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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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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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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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현과장 인 원더랜드 - 3

DUMMY

그렇게 채야를 따라 집으로 들어간 현과장.

그의 몸은 어느새 욕조 앞에 다다르고 있었다.

거대한 솥단지처럼 생긴 욕조와 대형식당의 주방같이 꾸며진 욕실. 현과장의 시야로 여러가지의 입욕제들과 허브들이 들어왔다.


“조금만 기다릴까~ 나~”


채야는 현과장을 향해 배시시 웃어주었다.

채야가 웃어 주었다. 여자가 웃어주었다. 40년 모태 쏠로 현과장, 회사 앞 카페 알바에게서도 경멸의 시선을 받았던 그가 싱그럽고 따스한 눈웃음을 받다니.

순간, 그의 머릿속에선 2세의 이름과 손자 손녀의 이름. 손자 손녀의 손자 손녀의 이름까지 주르르륵 지어내고 있었다.

그렇게, 현과장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사이. 채야는 차근차근 욕조 물을 끓일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욕조 밑 아궁이에 알맞은 장작을 넣고 불을 붙인 그녀는, 다시금 현과장을 향해 배시시 웃어주었다.


“손님이 오래간만이라 조금 걸린다랄까~ 나~”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현과장에게는 닿지 않았다. 아니, 어떤 말을 해도 그는 웃어 주었을 것이다. 이미 현과장은 채야의 미소에 푹 빠졌으니까.

어느덧 적당히 따뜻해진 욕조 물. 채야는 현과장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켜줬다. 그녀의 호의를 마다할 이유가 없던 현과장은 그대로 옷을 벗고 욕조 안으로 풍덩 들어갈 뿐이었다.

그가 몸을 담근 욕조가 아무리 솥단지처럼 생겼어도, 그가 있는 욕실이 아무리 주방같이 느껴져도, 그는 절대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운명이라고 느끼고 또 믿었다.


채야가 준비해준 목욕물은 꽤 신비롭고 독특했다.

그가 몸을 씻은 옹달샘도 신비롭긴 했지만, 채야가 손수 준비해준 물은,

마력의 샘물과는 다른, 따스함과 허브의 풋풋한 향이 전신의 피로를 풀어주는 듯했다.

이게 사랑의 힘인 걸까? 아니다, 이건 사랑의 힘이 아니다. 부부의 연을 이끌기 위해 채야가 준비한 사랑의 묘약인 것이다. 현과장은 오해하고 또 오해했다. 하긴, 40년 동안 혼자였으니, 이런 환대에 상상을 부풀리는 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바로 그때, 살그머니 열리는 욕실의 문. 그 문 뒤로 수줍게 웃고 있는 채야가 두 눈에 들아왔다.


“잠시 들어가도 될까~ 나~”


이벤트다. 이건 이벤트다! 히로인과의 목욕 이벤트. 순간 현과장의 머릿속으로 지난 시절 애니나 게임에서 봤던 온천씬이나 목욕 이벤트가 촤라라락 나열되었다. 므흣한 상상이 머리 위로 솟아올랐다.


“그, 그럼요!”

“그럼 실례 좀 할까~ 나~”


살며시 문을 닫고 들어오는 채야. 그런데 복장이... 에이프런이다. 그것도 속옷 위에 걸친 에이프런. 현과장은 이런 적극적인 서비스에 몸 둘 바를 모르고 그저 침만 꿀꺽 삼켜대었다.


“옷에 물이 튈 거 같아서 앞치마만 걸쳤다랄까~ 나~”

“아, 네! 환영입니다!”


마음의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런 서리를 듣고 수줍게 웃는 채야. 그런 그녀의 미소에 현과장은 날아갈 것만 같았다.

여기서 잠깐. 다시 한 번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

이 이야기는 꼰대 오덕 현과장의 고생과 불행을 코믹적으로 다루는 이야기지, 꼰대의 행복과 일상을 그린 그런 휴먼 다큐멘터리와도 같은 드라마가 아니다.


그럼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현과장의 음탕한 눈빛은 그 앞에 펼쳐진 므흣한 광경을 거침없이 탐닉했다.


“물 온도는 적당할까~ 나~”

“그럼, 적당하지요.”


점차 다가오는 그녀의 그림자. 채야의 요염한 발걸음이 가까워짐에 따라, 현과장의 심장은 당장이라도 터질 듯 심하게 두근대었다.

현과장 근처로 다가간 채야는, 살며시 욕조 안으로 손을 넣어보았다. 그런데,


“흐음, 좀 미지근한데.”

“응? 미지근?”


현과장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미 흠뻑 육수를 뿜어내고 있던 그의 몸뚱아리는 이미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따스함을 지나 뜨거움으로 치닫고 있던 욕조물. 그런 욕조물이 미직지근하다고. 이제야 그의 머릿속에 불안감이 피어났다. 하지만,


“조금 실례를 해도 될까~ 나~?”


배시시 웃어주는 채야의 미소에 다시 한 번 머리가 깨져버렸다. 그래, 불안감? 그게 뭣이 중헌디. 그게 뭣이 중허냐고. 지금 미녀가 실례를 하겠다는데 뭣이 중하냐고! 머릿속에 일본 AV 한편을 틀어 놓은 현과장은, 침을 꼴깍 삼키며 채야를 향해 무작정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실례 좀 할까~ 나~”


그녀의 얼굴에 활짝 핀 웃음꽃을 보며 덩달아 웃어주는 현과장. 이제 그가 그렇게 고대하던 순간이 온다. 에이프런을 벗기만을 고대한 그의 눈빛. 드디어 채야의 손이 등 뒤로 향했다. 그런데,


[풍덩!]


그의 앞으로 떨어지는 무 한 덩어리. 이어서 배추와 당근, 양배추와 각종 야채 향신료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 지금 이게 무슨...”

“조금 싱거울 거 같은데.”


아무렇지 않은 듯 채야는 욕조, 아니, 가마솥에 숟가락을 넣더니 그대로 푹 떠서 한입 맛보았다.


“역시, 싱겁네.”


채야는 머리 위 선반에서 하얀 통을 꺼내 그대로 뚜껑을 열고 탈탈 털었다. 통 안에서 떨어져 나오는 하얀 가루들. 채야가 현과장에게 가루의 정체를 말하진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말해 주지 않아도 알 것만 같았다. 아니, 안다는 확신이 들었다.


“으악!”


그제야 상황 파악을 시작한 현과장. 여긴 욕실이 아니다. 그래, 여긴 거대한 주방이었다. 머리 위 찬장에 있는 물품들은 입욕제가 아닌 각종의 향신료들.

현과장의 눈에서 콩깍지가 벗겨지니, 그의 시야로 하나 둘씩 주방 용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조금만 참을까~ 나~ 오래 안 걸린다랄~ 까~ 나~”


귀에 걸린 입꼬리. 순간, 그녀의 어여쁜 얼굴에서 광기가 느껴졌다. 이 여자 제 정신이 아니다. 사람을 잡아먹다니. 숲 속에서 혼자 사는 것이 납득이 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현과장은 있는 힘껏 가마솥 위로 뛰어 올랐다. 하지만, 도망치려고 하는 현과장을 마냥 바라보고 있을 채야가 아니었다. 그녀 역시 있는 힘껏 현과장을 가마솥 안으로 밀어 넣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있으면 된다랄~ 까~ 나~”

“미쳤냐?! 미쳤어?! 나보고 이렇게 죽으라고?!”


필사의 저항을 끝으로, 간신히 가마솥에서 뛰쳐나온 현과장. 그가 가마솥에소 개구리마냥 폴짝 뛰어 오르던 그 순간, 그만 가마솥이 중심을 잃고 아궁이 밑으로 떨어졌다.

순식간에 물바다가 된 주방. 가마솥 안에 들어갔던 각종 채소들이 채야의 발목으로 굴러와 부딪혔다.


“아니, 이 잡것! 가려면 곱게 갈 것이지, 감히 국물을, 음식을 버려?!”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노려보기 시작한 채야. 그러나 분노의 대상은 이미 주방을 뛰쳐나간 후였다.

채야의 집을 빠져나온 현과장은 숲으로 달렸다. 또 한 번 달렸다. 무작정 달렸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악덕 변태 고양이 인간으로부터 간신히 탈출하니까, 이번엔 미녀 식인종이라니. 억울함이 목 위로 차올랐다.


“거기 서라, 잡것!!”


하지만 억울해 하는 것도 잠시. 어느새 뒤까지 쫓아온 채야. 그녀를 감싸고 있던 에이프런은 어디가고, 그녀의 몸은 검은 로브로 똘똘 감겨 있었다. 마치, 사신처럼.


“서면, 서면?! 당장에 잡아먹으려고?! 내가 미쳤냐?!”

“안 잡아먹는다! 안 잡아먹어! 그러니까,”


안 잡아먹는다는 그녀의 말에, 살며시 왼손 중지를 치켜들어 내보이는 현과장. 순간, 그녀의 두 눈에 더욱 커다란 불꽃이 일렁였다.


“오냐, 네 이 자식 잡히기만 해봐! 뼈째로 씹어 먹어 주마!”

“안 잡아먹는다며?! 것 봐! 거짓말쟁이!!”

“아가리 싸물어! 잡것아!!”


분노가 그녀를 강하게 만든 것일까. 점점 현과장과의 거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남아있는 힘을 다 짜낸 현과장이었지만, 분노와 광기로 버무려진 그녀를 따돌리기엔 충분하지 않았다.

이윽고 그의 바로 뒤까지 붙게 된 채야. 그런데 그때,


“여기 있었냥? 이제 찾았다냥.”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그들을 향해 천천히 느릿느릿 걸어오는 한 남자, 어흥선생. 그의 얼굴은 드 사람과 다르게 환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이제 현과장까지 잡았으니까,”

“어흥선생! 나 좀 살려줘!”

“응? 왜 그러냥?”


현과장은 지난 일은 완전히 잊고 다짜고짜 어흥선생의 뒤로 숨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서로를 바라보는 어흥선생과 채야의 눈빛에 스파크가 일렁인다. 그것도 당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서로를 향한 강렬한 경멸의 불꽃이.


“어이 미친 고양이. 그 인간 넘겨.”

“할매가 노망이 들었냥. 이 인간은 나에게 빚이 있다냥.”

“설마 둘... EX야?”


현과장은 확신했다. 이건 전남편과 전부인 사이가 아니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분노와 경멸이라고. 하지만,


“너 같으면 저런 미친 고양이하고 살 것냐?”

“선 넘지 마, 현과장.”


단호하게 부정하는 두 사람. 현과장은 두 사람의 압도적인 눈빛에 그만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죄, 죄송합니다.”


현과장의 한껏 주늑 든 사과에, 두 사람은 다시금 서로를 노려봤다.


“그런데 무슨 일이냥, 현과장.”

“아, 그래! 저 여자가 날 잡아먹으려고 했다고!”


현과장은 땅바닥에서 일어나 당당히 손을 올려 채야를 가리켰다. 그런데 현과장, 죽지 않는 몸 아니었던가?


“현과장, 현과장은 죽지 않는다냥. 아까 말하지 않았냥.”

“아... 그랬지.”


어흥선생의 말에 그제야 자신에 대한 사실이 떠오른 현과장. 왜 일찍이 떠올리지 못한 것일까. 후회가 밀려왔다. 채야의 몸매를 더 못 즐겼다는 후회가.


“현과장, 설마 멍청,”

“아니야! 저 여자가 날 유혹했다고!”

“저 할매가?”

“할매라니, 미친 고양이 놈이!”


일촉즉발의 상황. 두 괴인(怪人)의 눈빛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래, 이게 이능 배틀이지! 이게 웹소설이지!

건장하고 잘생긴 남자와 매혹적이고 고혹적인 여성의 목숨을 건 한 판 승부! 이런 흥미진진하고 생동감 넘치는 걸 기다리고 있었다고!


“에취!”


한 판의 비무가 시작되려던 찰나, 그 둘 사이를 가로지르는 재채기 소리. 순식간에 둘을 감싸던 정적이 깨져버렸다.


“미, 미안 계속해.”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는 현과장. 그런데, 둘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지금...”

“재채기했냥?”


못 볼 걸 본 사람들처럼 화들짝 놀라 황급히 현과장으로부터 떨어지는 채야와 어흥선생. 그들은 조금 전까지 싸웠다는 사실도 잊은 채 서로를 붙잡고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


“응, 했는데. 왜?

“그건 말이다냥, 그건...”


어흥선생이 말을 이어가려던 바로 그 순간, 갑자기 휘청거리기 시작한 현과장. 그는 중심을 잃고 그대로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전신이 뜨거웠다. 온몸이 욱신거렸다. 지금 당장 죽을 것처럼

분명 죽지 않는 몸이라고 했는데. 거짓말이었던 걸까.


“나, 안 죽...”

“뒤로 돌아가 찾아봐라냥. 난 말했다냥, 웬만해선 안 죽는다고.”

“그럼...”


자신의 말을 채 끝내지 못한 채 그만 정신을 잃고 만 현과장. 그런 그의 주변으로 채야가 살며시 다가와 입을 열었다.


“그건 숲 주인의 저주랄까... 나...”


작가의말

재채기가...

저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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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현과장 인 원더랜드 - 3 +4 23.03.05 438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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