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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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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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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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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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현과장 인 원더랜드 - 2

DUMMY

화들짝 놀란 현과장은 그대로 어흥선생에게서 멀어졌다.

은밀한 시선이 느껴졌다. 어흥선생의 은밀한 시선이.

갈 곳을 잃은 현과장의 두 눈동자는 한동안 방황을 멈추지 않았다.

점점 다가온다. 어흥선생이 다가온다.

아니야, 이럴 리 없다. 내 글이, 내 설정에 이런 끈적한 상황은 없단 말이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아차린 것일까. 아니면, 다음 다가올 이야기가 두려워서 일까. 현과장의 눈동자가 더욱 더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망설였다. 하지만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진실을 향한 그의 욕망이 그의 가슴을 가만히 놔두질 않았다.


“어흥선생...”

“이제 지불할 시간이야.”


어흥선생이 그의 앞에 다가선 바로 그때,


“말꼬리에 ‘냥’이 빠졌잖아! 냥이!!! 컨셉을 뭐로 아는 거야!!”


다짜고짜 어흥선생의 멱살을 움켜 쥔 현과장. 광기에 잠식된 듯한 그의 눈빛. 그는 진심이었다.

아, 그걸 망설인 거야. 아 그거였구나. 그래, 그거였어. 순간이었지만, 허무한 무언가가 하늘로 증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한 숨 돌리고 있는 사이에도 이야기는 흘러갔다.

어흥선생이 들려준 대답은 언어가 아닌 물리력. 그의 두툼한 주먹이 다시금 현과장의 안면을 강타했다.

당연하게, 저 멀리 마을 입구까지 날아가는 현과장. 널브러진 그의 주변으로 많은 아이들이 구경이라도 하듯 몰려들었다. 하긴 사람이 날라가는 광경은 그렇게 흔한 광경은 아니니까.


“진지한 이야기 할 때는 냥체 안 쓴다. 알겠나?”


꼼짝도 못하는 현과장 앞으로 어흥선생이 그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대답.”

“네, 넵!!! 가끔은 냥체를 안 쓴다! 넵, 넵!”

“가끔이 아니라 진지한 이야기.”

“네, 넵! 진지한 이야기!”


현과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차렷 자세를 유지했다. 군기가 바짝 든 모습. 역시 미친 놈에게는 매가 약이다.

어찌저찌 이야기가 다시 정상 궤도로 돌아 온 지금. 두 사람은 터벅터벅 마을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들 앞에 나타난 거대한 공사 현장. 현과장은 직감했다. 그가 말한 몸으로 때우라는 말의 의미를.


“여기다냥.”


역시나 현과장의 예감이 맞았다. 어흥선생의 발걸음은 공사장 앞에서 멈춰 섰다.


“여기서 일을 하라고요?”

“그렇다냥. 한 200년만 일하면 될 거다냥. 외지인이라 특별히 싸게 해준 거다냥.”


이틀도 아닌 200년이라고? 외지인이라 눈탱이 때리는 거겠지. 현과장은 의심으로 똑똘 뭉친 눈빛을 어흥선생에게 보냈다.


“진짜다냥. 5000년 짜리 마력의 샘을 200년 노가다로 퉁치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라냥!”


분명 1000년이라고 들었는데. 이상하게 샘물의 나이가 늘었다. 더욱 의심이 커져버린 현과장. 그는 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반드시 탈출해야만 했다.

가만히 있다가는 꼼짝없이 200년이란 시간을 노가다로 보내야만 하는 상황. 인간이 200년 이상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잠시 접어두고, 현과장은 우선은 지금에 집중하기로 했다. 바로 그때였다.


“어제 뒷방 아저씨가 그린 만화 봤어? 진짜 야하던데.”


조금 전 자신을 구경하던 아이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만화 그리고 야함. 이거다! 현과장에게 일말의 희망이 보였다.


“우아! 저기 하늘에 에로 동인지가 날아간다!!!!”


크게 외친 현과장은 하늘 위로 손을 뻗었다. 주변 아이들의 시선도 전부 하늘을 향했다. 잠깐, 에로 동인지라고? 어디어디?!


“지금 뭐하는 거냥?”


무려 에로 동인지 낚시에도 전혀 낚이지 않는 남자, 어흥선생.

현과장과 아이들은 흠칫 놀라 어흥선생을 쳐다봤다.

담담한 그 모습에 경외심마져 생겨버린 현과장과 아이들. 정말이지 무서운 인간이다, 어흥선생이란 인간은.


“아, 아니 그게...”


잠시 머뭇거리던 현과장. 그는 이내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


“아니! 저기 하늘에 BL동인지가 날아간다!!!”


현과장의 큰 목소리에, 거리의 부(腐)녀자들과 소녀들이 일제히 하늘을 쳐다봤다. 하지만,


“지금 뭐하는 거냐.”


여전히 반응이 없는 어흥선생. 오히려 이번 선택은 그의 신경만 긁는 결과였다.

그래, 어흥선생은 그런 인간이 아니다. 절대 아니다. 믿고 있었다고! 젠장!

궁지에 몰린 현과장.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200년이란 끔찍한 노가다만이 남은 듯했다.

바로 그때, 그의 시선에 들어온 깜찍한 물건. 그 끔찍하고 깜찍한 물건을 본 현과장은 운명을 건 마지막 베팅을 시작했다.


“아니! 저기에 신상 고양이 머리띠가!!!”

“어디다냥??!!!”


현과장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어흥선생의 몸은 이미 폴짝 뛰어올라 공중을 누비고 있었다. 기회는 지금뿐. 있는 힘껏, 젖먹던 힘을 다해 마을 어귀로 달려가는 현과장. 그는 필사적으로 마을을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어디있냥? 신상 고양이머리띠!”


어느새 마을 어귀에 와 있는 어흥선생. 그의 눈은 무척이나 진지했다.


“어디있어?! 어딨냐고!”

“새, 새가 채간 모양인데...”


어흥선생은 땅을 치며 분노를 삭혔다. 고양이머리띠가 그렇게 중요한 물건일까. 현과장은 자신의 눈앞에 벌어진 모든 일들이 믿기지가 않았다. 그래, 지금에 와서야 믿기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왜 여기있냥?”


드디어 현과장의 도주를 눈치 챈 것일까. 어흥선생이 현과장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설마 도망치는,”

“수, 술래잡기! 애들이랑 술래잡기! 몸으로 때우라면서...요.”


성큼성큼 다가오던 그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췄다. 이리저리 돌아가는 어흥선생의 눈동자. 그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는 듯, 충격에 휩싸인 표정을 지었다.

이런 뻔한 거짓말이 통하다니. 도대체 어흥선생의 설정은 어찌되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 원더랜드에는 뭔가 비밀이 있는 것일까.


“그, 그렇다냥. 몸으로 때우는 거다냥.”

“자, 그럼 애들이랑 술래잡기를...”

“잠깐.”


이제야 눈치 챈 것일까. 다시금 어흥선생이 성큼성큼 현과장 앞으로 걸어왔다.


“이번은 내 실수다냥. 나도 같이 술래잡기를 하겠다냥.”

“에?”


현과장은 두 눈만 꿈뻑거렸다. 어흥선생도 그를 따라 두 눈을 꿈뻑거렸다.

둘 사이에 살며시 날아드는 적막. 그저 사람 사는 소리만이 그들 주위를 맴돌 뿐이었다.


“설마...”

“자, 갑시다! 몸으로 때워야죠!”


그렇게 시작된 술래잡기.

중천에 떠있던 태양은 어느새 크고 아름다운 성 뒤로 뉘엿뉘엿 떨어지고 있었다.

술래잡기를 하면서 도망칠 기회를 엿보고 있던 현과장. 그러나 그에게 이 기회는 결초 찾아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 또 어흥 아저씨네.”


어디를 숨어도 순식간에 찾아내는 어흥선생 때문에. 지칠 뿐이었다. 지쳐갈 뿐이었다. 아이들도 현과장도.


“그럼 마지막 한번만 하자냥.”

“또 금방 찾을 거잖아요.”


아이들 중 제일 몸집이 작은 아이가 투덜거리며 어흥선생에게서 등을 돌렸다.


“이번엔 현과장 아저씨가 술래를 할 거다냥.”


기회가 왔다. 현과장은 속으로 나이스를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외쳤다. 아주, 나이스!


“그럼 현과장 100까지 세고 찾아야 한다냥. 우린 숨자냥!”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아이들. 그 중에는 덩치가 큰 그 요주의 인물도 섞여있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이제 100까지 세고 아이들을 찾는 척하면서 도망치면 된다. 완벽하다.


“99, 100. 찾는다!”


아니, 도망친다. 현과장은 달렸다. 어귀로 달렸다. 바로 그때,


“헤이, 브라덜. 스탑.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현과장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어흥선생이다.


“내가 네 놈 지금 도망친다는 것에 고양이머리띠를 걸지.”


화가 난 듯 인상을 잔뜩 인상을 구기며 현가장의 목덜미를 낚아채는 어흥선생. 그러나 바로 이어지는 현과장의 한마디에 어흥선생은 그만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잡았다.”

“응?”


현과장은 어흥선생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역시나 임기응변이었다. 10년의 회사 생활동안 그가 몸에 익힌 것은 단 하나 임기응변. 그가 회사에서 안 짤리고 지금까지 버틴 나름 유니크 스킬이었다.


“이제 어흥선생이 술래죠?”

“그, 그렇다냥. 현과장 머리가 좋다냥.”

“그럼 100까지 세시고.”


고분고분 현과장의 말에 따라 두눈을 감고 숫자를 세기 시작하는 어흥선생. 그 순간, 현과장의 머리에 묘수가 떠올랐다.


“잠깐.”

“왜 그러냥?”

“또 휙휙 잡으러 다닐 겁니까?”

“그게 룰이다냥.”


현과장은 몸서리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더니,


“아니지, 아니지! 그게 아니지! 애들이 안 좋아하잖아. 이제부터 어흥선생은 무조건 걸어 다녀요. 뛰지 말고.”

“뛰지 못 하면 못 잡는다냥.”

“이건 경쟁이 아니라니까. 애들이랑 놀아주는 거지. 아까 봤잖아요. 투덜대는 거.”


그럴 듯한 말로 어흥선생을 현혹하는 현과장.

말도 안 되는 논리였지만, 이상하게도 어흥선생은 그의 이야기를 깊게 생각했다.


“현과장은 남을 배려할 줄도 아는 사람이다냥. 그렇게 하겠다냥.”


흔쾌히 현과장의 농간에 넘어간 어흥선생은, 입가에 미소까지 띄우며 숫자를 읊었다. 입 꼬리가 올라간 사람은 비단 그뿐만은 아니었다. 현과장 얼굴에 핀 비열한 웃음.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을 어귀를 나와 무작정 숲으로 질주를 했다.


얼마나 뛰었을까. 이제는 아이들의 소리도. 마을에서 흘러나온 정겨운 소리도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과장은 뛰었다. 무작정 뛰었다.

뛰고, 뛰고, 뛰어서 숲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오게 된 현과장. 그런 그의 시선으로 희한하게 생긴 집 한 채가 들어왔다.

마치 거대한 배추처럼 생긴 건물. 집 앞에는 자그마한 텃밭이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현과장은 집 쪽으로 다가갔다. 마치 뭔가에 홀린 듯, 그의 발걸음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숲 가운데에 집이...”

“있다랄까~ 나~”


집을 천천히 둘러보고 있던 그때, 현과장의 등 뒤에서 들려온 여성의 목소리. 그 아름답고 깔끔한 목소리에, 그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검은 고스(Goth) 드레스에 새하얀 피부. 그리고 검은 생머리. 고스족이라고 보기에는 좀 옅은 눈 화장이었지만, 분명한 것은 이 여자, 무척 미인이다!


“난 채야. 그럼 그쪽은 누구일까~ 나~”

“혀, 현과장.”


또! 또! 또! 현과장! 지인라는 이름이 버젓이 있는데 자꾸 직책을 말하는 이 인간. 이젠 나도 모르겠다.


“그래, 현과장. 우리 집엔 무슨 일일까~ 나~”

“그게, 그냥 지나가다가...”


두근거리는 심장을 간신히 진정시켜가며 대답을 이어가던 그때, 현과장의 이마에서 땀 한방울이 또르르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어머나, 땀을 많이 흘렸네. 좀 씻어야겠다, 그지?”

“아, 뭐 그렇긴 한데.”


현과장의 대답에 채야의 두 눈동자가 번뜩였다.


“현과장, 그럼 씻고 갈까~ 나~”

“씨, 씻어요?”

“우리 집에 좋은 욕조 있는데.”


현과장의 두 눈동자도 번뜩였다.

“라면 먹고 갈래”는 옛말이다. 구식이다.

“고양이 보고 갈래”도 한물갔다.

이제부터는 “우리 집에 좋은 욕조 있는데”다.

채야의 유혹에 대답대신 무한의 긍정이 담긴 고갯짓만 연신 끄덕이는 현과장. 그렇게 둘은 서로의 손을 잡아가며 사이좋게 집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므흣한 생각에 사리분별이 안 되는 현과장. 그는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그가 조금 전까지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 얼마나 큰 고생을 했는지를.


작가의말

재, 재미 있었을까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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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등장! 숲의 주인! +6 23.03.07 295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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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현과장 인 원더랜드 - 3 +4 23.03.05 437 13 11쪽
» 3. 현과장 인 원더랜드 - 2 +6 23.03.04 679 12 12쪽
2 2. 현과장 인 원더랜드 - 1 +6 23.03.03 1,392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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