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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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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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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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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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75. 맹약의 대상자들

DUMMY

“... 성공한 거야?”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굴었지만 머콘의 목소리는 상당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로테는 대답이 없었다.


-----------------------------------


자이는 스트루프가 일어나면서 기억이 떠올랐다. 아니, 이걸 떠올랐다고 하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쓸데없는 기억들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어디선가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자이는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저건 리셋 스위치였다.


결국 발동하는구나.


하지만 그 스위치가 발동하려는 순간, 뭔가 다른 왜곡에 의해서 일렁거리더니 사라져 버렸다.


자신을 그렇게 오랫동안 옭아맸던 스위치가 이렇게 쉽게 없어진다고?


자이는 약간 허탈했다.


하지만 스트루프의 마지막에 들어온 강렬한 기억들은 그를 허탈함에서 벗어나게 만들었다.


-----------------------------------


자이가 천천히 눈을 뜨자 다들 자이의 상태를 살폈다.


자이는 약간 혼란스러운 듯 시선이 흔들렸지만 이내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던 머콘을 발견하고는 일어나서 끌어안았다.


“누나...”


뭐?


자이가 오빠 아니었어?


갑작스러운 자이의 행동에 로테를 제외한 나머지는 얼어버렸다.


머콘은 오히려 약간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자이를 안아줬다.


“돌아왔구나. 잘됐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가는 다른 사람들은 어느 타이밍에 물어봐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자이는 이내 머콘을 놔주고는 머뭇거리며 로테를 향해서 말했다.


“누나. 고맙습니다.”


약간 어려워하는 건 그대로였지만 호칭이 바뀌었다. 로테가 지금 모습이 그렇긴 하지만 원래 나이는 바넘 정도 아니었나?


로테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고생 많았구나.”


“아니에요.”


로테는 자이에게서 시선을 돌려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주변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맹약 대상자가 거의 아무것도 기억을 하지 못하니 내가 이야기를 하는 수밖에 없겠지.”


“힘드시면 제가...”


“아니 괜찮아. 내가 이야기를 해야지.”


로테는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했다.


“왕과 맺은 맹약의 대상자는 총 9명... 나와 내 동생들이다.”


“... 동생이요?”


“그래.”


로테가 설단을 바라보았다.


“그때 나에게 앞으로도 각성자를 찾을 수 있냐고 물어봤었지? ‘부름에 대답한 각성자’라면 당연히 찾을 수 있다. 내 동생들일 테니까.”


설단은 그때 로테가 숫자를 세면서 몇 명이 남았다고 이야기한 게 기억났다.


“아... 그래서.”


“다시 한번 세보지. 자이, 머콘, 소라, 티그, 페스, 헤일... 아직 두 명이 더 남았군.”


“어? 그때는 한 명이라고...”


“내 실수다. 그때는 베르를 세어버렸거든.”


일시적으로 사람들이 베르를 돌아보았다.


베르는 갑자기 돌아온 시선에 움찔했다.


“... 그럼 베르는 왕이고, 로테와 동생들은 계약자인 건가요?”


“그렇지.”


뭐 그렇게 정리를 하니까 간단한 것 같기도 하고...


“... 저도 남매라고요?”


소라는 황당한 표정이었고 페스와 헤일도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 아마도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아니 그 남매라는 게... 뭐 전생 같은 건가요?”


“비슷하지.”


직접 두 눈으로 자이의 행동에 변화가 생긴 것을 보았기 때문에 더 당황스러웠다.


“... 그럼 현세의 기억은...”


“리셋 스위치는 아마도 ‘맹약 우선’이라는 원칙에 의해서 날아간 것 같군.”


“아니. 자이 피디님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가 스트루프 한다고 해도 현세와 전생의 기억이 섞이는 건가요?”


“섞인다기보다는 그냥 알게 되는 것들이 생기는 것뿐이야.”


자이는 이제야 로테가 왜 CIA를 그토록 잔인하게 몰살시켰는지 알았다. 그렇기에 각주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당장에 우리는 각주와 대립해서 좋을 것은 없지 않을까요?”


“... 하지만 대가는 치러야지.”


“군자의 복수는 10년도 늦지 않는다고 했으니 천천히 하시는 걸로 하죠.”


로테가 자이를 쳐다봤다.


“... 너희가 이렇게 나약하고 착하니까 내가 너희를 보호할 수밖에 없는 거야.”


-----------------------------------


각성자 관리국은 겉보기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약간 침체된 상황이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각주는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리고 있었다.


어떻게 봤을 때는 자신이 의도한 1차적인 목적 자체는 달성했다고 볼 수 있었다.


왕의 유산을 가지고 있는 자를 공개적으로 각성자로 만들었고, 그에 따라 각성자 관리국과 연결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이제 혹시라도 그가 뭔가 두드러진 활동을 한다면 각성자 관리국은 그 행동에 제동을 걸거나 빌미로 삼아서 무언가를 요구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각주의 머릿속을 괴롭히는 것은 베르가 아니라 그 카메라맨이었다.


심지어 이제 자이에게 심어두었던 리셋스위치마저 사라져서 어라우절의 동향을 알아채기도 힘들었다.


“... 분명히 그 기술은 기억에 있는데 말이야...”


각주가 가지고 있는 각성자의 왕에 대한 기억이 완전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신과 자신이 무엇을 거래했는지의 내용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래서 로테의 마지막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국장님?”


각주는 그제야 상념에서 깨어나서 회의 중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죄송합니다.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일단 홍보팀 인력을 충원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거죠?”


“네. 이미 각성자 관리국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가 높게 형성되고 있어서 자금 지원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대통령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 가장 큰 문제는 각성계가 그들이 원하는 것처럼 게임 같은 세계가 아니라는 거겠군요.”


사실 지금 각성자 관리국에 각성자들을 모아놨지만 그들이 특별히 해야 하는 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각성계와 현실계를 잇는 통로들을 관리하는 정도의 일만을 하고 있었고 그건 그냥 일반 군인들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분위기를 타서 각성자들에 대한 목록화나 영웅화가 필요하긴 합니다. 일단 베르 씨가 ‘각성자 아이돌’이라는 거 하나만으로도 국민적 관심도가 하늘을 찌르고 있더군요.”


“... 거기 각성자가 쌓여있다는 걸 알면 다들 뒤집어지겠죠.”


애초에 어라우절은 각성자 집단이었다.


“그럼 어라우절을 아예 띄워버릴까요?”


“그들만 유명해져 버리면 오히려 문제가 됩니다. 우리 쪽에서 준비하던 건 어떻게 되어가나요?”


각성자 관리국 역시 이미지의 중요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연예인 급 외모를 지닌 각성자 일부를 홍보용으로 활용할 계획 하에 집중적으로 훈련을 하고 있었다.


“준비는 이미 끝난 상태입니다. 말씀하시면 바로 방송에 편성할 수 있도록 압박하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일단 어라우절이 주목받는 거 자체가 나쁘진 않은데, 추후에 거기서 각성자가 더 나오면 아예 이슈가 먹혀버릴 가능성도 있으니까.”


다른 직원이 말을 꺼냈다.


“각성자 확인과 분류작업은 어떻게 할까요? 지금 협회로 자신이 각성자인지 확인하고 싶다는 문의가 폭발하고 있습니다.”


그건 또 하나의 골칫거리였다.


“... 다들 소설을 너무 많이 봤군.”


소설처럼 각성자 확인 기계가 있어서 확인해 주고 등급도 나눠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납득이 갈만한 설명이 있어야 돌려보내기라도 할 것 같습니다.”


“번호표라도 나눠주고 돌려보내세요. 기계가 완성되면 연락을 주겠다고.”


“... 알겠습니다.”


각주는 회의 테이블을 둘러봤다.


“다른 문제는 없나요?”


“미국 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예상하긴 했었다. 방송이 나가면 CIA에서 어라우절과 각주가 손을 잡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각주님과 통화를 연결하기를 원하더군요.”


“CIA?”


“네.”


“그 외에는?”


“... 사실 대부분의 ‘트리플 A’ 참여 국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다들 몸이 달았군.”


아직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대놓고 각성자 조직을 드러낸 곳은 별로 없었다. 중국은 각성자 조직이 있다는 뉘앙스는 풀풀 풍기고 있었지만 그들을 대외적으로 홍보하지는 않았다.


“어디 보자...”


각주는 몇 개국의 이름 만을 골랐다.


“여기는 내가 직접 연락하는 것으로 하고 나머지는 대외협력팀에서 알아서 처리해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사안은 끝난 건가요?”


“아... CIA에서 확인을 부탁한 사안이 있었습니다.”


“뭘?”


“릴리 일파가 움직였다는 첩보에 대해서 어느 쪽으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 달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각주의 표정이 굳었다. 이게 맨 끝으로 올 게 아니라 가장 처음에 말해줬어야 하는 소식이었다.


“... 당장 전진기지 쪽으로 연락해서... 아니 제가 직접 가도록 하죠.”


각성자 관리국의 각성자들은 나름 각주에게 충성을 바치는 편이었지만 일을 믿고 맡길 사람은 많지 않았다.


“... 이럴 때만큼은 어라우절이 부럽군.”


-----------------------------------


한국은 그 방송 이후로 웬만한 프로그램들은 각성자 이야기에 먹혀버렸다.


그리고 그런 방송의 섭외 1순위는 당연히 ‘베르’였다.


“... 일단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 게 맞지 않을까요?”


설단은 쏟아지는 섭외요청에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대표가 자신이긴 해도 로테의 눈치가 보이는 건 사실이었다.


“출연하는 건 나쁘지 않다. 대신 질문과 내용에 대해서 미리 한번 검토해서 진행해 봐.”


로테의 허가가 떨어지자 설단의 입꼬리가 귓가에 걸렸다.


“혹시 페스와 헤일은 언제쯤 공개하는 게 나을까요?”


“... 어차피 공개할 거니까 빨라도 상관은 없어. 그래도 이슈를 좀 더 삼키고 싶으면 일주일 정도 후에 각성자 관리국을 통해서 확인했다고 하고 발표하면 되겠군.”


만일 그렇게 된다면 적어도 한 달 정도의 이슈는 거의 그래비티 차지라고 봐도 무방했다.


데스티니는 해외에서 기이하리만큼 인기가 올라가고 있었고, 그래비티는 국내의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었다.


신나서 그 곰 같은 덩치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것 같은 설단을 내버려 두고 이춘봉이 로테에게 물었다.


“... 노래를 통해서 부름을 받은 게 로테의 동생들이라고 치고... 그럼 우리는 뭐지?”


“뭐가 뭐라는 거지?”


“전생 말이야. 전부 그 전생이라는 거에 영향이 있는 거 아니었어?”


로테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리고 정확히 말하면 전생은 아니다.”


“그럼 우리도 왕과 무슨 연관이 있었나?”


“...”


로테는 뭔가 말을 할 듯 말 듯하더니 말을 하지 않았다.


“...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솔직히 정확히 뭐가 알고 싶은 건지 모르겠군.”


춘봉이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뭐 삶에 그렇게 미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각성계와 맞서온 삶이 무엇 때문이었나 하는 생각은 들어서.”


로테는 잠시 이춘봉을 쳐다봤다.


“... 너랑 만운이는 각성계에 좀 들어가서 바람이라도 쐬고 와야 할 것 같구나.”


“엉?”


“이제 우리가 각주와 연결점이 생긴 이상 우리가 각성 단차를 열고 들어간다고 해서 각주가 우리를 찾아와서 난리를 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된다.”


“아... 그렇군.”


“내가 봤을 때, 너와 만운이는 그동안 삶의 의미나 자아에 대해서 각성계와 연결시켜서 살아왔을 텐데 각성계가 변해버린 것으로 자기 자신의 목적마저 상실한 것으로 보이는 군.”


이춘봉은 대답 대신 침묵을 택했다.


“각성계는 바뀌었지만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각성계는 각성계일뿐이다. 완전하지만 완전하지 않고 절대적이지만 절대적이지 않다. 변화가 있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마지막은 또다시 모를 소리라서 대충 흘려들은 이춘봉은 박만운에게 물었다.


“어쩔 거냐? 오랜만에 각성계나 한번 갔다 올 테냐?”


“... 나쁘지는 않지.”


사실 그나마 성격이 단순한 이춘봉은 조금 더 상태가 괜찮았지만 박만운은 말수가 엄청나게 줄어든 상태였다.


아무래도 바넘의 죽음과 변화가 한꺼번에 몰려오다 보니 더욱 그런 부분이 눈에 띄었다.


“가서 한바탕 하고 오면 기분이 좀 풀릴 거다.”


“한바탕이라니? 악마도 없는데.”


“각성계에는 원래 악마가 없다.”


“...”


그럼 자신들이 지금껏 베어온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 우리가 베어온 것은 각성계의 각성자들이었나?”


“아니.”


바로 튀어나온 로테의 대답에 이춘봉은 갸우뚱했다.


“그럼 뭐야?”


“현실계의 그림자.”


그래도 바넘은 면박은 줬어도 뭔 소린지 알아들을 수는 있었는데.


이춘봉은 진심으로 바넘이 그립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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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93. 멸망의 조건 23.05.05 92 2 14쪽
93 92. 현실 적응 23.05.04 83 3 12쪽
92 91. 공과 업 23.05.03 92 2 13쪽
91 90. 비선형 역학 23.05.02 88 2 14쪽
90 89. 대답할 수 없는 질문 23.05.01 87 2 14쪽
89 88. 괴리 23.04.30 92 2 13쪽
88 87. 인과 23.04.29 83 2 13쪽
87 86. 운명의 이끌림 23.04.28 93 3 14쪽
86 85.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23.04.27 98 2 13쪽
85 84. 기억의 조각 23.04.26 101 3 13쪽
84 83. 셋 중의 하나 23.04.25 99 2 13쪽
83 82. 왕의 기억(3) 23.04.24 99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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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0. 왕의 기억(1) 23.04.22 102 2 14쪽
80 79. 거래의 성립 +1 23.04.21 93 2 12쪽
79 78. 전쟁의 핵심 23.04.20 98 3 13쪽
78 77. 선전포고 23.04.19 100 3 13쪽
77 76. 돌고 돌아 제자리? 23.04.18 102 3 14쪽
» 75. 맹약의 대상자들 23.04.17 103 3 14쪽
75 74. 리셋 23.04.16 108 3 14쪽
74 73. 각성자 아이돌 23.04.15 111 3 14쪽
73 72. 인질 23.04.14 103 3 14쪽
72 71. 왕의 유산 +1 23.04.13 109 4 14쪽
71 70. 함정인가? 23.04.12 106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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