다는 겁니까?”


“그저 내 말을 따라서 되묻지 말고 자네가 생각해 보게. 만약에 말이야.


오늘 이전까지 나는 인간에서 종족이 된 원인이 그저 돌연변이 같은 건 줄 알았네.”


“아! 가능성 있는 말씀입니다.”


“마저 듣게. 그런데 오늘 자네의 연구 결과는 보고는


원인체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네. 그런데 말이야······.


그 원인체라는 게, 눈으로 보니까, 생각만큼 대단한 것이 아니더란 말이지.


나는 사실 수백 년 간 종족이 인간과는 다른 종이라고 생각해 오다가


이제는 거의 믿음이 되어 가는 단계 였다네.


그런데 인간에서 종족으로 변하게 되는 이유가 고작 그 조그만 유기체라고?


그게 다라고?”


“어떤 검사를 해봐도 달라진 건 그 뿐 입니다.”


“그러니까 말일세. 고작 그것 뿐이라면······.


그 놈이 자네가 말한 격(格)씩이나 가질 수 있겠나?


나는 내 모든 걸 걸고 아니라고 말할 수 있네.


인간이든 종족이든 그가 가진 품격은 고등화의 산물이지.


자네는 내 말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나?”


“........”


“내가 오늘 혼란스러웠던 것은 다른 게 아닐세.


종족이라 부르는 우리가 정말 질병을 앓는, 뭔가에 감염된 병자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존에 내가 가진 믿음 비슷한 게 깨져 버려서······.


아직도 사실 혼란스럽기는 하지.”


“.......”


“자네는 변한 게 없다. 그게 내가 말하고 싶은 모든 것이야.”


“나는 변한 게 없다······라······.”






박 실장이 바쁘다는 사실을 부정할 자는 아무도 없었다.


뭐 더 살펴볼 것도 없이 고충처리실 업무 만으로도 반 시간이 모자라 보였다.


그 와중 최소 하루 한 번은 나에게 와서 불편한 건 없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묻고,


관찰하고 하는 모양새가 물가에 아이를 내어 놓은 부모의 시선과 행태 같았다.


정작 당사자인 나는 그저 오면 오나 보다, 가면 가나 보다, 질문하면 대답하고,


바라보면 웃어 주고 를 반복하고 있었지만, 주변 연구원들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어찌나 관심들이 많으셨는지, 이제는 자기들끼리 떠드는 소리가 나에게도 들렸다.


나랑 박 실장이 연애 하는 사이라나, 내가 딴 데 한눈팔지 못하게 매일 오는 거라나,


한혁까지 포함해서 삼각관계 라나······.


그런 저런 얘기를 듣다가 박 실장이 연구소 문을 여는 것을 보았는데,


작은 소리로 ‘야, 또 왔다.’가 귀에서 들렸고,


동시에 ‘또 오 회장에게 보고할 자료가 필요한가?’ 하는 다른 목소리가


머리에서 들렸다.


고개를 돌려서 소리가 들려온 쪽을 보았더니, 중년의 여성이 장비를 수입하고 있었다.


이상함을 느꼈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박 실장을 보았는데,


다시 머리에서 소리가 들렸다.


‘어? 날 봤어? 내가 스파이인 걸 아나? 어떻게? 그럴 수는 없는데······.


한 수석님께 보고해야 하나? 어? 또 쳐다보네? 왜? 왜 나한테 오는 거야?


오늘 퇴근하면 다시 오지 말아야 하나?’


내가 크게 소리쳤다.



- 스톱! -



그래도 내 머리에는 이어지는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극도의 불안함을 가득 담은 소리였다.


나는 걷다가 뛰어서 그 중년 여성의 양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그제야 머릿속에서 울리던 소리가 없어졌는데,


중년 여성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눈물과 콧물, 침까지 흘리고 있었다.


박 실장이 재빨리 나와 그 여성을 떼어 놓았으니까 다행이었지,


아니면 나도 그 여성을 어떻게 했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머릿속을 울리는 소리는 아무리 목소리가 자체가 예뻤어도,


불쾌하고, 시끄러웠다.


박 실장에게 그녀를 데려가라 했다.


그리고 스파이라고 덧붙였다.


한인철이 침투 시킨 것 같다고 했다.


박 실장은 의아한 눈을 하고 바라보았지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여성을 데리고 연구소 밖으로 나갔다.


나는 의자에 넘어지듯 앉았고, 다른 연구원들은 다시 자기 일을 시작하는 듯했으나,


이미 연구소 분위기는 냉랭해져 있었다.


한혁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하면, 이상한 걸까?




역시나 한혁이 찾아왔다.


일 만든 지 하루도 안 돼서 또 무슨 일이냐고 묻는 그에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무엇부터 먼저 말을 해야 할지 스스로 정리가 덜 되어 있었다.


한혁에게 정확하지는 않지만, 타인의 생각이 들렸다는 말을 했다.


한혁은 피식 웃으면서 독심술(讀心術, Mind reading)이며, 이능 중 하나라고 했다.


이제 염력(念力, Telekinesis)만 있으면 대충 알려진 이능은


나 혼자 다 갖고 있는 것이라며, 허허롭게 웃었다.


하지만 내가 그 여성이 한인철의 스파이인 것 같다고 말하자


한혁의 표정은 바로 굳어졌다.


잠시 생각으로 침묵하던 한혁은 결국 한인철이나


미국이 어제 내가 보여줬던 연구 결과와 한혁이 했던 말까지


모두 다 알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전략을 다시 만들어야겠다며


박 실장을 만나러 나가버렸다.




가뜩이나 한혁이 말해준 ‘정체성의 혼란’ 으로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는데,


다른 문제가 겹겹이 생겨나니 방향성을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그럴 때는! 빠~알간 혈액 아이스크림이지!


피를 좀 빨아 먹었더니 기분도 나아지는 것 같았고,


불안했던 마음도 가라앉는 것 같았고, 머리도 굴러가는 것 같았다.


일단 맛있었다.


피비린내가 향기로웠고.


잠깐의 아이스크림 휴식이 뭐 큰 반향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금세 다시 머리는 지끈 거렸고, 속은 메스꺼워졌다.


그냥 연구나 해야 했다.


아무 생각하지 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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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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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23 하윌라
    작성일
    23.11.25 23:10
    No. 1

    대화체로 긴박함과 대상 사이의 긴장을 주시면 더 흥미있을 것 같습니다.
    주변 환경에 대한 언급도.. 중요하구요.
    주인공이 신경이 날카로와진 것을 책상이 어지럽혀져 있다거나,
    또는 손가락을 까딱거린다거나,,, 시계소리가 더 크고 선명하게 들렸다거나..
    그런 문장을 조금씩 넣으심은 어떨까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청수사
    작성일
    23.11.26 08:01
    No. 2

    윌라님 감사합니다~!

    진정 필요한 말씀입니다.
    저에게는 그런 시선이 부족했었군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저 속도감이 떨어질 것만 고민했지요.

    윌라님 말씀 듣고, 다시 읽어보니,
    무슨 말씀인지 정확히 알겠습니다.

    그럼 한 번 고쳐볼까요? ㅋㅋㅋ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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