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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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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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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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차원문2

DUMMY

이윽고, 성밖마을의 어귀에 도착한 세 사람과 한 마리.

평화로운 분위기를 풍겨내던 이 평범한 마을에 작지만 무서운 혼란이 당도하고야 말았다.

각오 다부진 표정과 함께 중앙 분수 광장을 향해 걸음을 떼는 일행. 그들의 발걸음이 한 걸음,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때 마다, 마을 주민들은 혼비백산 기겁하며 도망치기에 바빴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엔 미동도 없다. 그들의 마음은 그 어느 때 보다 굳건했다. 오직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사람들. 설령 마을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다해도 상관이 없었다. 그만큼 그들에게 있어서 오늘은 중요한 결전의 날이니까.


그런데, 설마 잊은 건 아니겠지? 오늘 일주일 째 되는 날이라니까.


“가앗!패취! 가앗!패취! 거래를 하러왔다!”


현과장은 분수 광장에 도착과 동시에 큰 목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일제히 현과장 쪽을 향하는 광장의 모든 시선. 그러나 그 시선들의 종착지는 현과장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시야를 사로잡는 것은 바로,


“수, 숲 주인이다!!”

“꺄아아악!! 숲 주인이다!!!”


현과장의 머리 위에 앉아있는 키토. 키토 역시 결연한 얼굴로 각오 서린 눈빛을 마구마구 발사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그리고 그의 그랜절을 베낀 그 춤꾼들도.


“또 숲 주인을 데리고 왔어? 너희들 제정신이야?!”


광장에 갑작스레 닥쳐온 혼란에, 갓패치가 헐레벌떡 현과장 쪽으로 달려왔다. 잔뜩 화가 난 듯 두 눈을 부라리며 현과장 일행을 바라보는 갓패치. 그런데 이 인간들 이런 큰 사고를 치고서도 전혀 미안한 얼굴이 아니다. 죄송하기는커녕 오히려 당당하게 갓패치를 바라보는 사고뭉치들. 갓패치는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아니, 너네 제정신이야? 도대체 뭘 잘했다고...”

“거래를 하러 왔다!” [폴짝!]

“하러 왔다냥!” [폴짝!]

“거래랄까나~” [폴짝!]


현과장과 어흥선생, 그리고 채야의 말에 맞추어 그들 머리 위로 폴짝폴짝 뛰어 오르는 키토. 세 명의 손발이, 아니 세 명 + 한 마리의 손발이 척척 맞는다.

“미치겠네. 정말 제정신이야? 숲 주인 제정신이냐고.”

“숲 주인이 아니라 키토님! 우리의 마스코트 키토님!!”


마치 숭배하듯 키토를 하늘 위로 떠받드는 현과장. 덩달아 남은 두 사람도 높게 올린 키토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나마저 정신이 나갈 것 같네. 용건이나 빨리 말하고 끝내.”


말을 마친 갓패치는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자,


“차원문을 열어라!” [폴짝]

“열어라냥!” [폴짝]

“차원문일까나~” [폴짝]


다시 한 번 자신들의 합을 자랑하는 사고뭉치 녀석들. 개그는 반복이라고 했던가.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무척이나 환상적인 클리셰라 생각한 모양이다. 봐라, 저 늠름한 표정과 자신감에 찬 얼굴을.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정작 큰 웃음, 빅 재미는커녕 소소한 공감도 이끌어 내지 못한 것이랄까.

갓패치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담담한 눈빛으로 현과장과 그 일행을 바라봤다. 이런 관심종자들에겐 무관심이 메디슨. 갓패치는 결사코 입을 열지 않았다.


“우리 요거 온 종일 할 수 있어!”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사인데. 막, 방패 들고. 별 모양에. 잘 생기고 근육질에...

야! 거긴 안 돼! 그 대사는 안 된다고! 갓패치, 어떻게 좀 해 봐!


“정말 제정신이야? 다른 것도 아닌 그 엄격한 그쪽 대사를 베껴?”

“베낀 게 아니라 오마주다냥.”

“설마, 어흥선생 아이디어야? 제정신이야?”


순간 어흥선생이 갓패치의 눈빛을 피했다. 아, 믿었었는데. 어흥선생, 너 마저.


“미안하다냥. 그렇게 됐다냥.”

“저기, 어흥선생. 그거 갓패치에게 대답한 거지? 그치? 아니면 나 좀 무서울 지도.”

“뭐가 무서울까나~”


제각각 자신들의 생각만 의식의 흐름대로 내뱉는 사고뭉치들. 갓패치는 머리가 아파왔다. 나도 머리가 아파왔다. 얘들아 그냥 정상적으로 살면 안 돼?


“모두 시끄럽고! 당장 돌아가!”

“우린 거래를,”

“거래고 나발이고 당장 돌아가라고!”


갓패치는 현과장의 말을 자르며, 그의 창백한 얼굴에 핏대를 세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돌아갈 현과장이 아니다. 그럴 거 였으면, 진즉에 가만히 일주일을 보내고 왔었을 테니까. 그건 그렇고 오늘이 일주일째야. 약속의 마지막 날이라고.


“아니, 우린 못 가! 거래를 완성할 때까지!” [폴짝!]

“완성이다냥!” [폴짝!]

“완성이고 나발이고!!” [폴짝!]


순간, 네 사람 사이에 불어오는 정적. 사고뭉치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저 갓패치의 머리 위만 바라봤다.

눈치 챘는가? 익숙한 말 꼬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그랬다. 갓패치의 머리 위에 키토가 앉았다. 그가 세 사람의 합에 끼어 든 무시무시한 대가였다.


“미안하게 됐다랄까나.”


재빨리 손을 뻗어 키토를 감싼 채야는, 서둘러 자신의 머리 위에 키토를 올렸다. 채야의 머리 위로 올라가자, 갓패치를 향해 어색하게 웃는 키토. 채야도 굳어진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것들이 진짜!!”


이런 엉뚱한 행동들 때문에 끝내 폭발하고 만 갓패치. 그는 가판대로 성큼성큼 걸어가 진열해 놓은 붉은 재킷을 집어 들었다.


“거래고 뭐고, 난 몰라!”


갓패치는 사고뭉치들을 바라보며 감정 실린 한 마디를 툭 던졌다. 그러자,


“‘제정신이야’란 말을 안 한다냥! 갓패치 정말 화난 모양이다냥!”

“잡아야할까나!”


심각하게 표정이 굳어진 어흥선생과 채야. 그들의 얼굴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놓치면 끝이다냥!”


다급한 어흥선생의 목소리. 뭐라도 해야 했다. 아니 당장 뭐라도 해야 한다!


“나, 나 이거 한 달도, 일 년도 할 수 있어!!!”


자신에게 느닷없이 찾아온 황망함에 일단 아무 말이나 저지른 현과장.

순간, 분수 광장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그런데, 사과하는 거 아니었어? 이럴 때는 보통 사과를 하지 않나?

다른 사람들도 같은 마음인지, 네 쌍의 눈동자가 일제히 현과장을 향했다.


“지금 협박하는 거야? 나 갓패치에게 협박을 하는 거냐고?! 제정신이야?!!!”


차원문을 열려던 갓패치는, 그대로 달려오듯 현과장에게 다가왔다. 오는 걸음걸음 광장 바닥에 깊게 패인 발자국.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제정신이야‘라고 하는 걸 보니까 화는 안 난 거 맞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본 현과장. 없다. 아무도 없다. 어흥선생도 채야도, 심지어 믿고 데리고 온 키토도.

갓패치는 현과장에게 딱 붙어서 그를 노려보았다. 현과장의 얼굴 위로 뜨거운 콧김이 쏟아져 내렸다. 창백했던 그의 얼굴이 이제는 시뻘게져 있었다. 그 누가 봐도 화가 난 모습. 그것도 보통 화난 게 아니라, 아주 단단히, 머리끝까지 난 게 분명했다.


“죄송합니다!”


현과장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전혀 수그러들지 않는 그의 뜨거운 열기.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뿐이었다.


“그, 그랜절...”

“고작 그랜절 따위로 뭘 어쩌려고? 너 미쳤어?!”


그래 그랜절은 이미 광장의 춤꾼들 때문에 식상한 지 오래. 다른 방법을 꺼내야만 했다.

현과장은 입술을 깨물었다. 정녕 이 상황을 해결할, 아니 역전시킬 방법은 없단 말인가. 그는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렸다.

긴장감 탓인지, 아니면 집중했기 때문인지, 1초가 1년 같이 느껴졌다. 그는 사정없이 자신의 뇌를 혹사했다.

바로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뜩 솟구쳤다. 그를 구원하기 위해 찾아온 단 하나의 오의. 그 무공은 그 어떤 기연이 남겨준 무공 절학(絶學)도 신공도 아니었다. 예전부터, 그래 이세계에 오기 전부터 몸에 익히고 있던 그 오의. 바로,


“그랜절!”


그랜절이었다.

그랜절이란 말에 콧방귀를 뀌는 갓패치. 그러나 그의 비웃음은 현과장에게 있어서 좋은 신호였다. 비웃는 만큼 기대감이 없다는 거니까.

오의를 구사할 때는 보는 이가 기대감이 없으면 없을 만큼 좋았다. 오의 직관 후 찾아오는 카타르시스의 농도가 몇 배는 더 진했으니까.


“사죄의 호흡 제 1형, 그랜절!”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의 그랜절을 갓패치에게 구사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몸놀림. 그리고 마지막 착지 동작까지. 역시나 갓패치의 얼굴에서는 용서의 전조도, 화가 풀릴 기미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였다.


“사죄의 호흡 제 2형, 역 그랜절!!”


팔과 뱃살의 반동으로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는 현과장. 그는 그랜절의 역순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 반대로 출렁이는 뱃살. 반대로 도는 공중 5바퀴. 그리고 반대로 내려오는 현과장 자신까지. 김연아 선수의 트리플액셀 만큼이나 우아하고 절도 있는 마무리였다.


“뭐, 뭐지! 이 그랜절은?!”


마치 동영상을 거꾸로 돌린 것만 같은 상황에 갓패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현과장의 예상대로였다. 넋을 잃고 현과장을 바라보는 갓패치. 그의 얼굴에선 화는커녕, 오히려 경이로움을 대하는 존경심만 가득했다.

현과장의 오의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간을 뒤로 돌린 듯한 느낌을 선사해 주었다.

그런데, 아무리 판타지라고 해도 너무한 거 아니야? 이런 게 가능하긴 해?


“이런 게 어떻게 가능하지?”

“다 년 간의 사회생활, 그리고 풍부한 뱃살. 나머진 노코멘트.”


멀리서 현과장을 지켜보던 어흥선생과 채야도 어느새 다가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갓패치와 마찬가지로 입을 벌린 채 넋을 놓아버린 두 사람. 채야의 머리 위에 앉아있던 카토는 연신 박수를 쳐댔다.


“이런, 이런, 이런. 다른 관객들도 있었잖아. 훗!”


주변의 모두를 향해 온갖 똥폼을 잡는 현과장. 그러나 그 촌스러운 움직임도 이어지는 어흥선생의 한 마디에 모두 무너져 버렸다.


“그런데 우리 여기 왜 왔냥?”


「역 그랜절」의 사이드 이펙트, 바로 기억 되돌리기.

그랜절의 목적은 오직 사죄. 사죄를 할 상황이 못 된다면, 그럼 사과할 일을 잊게 만들면 되는 게 아닐까.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역 그랜절」이었다. 동작을 되돌리는 행위를 통해 기억까지 되돌려버리는 무시무시한 오의. 문제는,


“그러게 왜 왔지? 채야, 채야 일 때문이야?”

“내 일일까나?”


보는 이도 시전자도 모두 같이 잊는다는 것. 이렇게 완벽하게 해결해 놓고 이 모양 이 꼴이라니.

야, 너네 생각 없지? 생각 없이 살지? 맞지? 그치?


***


“그래, 내가 차원문을 열어 주겠다고 했단 말이지. 나 제정신이야?”


갓패치는 뭐가 못 마땅한 것인지 연신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그를 둘러싸고 앉아있는 세 사람과 한 마리. 다행히도 세 사람 중 누군가에게 일주일 전의 기억은 남아있던 모양이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듯, 갓패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러더니 분수 광장 하늘을 향해 커다란 원을 그리는 갓패치. 뉘엿뉘엿 지는 노을빛을 받아 그가 만든 차원문도 붉게 빛이 났다.


“자, 가라고. 빨리.”

“이렇게 쉽게?”

“그럼 빨리 해야지. 그래야 나도 돌아가 쉴 거 아니야.”


현과장은 잠시 어흥선생과 채야. 그리고 키토를 바라봤다.


“모두 잊지 못할 거야.”


그의 따스한 한 마디에, 모두 작은 미소로 대답하는 사고뭉치들.

현과장은 그들을 뒤로 하고 곧장 차원문 안으로 몸을 던졌다.


작가의말

샤카! 샤카!

후리! 후리!

재미있어 져라! 재미있어 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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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현과장과 갓패치 - 2 +3 23.03.10 165 8 11쪽
8 8. 현과장과 갓패치 - 1 +3 23.03.09 196 9 12쪽
7 7. 나! 돌아갈래! +6 23.03.08 229 11 12쪽
6 6. 등장! 숲의 주인! +6 23.03.07 295 10 12쪽
5 5. 현과장 인 원더랜드 - 4 +5 23.03.06 354 11 11쪽
4 4. 현과장 인 원더랜드 - 3 +4 23.03.05 437 13 11쪽
3 3. 현과장 인 원더랜드 - 2 +6 23.03.04 679 12 12쪽
2 2. 현과장 인 원더랜드 - 1 +6 23.03.03 1,392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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