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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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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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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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차원문1

DUMMY

“일주일, 일주일이라니!!”


집으로 돌아온 현과장은, 1분이 멀다하고 외쳐댔다.

초조한 듯 흔들리는 시선. 양손으로 쥐어짜듯 잡고 있는 머리.

그리고 있는 복 없는 복 전부 날아가 버릴 것만 같은 발 떨림.

자신의 두 눈으로 차원문의 존재를 직접 확인한 그는, 당장이라도 차원문을 통과하고 싶은 마음에 1분 1초도 견딜 수 없었다.


“기다려라냥. 일주일 금방 간다냥.”

“왜 내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서!!! 으아악!!”


누구 하나 빈사로 만드는 필살의 기술도 아닌데 왜 일주일이란 쿨 타임이 있다고 했을까. 사회생활 할 때는 하루에도 수십 번 고개 숙이는 것이 일이었는데. 현과장은 자책하고 또 자책했다.

그런 그를 담담하게 바라보는 어흥선생. 사실, 그는 현과장이 소리를 지르던, 깽판을 부리던, 아무 감정이 들지 않았다. 그의 머리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그 ‘귀여운 존재’ 때문에.


“이렇게 된 이상, 매일 가서 매달려 보는 수밖에!”

“그렇게 간다고 일이 해결될 리 없다냥. 키토님도 그렇게 생각할 거다냥.”


키토는 대답 대신, 졸린 듯 하품하며 눈을 비볐다. 졸린 듯 감긴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크함. 거울로 키토의 모습을 관찰하던 어흥선생은, 그 도도하면서 귀여운 키토의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나. 현과장의 일이라면 어디든 고개를 내민 키토였는데, 웬일로 이번 일엔 시큰둥하다. 현과장의 일에 관심이 떨어진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이건 나의 문제. 키토님의 의견은 반려한다.”


낮은 음성으로 한껏 분위기를 무겁게 만드는 현과장. 정말 무서우리만큼 소름 돋게도, 그 누구도 반응 하지 않았다. 그저 적막만이 흐를 뿐이었다.


“헛소리가 끝났으면 이제 식사할까~나~”


자리에서 일어서는 채야. 덕분에 그 어색한 분위기가 단번에 산산조각이 났다.


“키토님은 주무실 거 같다냥.”

“키토님은 아까 식사 많이 하셨다랄까나~”


이윽고 자리를 뜨는 두 사람과 한 마리. 그러나 현과장은 아직도 거실 한 가운데에 앉아 온갖 똥폼을 잡고 있었다.


“크크큭, 오래간만의 숙적이군. 내 왼팔에 봉인된 홍염룡의 좋은 상대가 되겠어.”


중2병 가득한 멘트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내뱉는 현과장.

주인공 아우라가 주변 캐릭터들에 비해 옅은 건 알겠는데, 그래도 중2병은 너무 간 거 아니야? 쓸데없는 설정 좀 추가하지 마라. 이야기 진행하는 데 방해되니까.


“칫!”


내 말이 들린 것일까. 아니면 현과장 내면의 메아리가 진지하게 설득을 한 것일까. 현과장 또한 주방으로 간 그들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


일주일.

빠르다면 빠른 시간. 그러나 현과장에게는 그 어떤 시간보다 길게 느껴졌다.

끝내, 갓패치가 말한 일주일을 못 버티고 홀로 성밖마을로 그 욕망에 찬 발걸음을 옮긴 현과장. 그의 목적은 단 하나, 바로 차원문이었다.

차원문을 통해 대한민국이 아닌 진정한 이세계, 상태창과 레벨 업이 존재하고 마물과 퀘스트가 넘치는 세계로 날아가려는 현과장. 그의 두 눈에는 야망이 가득했다.

성밖마을 어귀에 당도하자마자, 단번에 중앙 분수 광장까지 달려간 현과장은, 망설임 없이 갓패치의 가판대로 걸음을 옮겼다.


“갓패치, 갓패치! 거래를 하러 왔다!”

“뭐야, 재킷 사게?”

“그건 아니고.”


재킷을 내밀자, 현과장은 손짓 발짓으로 거부하더니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러더니,


“아무래도 쿨이 돌아온 것 같네.”

“쿨이 돌아와?”

“그랜절의 쿨이 돌아 왔다고.”


현과장은 준비 운동을 잠깐 한 뒤, 본격적인 퍼포먼스를 위해 몸을 숙였다. 그런데 그 모습을 바라보는 갓패치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어딘지 모르게 흥미가 떨어진 듯한 그의 표정. 그는 절을 하려는 현과장을 일으켜 세우더니, 공원 반대편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제 그거 안 해도 돼.”

“뭐, 뭐야 저게?!”


공원 맞은편에서 그랜절을 따라하고 있던 사람들. 온갖 춤사위, 탑락에 이은 고다운 그리고 파워무브를 구사하던 그들은, 마지막으로 그의 그랜절을 피날레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아, 아니 저게... 왜?”

“저렇게 화려한 춤사위가 있는데 달랑 그랜절 하나만 보여준다고? 제정신이야?”


아무리 봐도 신기한 광경이었다. 자신의 그랜절을 저렇게 응용하다니.

하지만, 그렇게 감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오리지널은 바로 현과장 자신이니까.


“내가 원조야! 원조! 내가 먼저 썼다고!”

“원조면 뭐해. 갈고 닦아야지. 너무 자만했던 거 아니야? 세상 너무 쉽게 본 거 아니냐고.”

비웃듯 코웃음 치더니, 그대로 차원문을 열고 바람처럼 사라져버린 갓패치. 현과장은 자신의 기술을 마음대로 쓰는 춤꾼들을 가만히 둘 수 없었지만, 그냥 참기로 했다. 그쪽 쪽수가 많았기 때문에. 춤꾼 쪽은 얼추 봐도 30명이 조금 넘었으니까.

그렇게 아무런 소득 없이 마을을 등지게 된 현과장은 돌아오는 내내 문제점 타개에 몰두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 아이디어. 집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기회를 날릴 것 만 같다는 생각에 조바심만 커져갔다.


“정녕 이 방법 밖에 없단 말입니까!”


뭔가 떠오른 것일까. 그는 숲 한복판에서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숲 여기저기로 그의 메아리가 넘실거리며 퍼져나갔다. 하지만 대답 없는 아우성일 뿐. 숲은 아무런 답을 던져 주지 않았다.


“젠장! 어쩔 수 없다!! 이제부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마음을 다잡은 듯, 입술까지 꽉 깨문 현과장. 그의 두 눈 가득 차오른 투지가 거센 파도처럼 열렁였다.


***


다음 날.

약속의 그날까지 이젠 5일이 남았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현과장이 아니었다. 이미 자신의 그랜절에도 흥미를 잃은 갓패치가,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순순히 차원문을 열어준다는 보장이 없었다.


“간다! 이꾸욧!!”

“또 가냥? 쓸데없는 짓이다냥.”


투지를 불태우는 현과장에게 찬물을 확 끼얹는 어흥선생. 머리에 앉아있는 키토도 그의 말에 동의하듯이 두 눈을 게슴츠레 뜨고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잠깐, 아니, 어흥선생은 그렇다고 쳐도, 키토님까지 그러는 거야? 날 못 믿는 거야?”


머리를 앞뒤로 격하게 끄덕인다. 현과장과 며칠 지내지도 않았는데, 벌써 그를 파악하다니. 역시 모두가 두려워하는 숲 주인! 정말이지 무서운 존재다.


“잘 봐! 무진 코퍼레이션 소속 지인 현 과장의 진면목을 보여 줄 테니까!”


현과장은 둘의 무시에도, 당차게 현관문을 박차고 나갔다. 하지만,


“안 돼. 돌아가. 바꿔 줄 마음 없어.”


갓패치의 대답은 냉정하기 그지없었다. 그러자, 광장의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 현과장. 그런데, 이거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어디를 잡아야 잘 벗겨지는지 아는 듯한 그의 손놀림은 사정없이 갓패치의 바지를 헤집고 돌아다녔다.


“놔! 이거 안 놔?!”

“제발, 제발, 제발 한 번만 도와줘! 아니 도와주세요!”


현과장은 사정없이 매달렸다.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하지만,


“돌아가! 싫다고 했잖아! 현과장 제정신이야?!”


여전히 완고하게 거절하는 갓패치. 그 냉철한 반응에, 현과장은 조금 더 힘을 줘서 그의 바지를 끌어내렸다. 바로 그 순간.


[우드드득!]


사정없이 뜯겨나가는 갓패치의 바짓가랑이. 덕분에 그의 꽃무늬 팬티가 광장의 모든 사람들에게 여과 없이 노출되고 말았다.


“아 쫌 진짜!!”


남겨진 바지의 잔해를 들고서, 당장이라도 울 것만 같은 눈동자로 현과장을 노려보는 갓패치. 현과장은 자신의 손에 들린 남은 바지 조각을 살며시 갓패치에게 내밀었다.


“이게, 이게 아닌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어쨌든 돌아가!”


갓패치는 단발의 외침과 함께 차원문 안으로 몸을 황급히 밀어 넣었다. 자신의 잘못 때문에 사라지는 그를 잡을 수 없었던 현과장. 그는 그렇게 주인이 사라진 가판대를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다시 실패의 쓴맛을 맛본 현과장은, 마음과 전혀 다르게, 광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점점 멀어지는 광장과 점점 멀어지는 성밖마을. 멀어지는 거리만큼이나 그의 꿈도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


“아니지! 현과장! 이런 사소한 일에 겁먹으면 안 되지!”


아니야, 현과장. 그거 사소한 일이 아니라고. 당신 지금 큰 실수를 저질렀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현과장은 숲 가운데서 하늘 바라보며 소리쳤다. 이미 어둑해진 하늘 밑으로 어둡게 드리워진 나무의 그림자들. 마치 현과장의 미래를 보는 것만 같았다. 암울하고 답이 없는 그의 미래를.


***


약속의 날까지 4일.

4일도 채 안 남았지만, 현과장의 폭주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실패 투성이 현과장이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그런 현과장에게 든든한 동료가 생긴 것. 그것도 바로,


“다녀오겠습니다요!”

“다녀오겠다냥.”


어흥선생. 지난밤 현과장이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진 덕분에, 그 역시 이런 무모한 파티에 합류하고 말았다.


“다녀오랄까나~”


현관까지 마중 나와 배웅을 해주는 채야와 끼토. 어흥선생의 머리에 있던 키토는, 어느새 채야의 머리로 올라가 식빵을 굽고 있었다.(식빵을 굽다 =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어서 마치 식빵처럼 보이는 상황. 무척이나 귀엽게 보인다.)


“현과장, 키토님도 같이 가면 안 돼냥?”

“갓패치가 기겁하잖아. 안 돼.”


단호하게 선을 긋는 현과장. 절실한 만큼이나 그는 결연했다.

물론 그 결연함이 얼마 지나지 않아 와르르 무너졌지만.

결과는 당연했다. 아무리 사람이 늘어난다고 해서, 아는 사람이 온다고 해서, 갓패치의 마음은 결코, 바뀌지 않았다.

그렇게 실패의 하루가 또 지나갔다.

또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이번엔 채야까지 합심해 갓패치를 찾아갔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터에 와서 행패만 부린다고 핀잔만 배부르게 들을 뿐.


그리고, 결국 찾아온 마지막 날.

현과장은 거실에 앉아 따스한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침착한 듯 보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안감이 맴도는 그의 얼굴. 억지로 올라오는 불안감을 찍어 누르는 듯이 느껴졌다.


“이제 어쩔 수 없다.”


현과장은 자신의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그러자, 그의 손을 향해 살며시 내려오는 작고 검은 손. 바로, 키토였다.

무관심으로 가득 찼던 키토의 눈동자에서도 이젠 결연함이 맴돌았다.


“이젠 키토님도 같이 간다!”

“그거다냥!”

“이제 그럴까나!”


그렇게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는 세 사람과 한 마리.

그들은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며, 현관을 박차고 길을 나섰다.

비장한 그들의 한 걸음, 한 걸음. 숲 속의 새들도 그 걸음에 맞추어 음색을 높였다. 숲도 그들의 결심을 응원하듯, 나뭇잎을 흩날렸다. 하늘도 선선한 바람으로 격려했다.

새도, 숲도, 하늘도 한 마음이 되어 그들의 전진을 축복한다. 이제 오직 결전만이 남은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친구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니까, 일주일째라고.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 글 재미있나요?

난 모르겠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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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현과장 인 원더랜드 - 3 +4 23.03.05 438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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