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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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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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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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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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운명의 이끌림

DUMMY

“아니 내가 각성계를 돌아다닌 게 얼마인데 아무도 그런 이야기 안 해주던데? 심지어 왕이 있다는 이야기도 얼마 전에 들었다고.”


백야는 억울했다.


“각성계에서는 얼마라는 게 의미가 없지. 여전히 현실계의 기준으로 사는군.”


“... 그래서 그 왕비가 다 쓸어버렸다는 이야기야?”


그 남자는 스윽 둘러보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전형적으로 왕이 날 뛴 흔적인데?”


“그 각성계의 왕이라는 자가 진짜로 돌아온 거라고?”


“돌아왔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적어도 그런 거 같긴 하군.”


백야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럼 이제 균형이 어떻게 되는 거야? 어느 쪽으로 기울어진 거지?”


“‘주’가 각성계 안에서도 딱히 주류라고 볼 수는 없으니까... 여전히 각성계의 왕이라고 생각한다면 각성계가 유리하겠지.”


남자는 흔적을 스윽 둘러보면서 말했다.


“이 정도면 아마 현실계가 다 달라붙어도 감당이 안 될걸? 다만 내가 아는 것과 같다면 각성계의 왕비가 현실계에서 넘어왔지.”


“... 나처럼?”


“너는 어떻게 넘어왔는데?”


“... 스트루프로?”


그 남자가 갸우뚱했다.


“나는 그 스트루프라는 것을 이해를 못 하겠는데... 각성계와 현실계가 차이가 있어?”


“있지. 아니... 있었다고 해야 하나?”


백야도 사실 지금은 스트루프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우리가 아는 건 왕은 있었고, 왕비는 갑자기 나타났고, 그 뒤로 천천히 각성계가 움직였다는 거지.”


“그건 무슨 소리야?”


“각성계가 언제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우리는 누구에게서 어떻게 태어나고... 그런 게 없다는 이야기야.”


“부모가 없는데 어떻게...”


말하던 백야는 스스로 이상함을 느꼈다.


“아니 잠깐. 각성계에서 결혼 한 사례가 또 있어?”


“... 없는데.”


“왕과 왕비 이외에는 결혼했다는 커플도 본 적이 없는데?”


“그렇지.”


그러고 보면 아이를 본 기억도 없었다.


“... 나이 든 사람들도 본 적이 있고, 더 젊어 보이는 사람들도 있어서 그 모든 사람들이 스트루프한 시점에 영향을 받는 줄 알았는데...”


“그러니까 그 스트루프를 잘 모르겠다니까?”


“현실계에서 각성계로 넘어오는 거 말이야.”


“아.... 음.”


그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각성계가 먼저야. 현실계가 ‘목장’ 같은 거지.”


“목장?”


“그래. 그 울타리 안에서 꿈꾸고 깨어나는 그런 곳이야.”


“... 말이 유창해진 건 좋은데 그래도 못 알아듣겠다는 건 여전하군.”


“그럼 모텔?”


“... 그 비유는 더 이상한데?”


“러브 호...”


“그만. 대체 현실계를 다닐 때 뭘 위주로 다닌 거야?”


“당연히 각성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현상들에 관심이 있으니 그 위주로 봤지.”


“뭘 봤... 아니 그만하자. 뭔가 이야기가 이상하게 되는 거 같군.”


백야는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걸 알았지만 누가 대화를 듣기라도 할 것처럼 주변을 살폈다.


“이상할 거 없어. 그게 왕과 우리의 차이라고 우리는 생각했으니까.”


“뭘 말이야?”


“왕비를 맞아들이겠다는 생각 말이야.”


“그게 왜?”


“너는 현실계의 인간으로 오래 꿈을 꿨으니 그 개념이 아주 당연하지만 우리는 꼭 그런 종류의 파트너를 필요로 하지 않아.”


“그런 종류가 무슨... 아니다.”


백야는 상대의 입이 열리기 전에 재빨리 손을 내저었다.


“나는 몇 없는 각성계의 학자야. 나의 탐구심이 아니었다면 나는 보통의 각성계 사람들처럼 주변의 변화에 무심하게 지나갔겠지.”


“그건 그렇지.”


백야도 사실 남자의 도움을 꽤나 많이 받았다.


“그래서 왕이 우리와 다른 점을 꽤 오래 고민했는데... 그중 하나가 왕비를 맞았다는 점이었지.”


“어... 뭔가 이상한데? 왕이 된 게 왕비가 생긴 이후야?”


“아니 그 이전일 거야.”


“그럼 왕의 조건이 왕비는 아니잖아?”


“그게 현실계의 사고방식과의 차이지.”


그 남자는 또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전이냐 이후냐는 의미가 없어. 선후 개념이라는 것은 ‘시간’이 끼어든 이후거든. 그런데 왕은 왕이었어. 그래서 그 조건이 있으니까 왕비가 생긴 거지 왕비가 생겨서 그 조건이 생긴 건 아니라는 거지.”


“...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라는 거지?”


“뭐 완전히 틀린 비유는 아니군.”


백야가 문득 깨닫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 무슨 이야기 중이었던 거지?”


“왕비는 현실계에서 왔고, 현실계와 연결되어 있었어. 왕과 왕비의 사이가 나쁘지 않았으니 아마도 왕은 현실계에 호의적이겠지. 그래서 이번에 선전포고 했던 ‘주’를 박살 냈던 거고... 그래서 지금의 균형은 어떻게 봤을 때는 백야 네가 가장 원하던 형태가 아닐까?”


그의 말을 듣고 백야가 천천히 끄덕거렸다.


“한번 각성계의 왕을 만나야겠군. 어라우절을 찾아가야겠어.”


“저번처럼 쳐들어가는 거야?”


“아니 그때는 네가...!”


처음 듣는 말이라는 듯이 쳐다보는 그의 표정을 보고 백야는 그냥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돌렸다.


“아니. 내가 착각한 거였으니까.”


“그러고 보니 그럼 이제는 숨지 않고 당당하게 현실계를 다녀도 큰 문제는 없다는 거지?”


“그래. 스트루프가 없으니 너도 더 이상 희뿌연 안개처럼 보이지 않아.”


“그거 궁금한데... 내가 현실계의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보일지.”


백야는 한 때 ‘그을음’이라고 부르던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 한국에서는 좀 특이할 스타일이지만, 그 정도면 꽤 괜찮긴 한 거 같군.”


-----------------------------------


“... 좀 어때?”


베르의 모습을 본 페스가 물었다.


“아. 뭐. 괜찮아.”


“... 나왔던 거지?”


베르도 페스가 뭘 말하는지 알고 있었다. 한때는 ‘밥맛모드’라고 부르던 알베르트의 이야기였다.


베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테는 그냥 짧게 ‘주의 세력을 전멸시켰다.’라고만 해버려서 묻기 애매했는데... ‘그’ 베르가 다 처리해 버린 거지?”


베르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했어.”


페스가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아까 설단한테 들렀는데.”


“대표님?”


아차차.


베르는 기억이 뒤섞이다 보니 설단을 그냥 불러버렸다.


“어. 설대표님한테 들렀는데 데스티니도 돌아오고 했으니 어라우절 합동 콘서트라도 잡아달라고 했어.”


“... 네가 직접 잡아달라고 했다고?”


“어.”


‘네 말을 왜 들어야 하는데?’라는 표정을 잠시 지었던 페스였지만 생각해 보니 베르는 각성계의 왕이었다.


“뭐... 고생하고 왔으니 그 정도는 들어주는 건가.”


“아니. 들어주는 게 아니라 엄청 좋아하던데?”


“아...”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거라면서 엄청 좋아하더라고.”


페스는 잠시 설단의 모습을 떠올려보고는 ‘그럴 수 있지’라며 넘어갔다.


베르는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지금의 베르는, 베르테르라고 할 수도 있고, 진현우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심지어는 알베르트의 기억도 이어받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실계에 묶여있는 베르의 삶은 24시간이라는 제한이 있었다. 자신이 여러 명이라고 해서 자신에게 남들보다 3배의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자신은 어느 삶을 우선적으로 살아야 하는 걸까? 알베르트의 삶은 결국 베르테르의 어깨에 얹혔다고 보면 진현우가 아니면 베르테르일 터였다.


“아니 아직 완전히 각성계의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잖아? 거기다...”


헤일이 잠시 망설였다.


“나와 페스는 어느 시점에 각성자라는 발표를 할 생각이라는 이야기는 없었어?”


내부적으로는 결국 그래비티는 각성자 아이돌 그룹으로 만들 생각이 있었다. 이전처럼 각성자가 비밀이어야 했던 시절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오히려 노출시키는 편이 나았다.


“글쎄요. 적어도 데스티니와 합동공연 하려면... 그전에는 발표하지 않을까요?”


“... 내가 아무리 외부로 빠져있다고는 하지만 집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어서 말이지.”


하긴. 대기업 후계가 각성자다? 무슨 소설 주인공이냐고 하겠지.


“그럼 뭔가 밑작업 같은 게 필요한 건가요?”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아무튼 공연은 한다는 이야기지?”


사실 가장 공연을 바라고 있는 게 헤일이었다. 다른 두 명과 다르게 원래부터 아이돌을 목적으로 살아오던 사람이었으니까.


“네.”


“좋아. 그럼.”


헤일은 심호흡을 했다.


“연습을 해야지?”


“아...”


헤일이 연습벌레라는 것을 잠시 잊었군.


-----------------------------------


- 어라우절 페스티벌


데스티니와 그래비티의 합동공연은 촌티가 풀풀 날리는 제목으로 올라왔다.


“... 꼭 이런 제목으로 해야 해요?”


“둘 중 한 팀 이름으로 하면 팬들이 싸운다니까?”


“... 아니 그 이야기가 아니라...”


... 우리 회사에 기획자가 없었나?


“말이 나온 김에 말인데.”


“네?”


설단의 얼굴에 이상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어차피 각성자로 이름을 알린 거 아예 각성능력으로 뭔가 보여주는 게 어때?”


“...”


싸늘한 시선에 설단이 헛기침을 했다.


“흠. 아니 하지만 어쨌든 그래비티는 이제 각성자 아이돌그룹이 될 거야. 그냥 평범한 그룹처럼 똑같이 할 필요는 없잖아.”


“... 그렇다고 저희가 무슨 서커스단은 아니잖아요.”


가끔 느끼지만 설단의 엔터테인먼트 감각은 무속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어차피 각성자라는 게 드러난 이상 현실계에서 섞여서 살아가야 하는데... 그럴 거면 뭐라도 조금은 보여주는 게 낫지 않을까?”


끈질기구먼.


“저는 괜찮아요.”


페스의 대답에 베르와 헤일이 동시에 쳐다봤다.


“왜?”


페스는 무슨 일 있냐는 듯 담담했다.


“... 정말 하겠다고?”


“어차피 아이돌 자체가 대중의 관심을 원하는 직업 아니었어?”


“그 관심이랑 그건 다르지...”


“잘생겨서 보는 사람도 있을 거고, 취향이라 보는 사람도 있을 건데, 각성자라는 걸 어필해서 봐주고 들어주는 사람 있는 게 뭐가 어때서?”


듣고 보니 그럴듯했다. 우리가 무슨 엄청난 아티스트는 아니잖아?


“어차피 헤일형도 각성자라는 거 드러날 거면 화려하게 저질러 버리는 편이 낫지 않아요?”


“... 나는 그렇게 화려할 게 없어.”


지금 후광만 해도 눈부시거든요.


“베르는 흑염룡을 꺼내면 될 테고... 오히려 제가 문제네요.”


“... 너 무슨 던지는 거 하지 않았어?”


“아. 그렇긴 하지.”


“그럼 닌자 컨셉은 어때?”


“그럴 바에는 로빈 훗을 하고 말지.”


“오. 그게 더 괜찮겠다.”


“... 코스프레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옆에 있던 설단이 끼어들었다.


“그럼 사과 맞추는 거야?”


“... 아니 그런데 뜬금없이 과녁 맞히기 같은 거 하면 이상하지 않을까요?”


“아니지. 페스 곡사가 가능하지 않았어?”


“아. 휘어서 쏘는 거요? 가능하죠.”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자니 이게 무슨 차력쇼를 준비하는 건지 콘서트를 준비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 어쨌든 이름은 좀 바꿔요.”


“아니 이름이 왜?”


“... 데스티니 선배들도 알아요?”


“아니. 이제 말해야지.”


“반대한다는 것에 5만 원 걸게요.”


설단은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냥 그런 건 자이 형한테 맡기는 게 낫지 않아요?”


“아. 그러네.”


잊어버리고 있던 거냐...


자이는 꽤나 복잡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그러고 보니 자이가 각성한 이후에 이렇게 제대로 이야기해보는 건 처음인 것 같군. 나름 친했는데 괜히 서먹한 기분이 들었다.


“... 미쳤어요?”


“엉?”


“아니 혹시 저희 애들 싫어하세요?”


아. 이 분 원래 아이돌에 진심이었지.


“원래 중2병 컨셉 가사도 혹시 대표님 취향 아닙니까? 마이너 병에 심취해서 무조건 이상해 보이는 거 하시려는 거 맞죠?”


“... 그렇게 이상해?”


자이가 이마를 짚었다.


“있는 팬들도 다 떨어져 나가게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죠.”


“... 요새 B급 감성 이런 거 잘 먹힌다던데.”


“네. B급 까진 먹힙니다. C급 D급 이런 건 말고요.”


냉정한 자이의 말에 설단이 쭈그러들었다.


“음... ‘그래비티 오브 데스티니’ 어때요? 아니면 한글로 ‘운명의 이끌림’ 정도로.”


“오... 좋은데?”


이 형... 확실히 감이 좋네.


“아무리 그래비티가 지금 핫하긴 하다지만 그래도 월드 스타인 데스티니가 메인으로 오는 게 맞으니까요.”


“음... 그건 그렇지.”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던 베르는 조금은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


연습생 진현우의 삶, 그것도 의미가 없는 건 아니었군.


“어...?”


그때 깨달았다.


“잠깐... 그럼 어머니랑 현아가 없어진 건 어떻게 처리가 된 거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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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97. 완벽의 기준 23.05.09 80 2 13쪽
97 96. 왕이 되는 순간 23.05.08 76 2 13쪽
96 95. 주문의 주인 23.05.07 79 2 14쪽
95 94. 조건 불만족 23.05.06 83 2 15쪽
94 93. 멸망의 조건 23.05.05 91 2 14쪽
93 92. 현실 적응 23.05.04 83 3 12쪽
92 91. 공과 업 23.05.03 92 2 13쪽
91 90. 비선형 역학 23.05.02 88 2 14쪽
90 89. 대답할 수 없는 질문 23.05.01 87 2 14쪽
89 88. 괴리 23.04.30 91 2 13쪽
88 87. 인과 23.04.29 83 2 13쪽
» 86. 운명의 이끌림 23.04.28 92 3 14쪽
86 85.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23.04.27 97 2 13쪽
85 84. 기억의 조각 23.04.26 101 3 13쪽
84 83. 셋 중의 하나 23.04.25 99 2 13쪽
83 82. 왕의 기억(3) 23.04.24 98 2 14쪽
82 81. 왕의 기억(2) 23.04.23 101 2 12쪽
81 80. 왕의 기억(1) 23.04.22 101 2 14쪽
80 79. 거래의 성립 +1 23.04.21 93 2 12쪽
79 78. 전쟁의 핵심 23.04.20 98 3 13쪽
78 77. 선전포고 23.04.19 100 3 13쪽
77 76. 돌고 돌아 제자리? 23.04.18 102 3 14쪽
76 75. 맹약의 대상자들 23.04.17 102 3 14쪽
75 74. 리셋 23.04.16 108 3 14쪽
74 73. 각성자 아이돌 23.04.15 111 3 14쪽
73 72. 인질 23.04.14 103 3 14쪽
72 71. 왕의 유산 +1 23.04.13 109 4 14쪽
71 70. 함정인가? 23.04.12 106 3 14쪽
70 69. 각성자 게임 23.04.11 106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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