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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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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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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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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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현과장과 갓패치 - 1

DUMMY

화창한 날씨에 콧노래가 절로 나는 성밖마을의 하늘.

그런 하늘 밑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은 어둡고 음침한 세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이 갓패치가 뭐야, 갓패치가. 별명은 뭐 금연패치인가.”


현과장은 못 미더운 듯 시큰둥한 얼굴이다.

그런 그를 향해 다급히 손짓하는 어흥선생과 채야. 뺀질거리는 현과장과는 달리, 그들의 얼굴은 무척이나 긴장되고 초조한 듯이 느껴졌다.


“갓패치 앞에서 그런 농담은 하면 안 된다랄까나!”

“키토님 만큼이나 무서운 사람이다냥.”


그들의 다그침에도 여전히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현과장. 여전히 그는 미심쩍은 듯, 온 얼굴로 불신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런 얼굴 하는 거 아니다냥!”

“어허! 얼굴 막 지적하는 거 아니야! 그런 지들은... 잘났네, 젠장.”


어흥선생과 채야에게 한마디 던지려던 현과장은 그대로 말을 끊었다.

젠장, 이 인간들 너무 예쁘다. 보통, 그래 일반적으로, 주인공이 더 멋있고 예쁘고 그러지 않나? 그런데 이 소설은 왜 이 모양일까? 주인공이 배불뚝이 꼰대 아저씨다. 심지어 모태쏠로에 오타쿠. 필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거야 뭐야. 글도 지지리 못 쓰는 주제에.

...라고 현과장이 생각했다. 감히 글의 주인인 ‘작가’님을 고깝게 보는 현과장.

아, 잠깐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열받네. 아무래도 응당의 조치가 필요한 듯하다.


[퍽!]


어흥선생의 펀치가 정확히 현과장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나이스, 어흥선생.


“별 말씀이다냥.”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드는 어흥선생. 그 옆에서 비틀거리며 겨우 버티고 있던 현과장은 거친 호흡을 몰아쉬며 그런 어흥선생을 째려보기 시작했다.



“갑자기 때리기가 어디 있어?!”

“조심해라냥. 그는 모든 곳에서 보고 있다냥.”

“젠장! 거지같은 세계!! 반드시 돌아간다! 집으로 간다고!”


현과장은 마음을 다졌다. 그의 눈빛에선 간절함이 깃든 각오가 분노와 함께 일렁였다. 원더랜드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주인공다운 눈빛을 보여줬다. 무려 8화만에.

어찌 됐건, 드디어 목표가 뚜렷해진 현과장은, 마을 안 쪽을 향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눈앞에 나타난 성밖마을의 중앙 분수 광장. 웅장한 분수가 보이자, 현과장을 뒤따르든 어흥선생과 채야는 반사적으로 몸을 숨겼다. 마치 누군가에게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듯이.

갑작스런 그들의 행동에, 덩달아 처마밑에 몸을 숨기는 현과장. 그는 긴장된 얼굴로 어흥선생을 바라봤다. 그런데,


“여기서부터는 현과장 혼자 가야한다냥.”

“우리는 여기까지랄까~나!!”


그들이 현과장을 떠민다. 무작정 떠민다.


“왜, 왜들 이러는 건데?!”

“시끄럽다냥! 현과장일은 현과장이 알아서한다냥!”


급기야 왔던 길로 황급히 도망치는 어흥선생. 아직 도망치지 못한 채야는, 주변에 쌓인 볏짚을 향해 몸을 날렸다.

도대체 뭐가 있어서 이러는 것일까. 현과장의 눈에 보이는 중앙 분수 광장의 광경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분수 주변에서 뛰노는 아이들.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 그리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한 쌍의 젊은 남녀, 아니 바퀴벌레들.


아니, 공원은 모두가 나와 행복을 만끽하는 공간인데, 왜 저런 것들이 나와 물을 흐리는 걸까? 이 소설이 건전한 개그 코믹 판타지라는 걸 모르는 거야?

왜 벌레들이 밝은 곳까지 기어 나와 사람 오장육부를 뒤틀리게 만드는 거냐고!!

꺼져! 꺼지라고! Get Out My Sight! 쏠로 천국! 커플 지옥!!

바로 그때였다. 분수대에 걸터앉은 그 벌레 커플을 향해 달려가는 거대한 그림자. 그 그림자의 주인은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남녀를 바라봤다.

큰 키. 창백한 얼굴. 낡았지만 꽤나 기품이 느껴지는 검푸른색 정장. 그리고 퇴폐미가 물씬 느껴지는 머리카락. 완벽한 미남이었지만, 한 가지 큰 결점이 보였다. 이 남자, 말라도 너무 말랐다.


“너희 대낮부터 제정신이야?”


남자의 눈에 광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저희 부부인데요.”


당돌하게 입을 놀리는 커플남. 그 말을 들은 남자는 더욱 두 눈을 부라렸다.


“부부가 그런 끈적끈적한 시선을 서로에게 보낸다고? 가족끼리 그런 불경한 눈빛을 주고받는다고? 너희 제정신이야?”

“정말 부부 맞다니까요!”


이번엔 여자 쪽에서 입을 놀렸다. 순간 남자의 시선이 여성 쪽으로 쏠린다. 그 광기 가득한 눈빛에 자신도 모르게 커플남 뒤로 숨은 여자. 그녀는 남편이라는 사람 뒤에 숨어 광기의 시선을 피해보려고 했지만, 쓸데없는 짓이었다.

왜냐면, 남자의 진정한 아직 광기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으니까.


“제정신이야? 부부가 아니라 불륜이겠지. 머릿속에 온통 합체 생각 밖에 없는 불순하고 더러운 벌레새끼들아.”


남자의 두 눈이 더욱 희번뜩거렸다.

사실을 들킨 것일까. 헐레벌떡 자리를 뜨는 남녀 커플. 그들은 창피함에 고개도 들지 못 한 채, 그저 꽁무니를 내빼기에 바빴다.

그들이 사라지자, 다시금 평화가 찾아온 중앙 분수대. 남자도 평온한 표정으로 분수대 주변 가판대로 향했다.

한편, 그 남다른 말솜씨에 오금이 지린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현과장.

그 차갑고 날카로운 언변을 본 현과장은 단번에 확신했다. 저 삐쩍 마른 사람이 바로 갓패치라는 것을.

어흥선생과 채야가 무서워하는 게 조금 이해가 됐다. 눈앞의 남자는 가만히 있는 커플에게 다가가 독설을 날리고 도망치게끔 만든 사람이다. 간단히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미친놈이다. 아니, 미친개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찾아왔는데 눈앞에서 물러설 수는 없는 상황. 현과장은 단단히 마음을 먹고 갓패치 앞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가판대 위를 정말 정성스럽게 쓸고 닦는 갓패치. 그렇게 한참을 꼼꼼하고 세심하게 청호를 한 그는 단 한 벌의 옷만 가판대 위에 올려놓았다. 마치 태양을 삼킨 듯이 빨간 가죽 재킷 단 한 벌만.

가패치를 향해 다가가 갔던 현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그 붉은 재킷에 시선을 빼앗겼다. 자석에 이끌리듯 점점 옷 쪽으로 걸어가는 현과장. 그는 뭔가에 홀린 듯 재킷을 집어 들었다.


“눈이 높으시네! 손님! 그건 정말 고귀한 재킷이라고.”


옷을 집어든 현과장은 그대로 갓패치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사장님, 장사 정말 드럽게 못 한다.”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변한 그의 시선. 순간, 중앙 분수 주변이 조용해졌다.


“지금 뭐라고...”

“장사 못 한다고.”


다시 한 번 강하게 이야기하는 현과장. 갓패치의 얼굴에 당혹감이 잔뜩 드러났다.


“아니, 당신이 뭔데 남의 장사에 이래라 저래라야?!”

“남자 손님 잡는 법 몰라? 이렇게 장사해서 물건 팔겠어?”

“남자 손님 잡는 법이라는 게... 있어?”


100t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 맞은 것만 같은 갓패치의 표정. 그런 그를 보고도 아랑곳없이 현과장은 오지랖넓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선, 시야를 마주쳐선 안 돼. 남자는 부담스러워 하니까.”

“아니, 물건 설명을 해줘야 할 거 아니야.”


갓패치의 대꾸에, 현과장은 한껏 인상을 찌푸렸다.


“아이, 답답한 양반! 노가리나 까려고 옷집에 들른 줄 알아? 남자 손님의 마음은 야생 동물과도 같은 것! 다가가면 멀어지고 다가가면 멀어진다고!”

“뭐라고?!!”


다시금 충격을 받은 것일까. 갓패치는 입과 동공을 연 채로 그 자리에서 굳어져버렸다.


“손님이 물어보기 전까지 절대 입을 열지 마. 아시겠습니까, 사장님?”

“오늘 하나 배웠네. 고맙군.”


나름의 팁을 알려준 현과장은 자연스럽게 재킷을 몸에 걸쳤다. 마치 자신의 몸에 맞춰서 나온 듯이 느껴지는 착용감. 현과장의 얼굴에 미소가 절로 피어났다.


“그런데 사장님, 이건 얼마야?”

“그거, 10억 당근코인.”

“당근코인? 그게 뭐야? 가상화폐야?”


현과장은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갓패치를 바라봤다. 그런 그에게 당황감 넘치는 시선을 보내는 갓패치. 서로가 서로를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는 바로 그때, 저 멀리서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응? 무슨 소동이지?”


현과장은 시선을 돌려, 분수 광장의 맞은편을 유심히 바라봤다. 무언가에 쫓기듯 달려오는 사람들. 그 사람들 속에는 익숙한 얼굴도 숨어있었다. 어흥선생이었다.

무슨 일인지, 사람들의 먼지바람이 점점 광장 쪽으로 가까워진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무슨 일인데 이렇게 소란스러운 거야?!! 손님이 계시는데!”


갓패치가 당당하게 사람들 쪽으로 걸어나갔다. 하지만, 그의 찌푸린 인상에도 아랑곳없이 무작정 뛰어오는 사람들. 그가 무서워 도망쳤던 어흥선생도 마찬가지였다.


“너, 너, 너! 어흥선생!!!”

“가, 갓패치 지금 그럴 시간 없다냥!! 온다냥! 오고 있다냥!!!”

“뭐가 온다는 거야?”


갓패치는 전혀 긴장감 없이 사람들이 달려온 저 편을 응시했다.

그들의 먼지바람 뒤로, 중앙 광장을 향해 서서히 달려오고 있는 작은 그림자. 점차 그 그림자가 가까워지자, 담담했던 갓패치의 얼굴에 점차 긴장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저, 저 친구가 여길 왜와?!!!”


순간 움찔하며, 몸을 뒤로 피한 갓패치. 어흥선생은 그 큰 몸을 현과장 뒤에 숨기느라 안간힘이었다.


“아, 진짜! 어흥선생 몸집에 맞지 않게 왜 이래?”

“키토님이다냥! 키토님!!”


어흥선생의 말에, 현과장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나타났다. 자신들의 작전에 심취해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존재, 숲 주인 키토. 사실 상상도 못 했다. 숲 주인이 마을까지 내려 올 거란 사실을.


“숲 주인, 여긴 네가 올 곳이 아니야!”


갓패치의 외침에도 키토는 중앙 광장을 향해 서서히 달려왔다. 키토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아니, 단 한명이었다. 바로,


[폴짝!]


현과장. 바닥을 가볍게 뛴 키토는 어느새 현과장의 머리 위에 앉아있었다. 그 모습에 기겁을 하는 사람들. 중앙 광장으로 달려온 사람들, 중앙 광장에 있던 사람들, 심지어 중앙 광장 보다 훨씬 멀리 있는 사람들까지 모두 도망치거나 숨어버렸다.

덕분에 완전히 한산해진 광장. 오로지 분수 소리만이 귓가에 맴돌았다.


“키토님 집에서 기다렸어야지.”


현과장이 머리 위로 손을 올리려하자, 키토는 과감히 그의 손을 내려쳤다. 아무래도 단단히 삐친 모양이다.


“화가 많이 나셨다냥.”


키토는 현과장의 머리에 앉아 한 곳을 지긋이 응시했다. 중앙 분수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볏짚. 그래, 그 ‘누군가’가 숨어있는 그 볏짚 말이다.


“어흥선생, 저 볏짚에 가서 채야 좀 데리고 와줄래?”

“할매가 저기에 숨었냥?”

“할매가 아니랄까! 나!”


할매란 말에 자신도 모르게 반응하고 만 채야. 그녀는 반사적으로 볏짚을 뛰쳐나와 어흥선생 앞으로 달려왔다.


“미친 고양이놈이 어디서 또 할매라고!”

“내가 우선이 아니다냥. 키토님이 우선이다냥.”


어흥선생의 말에, 그제야 현과장 머리 위 키토를 발견한 채야. 그 초롱초롱한 황금색 눈동자와 눈빛이 마주치자, 그녀는 그만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세 사람이 모이자, 키토는 그들의 머리 위를 통, 통, 통, 징검다리 건너듯 계속해서 뛰어다녔다. 정말 신난 놀이기구 타듯이.


“화가 좀 풀리셨어어요? 키토님?”


현과장의 말에, 그의 어깨로 내려와 가볍게 고개를 끄떡이는 키토. 그제야 주저앉아있던 어흥선생과 채야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찔했던 해프닝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세 사람. 그런데, 단 한 사람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화가 풀릴 리 있겠어? 지금?! 너희들 제정신이야?!!!!”


갓패치. 그 단 한 사람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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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현과장 인 원더랜드 - 3 +4 23.03.05 438 13 11쪽
3 3. 현과장 인 원더랜드 - 2 +6 23.03.04 679 12 12쪽
2 2. 현과장 인 원더랜드 - 1 +6 23.03.03 1,393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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