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는 질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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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청수사
작품등록일 :
2023.01.09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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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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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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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 01 - 02 ] Promoter Sequence 프로모터 사건 - 2

DUMMY

S01_Chapter 01. [ Initiation of Transcription ] 전사의 시작

.

.

.

[ 003 ] 변하는 중이거나 다 변했을 것이다.




최근 몇 개월 동안 누구에게도 거취를 말한 적이 없어서 방문도 없었지만, 누구도 만나기 싫었다.


자격지심, 열등감, 피해의식, 패배의식······.


각종 셀프-네거티브한 감정들과 분노, 수치심 같은 상대적인 감정들로 똘똘 뭉쳐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인은? 운영하던 병원을 말아먹었다.


폐업신고까지 마친 후, 정리하고 남은 아주 적은 돈으로 산동네 구석에 처박혀서 세상을 피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이런 행태는 낯선 것이 아니었다.


학부 시절 대인관계의 문제와 부당한 처우로 분노와 수치가 극에 닿을 무렵에도 자취방을 아무도 알 수 없는 곳으로 옮겨서 몇 달을 혼자 지냈었다.


그래서 결국 수업일수 미달로 낙제했지만.


또 인턴 때도 그랬었다.


5년을 넘게 사귀었던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는 또 두 달 인가? 방에 처박혀 있었다.


인턴 수료를 못 할 뻔했었던 아찔한 기억이 뇌리에 아른거렸다.


이번에도 그랬구나.






사흘 전.


우연히 이 동네에 일이 있었다며 찾아온 대학 선배.


말아먹기 전 병원을 운영할 때 서로 도움을 몇 번이고 주고받았던 기억에 고마움도 표할 겸,


요 산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대폿집에서 만나 소주를 나눠 마셨었다.


입담이 참 좋았던 그 선배가 2차는 자신이 쏜다면서 나를 시내로 끌어냈고,


오랜만에 시내로 나가, 화려한 음주문화를 즐기다 보니, 스스로에 대한 감정의 골이 슬며시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한참을 먹고 마시다가 필름이 끊겼는데, 기억이 돌아온 곳은 어느 헌혈차 옆에서였다.


기억이 없는 사이 그 선배가 어떻게 꾀어냈는지, 헌혈하겠다고 둘이 그곳으로 온 것이란다.


평생 군대에서 단 한 번만 헌혈을 해봤던 나는 헌혈에 깊은 불안감을 품고 있었다.


공부해서 아는 부분도 있었지만, 내가 스스로 확실한 준비물들을 준비하고,


내가 내 혈관을 잡지 않는 한 누가 무슨 짓을 해 놓았을지 어떻게 알겠는가?


과연 내가 준비하는 것처럼 그렇게 완벽하고, 완전하게 준비를 할 것인가?


어떤 것도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내 입으로 헌혈을 하겠다며 헌혈차를 찾았다는 것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술기운에서인지 그냥 그 선배를 따라갔으나, 술을 마셨으면 헌혈 못 한다고 쫓겨났다.


또 술김에 선배랑 술 깨면 다시 하러 오자면서 철썩 같이 약속을 해 버리고 헤어졌었다.


다음 날 아침부터 당연히 그 약속을 잊어버렸었는데, 이틀 후 선배가 집으로 찾아와서 헌혈하러 가자고 날 끌어냈다.


그래서 못 이기는 척, 해버렸던 헌혈인데······.






정신이 좀 돌아오는 것 같아서 몸을 움직여 침실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체질이나 성격이라고, 지저분한 꼴을 두고 볼 수가 없어서였다.


바닥까지 완벽하게 쓸고 닦고, 쓰레기봉투를 큰 거로 두 개나 버렸다.


부서진 가구는......... 일단 좀 둬야겠다고 생각하고 패스.


그리고 아랫집 내려가서 아무도 없는 현관문에 장문의 사죄 손 편지를 꽂아 넣은 것으로 마무리가 되나 싶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을 무렵, 책장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그러다 모니터 오른쪽 아래 구석에 표시된 날짜를 보고서 까무러치게 놀랐다.


어떤 것도 정리된 것이 없었다.






무려 일주일이나 지나 있었다.


그럼 헌혈을 했던 날짜도 사흘 전이 아니네?


그럼 도대체 며칠을 앓아누워 있던 걸까?


순간 그보다 더 무서운 생각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일주일이나 밥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의 깨달음.


게다가 하나도 허기지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시계를 확인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책상과 바닥 여기저기 널려 있는 책들은 아마도 내가 보고서 던져버린 것들이었을 것이었다.


혈액을 통해 감염되는 질병을 찾고 찾아보면서 각종 희소병까지 몽땅 훑었지만,


결국 어떤 것도 찾을 수 없었고, 심지어 비슷한 증상조차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병이 일주일이나 굶었는데, 배도 안 고프고, 시력은 좋아지며,


각종 감각이 예민해지겠는가?


또 집중력은 어떠한가?


스스로가 생각해도 대단한 집중력이었다.


기억력 역시 대충 훑어만 보았는데도, 마치 포토그래픽 메모리처럼 책이 통째로


저장해서, 기억하고자 하면 바로 재생되었다.




안 먹어도 괜찮다?


좀비 같은 건가?


좀비가 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함을 알고 있기에, 좀비 따위는 아닐 것이었다.


무엇이든 과학적인 설명과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이 일은 40년


넘게 살면서 얻은 상식선에서 아주 멀어 보였다.


그렇다면 몰상식의 범주라는 것인데······.






사람들은 보통 몰상식이라 하면, 무식하거나 개념이 없음을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몰상식의 뜻을 생각해 보면, 상식이라는 다수의 사람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것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소수의 사람만 맞다고 생각하는 것.


단, 맞다 or 틀리다 문제이지, 믿는다 or 믿지않는다 문제는 아니다.




또 개인이나 집단의 신앙과 관련되는 순간, 상식 역시 상식이 아닌 것이 되기 쉽다.


그렇다면 상식을 빼고, 신앙을 빼고 나면 소수가 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몰상식하기 때문이다.


순환논리의 오류.


그래서 몰상식하다고 말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결국 몰상식의 범주는 흔히 ‘오컬트’라고 부르는 일종의 장르,


‘신비’나 ‘기적’이라고 부르는 신앙과 가까운 현상,


그리고 우주나 지옥과 같은 무지하므로 상상하여 시작된 개념들일 것이다.






따라서 나에게 일어난 일은 몰상식의 범주이며, 오컬트나 신비, 기적이나 상상일 것이었다.


소거법을 써보기로 했다.


그중 쉬운 것부터.


소거법을 통해 모두 소거된다면, 나의 이 모든 가정과 사고가 틀렸다는 것.






가장 먼저 ‘상상’.


상상이라면 우선 시간 개념부터 바꿔야 했다.


통증의 시기부터 현재까지 약 8일이 지난 상황이었으므로,


약 8일 이후면 아마도 다음 달 대출 연장 관련한 얘기를 은행으로부터 나와야 했다.


그런 생각을 함과 동시에 핸드폰이 울리고 은행으로 그와 관련된 통지를 받았다.


다행히 이번에는 연장해 준다고 했다.


내년에는 힘들겠지만.


상상이라면 이와 같은 것들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헌혈을 함께 했던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나와 연락이 안 돼서 걱정했다고 했다.


자기는 별일 없다고.


이것도 상상일 수 있었다.




집 밖으로 나와 뒷산에 올랐다.


별들이 총총 박혀있는 까만 밤하늘을 기대했지만, 역시 도시의 밤하늘은 별도 별로 없고, 하늘도 까만색이 아니었다.


하지만 너무나 생생했다.


나를 둘러싼 공기의 흐름.


바람이 뺨을 스치고 가는 느낌.


구석구석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울음소리.


산 아래 도심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


흙냄새.


풀냄새.


돌 냄새.


생생해도 이렇게 생생할 수 없었다.


그 모든 것들이 상상이라면, 적어도 영화 ‘매트릭스’ 수준의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정도는 되어야 했다.




상상은 아주 가능성이 작아져서, 배제(r/o, rule out) 직전이 되었다.






그 다음은 쉬운 것이 없었다.


오컬트도 뭔지 잘 몰랐고, 무신론자이자 과학과 증거 신봉자로서 신비나 기적을


그냥 그대로 믿을 리가 없었다.


신비나 기적은 아마도 종교와 가까운 영역으로 보이니 일단 뒤로 미루고, 오컬트부터 살펴보기 시작했다.


평생 나름의 공부만 하고 살아온 사람이라서 검색창에 오컬트를 넣고, 그 정의부터 보았다.


정의가 어쩌고저쩌고······.


뭘 말하는지도 모를 설명에 그 종류를 지나 대충 읽고 내려가다가,


인물에 이르러 오컬트가 뭔지 감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결국 오컬트도 상상의 범주라고 느껴졌다.


유명하다는 인물을 보니 그런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상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


혹은 자신이 믿는 결론을 증명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들.


그런 사람 중 성공한 사람들도 있고, 그저 ‘카더라’식의 흐지부지 끝난 사람들도 있었다.


결국 오컬트도 아주 가능성이 작아져서, r/o 직전이 되었다.






시간이 생각보다 잘 지나갔다.


새벽을 지나는 내내 각종 오컬트 관련 사이트들을 전전했다.


그래서 신비주의네, 숨겼네 해도 극히 소수의 어떤 능력(?)이나 현상에 대한 상상과


그 상상의 서사가 전부로 보였다.


옳고 그름의 문제도, 믿음과 불신의 문제도 아니었다.


그저 학자의 시선으로 흥미 위주의 사이트를 바라보자 그렇게 보였다는 것이었다.


물론 혹자는 여러 오컬트 사이트에서 공통으로 언급하는 몇몇 사람들의 인생과


능력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어서,


빠져들고 싶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순수한 학자, 특히 과학을 전공한 학자의 눈에는 그저 상상의 산물 그 이상도 아니었다.


휴........ 내일은 교회나 성당······. 아니 절에 가봐야 하나?






종교에서의 신비는 어떻게 보면 허황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인과관계가 명확하다고 생각했다.


집 근처 교회에 가서 목사와 얘기해 보고, 성당에서 신부와 얘기해 보았다.


그들이 인간적으로 참 인격자고, 구도자이며, 아주 오래 깊은 수양을 하는 사람인 것을 너무 잘 알게 되었다.


심지어 한 인간으로서 존경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겉으로 보이는 직업이 성직자인지라, 그들 역시 자신의 신앙과 종교라는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어 보였다.


성직자로써 그들은 신비와 기적에 대한 서사와 설명도 명확했고, 심지어 어떤 감동도 있었으며,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의 상식도 그 종교와 신앙 안에서 정말 잘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하였다.


하지만 몰상식의 범주로 들어가면 결국 그들도 한 명의 인간으로 그 몰상식의 현상과 결과에 대해 ‘좋다, 싫다’가 먼저 튀어나와 버렸다.


사살 너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대화 도중 조심스럽게 나의 현재 상태를 일부만 설명하자, 그들은 바로 ‘기적’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기적’이 나에게 내렸으니, 나는 앞으로 중요한 일을 하게 될 것이라 얘기했다.


스파이더맨이냐?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게······.






종교를 접하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하지만 명확한 방향도 보였다.


나를 설명할 수 있는 길은 종교에 있지 않다는 것을.


그래서 처음 내가 설계했던 가정 자체가 틀렸음을 알 수 있었다.


오컬트도 아니고, 상상의 개념도 아니고, 기적이나 신비도 아니었다.


나는 이제 다시 나의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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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28 생사람
    작성일
    23.10.27 00:04
    No. 1

    작가님. 망설이고 망설이다 용기를 내어 적어봅니다.
    아니다 싶으면 그냥 삭제해도 상관없습니다만, 저의 아주 작~~은 소견으로는 설명문이 좀 많은 듯 싶어서요.(작가님께서 1편에 조그만 조언이라도 써 달라 그래서 용기낸 겁니다. 저도 이런 피드백이 엄청 필요한데 아무도 안해줘서 아주 힘들거든요.ㅠㅠ)
    차라리 혼잣말이라도 가끔 넣던지, 아니면 그 아는 선배와의 에피소드를 구체적으로 풀던지 하는 것은 어떨지...하는 생각에 주제넘게 적어봅니다.
    제가 어찌 필력을 평가할 주제가 되겠습니다마는... 정말 글에 내공이 느껴집니다.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읽어보겠습니다. 화이팅!!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0 청수사
    작성일
    23.10.27 09:07
    No. 2

    공감이 되는 말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하윌라
    작성일
    23.11.13 13:09
    No. 3

    서술자가 쭈욱~~~ 서술해 주는 것이 참 좋은 느낌이에요. 전, 좋아요^^
    다만, 주변 환경, 배경들 나무, 보도블록, 성당의 모습, 교회의 모습, 또... 상담할 때의 분위기
    상대방의 목소리 톤.. 이런 것들도 적어주시면,,,, 흥미있어하는 하윌라에게
    더 큰 상상력을 제공해 주시지 않을까... 해요^_^
    아~! 묘사죠~ 묘사~
    그리고 대사로 성격이나 분위기를 넣어주시는 거...

    글은 너무~~ 잘 읽었어요^_^ 전 되게 좋았거든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청수사
    작성일
    23.11.14 07:11
    No. 4

    감사합니다.
    저 나름대로는 지루하고, 진부하며, 뻔한 대화가 될까 싶어서
    서술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윌라님 말씀을 들어보니,
    팔랑귀가 되어서 그런가 싶네요.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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