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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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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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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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왕의 기억(1)

DUMMY

각성계의 왕, 알베르트는 생각했다.


신은 어째서 각성계와 현실계를 나눈 것일까? 저런 유희 같은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현실계의 모든 것은 유한했다.


삶이 있었고, 죽음이 있었고, 모든 것은 유한한 속에 갇혀 있었다.


어차피 죽으면 그만이고 그들은 결국 영원의 일부가 되어 각성계로 오게 될 것이다.


그가 현실계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은 ‘동정’이었다.


그가 봤을 때 현실계는 너무도 가혹한 곳이었다. 불완전하다는 것들이 늘 그렇듯이.


완벽의 조각인 알베르트이기에 더 그것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신은 진정한 완벽을 원하고 있다.’


모든 것이 완전무결한 세계.


지금 모든 것들이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이해가 되는 그 순간이 완벽에 다다르는 순간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현실계의 누군가가 각성계를 ‘열고’ 들어왔다.


죽지 않았는데 각성계를 들어온다고? 어떻게?


“각성계의 왕이시여. 부탁이 있습니다.”


알베르트는 평범해 보이는 현실계의 여인이 각성계를 뚫고 자신에게까지 찾아왔다는 것에 대해서 흥미를 보였다.


“우리는 신의 섭리대로 살아가고 죽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나에게는 8명의 동생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있는 세계에서는 그것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 일단 어떻게 여기를 온 것이지?”


그녀는 지쳐 보였다.


“... 아마도 신의 인도겠지요.”


그럴 리가. 알베르트가 느끼고 있는 신의 의지는 언젠가는 현실계의 유한함의 경계가 무너지고 각성계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완벽’을 달성하는 것.


그것이 신의 의지였다.


“신은 그런 일은 하지 않을 거다.”


“그게 아니라면 나와 내 동생들을 불쌍히 여긴 누군가의 인도일 것입니다.”


거짓말. 신을 제외하고 누구도 그렇게 쉽게 다른 일에 간섭할 수 없다.


“각성계의 왕이시여. 정말로 이곳에는 전쟁도, 죽음도 없는 것인가요?”


그랬다. 여기는 전쟁이 없다. 어차피 죽음도 없다.


“전쟁이 없다면 그대는 어떻게 왕이 된 것이지요?”


왕? 그야 당연히 완벽에 가장 가까운 완벽의 조각이기 때문이지.


“나는 완벽에 가장 가까운 자이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그대는 언제 왕이 된 것인가요?”


언제냐고?


그 순간 알베르트에게 뭔가 불안함이 스쳐 지나갔다.


자신이 각성계의 왕으로 지내게 된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마 처음부터지 않았을까?


내가 확신할 수 없다고?


나는 완벽한 것이 아니었나?


아니. 이런 부분 때문에 나는 완벽에 ‘가까울’ 뿐 완벽하지 않은 건가?


로테는 알베르트의 무감각해 보이던 표정에 계속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로테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그걸로 괜찮습니다.”


“아니. 괜찮지 않다.”


각성계의 왕은 가장 완벽에 가까운 자다. 그런데 기억에 불완전함이 있다고?


그리고 왕에게 발생한 불안감은 왕 만의 것이 아니었다.


호기심.


동정심.


새로움.


뭐라고 정확히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이 알베르트의 머릿속을 울리고 있었다.


“그대의 이름은?”


“... 샤를로테”


“알겠다. 나는 그대와 그대의 여덟 명의 동생들을 받아들이겠다.”


알베르트는 처음으로 ‘죽지 않은’ 현실계의 사람들을 각성계에 받아들였다.


-----------------------------------


“그대는 어떻게 각성계에 들어오게 된 것이지?”


“저는 일렁이는 빛을 따라 이곳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일렁이는 빛이라.


각성계와 현실계를 잇는 무언가가 생겼다는 뜻일까?


“그대의 동생들은?”


“집에 있겠지요.”


“그럼 그대는 현실계로 돌아가야 하겠군.”


“현실계... 그게 그대들이 우리가 있는 곳을 부르는 이름인 것이지요?”


“그렇다. 유한한 곳. 꿈꾸는 곳. 죽음이 있는 곳. 흐름이 있는 곳. 그것이 현실계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이곳에는 죽음이 없다는 것이죠?”


“죽음의 의미 자체가 흐름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알베르트는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결국 현실계는 흐르고 흘러 언젠가는 각성계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건 언제입니까?”


“언제냐고?”


언제일까?


아니 언제라는 말이 무슨 뜻이지?


갑자기 알베르트는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라면 상관없습니다.”


“... 아니 상관없지 않다.”


왜 이런 불완전한 변수들이 계속 생겨나는 거지?


뭐가 문제인 걸까?


“그대... 그대의 동생들을 데리고 각성계로 돌아오라. 각성계의 이름을 부여하고 그들에게 유한하지 않은 삶을 주겠다.”


“고맙습니다.”


샤를로테는 처음으로 행복한 미소를 보여줬다.


그리고 그것은 알베르트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러기 위해서는.”


돌아서려는 샤를로테가 알베르트의 목소리에 멈춰 섰다.


“그대는 나의 왕비가 되어야 한다.”


샤를로테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그대가 나의 왕비가 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이다.”


“... 그것이 우리를 받아들이는 조건입니까?”


“조건 같은 것이 아니다. 신의 의지겠지.”


“... 들어본 중에서 가장 이상한 청혼이군요. 거기다 거절할 수 없는 입장을 이용한 청혼이라니...”


그녀의 얼굴에 실망이 스쳐 지나갔다.


왜 이런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거지?


“그런 것이 아니다. 이것은... 정해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가 정한 것인가요?”


당연히 신이 정하셨겠지.


평소라면 의심의 여지도 없이 내뱉었을 말이지만 그 말이 목구멍에 걸려 알베르트의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운명이라니. 이 단어는 어디에서 온 말인가? 현실계의 단어인가?


“운명이라니.”


샤를로테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각성계의 왕이시여. 그대는 나를 오늘 처음 보는데 어떻게 그것을 확신하시는 겁니까?”


“... 그런 게 운명 아닌가?”


“... 그건 그렇군요.”


샤를로테는 망설였다.


“현실계의 삶은 발버둥 치다가 죽을 때가 되면 죽을 뿐이겠지. 앞으로 그대의 삶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알베르트는 자신의 안에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변화라고?


완벽에 가까워져 가는 것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아무리 봐도 변화는 완벽에서 멀어져 가는 길이었다.


“나는 그대에게 ‘현실의 운명’과 맞설 힘을 주겠다. 그리고 그대의 옆에서 싸워주겠다.”


“... 이번엔 좀 더 프러포즈 같군요.”


샤를로테는 마음이 흔들렸다.


어차피 자신은 여덟 명의 동생들을 챙기기 위해서 누군가와 결혼을 해야 하는 운명이었다.


그 상대가 각성계의 왕이라면, 그가 현실에서 자신들을 구해주고 같이 싸워줄 수 있는 이라면 더할 나위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대의 왕비가 되겠어요.”


알베르트는 처음으로 웃었다.


그리고 샤를로테도 마주 보고 웃었다.


-----------------------------------


몰락한 귀족가.


부모님은 아홉 남매를 남기고 유명을 달리했다.


큰 언니인 샤를로테는 아름답고 우아하며 현명하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기품이 있었다.


하지만 집안의 사정으로 그녀는 위태로운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동생들을 부탁한다.”


그녀의 손을 잡고 부탁하던 어머니의 모습을 그녀는 잊을 수 없었다.


그녀에게 호감을 표하던 많은 이들이 그녀의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청혼을 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어떤 길이 나와 내 동생들을 이 불안정하고 위험이 가득한 삶에서 벗어나게 해 줄 것인가.


자신의 호감이나 연애감정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전쟁은 언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지 몰랐고, 질병과 배고픔의 위험도 언제든지 도사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새로운 길이 열렸다.


“샤를로테. 나의 왕비여.”


언니의 손에, 누나의 손에 이끌려 각성계를 건너온 동생들은 뭐가 뭔지 정신이 없었다.


“흐름을 거슬러 온 그대들을 환영한다.”


샤를로테는 이전의 방문과 무언가 다른 것을 느꼈다.


“사람이... 많군요.”


이전의 방문에서는 말이 각성계의 왕이었지 그의 주변에서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덩그러니 건물에 놓인 옥좌에 앉아있는 알베르트가 있었을 뿐.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알베르트의 주변에는 그를 수행하는 듯한 사람들이 있었다.


“각성계도...”


알베르트는 주변을 눈에 담았다. 익숙하고 당연하던 것들이 점점 변해간다.


“변하고 있는 것이겠지.”


변하게 된다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게 되는 것일까?


“샤를로테. 나는 그대에게 각성계의 이름을 내린다.”


당시의 샤를로테는 각성계의 이름을 받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


“이제 그대는 가장 먼저 깨달은 자. 그대에게 ‘프로테우스’라는 이름을 내린다.”


프로테우스.


샤를로테는 여자 이름 같지는 않은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여전히 그대는 나의 로테지.”


그제야 샤를로테는 고개를 들어 알베르트를 보았다.


빙긋 웃고 있는 그와 눈을 마주치고 나서야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나 각성계는 신의 의지에 의해서 움직인다. 적어도 지금의 이름은 그대들이 각성계의 일원임을 증명하는 신의 증명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샤를로테가 고개를 조아리는 것을 본 동생들은 얼른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


“그대의 동생은 쉽지 않은 역경을 딛고 자신을 고백하는 날 자유로워지리라. 머피-콘페스. ‘머콘’이라는 이름을 내린다.”


둘째는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고 셋째는...”


알베르트는 그대로 샤를로테를 포함한 아홉 명에게 각성계의 이름을 내려주었다.


“현실계의 유한한 꿈과 죽음에서 벗어나 각성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그렇게 그들은 각성계의 일원이 되었다.


-----------------------------------


얼마 지나지 않아서 로테는 어째서 알베르트가 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지 알 수 있었다.


각성계에서는 시간이 의미가 없었다.


마치 반복되는 나날을 사는 것 같은 착각.


그것은 각성계의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현실계의 감각을 그대로 가지고 넘어온 로테와 가족들에게는 달랐다.


“왜 그리 답답해하는 것이지?”


알베르트는 하루가 다르게 좀 더 부드럽고 쾌활한 느낌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각성계에 오고 나서 시간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시간은 유한함의 근원이지. 각성계는 유한하지 않기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


로테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대가 원하던 것은 가족들의 안녕이 아니었던가? 이곳에는 죽음도 위험도 존재하지 않는데.”


그것은 사실이었다.


아무런 위험도, 죽음에 대한 공포도 없었다.


“... 위험을 그리워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나 자신이 무감각해져 가는 것 같아서 두려워요.”


“무감각하다고?”


알베르트는 정 반대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완벽에 가까운, 변하지 않는 존재였을 터인데 갈수록 무언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이 두려움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게 알베르트에게 동요를 주고 있었다.


“그것은 그대가 각성계의 완벽한 신의 의지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지.”


“... 나는 어떻게 현실계에서 각성계로 넘어오게 된 것일까요?”


그것은 사실 알베르트에게도 궁금한 점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봐도 자신의 변화에 근원이 있다면 그것은 로테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의 공포에 두려움에 떨다가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맞기 마련인데 나는 그들이 다가오기도 전에 도망을 쳤군요. 어떻게 그게 가능했던 것일까요.”


로테는 알베르트에게 물었다.


“죽은 자들만이 현실계에서 넘어온다 하셨죠? 죽은 자들은 현실에서 어떻게 넘어오나요?”


알베르트는 그 질문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그들은 넘어오지 않는다.”


“죽으면 영원의 일부가 되어 각성계로 온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렇지.”


알베르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원래 이곳에 있다. 현실계에 있던 일탈된 그들의 꿈과 같은 것이 끝났을 뿐이다.”


“그럼 원래 현실계에 있는 사람은 각성계에도 존재한다는 이야기인가요?”


“다르지만 비슷하다. 현실계는 각성계의 거울과 같은 것이지. 다만 불안정하고 변화의 흐름에 놓여있는 거울일 뿐이다.”


로테는 당황했다.


“그럼 저는 어떻게 된 거죠?”

"그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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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93. 멸망의 조건 23.05.05 91 2 14쪽
93 92. 현실 적응 23.05.04 82 3 12쪽
92 91. 공과 업 23.05.03 91 2 13쪽
91 90. 비선형 역학 23.05.02 88 2 14쪽
90 89. 대답할 수 없는 질문 23.05.01 87 2 14쪽
89 88. 괴리 23.04.30 91 2 13쪽
88 87. 인과 23.04.29 83 2 13쪽
87 86. 운명의 이끌림 23.04.28 91 3 14쪽
86 85.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23.04.27 96 2 13쪽
85 84. 기억의 조각 23.04.26 100 3 13쪽
84 83. 셋 중의 하나 23.04.25 99 2 13쪽
83 82. 왕의 기억(3) 23.04.24 98 2 14쪽
82 81. 왕의 기억(2) 23.04.23 100 2 12쪽
» 80. 왕의 기억(1) 23.04.22 101 2 14쪽
80 79. 거래의 성립 +1 23.04.21 93 2 12쪽
79 78. 전쟁의 핵심 23.04.20 97 3 13쪽
78 77. 선전포고 23.04.19 100 3 13쪽
77 76. 돌고 돌아 제자리? 23.04.18 101 3 14쪽
76 75. 맹약의 대상자들 23.04.17 101 3 14쪽
75 74. 리셋 23.04.16 108 3 14쪽
74 73. 각성자 아이돌 23.04.15 111 3 14쪽
73 72. 인질 23.04.14 103 3 14쪽
72 71. 왕의 유산 +1 23.04.13 109 4 14쪽
71 70. 함정인가? 23.04.12 106 3 14쪽
70 69. 각성자 게임 23.04.11 105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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