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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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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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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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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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2. 현실 적응

DUMMY

“... 내가 기억하는 당신의 목적은 동생들이었는데 말이죠.”


그 말에 로테는 대답하지 못했다.


잠시의 침묵이 흐르고 들려오는 로테의 목소리는 떨렸다.


“나는 최선을 다한 것이었지만... 그게 정말 동생들의 행복이었을까?”


목소리만이 떨리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게 아마 베르테르 당신과의 차이겠지.”


그녀의 시선도 흔들리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피해서 도망치던 죽음을 직접 마주 본 당신은 나와 다르지 않을까.”


“...”


로테의 기대는 알겠지만 베르의 입장에서는 난감한 점이 있었다.


“...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선택을 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만일 지금 이 복잡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나는 다시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까요?”


그건 일종의 기만이었다.


“그저 포기한 것뿐입니다. 심지어 돌아올 기약도 없는 것에 말이죠.”


로테가 베르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말했다.


“... 정말로 나 때문이었어?”


“...”


그때의 베르는 대답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지금의 베르는 대답할 수 있나?


“감정 자체는 거짓이 아니었겠죠.”


하지만 그게 인과는 될 수 없었다.


로테는 베르의 눈을 한참 동안 쳐다봤다.


“... 2명의 동생은 이미 각성했을 거야. 하지만 찾아야 할지, 그게 맞는지 고민하고 있었지.”


“... 그래서 머콘이 움직여서 티그를 시킨 거였군요.”


“그 애는 어떤 면에서는 나보다 더 적극적이니까.”


로테의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다 모으면 어쩔 것인가.


동생들이, 전생의 동생들이 다 모였다고 해서 로테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들에게는 새로운 삶이 있었고, 그걸 이전의 삶을 얹어서 무겁게 만드는 것이 과연 맞는가에 대해서 고민이 들 수밖에 없었다.


“... 여자면 좋겠네요.”


뜬금없는 베르의 말에 로테가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쳐다봤다.


그 시선을 알아챈 베르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니 이상한 뜻이 아니라 소라가 지금 혼자니까 여자가 2명이라도 더 있으면 데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죠.”


로테는 의심의 눈초리를 완전히 거두지 않았다.


“... 그러고 보니 염복이 있더군. 여자만 쫓다가 죽어버린 전생에 대한 보답 같은 건가?”


“... 신랄하시네요.”


아니 당사자가 할 이야기는 아니지. 거기다 방금 전까지 하던 진지한 이야기는 어디로 가버린 거야.


-----------------------------------


베르는 혼자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뭐 하고 있어?”


베르가 고개를 돌려보니 설단이 서 있었다.


“무슨 답답한 일이라도 있는 거야?”


“... 잘 모르겠어요.”


설단이 옆에 와서 앉았다.


“말해봐. 소속사 직원들 케어는 원래 대표가 하는 거지.”


... 연예인 케어는 담당 직원이 하는 거 아닌 가요?


“그러고 보니 춘봉 선배님이랑 만운 선배님은 어디 가셨어요?”


“각성계에.”


“... 왜요?”


“그냥...?”


어떻게 봤을 때는 그분들은 각성계가 더 익숙했던 사람들이었다. 현실은 베이스캠프 같은 거라면 평생을 전장에서 누볐다고 해야 하나.


“제가 각성계의 왕이라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뭘 어떻게 생각하냐는 거야?”


설단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듯이 쳐다봤다.


“그냥 어라우절의 각성자 막내 중 하나였는데 갑자기 각성계의 왕이라고 이러고 있잖아요.”


“뭘 이러고 있는데? 엊그제 그래비티 베르로 나가서 열심히 재롱떨고 돈 벌어 왔는데 뭐가 달라?”


... 재롱이라뇨.


“좋아. 뭐... 나도 고민한 게 있으니 그 정도는 상담을 해주지.”


설단이 긁적이더니 ‘담배라도 한 대 붙여야 하는 건데...’라고 중얼거렸다.


“나나 춘봉이 형님, 만운이 형님은 왜 각성자인지 알고 있어?”


“... 자살했던 사람들 아닌가요?”


알베르트와 베르테르의 기억을 통해 알게 된 진실.


완벽의 조각을 나눠 받은 자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자들이었다.


“그 조건 말고 말이야... 로테 누님이나 너처럼 전생에 대한 부분 말이지.”


베르는 그것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었다.


“로테누님이 계속 말을 안 하시려고 해서 뭔가 있다고 생각은 했는데, 의외로 내가 의리 있는 인간이더라고.”


“의리요?”


“그래. 의리.”


그 얼굴로 의리를 이야기하면 아무리 봐도 조폭인데요...


“실례되는 생각 하고 있는 거 다 알아.”


“... 죄송합니다.”


“우리는 왕의 가신이었던 거지.”


“왕의 가신이요?”


“아. 물론 너 말고. 현실계의 왕의 가신이었지.”


현실계의 왕. 로테의 가신.


“... 그럼...?”


“우리는 로테를 따라온 셈이지.”


로테가 이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이유.


“로테가 시켜서 따라온 게 아니야. 어떻게 봤을 때는 우연이기도하고...”


“우연치고는...”


사실 지금의 현실계의 중심은 어라우절이었다. 그들이 ‘왕’인 베르를 찾아냈고, 그들이 로테의 동생들을 모으고 있었다.


“뭐. 누군가의 설계일지도 모르지.”


설단의 표정에 그늘이 스쳤다.


“우리는 기억을 찾은 게 아니라서 로테한테 전해 들은 게 다야. 로테는 우리가 기억이 없이 현실을 살다가 가길 바랐지. 그래서 바넘이 죽었을 때 그렇게 슬퍼하지 않았던 것이기도 하고.”


바넘의 죽음. 그건 베르에게도 의미가 컸다.


“로테는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에게 약간의 거리를 두고 싶어 하지. 아니 자세히 보면 동생들에게도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어.”


베르는 그 이유를 이전에 로테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말려든다고?”


설단이 주변을 휙 둘러봤다.


“각성자의 삶을 살고 있는데 이미 더 말려들고 말게 있나?”


“...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에는 끝없는 싸움에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은 거겠죠.”


그 부분에 있어서는 베르도 그 느낌을 알 것만 같았다.


“동생들도 그렇고...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삶이 로테나 저에게 이끌려서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니까요.”


“원하지 않는 삶이라...”


설단이 갸우뚱했다.


“태어나면서 원하는 삶을 결정해서 태어나고 사는 사람이 있어?”


“... 그건 아니지만요.”


“그럼 그냥 사는 거지 뭐. 지금 할 수 있는 거 하면서.”


베르는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현실계가 괜히 현실계겠어? 지금을 살라고 현실계겠지.”


베르는 설단의 마지막 말에서 뭔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어라우절 건물을 나서는데 팬들이 밖에서 기다리다가 손을 흔들었다.


“오빠! 이쪽 좀 봐주세요!”


“꺄악! 베르 오빠!”


... 현실이 이 정도면 아주 만족스러운 삶이지.


그 팬들 사이에 낯익은 누군가를 발견하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꺅! 이쪽으로 왔어! 오빠 싸인 좀요!”


“사진 한 번만 찍어도 돼요?”


베르는 신인 아이돌다운 자세로 열심히 사인하고 사진을 찍어줬다.


“여긴 어쩐 일이야?”


“난 데스티니 보러 왔는데?”


이터니티 친구인 ‘진우’였다.


“이제 아예 학교는 얼굴도 안 비칠 거냐? 하긴... 이제 이 정도 인기면 학교를 나와도 좀 문제긴 하겠다만...”


“뭐 그렇게 됐다.”


“와... 진짜 사람 일 알 수가 없네. 1년 전까지만 해도 어둠의 흑염룡이던 인간이 어쩌다가 아이돌이 되어 있고.”


“뭐 사람의 일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거지.”


“... 그런 의미에서 나 데스티니 사인 좀 받아다 주라.”


“아니 이터니티로의 자존심은 어디다 갖다 팔아먹었어? 직접 받아야 의미가 있는 거지.”


진우는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야. 나 고3이야. 이제 이렇게 시간을 빼서 나오는 것도 힘들다고.”


“그러네. 고3이 연예인이나 따라다니고 말이야.”


“미친놈아. 나를 이터니티에 입문시킨 게 누구였는데?”


그 말이 나오면 할 말이 없긴 했다. 데스티니가 정말 이름 없는 아이돌일 때 이 녀석을 이터니티로 만든 건 베르였으니까.


“알았다 알았어. 받아다 주면 되는 거지?”


“... 혹시 만날 수는 없냐?”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 아니냐?”


“수험생에게 기운을 북돋아주는 이벤트라든지?”


베르가 진우의 손을 잡았다.


“자. 됐지? 연예인이 기운을 북돋아 주는 악수 이벤트.”


“... 저리 꺼져.”


한참 투닥거리고 있는데 모자를 쓴 누가 불쑥 나타났다.


“어? 이터니티다! 그 ID ‘운명의 노예’ 맞죠?”


나도 진우도 깜짝 놀랐다.


“아니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나도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스쿨은 한쪽 눈을 깜빡하고 윙크를 해 보였다.


“그... 사인해주세요!”


방금 전까지 투닥거리던 친구 녀석은 언어기능이 이상한 방향으로 고장 나버렸다.


“현우랑 친구예요?”


“네! 같은 학교 친구입니다!”


“아~ 그랬구나. 현우랑 친해요?”


“네! 현우의 영혼의 반쪽입니다!”


“... 난 너 같은 반쪽은 사양이야.”


진우는 엄청 상기된 표정으로 사인을 받고 스쿨과 셀카를 찍었다.


“베르 너도 일루 와. 연예인 두 명이랑 찍으면 네 친구가 얼마나 좋아하겠어?”


“... 그 녀석 학교에서 그렇게 많이 봤는데도 저랑 사진 찍자고 한 적도 없는데요?”


어쨌든 스쿨의 부탁이니 사진은 찍어야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진우는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가만. 혹시 데스티니 중 가장 좋아하는 멤버가 누구예요?”


“저는 처음부터 스쿨이었습니다! 진짭니다!”


“... 그건 진짜예요.”


스쿨이 눈을 흘겼다.


“현우처럼 앞에다 대놓고 단디 언니가 가장 좋다고 하는 건 아니라서 다행이네요.”


“이 녀석이 그랬나요? 제가 당장 모가지를 틀어놓도록 하겠습니다.”


달려들어서 헤드록을 걸려고 투닥거리는 둘을 보고 스쿨이 깔깔 거리며 웃었다.


“아니 근데 혼자서 집에 가요? 그래도 월드 스타인데?”


“아. 혼자서 집에 가는 거 아닌데?”


“그럼...?”


주변을 둘러봤다.


“단디 언니 없거든?”


“아니 제가 무슨...”


그때 스쿨이 팔짱을 꼈다.


“나 너랑 집에 가는 건데?”


앞에 있던 진우가 그대로 돌이 되어 버렸다.


“... 큰일 날 소리를 하시네요. 왜 제 연예계 생명줄을 끊으려고 하십니까.”


나는 재빨리 팔짱을 풀었다.


“파파라치라도 찍히면 그냥 끝난다고요.”


“쳇. 그러라고 한 건데.”


스쿨이 혀를 내밀어 보였다.


“단디 언니는 무대에서 커플로 춤추고 루드 언니는 갑자기 사귀자고 하질 않나... 나만 뭔가 뒤처지는 느낌이라서.”


“... 경쟁이 아닌데요.”


“... 누... 누구한테 사귀자고 했다고요?”


아차. 이 녀석이 여전히 있다는 걸 깜빡했군.


“아니 루드 선배가 장난을 치더라고.”


“... 왜 너한테?”


“왜긴 왜야. 가장 친한 후배니까 그렇지.”


뭐... 그게 가장 뿌듯한 점 중에 하나지.


“그거 아닌데.”


옆에서 스쿨이 말했다.


“베르는 우리를 너무 가볍게 보는 거 아냐?”


... 어? 거기서 갑자기 정색을 하시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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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97. 완벽의 기준 23.05.09 80 2 13쪽
97 96. 왕이 되는 순간 23.05.08 77 2 13쪽
96 95. 주문의 주인 23.05.07 80 2 14쪽
95 94. 조건 불만족 23.05.06 83 2 15쪽
94 93. 멸망의 조건 23.05.05 92 2 14쪽
» 92. 현실 적응 23.05.04 84 3 12쪽
92 91. 공과 업 23.05.03 92 2 13쪽
91 90. 비선형 역학 23.05.02 88 2 14쪽
90 89. 대답할 수 없는 질문 23.05.01 87 2 14쪽
89 88. 괴리 23.04.30 92 2 13쪽
88 87. 인과 23.04.29 83 2 13쪽
87 86. 운명의 이끌림 23.04.28 93 3 14쪽
86 85.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23.04.27 98 2 13쪽
85 84. 기억의 조각 23.04.26 101 3 13쪽
84 83. 셋 중의 하나 23.04.25 99 2 13쪽
83 82. 왕의 기억(3) 23.04.24 99 2 14쪽
82 81. 왕의 기억(2) 23.04.23 101 2 12쪽
81 80. 왕의 기억(1) 23.04.22 102 2 14쪽
80 79. 거래의 성립 +1 23.04.21 93 2 12쪽
79 78. 전쟁의 핵심 23.04.20 98 3 13쪽
78 77. 선전포고 23.04.19 100 3 13쪽
77 76. 돌고 돌아 제자리? 23.04.18 102 3 14쪽
76 75. 맹약의 대상자들 23.04.17 103 3 14쪽
75 74. 리셋 23.04.16 108 3 14쪽
74 73. 각성자 아이돌 23.04.15 111 3 14쪽
73 72. 인질 23.04.14 103 3 14쪽
72 71. 왕의 유산 +1 23.04.13 109 4 14쪽
71 70. 함정인가? 23.04.12 106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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