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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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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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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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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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1. 왕의 기억(2)

DUMMY

알베르트는 로테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맑은 눈.


흔들리고 있지만 그 안에 자신이 비치고 있었다.


“내가 그대를 왕비로 맞은 이유는 그대는 ‘변화’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거야.”


사실 알베르트는 이런 추측하는 말을 하는 게 어색했다. 완벽했던 그는 추측이라는 것을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것이 나와 결합하는 것이 ‘운명’이라고 느꼈지.”


“... 신의 의지인가요?”


늘 신의 의지를 입에 달고 사는 알베르트였기에 로테의 질문은 합당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알베르트가 그렇게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각성계 만으로 신의 의지가 달성되지 못하자 촉매제의 역할로 현실계가 생겼을 거라고 생각했었지.”


완전해야 하는데 완전하지 않다면?


완전해지기 위한 변화가 필요했다.


“그렇게 의지에 따른 흐름만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대는...”


잠시 망설이던 알베르트의 입이 떨어졌다.


“아마도 의지를 거스르는 존재겠지.”


로테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신은 신을 부정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저는 신을 부정하지 않았어요.”


“신을 부정한다는 이야기가 아니야.”


알베르트가 로테를 똑바로 쳐다봤다.


“자신을 믿는다는 이야기지.”


분명하게.


“자신의 힘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로테. 그대의 자아와 의지는 ‘진짜’라는 의미야.”


뭔가 이상한 느낌이 몸을 타고 오르는 것 같았다.


로테는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대의 덕분에 나도... 진짜의 자아를 갖게 되었어. 의지를 거스르는.”


알베르트의 눈빛은 빚나고 있었다.


-----------------------------------


더 이상 각성계는 변화가 없는 세계가 아니었다.


조금씩 다툼이 있기도 했고, 누군가에게는 욕망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알베르트의 왕궁에 누군가가 찾아왔다.


“그대는 신의 가장 충실한 이가 아니었던가?”


자신을 ‘주’라고 칭한 그는 ‘신의 파편’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명확해졌다.


“... 신은 없군.”


“무슨 소리냐!”


“너라는 파편을 떼어낸다는 것은 유한하다는 의미다. 그리고 유한한 것이 신의 속성이라면 그것은 신이 아니다.”


“궤변이로군. 그 모든 것이 신이기에 신은 여전히 완전하다.”


“그렇다면 나의 이런 변화도 전부 신의 의지일 텐데 왜 나를 찾아온 거지?”


주는 알베르트의 태도와 반응에 분노하고 있었다.


“그대는 각성계의 왕으로서의 긍지와 사명을 저버릴 셈인가?”


“사명이라... 신의 의지를 행하는 자를 말하는 건가?”


“잊어버리진 않았군.”


알베르트가 픽 웃었다.


“그건 신의 사명이지 나의 사명이 아니다.”


그의 말에 주가 펄쩍 뛰었다.


“현실계의 어긋난 의지와 손을 잡았다더니 각성계의 왕이기를 포기했구나. 멸망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멸망이라...”


주는 알베르트의 묘한 웃음을 보면서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의미가 있는 것과 의미가 없는 것이 있다. 어느 것이 멸망이지?”


“인간의 언어로 신을 재단하려 하지 마라!”


주를 무시하고 알베르트가 말했다.


“완전하다는 것, 그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미가 없는 것이지.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그 완전함 바깥에 또 다른 공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신의 완전함은 공백이 없다.”


“... 인지력이 부족한 것을 신의 탓으로 돌리지 마라!”


알베르트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만일 그게 아니었다면 너는 나를 이렇게 말로 설득할 필요조차 없었을 걸.”


주는 이를 뿌득 갈았다.


“타락한 자가...”


알베르트가 갑자기 왼팔을 걷었다.


“알고 있을까?”


그의 왼팔에서 검은 오오라가 뻗어 나왔다.


“죽음이 갖는 의미를?”


주는 알베르트가 이미 완전히 돌아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의 권능’을 받은 주의 힘은 막강했으나 대체 어디서 난 것인지 모르는 알베르트의 왼팔은 ‘죽음’의 기운을 담고 있었다.


[... 정말로 이게 내가 소멸하지 않는 길이 맞는 거겠지?]


현실계에서 각성계로 인도하는 자.


죽음을 다루는 페이로드.


결국 세상의 끝은 ‘죽음’조차도 멈추게 만들 것이었다.


알베르트는 그를 설득하여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너 정도의 머리라면 내 이야기를 알아들었을 텐데? 네가 남들보다 똑똑한 그 이유도 현실계의 변화에 계속 접해있었기 때문이야.”


[... 뭔가 속는 것 같기도 하지만 믿어주지.]


주는 페이를 불러낸 알베르트와의 전투에서 패하고 겨우 ‘소멸’만을 면한 체 도망쳤다.


“... 갈수록 강해지는군요.”


로테의 말에 알베르트가 돌아보았다.


“그야... 나는 왕이고, 왕비와 나의 백성들을 영원히 지켜야 하니까.”


그러면서 씁쓸하게 말했다.


“전쟁과 죽음을 피해서 왔던 당신에게 면목이 없군.”


그 말에 로테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현실계를 도피하고 싶었지만 그게 내가 현실계의 삶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내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고마워.”


그들은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그들이 신에게서 한 발짝씩 멀어질수록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이대로 가면 각성계는 그저 현실계와 비슷한 곳이 되어버리겠지.”


이제는 각성계의 사람들이 서로 현실계와 각성계에 대한 의견에 따라 계파가 생겨서 다툼도 있었고, 심지어 범죄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게 내가 원했던 것일까.”


대답할 필요도 없었다.


그럴 리가 없으니까.


로테는 알베르트에게 기댔다.


“각성계가 현실계처럼 되어 간다면 현실계는 어떻게 된 것일까요?”


그들은 사실 더 이상 현실계에 신경 쓸 이유도, 여유도 없었다.


“... 이대로 끝나는 것은 사양하겠어.”


주는 단순히 신의 심부름꾼 같은 것은 아니었다.


주의 등장이 의미하는 것은 신의 의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우리는 어디까지 싸워나갈 수 있을까?”


그리고 운명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


“왕은 지금 각성계를 위험으로 몰고 있소.”


“우리는 각성계가 이렇게 혼란해진 이유를 왕에게 물으려 하오.”


각성계의 반란이었다.


“...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을 찾아온 각성계의 수많은 백성과 신하들을 마주한 채 알베르트는 고민했다.


그들이 뭉친 이유는 사실 간단했다. 그건 알베르트가 압도적인 존재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왕이라 하더라도 완전한 각성계에서는 차이가 없었지만 변화가 스며든 각성계에서는 그 차이가 명확했다.


하지만 주와 대립하는 지금 등 뒤에서 각성계의 공격을 받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후회가 없도록 하는 수밖에 없죠.”


로테는 여전히 알베르트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


“전쟁과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겠다고 했었는데...”


알베르트는 그게 가장 마음에 걸렸다.


지금의 상황은 결국 전쟁과 죽음의 공포에 얼룩진 결말일 뿐이었다.


상대가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어긋난 의지’의 무서움은 우리도 알고 있지. 하지만 동생들을 전부 구할 수 있을까?”


로테는 그들의 말에 흠칫 몸을 떨었다.


애초에 각성계로 넘어온 이유 자체가 동생들을 위해서였다. 그 동생들이 다시 죽음의 공포에 떨어야 한다고?


로테의 동요를 본 알베르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 무엇을 원하나.”


“... 떠나시오.”


“각성계를 말인가?”


맨 앞에 있던 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베르트는 그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자신의 백성이자 자신의 신하였던 존재.


“... 아마도 당신들의 뒤에는 신의 의지가 있는 거겠지.”


그들은 부정하지 않았다.


“당신들은 신의 의지가 원하는 대로 흐른다는 게 뭔지 이해를 못 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우리도 알고 있소.”


맨 앞에 있던 자가 당당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한 때 당신도 알고 있던 것이지.”


알베르트는 그자의 모습에서 예전의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좋다. 그럼 나는 나의 처와 동생들을 데리고 각성계를 떠나 현실계로 가겠다.”


“각성계로 돌아오지 않는 것이 조건이다.”


“... 약속하지.”


상대가 고개를 저었다.


“믿을 수 없다. 신도 배신하는 인간에게 무엇을 믿겠나.”


본인이 아무리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


“한 명을 인질로 잡겠다.”


로테가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내가 남겠어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알베르트가 로테를 잡아당겼다.


“아니. 그건 안 돼.”


“당신은 절대로 안 되고 나는 내 동생들이 붙잡히는 것도 싫으니까요.”


둘의 이야기를 상대방이 끊었다.


“둘이 무슨 소리를 해도 상관없다. 우리는 이미 한 명을 인질로 잡고 있으니.”


그들의 뒤에서 누군가가 붙잡힌 채 끌려 나왔다. 그들은 데리고 나온 청년을 무릎을 꿇렸다.


로테의 눈에서 불길이 이는 듯했다.


“누나. 걱정하지 마요.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상대가 끌고 나온 것은 ‘티그’라고 부르던 ‘스티그마’였다.


“그럼 이제 떠나시오.”


눈물 흘리며 뒤를 돌아보는 로테와 동생들을 데리고 알베르트는 혼돈과 죽음이 가득한 현실계로 물러갈 수밖에 없었다.


로테는 자신의 잘못으로 티그와 헤어지게 된 것이라는 자책에 빠졌다.


알베르트가 열심히 위로했지만 크게 상심한 로테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 신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각성계를 중심으로 저항했던 자신들의 방식은 결국 지치고 쓰러져서 밀려 나오는 결과로 남았다.


이대로 신의 의지대로 진행이 되는 것일까? 모두 죽음과 멸망을 두려워하면서 그 의지대로 완전해져 가는 것일까?


하지만 그들은 현실계에서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


“로테! 돌아왔군요!”


“... 누구시죠?”


상대방이 당황했다.


“저를 잊어버렸나요? 저는 기억을 하고 있는데...”


당황한 로테의 옆에 알베르트가 다가갔다.


“... 그쪽은?”


“이쪽은 제 남편인 알베르트입니다.”


그 사람은 로테의 남편이라는 말에 크게 충격을 받은 듯했다.


“... 그랬군요. 어쩐지 오랫동안 안 보였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때 로테를 따라왔던 머콘이 그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그를 알아봤다.


“아. 베르테르? 잘 지냈어요? 오랜만이에요.”


그제야 로테도 그를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열정적이고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한때나마 현실계를 벗어나기 전까지는 그와의 미래를 꿈꿨던 적도 있었다.


나름 괜찮은 집안에서 태어나서 괜찮은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을 과신하는 일이 가끔 있었지만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다.


로테는 그와 말이 잘 통하는 편이라 나름 친하게 지냈었다. 그래서 동생들도 알고 있을 정도였다.


“... 그대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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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93. 멸망의 조건 23.05.05 91 2 14쪽
93 92. 현실 적응 23.05.04 83 3 12쪽
92 91. 공과 업 23.05.03 92 2 13쪽
91 90. 비선형 역학 23.05.02 88 2 14쪽
90 89. 대답할 수 없는 질문 23.05.01 87 2 14쪽
89 88. 괴리 23.04.30 91 2 13쪽
88 87. 인과 23.04.29 83 2 13쪽
87 86. 운명의 이끌림 23.04.28 91 3 14쪽
86 85.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23.04.27 97 2 13쪽
85 84. 기억의 조각 23.04.26 101 3 13쪽
84 83. 셋 중의 하나 23.04.25 99 2 13쪽
83 82. 왕의 기억(3) 23.04.24 98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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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0. 왕의 기억(1) 23.04.22 101 2 14쪽
80 79. 거래의 성립 +1 23.04.21 93 2 12쪽
79 78. 전쟁의 핵심 23.04.20 98 3 13쪽
78 77. 선전포고 23.04.19 100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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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5. 맹약의 대상자들 23.04.17 102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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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3. 각성자 아이돌 23.04.15 111 3 14쪽
73 72. 인질 23.04.14 103 3 14쪽
72 71. 왕의 유산 +1 23.04.13 109 4 14쪽
71 70. 함정인가? 23.04.12 106 3 14쪽
70 69. 각성자 게임 23.04.11 106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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