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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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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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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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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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78. 전쟁의 핵심

DUMMY

“애초에 종교에 관한 기록에 천사나 악마에 관한 이야기가 장황하게 써져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천사요?”


각주는 영상자료를 한번 쓱 보고는 말했다.


“저 ‘신’이라 칭하는 자 뒤에 서있는 자들이 ‘천사’라 칭하는 자들입니다. 저 중에 하나만 강림해도 어지간한 도시가 아니라 나라가 휘청거릴 겁니다.”


“... 저들이 성경에 기록된 존재라는 이야기입니까?”


“저는 그렇게 말한 적은 없습니다.”


각주는 마이크를 붙잡고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저는 저들의 능력은 알고 있죠. 그리고 그게 적어도 인간들이 갖고 있는 천사나 악마에 대한 공포 그 이상이라는 것도 말입니다.”


각주의 서늘한 눈빛이 좌중을 훑었다.


“그 얘기는 충돌 후에 연락 따위는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죠.”


“... 그럼 어떻게 하자는 이야기입니까?”


각주는 으쓱했다.


“어차피 쳐야죠. 쳐야 할 시기가 다가온 것뿐입니다.”


“그들의 영역에서는 그들이...”


각주가 말을 끊었다.


“당연히 그들의 영역으로는 안 갑니다.”


“그럼 어디서 싸운단 말입니까?”


솔직히 좀 답답했다. 각주는 인상을 찌푸리고 머리를 긁적였다.


“‘릴리’가 다루는 공간이 각성계에서도 분리된 공간이라는 정보는 아직 없는 겁니까?”


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래. 역시 이 정도지.


그렇기 때문에 각주가 이들을 끌고 갈 수 있는 거였다.


그리고...


“이독제독이라는 방법도 있지 않겠습니까?”


각주가 말하는 독(毒)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 어라우절이 쉽게 응낙할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럼 응낙할만한 제안을 해야죠.”


그때 조용히 듣고 있던 중국 대표가 이야기했다.


“어라우절에 각성계의 왕이 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중국대표와 각주의 눈이 마주쳤다.


“각성계의 왕이요?”


“모르는 척해봤자 소용없습니다. 아마 각성계 각성자와 접한 지역 중에서 그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더 적을 테니.”


“내 얘기는 각성계의 왕이 있냐 없냐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게 왜 어라우절에 있다고 확신하냐는 겁니다.”


각주의 이야기에는 왠지 모를 가시가 돋쳐있었다.


“중국을 너무 무시하시는군.”


중국대표가 코웃음을 쳤다.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지금 미합중국 대통령이 무슨 속옷을 입고 나갔는지도 알 수 있는데 그깟 게 무슨 비밀이라고.”


중국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국이라는 것은 사실이었다.


“만일 있다면 어쩌시려고 하는 거죠?”


“그래도 상대가 한때라도 각성계의 왕이었다면 뭐라도 있지 않겠소?”


각주는 주도권을 잡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인정했다.


“협박이라도 하실 생각입니까?”


“우리가 무슨 미국 같은 나란 줄 아시나 보군.”


중국대표의 비웃음 섞인 말에 CIA가 발끈했지만 크게 드러낼 수는 없었다.


“우리는 어라우절이 각성계의 영토를 수복하는 것을 지지할 생각이오.”


“!!!”


다들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 중국은 각성계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입니까?”


중국대표가 혀를 찼다.


“그래도 나라의 중요한 일인데 머리 좀 쓰는 녀석들로 보낼 일이지...”


노골적이 비웃음에 말을 꺼냈던 일본 대표는 얼굴을 붉혔다.


“우리가 각성계의 왕을 도와서 각성계를 수복해 주면 설마 각성계의 왕이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거요?”


중국대표는 각주를 쳐다봤다.


“모르지. 왕의 유산이라도 넘겨줄지.”


각주는 생각보다 정보전이 더 타이트하고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왕의 유산을 넘겨준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모르고 있는 게 분명했다.


다만 그걸 각주가 말해줄 의무가 없을 뿐이었다.


“뭐. 좋습니다. 어떤 방법이든 어라우절을 통해서 상대를 막아보자는 의견에는 동의하시는 거군요. 다른 분들은 어떻습니까?”


사실 다들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기껏해야 사후 대응에 대한 방안들만을 가지고 있었다.


CIA 입장에서도 주도권이 중국과 한국에 넘어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방법 자체는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일단 그 방법이 제일 괜찮을 것으로 보이는군요.”


각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


‘주’의 선언이 있고 난 후에 어라우절에도 연락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드러난 각성자 중에는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하나였기에 별의별 연락이 다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꽤나 위험한 상황이었다.


“건물 근처 경비를 강화하긴 했는데... 그래도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겠군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성자는 마치 ‘신인류’ 같은 느낌이었는데 갑자기 ‘악마’라는 프레임이 들어가니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각성자의 등장 자체를 위협으로 받아들이던 기득권의 일부는 기회를 틈타 각성자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쏟아내고 있었다.


‘악마’를 잡는데 가장 앞장섰던 어라우절 입장에서는 기가 찰 일이었다.


“트리플 A 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설단이 로테에게 말했다.


“협회의 입장에서 온 것인가?”


“일단은 그렇습니다.”


‘일단은’이라는 표현이 애매했다.


“사실 중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 따로 접근이 있었습니다.”


“그럴듯한 미끼로 우리 보고 나가서 싸우라는 거겠지. 이길 자신이 없으니까.”


“왕의 복권을 위해서 지원하겠다더군요.”


“... 복권?”


옆에서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베르는 ‘왕’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화들짝 놀랐다.


“거기서 왜 또 왕이 나와요?”


“CIA에 각성자 관리국까지 붙었는데 정보가 안 새는 게 이상하지.”


당연하다는 듯이 로테가 말했다.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


로테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 어차피 ‘주’와 싸우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로테가 고민하는 것을 본 베르가 설단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차피 싸울 거라면 우리한테 뭐라도 돌아오는 게 낫지 않겠어?”


베르의 입장에서는 새삼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지금껏 각성계에서 싸워오면서는 무슨 돌아오는 게 있어서 싸웠나? 그러고 보면 어라우절도 약간 자원봉사 단체 같은 느낌이네.


“그 ‘주’를 상대하는 일이야. 수지가 아예 맞지 않는 일이지.”


베르의 머릿속에는 사실 주에 대한 것이 그리 명확하게 남아있지는 않았다.


“... 그렇게 위험할까요?”


설단이 어이없다는 듯이 베르를 쳐다봤다.


“너는 그때 직접 맞서 놓고서는 기억이 없는 거냐?”


“그때도 말씀드렸지만 그건 제가 아니라니까요.”


“그래도 느낌 같은 건 공유되는 거 아니었어?”


느낌은 공유됐지만 페이의 표현으로 ‘인지력’이 부족해서 주를 인지할 수 없었다.


하긴.


아예 인지도 못할 정도면 위험하긴 위험하네.


로테가 생각을 정리한 듯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싸워야 하는 거였으니... 전부 받아들이기로 하자.”


“전부요?”


“우리가 한쪽 편을 드는 게 그렇게 의미가 있을까? 어차피 싸워야 한다면 전리품은 많은 게 좋지.”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긴 했다.


“‘주’와 싸운다면 어떤 방식으로 하실 생각인 거죠?”


베르는 솔직히 불안했다.


물론 로테가 강하다는 것은 알겠다. 그리고... 요새는 아예 나오지도 않고 있지만 자신의 안에 있는 ‘또 하나의 베르’가 강하다는 것도 알겠다.


심지어 ‘그’ 베르는 주와 대면한 적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만 믿고서 천사들까지 우르르 몰고 다니는 그들을 상대하겠다는 건 무모한 짓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별거 없지. 우리의 싸움은 그다지 전략적인 싸움은 아니다.”


아니 지금까지 팀으로 열심히 손발 맞춰가며 전략적으로 싸워보려고 했던 건 뭐였는데?


“상대도 그건 알고 있을 거고.”


“... 정말로 이길 순 있는 거죠?”


“적어도 지진 않는다.”


어떻게 이렇게 자신 있는 걸까?


“신의 파편 따위에 밀린다면 우리가 아예 길을 잘못 든 거겠지.”


또 그 얘기로군.


“전에 ‘그’ 베르도 이야기하던데... 신의 파편이라는 건 그 주를 말하는 게 맞는 거죠?”


“그렇다.”


‘신’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게 조금 껄끄러웠다. 대부분 RPG에서 신성 속성이 붙어있으면 뭔가 최종 무기에 가까운 것 아니었나?


“적어도 그들이 신성 계열 속성이긴 한 거군요.”


그 말에 로테가 갸웃거리며 물었다.


“신성 속성이 뭔데?”


“뭐라니요. 악을 몰아내고 어둠을 밝히는...”


“악이 뭔데?”


“악은...”


아니 소크라테스 세요?


“우리가 악이야?”


“... 아니죠.”


“그럼 신성 속성이라는 게 우리랑 상관이 있을까?”


“... 글쎄요?”


로테는 뭔가 신성 속성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걸로 보였다.


“일종의 타깃 지정 스킬인 거지. 사실 악을 판단하는 기준이 어디에 있을 줄 알고 신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거지? 결국 신성이라는 것은 ‘신의 의지’에 반항하는 것은 전부 악이라는 이야기겠지?”


“... 네.”


괜히 이야기를 시작했나...


벌써 후회가 들기 시작했다.


“신의 의지가 무엇인지 알아야 악이 뭔지도 알 수 있다는 이야기겠지?”


“... 그렇죠?”


“신의 의지가 세상의 끝이라면?”


아. 결국 저번 그 이야기로 돌아왔네.


“자신의 의지와 상반되는 자를 적이라고 할 뿐이지 사실 다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로테의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그 목소리는 왠지 우울하게 들렸다.


“그게 왕이든, 누가 되었든... 신에게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지.”


-----------------------------------


“정말로 싸우실 생각입니까?”


“나는 말을 뒤집지 않는다.”


백야는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균형을 원하는 자여. 너는 균형을 위해서는 어느 편을 드는 것이지?”


“... 누가 봐도 주께서 압도적이지 않습니까.”


백야는 이렇게 일방적으로 진행되지 않기를 바라는 입장이었다.


“너는 잘못 알고 있다. 아니. 원래도 아무것도 모르긴 했지.”


“... 솔직히 천사들만 보내도 쓸어버리는 건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다.”


주의 시선이 먼 곳을 향했다.


“신께서 나에게 내린 사명이 이끌고 있지만 솔직히 자신은 없다.”


백야는 깜짝 놀랐다.


그 오만하기 이를 데 없는 ‘주’였다.


그 ‘주’가 이렇게 자신 없는 소리를 한다고?


대체 누구를 상대로?


“신은 그가 돌아오기 이전에 해결해야 한다고 하셨다.”


“... 누구를 말입니까?”


“각성계의 왕.”


각성계의 왕이라고?


“... 왕이라고요?”


주가 한심하다는 듯이 백야를 쳐다봤다.


“현실계의 인간들조차도 다 알고 있는 것도 모르면서 균형을 추구하는 자여. 이 전쟁은 나와 그의 싸움이 될 것이다.”


백야는 솔직히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 현실계의 각성자들을 대상으로 선전포고를 하셨는데 각성계의 왕이 왜 움직인다는 말입니까?”


“눈이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는 균형을 추구하는 자여. 너는 이미 각성계의 왕을 만난 적이 있다.”


“...”


뭔가 점점 호칭이 욕이 되어가는 느낌이었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만난 적이 있다고?


“... 그을음?”


주는 이제 대답하기도 귀찮다는 듯 저리 가라고 손을 휘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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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93. 멸망의 조건 23.05.05 91 2 14쪽
93 92. 현실 적응 23.05.04 83 3 12쪽
92 91. 공과 업 23.05.03 91 2 13쪽
91 90. 비선형 역학 23.05.02 88 2 14쪽
90 89. 대답할 수 없는 질문 23.05.01 87 2 14쪽
89 88. 괴리 23.04.30 91 2 13쪽
88 87. 인과 23.04.29 83 2 13쪽
87 86. 운명의 이끌림 23.04.28 91 3 14쪽
86 85.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23.04.27 97 2 13쪽
85 84. 기억의 조각 23.04.26 101 3 13쪽
84 83. 셋 중의 하나 23.04.25 99 2 13쪽
83 82. 왕의 기억(3) 23.04.24 98 2 14쪽
82 81. 왕의 기억(2) 23.04.23 100 2 12쪽
81 80. 왕의 기억(1) 23.04.22 101 2 14쪽
80 79. 거래의 성립 +1 23.04.21 93 2 12쪽
» 78. 전쟁의 핵심 23.04.20 98 3 13쪽
78 77. 선전포고 23.04.19 100 3 13쪽
77 76. 돌고 돌아 제자리? 23.04.18 102 3 14쪽
76 75. 맹약의 대상자들 23.04.17 102 3 14쪽
75 74. 리셋 23.04.16 108 3 14쪽
74 73. 각성자 아이돌 23.04.15 111 3 14쪽
73 72. 인질 23.04.14 103 3 14쪽
72 71. 왕의 유산 +1 23.04.13 109 4 14쪽
71 70. 함정인가? 23.04.12 106 3 14쪽
70 69. 각성자 게임 23.04.11 106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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