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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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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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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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등장! 숲의 주인!

DUMMY

어두운 숲길을 지나, 어느 덧 옹달샘 근처에 다다르게 된 현과장과 일행들.

옹달샘에 가까워질수록 그들의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정말 본 거 확실하냥?”

“혹시 거짓말일까~ 나~”


채야와 어흥선생은 겉으론 의심하는 듯했지만, 속으로는 거짓말이길 빌고 또 간절히 빌었다. 숲 주인을 만나게 되면, 자신의 한 목숨조차 온전히 지킬 자신이 없었으니까.


“믿으라니까. 믿어. 분명 여기서...”


현과장이 그들을 다그치며 주변을 둘러보던 그때, 정면에서 오싹한 기운이 스멀스멀 기어왔다. 마치 감기에 걸린 것처럼 부들부들 떨리는 몸뚱이. 이런 느낌을 받은 것은 비단 현과장 뿐만은 아닌 듯 했다.


“맞는 거 같다냥! 우린 이제 큰일 났다냥!!”

“우짤까~나~ 우짤까! 나!”


어흥선생과 채야는 그 오싹한 냉기를 느끼자마자 이성을 잃은 듯이 보였다. 이리저리 횡설수설 도무지 안정을 찾지 못하고 뱅뱅 맴도는 두 사람.

그러나, 현과장은 달랐다. 그는 아직 숲주인의 존재도 잘 이해하고 있지 못했으니까. 뭐,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 무식하기에 용감했다!


“숲 주인, 사과를 하러 왔소!!!”


사과를 하러 온 주재에 목소리한번 당차다. 이런 그의 목소리에 반응한 것일까. 앞 쪽에서 검은 그림자가 살금살금 아장아장 현과장 쪽으로 걸어왔다.

이윽고 현과장 앞에 정체를 드러내는 그림자. 검은 털과 황금빛 눈동자. 그리고 쫑긋한 귀. 누가 봐도 검은 토끼. 그래, 숲 주인이 틀림없었다.


“봐봐, 맞잖아.”


숲 주인이 정말로 모습을 보이자, 어흥선생과 채야는 더욱 난리가 났다. 이리저리 움직이던 다리는 더욱 빠르게 날뛰기 시작했다. 그들의 입에선 더욱 알아 듣기 힘든 말들이 튀어 나왔다. 누가 봐도 완전 패닉에 빠진 모습.

그러나, 현과장은 달랐다. 그 무시무시한 귀여움 앞에서 결코 겁먹지 않은 현과장. 이렇게 숲 주인을 무시하는 인간은 아마 현과장이 처음일 것이다.

숲 주인은 현과장을 노려보더니 고개를 휙 돌려 옹달샘을 응시했다.

현과장의 목욕으로 인해 완전히 망가져버린 옹달샘. 숲 주인이 그에게 저주를 내린 이유가 명확해졌다. 그가 미움을 받는 원인이 확실해졌다.


“숲 주인! 내가 잘못했소이다!!”


사과 역시 당차고 우렁차게 외친 현과장. 그는 망설임 없이 숲 주인을 향해 절을 올렸다. 잠깐, 아니, 이건 절이 아니다. 이웃 섬나라에서 흔히 용서를 구할 때 구사한다는 도게자?! 오타쿠 아니랄까봐 이런 매니악한 문화를 들이밀다니. 이봐, 현과장. 여긴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이세계가 아니야. 아니라고.

아니나 다를까, 숲 주인의 눈빛은 미동도 없었다. 오로지 옹달샘만 처량하게 바라보는 숲 주인. 이 귀여운 괴물은 그 구슬픈 눈을 돌려 매섭게 현과장을 응시했다.

현과장의 코끝이 간지러워졌다. 물론 뒤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어흥선생과 채야 역시.


“으아악! 현과장! 나 죽는다냥!!”

“이건 아니랄까~ 나~! 난 죽기 싫다랄까~ 나!”


더욱 사방팔방으로 날뛰는 어흥선생과 채야. 점점 숲 주인의 그 귀여운 얼굴이 서서히, 아주 서서히 현과장의 머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걸 받고 부디 용서해 주시오!!”


현과장은 미리 뽑아온 배추 두 통을 냉큼 머리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나,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듯한 그 귀여운 얼굴. 그에게 또 다시 찾아온 절체절명의 위기!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현과장. 이제 결심을 지어야만 하는 때가 왔다.


“이렇게 됐다면, 어쩔 수 없다!!”


단발의 외침과 함께 벌떡 일어선 현과장. 그의 눈빛은 목숨을 건 결의로 가득 차 있었다.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고객님!!!”


순간 그의 몸이 부웅 떠올랐다. 공중제비 3바퀴 후, 머리부터 떨어지는 현과장. 설마, 이것은... 그랜절?!! 그것도 공중에서 머리부터 수직으로 떨어진다고? 아니 이 인간, 사회 생활을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그런 퍼포먼스에 감동했는지 숲 주인도 박수를 친다. 그 작고 귀여운 앞발로.

어흥선생과 채야도 놓았던 정신줄을 잡고 현과장을 바라봤다. 이것은 신과도 같은 경지. 올곧은 허리. 하늘로 쭉 뻗은 다리. 무엇보다, 그랜절의 고난과 역경 말해주는 듯 뽈록 튀어나온 그의 ET뱃살. 완벽 그 자체였다.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런 현과장의 패기, 아니 똘기가 마음에 든 것일까. 숲 주인이 다가와 현과장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이 장면에 놀란 사람은 현과장이 아닌, 어흥선생과 채야. 숲 주인이 저렇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을 처음 본 두 사람은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이제 다리 좀 내려도 될까요?”


현과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숲 주인. 잠깐, 고개를 끄덕여? 말을 알아듣는 거야? 지금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거야?!


“혀, 현과장. 숲 주인님과 대화가 가능하냥?”

“거짓말 하면 안 된다랄까...나...”


다리를 내리는 현과장을 향해, 어흥선생과 채야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그들을 매우 귀엽고 매서운 눈빛으로 째려보는 숲 주인. 순간, 코끝이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말을 알아들으신다냥!! 알아들으신다냥!!”

“죄송하다랄까나! 죄송하다랄까나!”


숲 주인의 호된 저주에 혼비백산 이리저리 뛰어다니기에 바쁜 두 사람. 그러나, 현과장은 달랐다. 그는 간택당했으니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물론, 지금도 모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럼 이제 공물을 드셔야죠.”


현과장은 가져온 배추를 먹기 좋게 잘라 숲 주인 앞에 내밀었다.

오물오물 옴뇸뇸 정말 맛있고 귀엽게 먹는 우리의 숲 주인. 이렇게 귀여움을 만끽하고 있자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많이 있으니까 천천히 드세요. 숲 주인님.”


현과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눈도 잠깐잠깐 마주쳐 준다.

여기서 잠깐.

이어지는 이야기를 진행하기에 앞서, 우리는 머릿속에 ‘꼭’ 새겨 두어야 할 명언이 있다. 그건 바로, 「야생 동물이게 함부로 먹이를 주지 마세요.」

그는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 정말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간택되었단 사실을. 아니, 이제 그의 인생이 완전히 끝났단 사실을.

어느새 바닥이 난 배추. 현과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숲 주인을 향해 꾸벅 인사를 올렸다. 그런데,


“그럼 가보겠습니다. 만수무강하십시오!”


숲 주인 눈빛이 싸늘하다. 뭔가 잘못했나. 현과장은 곧바로 자신의 행실을 돌이켜 생각해 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혹시 배추가 좀 적으셨나요?”


고개를 끄덕이려던 숲 주인. 그러나 이내 고개를 황급히 저었다. 확실히 부족했던 건 맞는 듯하다.


“그렇다면 왜...”


바로 그 순간, 숲 주인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번개와도 같은 속도로. 그것도 현과장을 향해서.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미처 대응하지 못했던 현과장. 잠시 눈을 감았다 뜬 그의 시야에는 이미 숲 주인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혀, 현과장!! 큰일 났다냥!!”

“나, 난 모른다랄까나~ 모른다랄까나!!”


현과장을 바라보며 기겁을 하는 두 사람. 오래된 콤비마냥 같은 동작, 같은 얼굴로 현과장을 바라봤다. 아니, 현과장의 머리를 바라봤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호들갑을...”

“위! 위!”


위라는 어흥선생의 말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위로 젖히려던 현과장. 그런데 이상하다. 고개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누가 머리를 조종하는 것처럼.


“왜 머리가 안 움직이지.”

“움직이면 죽는다랄까나. 그대로 있어야 한다랄까나!”

“도대체 머리에 뭐가... !!!”


머리 위로 손을 올린 현과장은 그만 그대로 굳어버렸다.

뽀송뽀송한 솜털이 잡힌다. 푹신푹신한 솜사탕이 만져진다.

설마 채야의 집에서 모자를 빌려 쓰고 나왔던가.

머리 위에 거대한 민들레 씨가 떨어진 걸까.

정답은 알고 있었지만, 현과장은 애써 부정하며 다른 생각만 떠올렸다.


“좋은 모자네. 자, 그럼 가자, 집에.”

“자, 잠깐만이다냥! 그대로 간다고냥?!”

“현과장 미쳤다랄까나! 미쳤다랄까나!!”


현과장의 시선이 싸늘하다. 머리 위, 숲 주인의 시선이 차갑다.


“그럼 날 버리겠다는 말이야, 지금?”

“뭐냥, 현과장 그러지 마라냥. 무섭다냥.”

“우리 이렇게 쉽게 서로를 버리는 사이었어? 응?”


현과장의 시선에서 광기가 뿜어져 나왔다. 숲 주인의 황금빛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그렇겐 안 되지! 그렇겐 안 돼!”


어흥선생을 향해 후다닥 달려간 현과장. 숲 주인이 무서운 어흥선생은 그 느릿한 발걸음을 결국 피할 수 없었다.


“나, 난 상관없으니 빠져 줄까~나~”

“우린 한 배야. 스윗 베이비!”


현과장의 광기가 이번엔 채야에게 엄습해왔다. 도망치고 싶어도 발이 말을 안 듣는 채야. 그녀 역시 느릿느릿 다가오는 현과장의 손길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우린 하나야! 으하하하하하!”


우렁찬 현과장의 웃음소리가 고요하고 음침한 숲의 여기저기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


저녁에 시작된 그들의 여정은 새벽이 되어서야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갈때는 셋이었지만, 올때는 넷이 된 현과장과 그의 일행들.

몸은 크게 힘들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이 들었다.

어느덧 채야의 집 앞에 도착한 현과장과 일행, 그리고 한 마리. 채야가 집 앞에 오자, 표정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무척 난감하다는 듯한 그녀의 얼굴. 그녀는 집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더욱 얼굴빛이 심각해져갔다.


“저, 정말 우리집일까나?”


잔뜩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현과장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채야. 그런 그녀를 향해 현과장은 미소를 지었다. 아주 음흉하고 사악한 미소를.


“아아, 난 가기 시룬데. 채야가 우리 집이라고 하니까 할 수 없이 가야겠네. 우. 리. 집.”

“아, 아니다 내 집이랄까나! 내 집이랄까나!”


채야가 팔을 붙잡고 매달려봤지만, 현과장은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단단히 화가 난 듯 입을 꾹 닫는 채야. 현과장,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왜요? 화났어요? 왜 화가 났는데요? 그런 거로 화를 내요?”


숲으로 출발하기 전, 그녀에게서 받은 깐족을 그대로 돌려주는 현과장. 덕분에 채야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그럼 둘이 잘 살아봐라냥. 난 그럼 간다냥.”


어흥선생이 시선이 서로에게 가 있는 틈을 타 그들에게서 돌아서려던 순간, 서늘한 기운이 목덜미에 닿았다. 그는 간과하고 있었다. 남은 눈동자가 한 쌍 더 있다는 사실을.


“아, 아니다냥. 나도 남는다냥.”


어흥선생은 미안함을 잔뜩 담아, 숲 주인을 향해 헤벌쭉 웃어 주었다. 그 웃음이 마음에 든 것일까. 현과장 머리 위에서 가볍게 점프한 숲 주인, 숲 주인은 그대로 현과장의 머리에서 내려가 채야의 집으로 맹돌진을 했다.


“아, 그렇게 들어가면...”


그녀의 목소리가 그 귀여운 뾰족 귀에 닿기도 전에 채야의 집으로 휙 들어가버린 숲 주인. 채야의 이마에 주름이 하나 내려앉았다.


“현과장 때문이다냥! 우리 이제 어떡하냥!”

“그래, 현과장 탓일까나!”

“이것 봐요, 이 사람들아. 나도 여기에 오고 싶어서 온 게 아니라니까. 나도... 잠깐만. 설마... 그래!”


숲 주인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두 사람은 맹렬하게 현과장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런 무문별한 비난에. 대꾸를 하려던 찰나, 그의 머리에 피어난 하나의 아이디어. 지금 이 상황을 타계할 한 줄기 빛이 보이는 듯 했다.


“잠깐,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지금까지의 모습과 다르게, 뭔가 잔뜩 폼을 잡는 현과장. 마치 사건의 해결사라도 된 것 마냥, 그는 온갖 멋있는 척을 다했다. 안 어울리게.


“기다려 봐. 나한테 아주 좋은 생각이 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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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현과장과 갓패치 - 1 +3 23.03.09 196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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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등장! 숲의 주인! +6 23.03.07 29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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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현과장 인 원더랜드 - 3 +4 23.03.05 437 13 11쪽
3 3. 현과장 인 원더랜드 - 2 +6 23.03.04 679 12 12쪽
2 2. 현과장 인 원더랜드 - 1 +6 23.03.03 1,393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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