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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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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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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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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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현과장 인 원더랜드 - 4

DUMMY

머리 위로 별이 보인다.

천장이 빙글빙글 돈다.

이세계에서 맞이하는 죽음은 이런 것이구나. 현과장은 자신에게 다가온 운명을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싸늘하다. 죽은 영혼에게도 온도를 느낄 감각은 남아있는 것일까. 아니면, 설마 유령이 되어버린 걸까. 유령이 나타나면 주변 온도가 내려가는 게임을 들은 적이 있다. 제목이 뭐더라. 아무튼. 정말 유령이 된 것일까.


“이걸 어쩌냥.”

“숲 주인의 저주는 우리가 어쩔 수 없다랄까~ 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흥선생과 채야다. 자신을 고생하게끔 만든 원흉인 두 사람. 그 순간, 현과장의 머리에 엄청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어차피 죽은 몸, 귀신으로라도 복수하리라. 그는 복수에 대한 기대에 한껏 부푼 가슴을 안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상하다. 현과장이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과, 두 사람이 현과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일치한다. 우연일까.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상황. 아니, 유령을 보는 능력이라도 있는 것일까. 겁을 먹은 건 오히려 현과장이었다.


“현과장은 창피하지도 않냥. 좀 가려라냥. 자랑스럽지도 않은 물건.”

“응?? 나 보이는 거 맞지?”

“옷은 저쪽에 말려 두었다랄까~ 나~”


인상을 찌푸리는 어흥선생과 손으로 손수 부엌을 가리키는 채야. 현과장은 확신했다. 아니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람들 유령이 보인다.


“뭐야, 유령도 볼 줄 알아 당신들?”

“무슨 소리냥. 우리가 유령을 어떻게 보냥.”

“그럼, 내가 왜 보이는 거야?”


현과장의 말에, 채야는 부엌을 가리키던 손을 거두고, 거실의 거대한 거울을 향해 손을 가리켰다.


“현과장 아직 안 죽었다랄까~나~”


거울에 비치는 뚜렷한 현과장의 육체. 앙상한 팔과 뽈록 나온 배. 마치 ET와 흡사한 현과장의 몸매. 그는 이런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운 듯, 서둘러 자신의 몸을 손으로 가렸다.


“한 손으로 가려지다니, 정말 컴팩트한 물건이다냥.”

“맞다랄까~ 나~”


창피함에 숨도 쉬지 않고 그대로 부엌으로 뛰어간 현과장. 순식간에 옷을 걸쳐 입고 부엌 밖으로 나왔다.


“그건 그렇고, 무슨 짓을 했기에 숲 주인이 저주를 걸었냥?”

“숲 주인? 그게 뭐야?”


순간 정적이 흘렀다. 어흥선생과 채야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입을 떡 벌린 채, 눈앞의 현과장을 바라볼 뿐이었다.


“왜, 왜 그래 무섭게...”

“당연히 무섭다랄까~ 나!”

“독 만렙! 저주 만렙! 화상 만렙! 역병 만렙! 귀여움 만렙! 이 무시무시한 존재를 그런 취급을 하다니! 현과장, 정신이 나갔냥?!”

“그냥 재채기 가지고 호들갑들은.”


빤히 쳐다보는 시선에 무안한 듯 현과장은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왜 자신이 여기에 있는 걸까. 그들이 입을 모야 두려워하는 숲 주인보다 더욱 무시무시한 식인 여자의 집 거실에.


“아니, 그런데 내가 왜 여기 있어? 식인 여자의 집에?!!”

“식인 여자라니! 말이 좀 지나쳤다랄! 까! 나!”


채야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현과장을 바라봤다. 아름다움 속에 뚜렷하게 한자리 잡고 있는 분노. 순간 현과장의 얼굴이 발그래해 졌다. 현과장, 이런 거에 좀 약할지도.


“그, 그렇게 쳐다보지 마. 그리고, 날 잡아먹으려고 했던 건 맞잖아! 저기 가마솥에 끓여서!”

“현과장, 할매가 아무리 상식이 없는 괴물이긴 하지만, 그렇게 사람을 잡아먹은 인간은 아니다냥.”

“뭐? 할매?! 이 미친 고양이 놈이!”


다시금 서로를 바라보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한 두 사람. 채야는 괴물이란 단어보다 할매란 단어에 더욱 크게 동요한 듯이 보였다.


“날 가마솥에 넣고 끓였다고! 그런데도 저 여자를 믿어?”

“나, 채야! 채식만 하는 마녀랄! 까! 나! 비! 건! 마! 녀!”


앙칼지고 따끔하게 외친 채야. 그런 그녀의 모습에 다시금 현과장의 얼굴이 붉어졌다. 현과장, 미녀에 정말 많이 약하구나.


“현과장, 외모에 속지 마라냥. 이 할매 1000년도 더 산 마녀 중의 마녀다냥.”

“처, 천년? 저렇게 예쁜데?”


어흥선생의 말에 화들짝 놀란 현과장은 더욱 세세하게 그녀의 얼굴을 바라봣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외모. 10대보다 탱탱한 피부. 누가 봐도 채야는 1000년이나 산 할머니로 보이지 않았다.


“이 모습이 어떻게 할머니야?”

“훗훗훗. 젊음을 유지하는 나만의 비법이 있다랄~ 까~ 나~”


채야는 두 눈을 번뜩이며 주방으로 달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금 거실로 나온 그녀는, 양 손에 뭔가를 꼭 쥐며 나타났다. 마치 소중한 신주단지를 모시듯이. 이어서 작은 숟가락을 꺼내온 그녀는, 소중히 잡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았다. 그건 탁한 물이 들어있는 작은 유리병이었다.


“이게 내 비결이랄~ 까~ 나~”


한층 업 된 그녀의 텐션. 현과장도 덩달아 흥분되었다.


“이게 젊음의 영약이라고?:

“그렇다고 할~ 까~ 나~”


작은 숟가락을 유리병에 넣어 조금만, 아주 조금만 떠 주는 채야. 현과장은 잔뜩 기대하는 눈빛으로 숟가락을 바라봤다.


“현과장, 맛 만 볼~ 까~ 나~”

“그래, 맛만 볼~ 까~ 나~”


덥썩 받아먹었다. 정체가 뭔지도 모르고. 입 안으로 퍼지는 진한 채소 육수. 딱 알맞은 간. 맛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뭔가 찜찜하다. 아니 찝찝하다.


“그런데 뭐로 만든 거야?”

“간단하다랄~ 까~ 나~ 각종 채소를 넣고 간을 맞춰서 끓이면 된다랄~ 까~ 나~”

“그게 끝?”

“응, 끝.”


이상하다. 아주 많이 이상하다. 흥겨운 말 꼬리가 없다.

이 여자, 분명 뭔가 감추고 있다.


“정말 모르겠냥, 현과장. 그게 무슨 물인지 정말 모르겠냥?”

“뭘?”

“그 물 부엌에서 나왔다냥.”


어흥선생의 말에, 채야는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붉혔다. 부엌에 뭐가 있었지? 현과장은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 봤다.


“부엌에 액체 유리병이 본 기억은 딱히 없는 거 같은데.”

“아니다랄~ 까~ 나~ 있다랄~ 까~ 나~”

“나는 봤다냥. 현과장을 여기에 끌고 오자마자 할매가 어디로 황급히 들어갔는지냥.”

“고양이! 주둥아리 여물어라!”


또 다시 불붙은 두 사람의 눈빛. 하지만, 현과장은 그런 둘의 싸움에는 관심도 없었다. 그저 그는 자신을 감싼 이 찝찝함을 빨리 해소 시키고 싶었을 뿐.

현과장은 다시 한 번 부엌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자신이 도망칠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부엌. 쓰러진 가마솥도 그대로고, 널브러진 채소들도 그대로였다. 잠깐, 채소라고? 분명 채야가 채소를 끓인 육수라고 하지 않았던가? 채소를 넣고 끓이기 전에... 확실히...


“채야! 설마 날 넣고 끓인 물이야?”


황급히 거실로 나온 현과장. 그런 그의 시선에 사로잡힌 건, 신경전을 벌이는 두 사람이 아닌, 고개를 끄덕이는 어흥선생과 그대로 얼음처럼 굳어진 채야였다. 그랬다. 물의 정체는 바로,


“이거 내 목욕물이야?”


현과장의 육수. 채야는 창피한 듯 얼굴을 들지 못했다.


“이 외모에 왜 이 할매가 여기서 혼자 살겠냥. 이 사람 변태다냥.”

“할매라니! 변태라니! 난 내 젊음을 위해 남자들을 조금 이용한 것뿐이라고!”

“끓여서?”


끓인다는 현과장의 질문에, 채야는 완강히 고개를 저었다.


“피부가 다치면 땀이 안 나오잖아. 땀을 뺄 정도만로 뜨겁게랄~ 까~ 나~”

“남자의 땀이 비법인 거야?”

“그럴다랄~ 까~ 나~”


그제야 현과장은 자신의 입을 감도는 찝찝함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 대중목욕탕에서 잠수 놀이하다 한껏 먹은 목욕탕물. 그래, 그 때꾸정물 진한 목욕탕물의 기억이, 추억이 그 정체였다.

너무나 황당하고 기가 막혔기에 구역질도 안 나왔다. 이런 정신 나간 마녀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그런 그녀가 당당하게, 너무나 당당하게 비법을 뽐내고 있다.


[딱!]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한 현과장. 그만 채야의 머리 위로 꿀밤을 사정없이 먹여주었다. 그런데,


“아야!”


아파오는 건 오히려 현과장의 주먹. 이 여자 머리도 돌, 아니 철이다.


“왜 내 손이 아픈데!”

“왜 내 머릴 때릴까나? 왜요 화났어요? 왜 화났어요? 그런 일로 화내요?”


이 여자 깐족거림도 수준 이상이다. 아름다운 얼굴로 깐족거리니, 더욱 열 받는다. 도대체 이 세계는 어떻게 된 모양일까~ 나~


“장난은 이제 그쯤 해라냥.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냥. 문제는 숲 주인이다냥.”


잔뜩 약 올리는 채야와 그런 그녀를 보고 부들거리는 현과장 사이를 일부러 비집고 들어와 자리를 잡는 어흥선생. 그는 매우 진지했다.


“샘물 때문에 운 좋게 살아남았을지는 모르겠지만, 두 번 세 번은 없을 거다냥. 빨리 찾아가 잘못을 빌어야 한다냥. 재채기를 멈춰야 한다냥.”

“누군지 어떻게 알고.”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현과장에게, 어흥선생은 한 장의 그림을 내밀었다. 그림 속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은 바로 토끼. 그것도 검은 털과 황금빛 눈동자를 가진 매우 귀엽고, 앙증맞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토끼였다.


“잠깐, 이 토끼...”

“토끼가 아니다냥! 숲 주인님이시다냥!”


그래 숲 주인. 아니, 토끼. 현과장의 기억 저편에서 무언가 미친 듯이 달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세계에 와서 처음 만난 생명체, 토끼. 틀림없었다. 그림 속의 이 모습은 바로 자신이 만난 그때의 그 토끼였다.


“나 이 토끼 본적 있어!”

“토끼가 아니라 숲 주인님! 아니, 만난 적이 있다고? 정말이냥?”


어흥선생의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숲 주인을 만나고도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니. 그는 자신의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거짓말은 나쁘다랄까~나~”


못 믿는 건 채야도 마찬가지. 그녀는 현과장의 말을 확실히 거짓말이라고 단정이라도 짓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래, 거짓말 하지 마라냥. 숲 주인님은 그렇게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냥.”

“아니, 정말 봤어. 그 옹달샘에서.”


옹달샘이란 말에, 어흥선생의 고양이 머리띠가 쫑긋 섰다.


“옹달샘? 내 마력의 샘물 말이냥?”

“만나서 용서를 구하면 된다고? 그거야 쉽지.”


현과장, a.k.a. 임기응변의 달인. 그에게 있어서 용서와 사죄는 매일 같이 일어나는 일과 중의 한 부분일 뿐이었다.


“사죄란 마음보다, 양손이 중요하지.”


이어서, 현과장은 밖으로 나가 큼직한 배추 두 동을 뽑아들었다. 그런 그의 망나니같은 행동에 기겁하는 채야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먼저 깐족거리기도 했고, 그는 젊음의 비약에 필요한 존재이니까.


“다음에 갚아야 할까~ 나~”

“살아남으면 갚을까~ 나~ 빨리 앞장 서라냥. 나 길 모른다냥.”


어느덧 그들에게 물들어 버린 현과장. 그렇게 셋은 어마무시한 존재, 숲 주인을 만나기 위해 어두운 숲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작가의말

냥! 냥! 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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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현과장 인 원더랜드 - 3 +4 23.03.05 436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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