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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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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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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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84. 기억의 조각

DUMMY

베르가 대답하려는 순간이었다.


쾅!


“베르!”


문이 벌컥 열렸다.


로테와 머콘의 시선이 문쪽을 향했다.


“아... 죄송합니다.”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데스티니의 단디였다.


단디는 머콘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그... 회사 분들이죠?”


머콘은 로테를 한번 쳐다보고는 웃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맞아요.”


“예전에 한 번 뵈었던 기억이 나네요.”


단디가 베르를 살짝 쳐다보았다.


“베르랑 친하셨던 것 같았는데.”


“네. 뭐.”


베르는 그 모습을 보고 의문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외부에는 어떻게 처리된 거지?


“베르가 부상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요.”


사실 다친 곳은 하나도 없었다. 뭔가 알베르트가 마지막에 사정없이 날뛴 기억이 있는데 다친 곳은 하나도 없다니.


알베르트 혼자서 그냥 다 쓸어버릴 수 있을 정도면... 왜 신을 이겨내지 못한 거지?


“몸은 괜찮아?”


단디의 목소리가 베르의 상념을 깼다.


“아. 괜찮아요.”


단디는 걱정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잊어버리고 있었네.


“... 그 에이라인의 미도라는 분을 만났는데.”


베르의 말에 단디의 눈빛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단디는 베르의 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빠르게 말하고 벌떡 일어섰다.


“그래. 몸이 괜찮나 보구나. 나는 가볼게.”


나가려던 단디가 들어오는 스쿨이랑 부딪혔다.


“아야! 언니 뭐야. 왜 벌써 나와? 베르는 괜찮대?”


“어. 괜찮대. 가자.”


“가긴 어딜 가. 얼굴은 보고 가야지!”


“빨리 나가!”


“아 뭔데!”


뭔가 엄청나게 정신없는 게 지나간 느낌이었다.


“... 사이가 좋네.”


로테는 별생각 없이 하는 말이겠지만 왠지 베르는 움찔하는 기분이 들었다.


“뭐. 선배님이니까.”


정확히 말하면 진현우의 선배인 거겠지.


진현우를 떠올린 순간 다시 한번 베르의 마음속이 덜컹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진현우의 엄마와 동생은...


“... 이번의 현실은 의미가 없는 거였어?”


갑작스러운 베르의 질문에 로테는 무슨 의미인지 이해를 못 했다.


“베르의... 아니 진현우의 이번의 삶은 의미가 없는 거였어?”


로테는 그제야 맹약을 위해서, 거래를 위해서 했던 일에 대해서 기억해 냈다.


“... 그건 아니겠지.”


베르는 지금 자신이 생각보다 분노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가장 답답했다.


진현우로 살았던 그동안 자신에게 가장 소중했던 것은 가족이었다. 그것을 위해서 자신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가족들이 눈앞에서, 그것도 지금 눈앞에 서있는 로테에 의해서 그런 일을 당했는데도 왜 자신이 분노하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설마 정말로 그 모든 감정이 거짓이었을까?


그리고 그 가족은 이전 생에는 없었으니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걸까?


그럼 고등학생 진현우는 대체 무엇을 위해서 살았던 거지?


“그걸 알기 위해서는 알베르트와 네가 무슨 약속을 했는지 너 스스로 기억해 내는 수밖에 없어.”


알베르트와 내가 약속을 했다고?


다시 베르테르의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


처음 알베르트를 만난 건 사라졌던 샤를로테가 갑자기 같이 나타났을 때였다.


완벽한 사람.


자신은 그렇게 완벽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안녕하세요.”


외모나 품성만으로 그렇게 평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묘한 울림이 있었다.


그리고 샤를로테가 알베르트와 결혼했다는 것을 알게 된 베르테르는 절망했다.


자신의 친구 중에는 유부녀를 마음에 품고 사는 친구도 있었다. 자신도 그 친구처럼 유부녀인 것을 알면서도 좋아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러기에는 상대가 너무 좋지 않았다. 일말의 틈조차 보기 어려웠다.


알베르트는 자신이 샤를로테를 사모했다는 것을 대번에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적의를 보이기는커녕 샤를로테와 잘 지내줄 것을 진지하게 당부했다.


자신이라면 절대 하지 못 할 일이었다.

인격적인 면에서도 완패다.


어떻게 할 것인가.


베르테르는 분명히 샤를로테 역시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고 생각했다. 서로 좋아하는 두 명이었는데 왜 이어지지 못했을까?


그 문제는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와 자신은 열정적이고 교감하는 바가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너무 달랐다.


그녀는 그녀 자신만이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돌아가신 부모님이 맡긴 8명의 형제자매가 있었고 그녀는 그들을 끔찍이 사랑했다.


베르테르는 부끄러웠다.


“나는... 나밖에 모르는 거였군.”


자신만을 위해서 살았다. 세상에 대한 불만조차도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스스로 친절하고 정열적이며 잘못된 것에 반발하는 그런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고민하고 괴로워했지만 결국 베르테르는 깨달았다.


“결국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서 살았던 거지.”


그리고 마지막까지 자기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자신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베르는 모두가 두려워하고 피하는 죽음을 스스로 선택했다.


그리고 그것은 세상을 찢어놓았다.


그렇게 모든 것은 끝났어야 했을 터였다.



“... 그것이 옳은 선택이기 때문이 아니야.”


그렇게 자신은 죽었는데 어째서 알베르트를 만난 것인가?


“신의 섭리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피하라고 했을 텐데 대체 무슨 짓이지?”


“나는 어차피 나를 위해서 사는 인간이기 때문이오.”


베르테르에게 사실 신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베르테르가 원했던 것은 자신이 누구를 사랑하고 자신이 누구를 미워하며 자신이 무엇에 불만을 갖는가의 문제였다.


“... 내가 할 수 있는 궁극의 결정은 죽음으로 내몰리는 것이 아닌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었지요.”


“그 덕에 우리는 힘을 찾을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알베르트는 침울해 보였다.


“덕분에 알게 되었다.”


“뭘 말이죠?”


“신에게 맞서는 방법.”


베르테르는 이미 죽음을 선택한 자신이 왜 어떻게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대는 완벽하지 않다.”


당신이 완벽한 거지. 어쩔 수 없는 분노와 질투가 솟아올랐다.


“어쩌면... 중요한 건 변화 그 자체였는지도 모르지.”


베르는 마주치는 알베르트의 눈빛을 보면서 당황했다.


그 눈빛에서 방금 자신이 보내던 분노와 질투의 감정을 똑같이 읽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각성계의 왕은 절대로 신을 이길 수 없다.”


각성계가 뭐지?


베르는 죽음을 맞이했을 터인데 왜 알베르트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은 각성계의 왕 – 그리고 각성계의 속성 자체가 신의 속성의 일부이자 하위 속성이기 때문이다.”


무슨 말일까.


“하지만 그대는 다르군.”


다시 한번, 그 완벽하던 알베르트가 나를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다만 방법은 잘못되었다.”


알베르트의 눈빛이 다시 슬픔으로 돌아왔다.


“확실히 ‘죽음’은 궤에서 어긋나기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지금 이런 틈이 생기고... 내가 각성계의 왕으로 돌아올 수 있던 거지.”


알베르트가 왼손을 들었다.


그 손을 타고 검은색 불꽃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아니었다. 나 역시 ‘페이’를 통해서 죽음을 다스리면 신의 계획을 무너뜨리고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지.”


‘페이’는 누구지?


“죽음에 맞서든, 죽음을 선택하든, 그걸로 바뀌지는 않는다. 죽음의 결론은 결국 죽음일 뿐이다. 세상의 흐름 안에 있다는 것이지.”


알베르트가 왼손의 화염을 거뒀다.


“죽음 이외의 방법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 나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벗어날 수 없었다.”


사랑. 로테에 대한 이야기일까?


다시 질투의 감정이 피어올랐다. 이미 죽었다고 해도 미련을 버리기 어렵다는 걸까?


“사랑의 힘도 대단하지만... 애초에 그것이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자유롭지도 않았다. 죽음 역시 마찬가지고. 결국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신의 뜻대로 되는 것일까?”


어느새 물음은 베르테르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으로 바뀌고 있었다.


“베르테르여. 자신의 삶을 선택한 자여. 자신에 대한 사랑과 확신을 보여준 자여. 나는 당신에게 걸겠다.”


무엇을?


“나는 나의 어깨에 놓여있던 나의 짐을 그대에게 건넬 것이다. 내가 죽음과 만나게 된다면... 나의 모든 것은 그대에게 넘어가게 될 것이다.”


답답한 마음이 들고 있었지만 베르테르는 그제야 자신이 말할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대는 각성계의 왕이 되고, 현실계의 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만일 그것마저 신의 의지라면 우리는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거겠지.”


알베르트가 시선을 밖으로 돌렸다.


“알고 있나?”


뭘 말이지?


“지금 현실계에서는 그대를 따라 스스로 죽음을 결정짓는 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 그게 무슨 의미지?


“덕분에 신의 의지가 흔들리는 것은 하나의 기회가 되었지만... 계속 이대로 시간이 흐르는 것은 나도 신도 바라지 않는 일일 거다.”


알베르트가 눈을 감았다.


“자살하는 이들의 왕이여. 그대는 완벽한 자들의 왕이 되고, 가장 불안정한 자들의 왕이 될 것이다. 그렇게 신과 대등한 자아를 쌓는 것. 그것만이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


... 왜 어째서.


어째서 그들이 내가 무엇이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지? 나는 왜 신과 적대해야 한다는 말인가? 내가 끼어들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알베르트가 잠시 망설였다.


“시간을 돌리겠다.”


시간을 돌린다고?


“신과 거래를 할 것이다.”


베르테르는 이야기의 흐름을 정확히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신과의 거래를 통해서 다시 한번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다만 신도 조건을 걸겠지. 우리는 다시 한번 결말로부터 멀어진다.”


알베르트는 베르테르를 불렀다.


“베르테르.”


잠시의 침묵 끝에 알베르트가 말했다.


“로테를 잘 부탁한다.”


이건 또 무슨 이야기지?


“신과의 거래는 나 자신을 매개로 내놓을 생각이다. 그렇게 시간을 뒤로 돌리고, 서로 원하는 ‘컨디션’을 조건으로 걸겠지. 그것은 우리에게 유리할 수도 있고 불리할 수도 있다.”


알베르트의 손이 베르테르의 어깨를 짚었다.


“하지만 걱정 마라. 베르테르 너는 그들이 건 ‘제약’을 뚫고 결국 자신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맹약을 남겨놓았다. 그리고 그들의 꼼수는...”


알베르트가 왼손을 잠시 바라봤다.


“그건 내가 직접 막도록 하지.”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진다.


기억에 혼란이 왔다.


앞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다.


나는 누구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좋다. 그렇다면 거래에 응하겠다.”


청량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시간은 되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자살했던 인간들에게 자살 이외의 것을 부여하겠다. 그들에게 완벽의 조각을 심도록 하지.”


“받아들이겠다.”


청량하던 목소리에 살짝 한기가 들었다.


“웃기는 군. 다시 돌린다고 하더라도 네가 없다면 의미가 있을까? 그 누구도 너만큼 신에 근접한 이가 없는데.”


“그건 모를 일이다. 어렴풋하게나마 신의 조건에 대해서 알 것 같으니까. 그리고 그만한 의미가 있으니까 시간을 돌려주는 거 아닌가? 심지어 네 소관이 아닌데도?”


“... 각성계의 왕이여. 너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이 기억은... 알베르트의 기억이었군.


알베르트는 어깨를 으쓱했다.


“신이 절대로 하나가 아닐 수밖에 없다는 정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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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93. 멸망의 조건 23.05.05 91 2 14쪽
93 92. 현실 적응 23.05.04 82 3 12쪽
92 91. 공과 업 23.05.03 91 2 13쪽
91 90. 비선형 역학 23.05.02 88 2 14쪽
90 89. 대답할 수 없는 질문 23.05.01 87 2 14쪽
89 88. 괴리 23.04.30 91 2 13쪽
88 87. 인과 23.04.29 83 2 13쪽
87 86. 운명의 이끌림 23.04.28 91 3 14쪽
86 85.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23.04.27 97 2 13쪽
» 84. 기억의 조각 23.04.26 101 3 13쪽
84 83. 셋 중의 하나 23.04.25 99 2 13쪽
83 82. 왕의 기억(3) 23.04.24 98 2 14쪽
82 81. 왕의 기억(2) 23.04.23 100 2 12쪽
81 80. 왕의 기억(1) 23.04.22 101 2 14쪽
80 79. 거래의 성립 +1 23.04.21 93 2 12쪽
79 78. 전쟁의 핵심 23.04.20 97 3 13쪽
78 77. 선전포고 23.04.19 100 3 13쪽
77 76. 돌고 돌아 제자리? 23.04.18 102 3 14쪽
76 75. 맹약의 대상자들 23.04.17 102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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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3. 각성자 아이돌 23.04.15 111 3 14쪽
73 72. 인질 23.04.14 103 3 14쪽
72 71. 왕의 유산 +1 23.04.13 109 4 14쪽
71 70. 함정인가? 23.04.12 106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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