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러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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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리아
작품등록일 :
2023.03.19 14:37
최근연재일 :
2023.07.22 09:58
연재수 :
1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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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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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
글자수 :
1,03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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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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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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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그녀는 엔젤이었다 제7화

DUMMY

"엄마!!"


..............

아~ 이 묘한 상황..

어쩜 좋단 말이냐..


"아..안녕하세요.."


당황한 그녀도 허둥지둥 일어나 엄마에게 인사를 한다.


"어..그래. 근데 누구니? 봉구 여자친구?"


............


"네? 아.. 아니요."

"아냐 엄마! 그냥 학교 후배야"


믿으시려나..


"그래? 엄마가 방해 한 건 아니지?"


​....................


​"아.. 아니에요.."

"아냐.. 그런 건 아닌데.. 그런데 갑자기 웬일이야? 말도 없이?"

"갑자기라니.. 엊그제 통화하면서 오늘 온다고 했잖아.. 그런데 저건 뭐냐?"


​헉..

모니터의 야동..

깜빡했다.

............


"너희들.. 둘이 앉아서 이거 보고 있었니?"

"아니.. 그게.."


​아...

딱히 답변이 생각나질 않는다..

뭐라고 핑계를 대기에도.. 이건 뭐..


"네.. 어머니.. 죄송해요. 제가 보고 싶다고 졸라서.. 오빠가 보여주던 중이었어요."


...............

얘가 뭐라는 거야?

지금 날 위해 희생해 준거야?


"그래? 이 녀석.. 아직도 이것들 안 버렸어?"

"............"


몇 년 전부터 나의 이상한 취미를 잘 알고 있던 엄마였다.


​"그나저나 정리 좀 해보자. 왜 이렇게 지저분하니 방 꼬라지가.."


............

허겁지겁 그녀와 방을 치운다.


"이름이 뭐야 학생은?"


방에 앉으며 어머니가 그녀에게 묻는다.


"네.. 김윤경이라고 합니다."


뭐야 이 희안한 분위기는..


"그래.. 부모님은 뭐하시고?"

"네? 아.. 어머니는 안 계시고 아버지는 경비일 하세요.."


엥? 어머니 안 계셨어?


"어머.. 내가 괜한 걸 물었구나.."


...........


"아니에요."

"엄마 뭐 하는거야?"

"아니 그냥 물어보는 거야.. 왜?"

"아니.. 말투가 무슨 결혼할 사람한테 묻는 거 같잖아."

"어머 그랬나? 뭐 어때? 괜찮지 윤경양?"

"네... 괜찮아요.."

"이쁘게 생겼네 윤경양은.."


​...............


"감사합니다."

"이쁘긴.."


허걱..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

그녀의 표정이 살짝 날카로워진 게 보였다..

슬그머니 눈을 피하고 만다..

아.. 이런 젠장..


"우리 봉구가 원래 좀 이래~ 윤경양.. 이뻐도 이쁘단 말 안하고 좋아도 좋단 말 못하고.. 원래 좀 무뚝뚝하잖아.. 남자들이.."

"네.. 저도 알죠.. 히힛. 봉구 오빠가 말은 저렇게 해도 절 얼마나 이뻐하는데요.."

"어머 그래? 이 녀석이?"

"네.. 정말 잘해줘요."


.................

그랬나?

잘해준 기억을 더듬어보지만..

딱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봉구야.. 엄마 목 마른데.. 음료수 좀 없니?"

"마실 거? 물은 있는데.."

"물 말고.. 음료수는 없어?"


..............


​"어머.. 그럼 제가 나가서 사올께요."

"아냐.. 손님을 보내면 안되지. 봉구 너가 다녀와.. 오렌지 주스 알지?"


...............

음료수라곤 오렌지 주스밖에 모르는 울 어머니..


"알았어.."


지갑을 들고.. 가게로 향했다.

흠.. 둘만 있으면 어색할텐데..

그녀가 느낄 부담감을 생각하니..

발걸음을 더 빨리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네.. 그러니까.. 절 막 안아 버리는거에요"

"어머.. 그래? 그 녀석.. 널 많이 좋아하나 보구나.."

"그런 거 같죠?"


​..............

문 앞에 도착하니 이런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

뭔 얘기야?


"자 여기 주스 사왔어. "


그러면서 컵과 음료수를 건넨다.


"그래서?"


어머니는 주스는 관심 없다는 듯 그녀에게 물었다.

..............

그녀는 슬쩍 내 눈치를 한번 보더니...

이내 말을 이어갔다.


"한참 안고 있다가.. 갑자기 절 그윽하게 쳐다보는 거 있죠? 전 뭔가 했더니... 갑자기 오빠가 눈을 감더라구요."


헉..

엠티 이야기잖아..


"호호.. 눈을? 이 녀석 응큼했네.. 그래서?"


둘의 대화가.. 너무 진지해져 버렸다..

껴들어서 중단 시켜야 하는데..


"엄마 주스나 마셔.."

"시끄러워.. 거기에 놔둬.."

"............."

"저도 분위기에 휩쓸려서 어찌해야 될지 모르다가.. 그냥 에이 모르겠다.. 가만히 있었더니.."

"그랬더니?"


...............

뭐야.. 지금 이야기 너무 과장된 거잖아?

내가 언제 눈을 감어?


​"하필 그때 사람들이 우릴 찾으러 딱 오더라구요.."

"어머.. 참 드라마틱 하네.. 하필 그 순간에.."

"그쵸? 그런데도 오빠는.. 급한 나머지.. 저를 막.."


...............

으...

소설을 쓰는구나..


"어이구 이 녀석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젠 웃음만 나온다..

설마 믿을까..


"엄마 설마 믿는 거 아니지?"

"헤헤.. 어머니.. 그냥 농담이에요.."

"홍홍홍.. 알지.. 윤경양 너무 재밌네.. 우리 봉구가 푹 빠질만 하겠어"


​...........

누가 푹 빠져?

나를 앞에 두고 이 뻔뻔한 대화들은 뭐야 도대체?


"어머니도 너무 재밌으세요.. 전 다른 어머니들은 조금 불편 하던데.. 어머니는 너무 편한 거 같아요 히힛.."


​.............

둘의 분위기가 넘 좋은데..

이거 좋은 상황인 거지?

어머니와 그녀가 친해 진다는 건..

나중에 고부간의 갈등도 많이 없어 진다는 거?

아.. 이건 너무 앞서간 건가?

...............


"밥은 먹었니?"


이제 나는 안중에도 없나 보다..

그녀에게만 묻는 어머니..


"아니요. 아직 안 먹었어요."

"어머 그래? 잘 됐네. 모처럼 봉구 고기 좀 먹이려고 하는데.. 같이 먹고 가. 알았지?"

"정말요? 저야 좋죠.."


​어머니와 그녀 사이가 왜 이리 급 진전 된 거지?

나 슈퍼 다녀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뭐 그래도 기분은 좋다..

그녀가 어머니랑 친해지면.. 나야 좋지 뭐.. 흐흐..


​"봉구야.. 엄마 나가서 장 좀 보고 올 테니까.. 방 청소 좀 해 놓고.."

"어.."

"어머니 저도 갈께요.. 같이 가도 되죠?"


헐...

붙임성이 지나칠 정도로 좋은 거 아냐?


"그럴까?"

"네... 히힛.."


라며.. 팔짱을 끼는 그녀..

누가 보면 엄마하고 딸 인줄 알겠네.

..................

설마 같이 다녀오면서 내 험담하고 오는 건 아니겠지?

왠지 불안타..


​"오빠 청소 깨끗이 해놔.. 다녀오께.."


웃으며 엄마와 팔짱을 끼고 가는 그녀를 보니..

흐뭇함이 절로 난다..

엄마가 아주 좋은 타이밍에 와주셨구나... 흐흐..

이거 분위기 넘 좋은 거 아닌가?


​​


모처럼 구석구석 방도 치우고.. 버너를 꺼내어..

삼겹살 만찬을 준비한다..

보통때 같으면 대충 먹고 끝냈었다지만..

이번엔 그녀도 함께 아닌가..

생전 안 쓰던.. 방석들도 끄집어냈다.





"어.. 다 준비 해 놨네? 어머니 상추하고 마늘하고 주세요.. 제가 씻을께요."


한참이 지나 돌아온 그녀가 방문을 열며 말했다.


"그래.. 여기.."


뭘 그리 많이 샀는지.. 두 손 가득 들고 오시는 그녀와 엄마!


​"뭘 그렇게 많이 샀어?"

"네 반찬.. 이 녀석아. 냉장고에 반찬도 다 떨어졌을 거 아냐.."

"아직 남았어.."

"밥 집에서 안 먹어? 왜 그게 여태 남아?"


..............


"어머니.. 걱정 마세요.. 이제 제가 오빠 집에서 밥 먹게 만들어 놓을께요."


​상추와 마늘을 들고 들어오며 그녀가 말한다..


"에구.. 그래.. 네가 좀 그렇게 해줘. 얘가 원체 밥도 재때 못 찾아 먹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잘됐구나."


................






즐거운 삼겹살 만찬..

눈물 나게 행복하다..

이건 완전.. 신혼 집에 놀러 온 어머니에게 저녁 대접하는 분위기 아닌가..

그녀의 의도를 짐작 할 순 없었지만..

그녀도 우리 어머니에게 잘 보이려는 모습 만큼은 분명 느낄수 있었다..

그렇다는 건?


"오빠.. 아~"


뭐하는거냐?

갑자기 그러면?

...........

상추를 싸서 내게 먹여주려는 그녀...

순간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얼굴을 돌려버렸다.


​"어? 뭐야?"


헉..

내가 방금 뭔 짓을 한 거야?.


"봉구 뭐해? 윤경이가 정성스럽게 싸주는데 안 받아먹고.."

"아.. 미안 갑자기 그러니까.."

"히힛.. 오빠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

"아니.. 난.."


아.. 오늘 무지 긴장한다.

그녀와 있을 땐 언제나 조금씩의 긴장은 하는데..

오늘은 유독 심하다..

엄마 때문인가?


"어머.. 너희들 날 잡아야겠다. "

"무슨 날?"


............

설마?


"봉구 군대 가기 전에 빨리 치러야겠네."


흐흐...


"그럴까요? 근데 봉구 오빠 군대 가있는 동안 전 심심해서 어떡해요?"


.............

뭐야..? 진심이야?




그나저나 군대... 잊고 있었구나..

뭐 아직 많이 남았으니.. 괜찮으려나?

그런데.. 정말 그녀하고 사귀면..

군대 때문에 생 이별을 해야 하는 거잖아..

아~~

그런 건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니.. 서글퍼진다..


"오빤 어때?"


잉? 뭔 소리야?

정말 하자는 거야?


"나? 난 뭐 별로.."


............

내가 말해 놓고도 참..

이런 상황 같이 즐기지 못하는 내 자신이 한심스러울 뿐이다.


"봉구야.. 고기 좀 팍팍 얹어봐.. 윤경인 이거 더 먹고.. 자~"


으...

이거 누가 자식인지..






"냉장고에 반찬들 놔뒀으니까.. 잘 챙겨 먹고.. 윤경이 네가 이 녀석 좀 잘 챙겨줘.. 알았지?"

"네~ 걱정 마세요~"


버스를 타기 전에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꽉 잡으며 당부를 하고 있다.

남들이 보면.. 며느리에게 자식 맡겨 논 시어머니인 듯한 이 광경..

흐... 오늘 하루 정말 묘하게 흘러가는구나.



"걱정 말고 가. 내가 애야? 내일 용돈 넣는 거 잊지 말고~"

"알았다 이 녀석아.. 그럼 애미 간다.. 윤경이도 잘 지내고~"

"네.. 어머니.. 조심해서 가세요.."


나보다 더 극진하게 어머니를 배웅하는 그녀..

천사가 따로 없다.

근데 하루 만에... 이렇게 친해질 수도 있는 거야?

둘의 짝짝궁이 왜 이렇게 잘 맞는 거지?

​슬쩍..

그녀와 단방에 친해져 버린 엄마에게.. 질투가 났다.

............


"어머니 좋은 분이네. 넘 재밌으셔.."


터미널을 나오며 그녀가 말했다.


"그러냐?"

"응.. 너무 편해! 나 엄마 없이 지낸지 오래 되어서 그런가 오빠네 엄마가 막 내 엄마같고 그런다."

"뭐?"

"크크.. 아냐.. "


...........

가엾은 그녀..

요 몇 일 너무 밝은 모습만 봐서..

그녀에게 이런 안타까운 가정사가 있는지 전혀 몰랐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어머니의 품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내 앞에서.. 아니 모두의 앞에서..

전혀 힘든 내색 안하고 항상 밝게 웃던 너였는데..

아..

갑자기 그녀를 꽉 안아주고 싶었다.

어머니 품 만큼은 안되겠지만..

그녀가..

누군가의 따뜻한 품속에서..

모든 외로움을 떨쳐 버릴 수만 있도록..

꼭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나였다.


살짝..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뭐야?"


제법 놀란 듯.. 그녀가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

아... 젠장.. 민망하게..

후다닥 손을 내리고 만다.


"아.. 그냥.. 힘내라고.."

"뭘?"

"아니.. 뭐.. 그냥 다 힘 내라는 거지."

"어깨에 팔 올리고 싶어?"


.............


​"그럼 1분만 얹어~ 자.."


라며 내 팔을 그녀의 어깨로 끌어가는 그녀다..

허.. 뜻하지 않게 찾아온 행운!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한다.


"뭐하는거냐?"

"아.. 좋네.. 오빠 우리 이렇게 다니면 나중에 소문 쫙 날텐데.. 그치?"


............


"그.. 그렇겠지.."


떨려서 말도 잘 안 나온다..

왜 목이 메이는 것이냐.


"그럼.. 나 좋아하던 남자들 다 어떡해? 충격 먹을텐데..."


.............

갑자기 웬 공주병 증세냐..

뭐.. 하루 이틀도 아니긴 하다만..

유독 심한 거 같다.. 오늘은..


"좋아하는 남자가 있긴 하냐?"


​많다는 거 안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 사실을 대놓고 말해 주고 싶지 않았다.

절대~ 부인하고 싶었다..


"왜 없어? 다들 날 얼마나 좋아하는데.. 막 난리야.."

"뭔 난리?"

"알잖아.. 나 캠퍼스 걸어가면 시선 집중 되는 거.. 오빠도 봤지?"


.................


"아니 못 봤는데.."


이거 .. 중단 시켜야 되는데..


"남자들끼리 막 싸우고 그런데.. 나 때문에.."


헐..


"그러냐?"

"어..맨날 연락처 좀 알려 달라고 하고,. 커피 한잔 하자고 하고.. 피곤해 죽겠어."

"그래?"

"응"

"민망하지? 니가 말하고도?"

"그러게.. 좀 민망하네.."


아.. 좀 더 받아줄걸 그랬나?

설마 이런 걸로 의기소침해 하는 건 아니겠지?


​"에이 재미없어 오빠! 농담도 안 통하고.."


............


"1분 지났어.. 팔 내려. 누가 맘대로 팔 올리래?"


윽...

뭐야.. 자기가 올려놓고..

..............

살짝 삐진 듯한 그녀의 뾰루퉁한 표정..

귀여워 죽겠다.


​"아 참.. 오빠.. 나랑 안경점에 좀 잠깐 가줄래?"

"왜?"

"안경 새로 좀 맞추려고.. 요즘 시력이 더 낮아졌나 봐.. 잘 안 보여."

"눈 그렇게 안 좋아?"

"응..안경에 문제가 있는 건지.. 날이 갈수록 안 좋아지네. 결정적으로 오빠가 잘 생겨보여."


............


"그럼 눈은 더 좋아진 거 같은데?"

"훗.. 오빠 지금 농담 한 거야?"


..............


"재미 없냐? 내가 농담하면 원래 좀 이래.. 흐"

"아냐.. 크크.. 재밌었어. 빨리 가자."


활짝 미소를 지으며 내 팔을 끌고 안경점을 찾아 나서는 그녀였다.






"오빠.. 잠깐만.."


길거리에서 파는 조그마한 어항들 앞에서 멈춘 그녀..


"와.. 이거 이쁘다."


.............


"아저씨 이거 얼마에요?"


금붕어 2마리가 든 알라딘 램프 모양의 어항을 가리키며 그녀가 묻는다.


​"네.. 만원이에요.."

"어머.. 비싸네.. 좀 깍아 주시면 안돼요?"

"안돼요!"


단칼에 거절해 버리는 아저씨.

에고.. 좀 깍아주시지..


"아이.. 천원만 깍아주세요. 네?"


​후아..

물건 깍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것도 쉬운 게 아니구나.

왜 내가 민망해 지는지 원..


"안돼요 학생.. 이거 원래 2만원짜린데.. 싸게 주는거야."

"치.. 이왕 싸게 주는 거 천 원만 더 빼주세요.."


..............

아.. 내가 천 원 보태주고 싶다..

그냥 사지..


"아.. 안 되는데.. 이거 정말.."

"아저씨잉~~~"


헛.. 애교..

설마 천 원 깍으려고 저런 앙증맞은 애교를?


"하하하.. 알았어요! 그럼 9천원에 가져가요. 내 특별히 학생 이뻐서 천 원 빼주는 거에요.."

"네~~ 고마워요 아저씨.. 여기요."



"이쁘지 오빠?"


아저씨에게 건내 받은 어항을 나에게 보이며 묻는다.


"어.. 이쁘네.. 근데 금붕어 좋아했냐?"

"아니.. 그냥 갑자기 이뻐 보여서.."

"그래? 근데 잘 깍더라.. 좀만 더 했으면.. 공짜로도 받겠던데?"

"한 오천원까지 깍아 볼 걸 그랬나?"


​...................


"자.. 이거 오빠 주는 거야. 선물!"


잉? 선물?


"뭐? 이거 나 줄라고 산 거야?"

"어.. 오빠 방 너무 음침해서 싫어. 이런 거 하나 있어야 방 분위기 좀 살지."


...............

그런 거였냐?


"암튼 고맙다.."

"고맙긴 뭘.. 흐흐 사실 나 오빠 어머님한테 더 비싼 거 선물 받았지롱."


............


"뭐?"

"쨔잔.."


라며.. 팔을 걷어 부치는 그녀..


"팔지?"

"응.. 아까 시장 보면서 지나가다가 팔길래.. 그냥 구경만 하려고 했더니.. 어머님이 맘에 드는 거 하나 사 주신다고 고르라잖아.. 그래서 이걸로 골랐어.."


"비싼 거냐?"

"만원! 근데 오빠 어머닌 나보다 더 잘 깍으시던데 뭘..흐흐.. 이거 만오천원인데 어머니가 막 깍더니 만원에 사주셨어.."

"그러냐? 역시 엄마답다 하하.. 암튼 좋겠네.."

"응... 선물 하도 오랜만에 받아 보는 거라.. 넘 좋아.."


​...................

그랬냐?

그동안 선물 줄 사람이 없었던 거냐?

아..

또 마음 한구석이 메어져 온다.

그래..

잘 기억해 둘께..

앞으론..

너 이런 말 절대 나오지 않게..

매일매일 선물들을 해주도록 하마.


"근데.. 오빠 금붕어 두 마리 인데.. 이름 지어줄까?"


............


"뭔 이름? 그냥 금붕어라고 하면 돼지"

"에이.. 그래도 이름들은 있어야지. 빨리 생각해봐.. 난 한 마리는 생각해 놨어.."

"응? 뭔데?"

"이거 한 마리는 암컷.. 한 마리는 수컷이겠지?"

"글쎄다.. 그거 구분 되냐?"

"몰라.. 그냥 그렇다구 치고.. 수컷은 봉돌이로 하자.. 요기 꼬리 검정 거.. 있지? 이게 좀 커 보이니까 수컷.. 봉돌이.. 오케이?"


................


"흐.. 설마 내 이름 딴 거냐?"

"응. 어때 귀엽지? 봉돌이... 크크.."

"그럼.. 암컷은 윤자 하자.."

"싫어.. 윤자가 뭐야. 암컷은 좀 세련되게 져야지.. 유니 어때?"

"야.. 수컷은 봉돌인데 왜 암컷만 세련돼?"

"시끄러. 내가 사 준거니까.. 그냥 내가 하자는 대로 해.. 봉돌이하고 유니.. 됐지?"


.............

뭐 사실 금붕어의 이름 따위야 어떻게 짓든 관심 없었다..

내게 중요 한 건.. 이제 그녀와 나 사이에..

봉돌이와 유니가 생겼다는 것이다.

앞으로 그녀는 이 봉돌이와 유니를 보러 내 방에 더 자주 드나들 것이고..

그렇다는 건... 흐흐..


"알았다.. 봉돌이.. 유니.. 귀엽네 요놈들.. 근데 밥은 뭐 주냐? 사야 되나?"

"그러게.. 어디서 팔지? 근처에 금붕어 파는 집 본 적 있어?"

"아니.."

"일단 이거 오빠 방에 놓고 찾아보자.."

"그럴까?"


그녀와의 뜻하지 않던 데이트(?)가 밤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이제는 왠지 사귀자는 말을 하지 않아도..

연인 같은 분위기로 지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지나친 자신감이려나?

그녀의 행동들.. 그녀의 말들..

따져보면 모두..

남자친구 한테나 할 수 있는 것들 아닌가..

그녀도 분명 나를 좋아하고 있을 것이다..

확신이 든다.


​하지만.. 고백할 자신은 없다.

고백해서 잘못 되었을 때의 후폭풍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지금 이대로도 좋기 때문인걸까..

그냥 지금처럼..

꼭 연인이란 타이틀이 아니더라도..

서로의 느낌 만을 가진 채..

매 순간 행복 할 수만 있다면..

그게 더 좋은 거겠지?


하지만.. 연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손도 잡고.. 키스도 하고.. 그리고.. 흐흐..

아.. 머리 아프다.

어떡해야 하나?




"오빠~ 저기 있네.."


​멀찌 감치 수족관을 발견한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끌고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다음편에 계속)

K-01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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