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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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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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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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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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70. 함정인가?

DUMMY

각주는 가볍게 웃었다.


“하하. 네. 좀 사심이 들어가 있었죠.”


“오~! 그래비티는 사실 이제 데뷔했는데... 혹시 데스티니 팬이셨던 거 아닌가요?”


“맞습니다.”


‘역시’ 하는 MC의 추임새가 이어졌고 그나마 MC가 끼어드는 덕분에 각주와의 어색한 대화는 더 이상 이어나가지 않게 되었다.


“자~! 다시 ‘슛’ 들어갑니다! 카메라, 출연자 전부 체크해서 스탠바이 해 주세요!”


각주는 ‘또 보죠’ 하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자신의 위치로 가버렸다.


“... 이거 오늘 촬영 어떻게 넘어가야 할까요?”


“아직까지는 잘 넘기고 있는 것 같은데... 문제는 각주가 왜 우리를 불렀는지를 잘 모르겠어.”


베르와 헤일이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페스가 별 것 아니라는 투로 이야기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어떤 상황을 만들어서 저희가 각성자라는 것을 드러나게 만드는 거겠죠.”


“뭐? 그렇게 해서 뭘 얻는 게 있다고?”


“뭐긴 뭐겠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각성자라는 게 드러났는데 우리가 저 각성자관리국에 등록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페스의 말을 듣고 보니 거의 ‘가불기’ 수준이었다.


“... 그럼 어떻게 하죠?”


“방송 촬영이 갑자기 중단되는 일이 있으면 괜찮을까?”


“그런 일이 쉽게 일어나지는...”


베르는 말을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솔직히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페스의 경우는 원거리에서 무언가를 쏘아 보내는 능력이 있어서 소요를 일으킬 수 있었다.


물론 문제는 있었다.


“무슨 문제가 생기든 각주가 그게 우리 때문이라고 하는 순간 곤란해지는 거지.”


“아... 그건 그렇군요.”


그래비티의 걱정을 뒤로한 채, 모든 출연자가 스탠바이 하고 ‘액션 서바이버’의 촬영이 재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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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단디와는 어디까지 갔어?”


“네?”


파트너인 에이라인의 리더 미도는 뭔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우. 무슨 말씀이세요. 큰일 날 소리를...”


“어? 나 단디랑 연습생만 5년을 같이 했어. 걔 목소리만 들어도 무슨 사인지 감이 온다니까?”


감 떨어지신 거 같은데요.


“제가 이터니티... 그러니까 데스티니 팬클럽 출신이거든요. 처음 어라우절 들어올 때부터 팬이다 보니까 잘 대해주셨어요.”


“오~! 팬이랑 스타의 만남으로 시작했다?”


... 이분도 뭔가 대화 스타일이 위험한데?


“그때는 연습생이 저 하나뿐이다 보니까 저한테 조금 더 많이 신경 써주셨을 뿐입니다.”


“아무도 없이 오직 베르뿐이었다?”


아니 아까부터 자꾸 말씀 이상하게 하시네.


“그... 뭔가 대화가 꼬이는 느낌인데... 데스티니에게 혹시 무슨 원한이라도...”


“원한이라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나랑 단디랑 자매 같은 사이라니까?”


보통 자매가 사이가 좋을 때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워낙 많이 봤는데.


“그냥 장난 좀 친 거야. 난 솔직히 데스티니가 해외 진출 한 거보다 단디가 자꾸 네 얘기하는 게 더 질투 나거든.”


“... 그 아까부터 자꾸 단디 선배님이 제 얘기를 했다고 하는데 무슨 얘기를 한 건가요?”


“어? 단디가 말 안 했어?”


“... 무슨 말을요?”


“하긴. 나랑 친하다는 것도 말을 안 해줬다고 할 정도니까... 좀 서운하네.”


아무래도 대화가 어긋나는데...


갑자기 미도가 귓속말을 했다.


“둘이 사귀는 거 맞잖아.”


베르가 화들짝 놀라며 순간적으로 큰 소리를 낼 뻔했다.


아차차. 촬영 중이지?


“무... 슨 말씀이세요?”


“비밀로 해줄 거야. 그래도 질투는 나지만.”


답답하다. 대체 무슨 상황이야 이거. 혹시 내 몰래카메라인가?


갑자기 MC의 멘트가 들려왔다.


“팀 베르! 둘만 있더니 분위기가 아주 요상한데요. 거의 커플 분위기가 나고 있습니다.”


MC의 멘트에 미도는 또다시 자연스럽게 베르의 팔을 잡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카메라가 미도의 미소와 베르의 당황해 보이는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잡고 지나갔다.


“이제 베르 방송 다음 날에 신문에 나오겠는 걸?”


... 아무리 봐도 이 여자는 머콘이랑 같은 과인가보다.


-----------------------------------


긴장해 있던 (미도 때문에 정신이 없던 베르를 제외하고) 그래비티의 마음과 상관없이 프로그램은 어느새 촬영 후반부로 넘어가고 있었다.


말이 각성자 게임이지 연예인들이 하는 게임이라 어렵지 않은 퀴즈나 간단한 장애물 같은 것이 전부였다.


‘이렇게 끝난다고? 각주가 직접 불렀는데?’


완전히 끝날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자. 다음 순서는 무려! 국장님이 직접 준비하신 순서입니다!”


각주가 직접 준비했다는 멘트를 듣자마자 베르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리얼 각성계 탐험! 이라네요...??”


능숙하게 대사를 치던 MC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리얼이면... 각성계에 들어가기라도 하는 건가요?”


“맞습니다.”


각주의 발언에 다시 스튜디오 안이 술렁거렸다.


“처음에 그래비티 분들이 말씀하시기를... 각성자가 되면 각성계 여행을 해보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순간 시선이 집중되고 베르는 피가 식는 것과 함께 등 뒤로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지금은 정부에서 통제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 각성계는 각성자가 아니어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위험한 거죠. 각성계에서 무엇을 만날지 누구를 만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각성계에 대한 이야기는 괴담처럼 돌고 있었고 각성자에게 듣는 각성계 이야기는 처음이었기에 다들 멍하니 각주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제가 특별히 안전한 구역을 택해서 각성계 체험을 시켜드리려고 합니다.”


“아니 여기서요?”


MC가 당황하면서 말했다.


“아니면 스튜디오 뒤편에 원래 게이트라도 있는 건가요?”


“아니요. 여기서 ‘열겁니다.’”


각주의 시선이 다시 그래비티를 향했다.


“여기도 간섭력이 충분하거든요.”


각주가 우아하게 손을 들어서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기분 나쁜 공간의 왜곡과 함께 각성계의 단차, 그러니까 사람들의 인식에는 게이트로 알려져 있는 것이 생성되었다.


“각성계 입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금껏 농담처럼 각성계 이야기를 하던 MC조차 저도 모르게 멘트마저 잊어버리고 한 발 물러섰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각성자관리국 국장이고... 충분히 안전하다는 것이 검증이 되어있으니 기획한 일이니까요.”


확실히 국가기관의 국장이라는 발언은 사람들로 하여금 뭔가 조금이라도 불안을 가라앉힐 수 있게 했다.


“그럼 카메라팀도 따라가서 촬영이 가능한 건가요?”


그동안 각성계 영상이라고 돌았던 영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공식적으로 방송국이 들어가서 촬영한 적은 없었다.


“네. 지금 현재 전 세계 각성자 관리기관들이 협회를 결성했고... 그 협회에서 동일 시기에 각성계에 대한 정보를 풀기로 합의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촬영이 가능합니다.”


그래비티에게 그 이야기는 금시초문이었다.


“제가 오늘 그 회의에 참석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바로 촬영에 참여한 거라서요.”


“아. 바쁘신 와중에 시간을 내신 거였군요.”


페스는 대화의 허점을 알아챘다. 회의에서 결정된 거라면 이 기획을 미리 했을 리가 없으니까.


문제는 지금 녹화 때문에 각 팀으로 찢어져 있어서 그래비티끼리도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거였다.


‘이게 함정인가 본데... 어쩔 생각이지?’


페스는 그나마 가장 각성계 경험이 많은 베르를 쳐다봤다.


베르는 옆에 있는 미도와 무슨 대화를 하는 건지 몰라도 얼굴을 붉히며 투닥거리고 있었다.


‘저 녀석... 역시 바람둥이였군.’


예전에 머콘에다 소라까지 약간 이상한 분위기였던 것을 페스는 기억하고 있었다.


‘아니 그렇다고 해도 지금 상황이 상황인데 정신 좀 차려라.’


페스는 한없이 차가운 눈빛을 날리고 있었지만 베르에게는 닿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럼 어느 팀부터 들어가게 될까요?”


“글쎄요... 각성계 여행을 저는 포상이라고 생각했는데... 분위기를 보니 벌칙처럼 흘러가고 있네요?”


각성계의 단차를 처음 직접으로 본 사람들은 그 위화감에 뭔가 거부감이 있었다.


나름 베테랑인 MC들조차도 약간 말 수가 줄어들 정도였다.


“하하. 뭐 벌칙 정도는 아니어도 담력 시험은 되겠는데요?”


“그럼 먼저 들어가 보시는 게 어떨까요?”


“저는 겁이 많고 옹졸한 사람이라 안 됩니다. 뭐가 있을지 모르잖아요.”


“아니 방송에서 대놓고 겁쟁이로 캐릭터가 잡혀도 괜찮겠어요?”


“그럼 먼저 들어가시든가요.”


-----------------------------------


두 MC가 잠시 멘트로 시간을 끌고 있는 동안 촬영 스튜디오 옆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아니 통화를 못한다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아무리 공개하기로 했어도 적어도 방영 전까지는 프로그램에 대한 것이 비공개되어야 하는 관계로 지금 전화 및 개인 촬영이 금지입니다.”


매니저와 코디를 비롯해서 같이 이동한 모든 팀원들에 대해서 통신기기를 압수한 것이었다.


“이거 법적으로 문제 있는 거 아닙니까?”


“제가 방송국 직원으로 보이십니까?”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의 분위기에 따지던 스탭이 찔끔 물러섰다.


“저는 각성자관리국 소속 각성자입니다. 제가 이렇게 평화로운 방법으로 여러분들에게 안내하는 이유는 충분히 자신이 있기 때문이겠죠.”


“아니. 그래도 소속사에는 알려야 할 거 아닙니까.”


그래도 방송계 짬밥이 좀 있는 에이라인의 매니저가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시죠. 오래 안 걸립니다. 미리 통지됐던 것과 다르게 이 방송은 오늘 안으로 송출될 예정이거든요.”


“아니 마음대로 방영 일정도 바꾼다고요?”


“라이브로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갑작스러운 회의 일정으로 조금 차질이 있어서 라이브가 아닌 걸 다행으로 아시죠.”


“회사에 섭외 들어올 때는 그런 이야기는...”


“국가가 하는 일에 너무 많은 의문을 가지고 계시면 좋지 않습니다.”


아예 노골적인 압박이 들어오자 계속 따지던 매니저마저 입을 다물었다.


“이미 각성자들이 배치되어 있고, 국장님이 직접 방송에 참여하셨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기다리시죠. 참고로 방송 끝날 때까지는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시는 것도 금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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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럴 땐 전투계가 앞장서야 하는 거 아닐까요?”


MC들이야 자기 일이 아니니까 웃으며 이야기를 하지만 직접 들어가야 하는 미도는 안색이 하얗게 질려서 베르의 팔을 꽉 잡았다. 이번만큼은 놀리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닌 게 분명했다.


“벌칙 게임으로 가도... 점수가 제일 낮은 전투계가 가게 되겠군요.”


주변의 상황과는 다르게 베르는 오히려 심장의 박동 수가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오히려 각성계에 들어간다고 하니 마음이 차라리 안정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각성계 경험이 적은 페스나 헤일보다는 차라리 자신이 나을지도 몰랐다.


다만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은 아마도 각주가 들어갈 것이고, 각주와 자신이 둘만 있게 되는 것이었다.


“거기다 베르 씨가 아까 각성계 여행을 가보고 싶다고 하기도 했으니까요.”


분위기상 이제는 빼기도 어려운 분위기였다. 미도가 베르를 원망스럽게 바라봤다. 이건 미안하긴 한데... 그나마 각주랑 둘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미도를 엮어서 데려가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면 인질 같은 게 되는 건가?


“자 들어가시죠.”


각주가 미소를 띤 채 각성의 단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베르가 심호흡을 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베르가 긴장해서 그러는 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미도는 거의 베르에게 매달리다시피 하고 있었다.


“자~! 우리 팀 베르에게 용기를 주는 박수와 환성을 보내주시죠!”


상황을 잘 모르는 방청객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그럼 안전을 위해서 제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각주는 미묘한 웃음을 남기고 먼저 단차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사람이 허공에서 사라지는 마술 같은 관경에 오오~ 하는 환성을 질렀다.


“와~! 진짜 신기하네요?”


방금 전까지 거부감을 느끼던 사람들도 방금의 광경만큼은 신기하게 느꼈다.


“자. 국장님이 너무 오래 기다리시면 안 되니까 팀 베르도 입장하시죠!”


베르는 흘끗 헤일과 페스를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팔에 완전히 매달리다시피 한 미도를 끌고 베르의 몸이 각성계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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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5. 주문의 주인 23.05.07 79 2 14쪽
95 94. 조건 불만족 23.05.06 83 2 15쪽
94 93. 멸망의 조건 23.05.05 91 2 14쪽
93 92. 현실 적응 23.05.04 82 3 12쪽
92 91. 공과 업 23.05.03 91 2 13쪽
91 90. 비선형 역학 23.05.02 88 2 14쪽
90 89. 대답할 수 없는 질문 23.05.01 87 2 14쪽
89 88. 괴리 23.04.30 90 2 13쪽
88 87. 인과 23.04.29 82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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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5.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23.04.27 9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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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83. 셋 중의 하나 23.04.25 99 2 13쪽
83 82. 왕의 기억(3) 23.04.24 98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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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0. 왕의 기억(1) 23.04.22 100 2 14쪽
80 79. 거래의 성립 +1 23.04.21 93 2 12쪽
79 78. 전쟁의 핵심 23.04.20 97 3 13쪽
78 77. 선전포고 23.04.19 100 3 13쪽
77 76. 돌고 돌아 제자리? 23.04.18 101 3 14쪽
76 75. 맹약의 대상자들 23.04.17 101 3 14쪽
75 74. 리셋 23.04.16 108 3 14쪽
74 73. 각성자 아이돌 23.04.15 111 3 14쪽
73 72. 인질 23.04.14 103 3 14쪽
72 71. 왕의 유산 +1 23.04.13 109 4 14쪽
» 70. 함정인가? 23.04.12 106 3 14쪽
70 69. 각성자 게임 23.04.11 105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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