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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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4
최근연재일 :
2023.09.19 22:21
연재수 :
1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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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5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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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3화 뜻밖의 조우

DUMMY

일곱 시.


훈련을 끝낸 댄은 지하 카페테리아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훈련 도중 당한 부상이나 상처는 그 안에서도 곧 자연적으로 회복되었지만, 한쪽에 따로 회복실도 갖추어져 있었다.


한 사람이 누워 있을 만한 적당한 크기의 캡슐 안에 누워 있을라치면 온몸에 열기가 전해지며 긴장이 풀리고 온몸의 근육이 풀렸다.


자연스럽게 몰려오는 졸음 속에 빠져들어 삼십 분 정도 숙면을 취한 후에는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신체를 강화하는데 필수적인 식단으로 제공되는 지하 카페테리아에서 하루 세끼를 모두 해결하라고 처음에 도노반이 권유했었다.


하지만,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에 익숙해져 버린 입맛에 간도 배어있지 않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니...


끼니때마다 밖으로 외출하는 댄에게 마침내 도노반은 식사 시간 외출금지령을 내렸다.


떨떠름한 마음에 강제로 등이 떠밀린 그가 카페테리아를 찾았다.


건강을 위해 엄선된 메뉴로 제공되는 음식이 담긴 트레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비주얼은 꽤 먹음직스럽군.”


그가 먼저 애피타이저로 담아온 샐러드에 포크를 찔러넣었다.

컬러풀한 색상의 채소와 싱싱한 생선 살.

그 위에 올려진 향긋한 해당화 향기의 소스.


“....으음?”


입안에서 씹히는 식감이 예전에 바이어와 방문했던 최고급 호텔의 유명한 쉐프가 내놓았던 샐러드를 연상케 했다.


건강식 특유의 밍밍함을 예상했던 그가 자신도 모르게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고작 먹는 것에 이렇게 기분이 좌지우지 될 수도 있구나.’


하루종일 고통스러운 훈련에 지쳐있던 심신의 피로가 입안에 들어가는 음식으로 살맛 난다는 기분이 들다니...


그런 그의 머릿속에 한순간 아들 녀석인 준이가 떠올랐다.

아들 먼저 보낸 못난 애비가 음식이 맛나다고 좋아하고 있다니..

자신도 모르게 눈꼬리에 맺히는 눈물을 그가 손등으로 문질렀다.


‘준이야. 기다려라. 이 아버지가 반드시 널 다시 살려내고 만다.’


스테이크 한쪽을 크게 썰어 입에 넣은 그가 우적우적 씹기 시작했다.



“...댄?”


그런 그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는 씰비가 시야에 들어왔다.


“마약이야. 그렇지?”


“....뭐?”


그녀의 입안에서 나온 마약이란 말에 깜짝 놀란 그가, 그녀가 가리키는 자신의 접시로 시선을 돌렸다.


“...아...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다.”


“여기선 다이어트도 조심해야 해. 칼로리 낮다고 있는 대로 먹다간 오히려 체중이 더 는다니까.”


그렇게 말한 그녀가 자신의 플레이트에 담아온 한 움큼의 샐러드에 포크를 찔러 넣었다.


한국지사 소속으로 헌터들의 치료를 담당하는 전문의료인.

그녀는 겨우 스무 살이었던 2011년 시리아의 내전을 목격한 후 의사의 길로 들어섰다 했다.


프랑스 파리 근교에 생긴 아공간에서 싸우는 헌터들을 치료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어쩐 일인지 한국행을 결정.

헌터들의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하는 일에도 기꺼이 참여하던 그녀가 이번에는 그를 도와주겠다고 발 벗고 나섰다.


“...앗참!”


포크를 내려놓은 그녀가 옆에 있던 가방을 집어 들고 지퍼를 열었다..

그 속에서 태블릿을 꺼낸 그녀가 바쁘게 화면을 두드렸다.


“댄이 말해준 조건에 맞는 매물을 몇 곳 찾아냈어.”


댄이 잘 볼 수 있도록 테블릿의 화면을 돌려 그의 테이블 쪽으로 슬쩍 밀었다.


재생되는 동영상 속에 구조를 설명하는 목소리와 함께 깔끔해 보이는 집의 실내가 보여졌다.


동영상이 끝날 때마다 그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잠깐씩의 텀을 주며 그녀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돌렸다.


모두 여섯 곳.


“모두 여기서 도보로 출퇴근이 가능한 곳이야.”


“다섯 번째 좀 다시 보여줘.”


그의 말에 그녀가 다시 돌려놓은 동영상 속,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고급스럽게 보이는 신축 7층 빌라의 꼭대기 층.

복층으로 되어있어 위층에 운동기구를 설치하고 다른 가구에 피해주지 않고 편하게 운동 할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위층의 문밖에 열 평 정도의 테라스.


그의 머릿속에 다시 아들 준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빠. 난, 나중에 돈 벌면 테라스 있는 집에서 친구들 불러서 고기 구워 먹으면서 살 거야. 그게 내 인생의 로망이야.“


‘그래, 이 집이다.’


그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켰다.


“여기를 제일 먼저 가 보고 싶은데?”

“역시, 보는 눈이 있는데?”


그를 보는 씰비의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아주 고급스럽지? 벽과 바닥도 그냥 평범한 제품은 아니지. 주방 아일랜드 식탁도 물 건너 온 거라니까. 테라스에서 사직 공원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여서 힐링도 안성맞춤이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 때나 입주해도 되고 말야. 지금 비어있거든.”


“그럼, 내일이 토요일이니 한번 가서 봐야겠네. 보고 괜찮으면 계약하고 싶다. 아무래도 다음 주말까지는 집에서 나오고 싶었거든.”


그의 말에 그녀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라도 댄의 사생활인 것.

양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가 마치 자신의 일처럼 들뜬 표정을 지었다.


“나랑 같이 가. 내가 또 인테리어쪽도 빠삭하잖아. 맘에 들지 않는 데가 있으면 원하는 대로 바꿔줄게.”


“고마워. 덕분에 쉽게 집 구해서 독립하게 됐다.”


그녀를 향해 태블릿을 돌려놓은 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시가 급한데 허투루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이미 저녁 훈련 이후, 다시 광화문 근처의 헬스장에서 PT를 등록해 놓은 그였다.

트레이를 주방 카운터에 내려놓고 걸음을 옮기는 그의 눈은 불같은 희망으로 번득이고 있었다.




* * *



다음날, 씰비와 함께 부동산 중개업자를 찾아 눈으로 집의 내부를 확인한 그는 곧장 현장에서 계약서를 썼다.


첫 입주를 한 지 겨우 8개월 만에 이사하게 된 집 주인은 프랑스 대사관에 근무하는 꺄트린느.

알고 보니 그녀는 씰비의 지인이었다.


한국을 너무 사랑해서 한국에 살겠다고 대사관을 통해 그 집을 구매했다고 했다.


하지만, 인생은 자신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 법.

한국에서 6년을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이제 고향 같다고 여기던 그녀에게 프랑스 정부는 파리에 있는 외무부 본사로 오라고 그녀를 불러들였다.




깔끔하게 지낸 덕에 아직은 손댈 곳이 없이 새집 그대로였다.


그리고 탁 트인 뷰를 가지고 있는 테라스.

푸르른 나뭇잎을 내며 자라고 있는 키 작은 나무가 각 코너에 서 있었다.


벌써부터 그의 눈에는 그곳에서 친구들을 초대하고 웃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였다.


흐뭇한 아재 미소를 띠고 있는 젊은 댄을 보는 씰비의 얼굴에도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아주 좋아!”


만족스러운 웃음을 보이며 댄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모든 미션을 완료할 때까지는 그에게 자유롭게 생활하며 훈련에 몰입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줄 장소.


두 번째 미션을 부지런히 클리어하는 꿈에 부푼 그가 씰비를 돌아보며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움을 준 씰비가 고마워서 근처 식당에서 그가 점심을 샀다.


“도와준 수고에 비해서 부족하지만 맛있게 먹어. 사촌이 강남에 전문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하는데 이달 마지막 주말에 가기로 되어있거든. 가 보고 괜찮으면 나중에 거기서 거하게 한번 쏠게.”


“그래? 나야 고맙지. 근데, 레스토랑 이름 알 수 있어?”


“잠시...”


그가 휴대폰을 꺼내 손가락 끝으로 화면을 뒤적거렸다.


“일 마레 디딸리아(Il mare d'Italia)”


“오케이, 알았어.”


식당 아주머니가 주문한 비빔밥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씰비를 돌아보았다.


“어쩜 아가씨가 이리 예쁠까?”


매끈하게 웨이브 진 붉은 머리에 푸른 눈망울을 반짝이는 이국적인 미인을 한번 보면 대부분 사람이 한번은 돌아보니 그런 반응을 그녀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듯 보였다.


“나더러 예쁘다는 거지?”


한국말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그녀가 그에게 프랑스어로 물었다.


“맞아.”


“감수와..함니다.”


아주머니를 보고 서툰 한국말로 말을 건넨 그녀가 부끄러운 듯 볼에 홍조를 띠었다.



* * *



월요일 아침 카페테리아에서 식사 후, 그는 부국장인 블레어의 사무실로 불려갔다.



소파 위에 엉덩이를 붙이는 그에게 그녀는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서류 내용 확인해 보세요.”


-기밀 유지 각서(confidentiality agreement)


차근차근 각 조항을 그는 읽어 내려갔다.

예전에도 외국 거래처와 독점 에이전트를 맺을 시 체결했던 내용과 그다지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차이라면 위반 시 미국 정부로 인도되어 군법회의에 넘겨질 수 있다는 내용.


3페이지로 된 서류의 맨 뒤 페이지 하단에는 이미 김우주라고 삐뚤거리는 글씨체로 서명이 되어있었다.


“갑자기 이건 왜...?”


“댄이 알아야 할 게 있어요. 한꺼번에 모두 알려줄 수는 없지만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씩은 알려주도록 할게요. 그 내용은 모두 일급 기밀이고 본인이 서명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거예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훈련장에서 다른 헌터를 보게 될 거예요.”


뜻밖의 말이 그녀의 입에서 나오자 놀란 눈으로 그가 똑바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인천에 거주하는 헌터가 일주일에 한두 번 훈련을 받으러 오는데 오늘 훈련 일정이 잡혀있어요.”


“그럼 우리나라에서 헌터는 둘...입니까?‘


그의 말에 그녀가 희미한 웃음을 흘렸다.

그녀가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태블릿을 들고 화면 하나를 띄워 그에게 내밀었다.


”지금 당장은 이게 댄에게 공개할 수 있는 자료 전부예요.“


그녀에게서 태블릿을 받아 든 그가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한국에서 훈련받고 있는 헌터는 자신을 포함해 모두 4명.


4명 중 처음으로 헌터 관리국 한국지사에서 일하게 된 헌터는 34세의 인천에 거주하고 있는 ‘쌤’이라는 이름의 남자.


첫 2년간 미국 본사에서 지옥과 같은 특수 훈련을 마친 그는 미국과 인접한 아공간에서 활동.


그 후, 서울 근교에 아공간이 생성된 것이 확인되자, 한국으로 돌아와 국내 첫 헌터로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이미 상당한 실력자인 그는 한 달에 대여섯 번 정도만 센터에 들러 정해진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중이었다.


‘릭’과 ‘쿤’이라는 이름의 다른 두 명은 미국 입국시 관리국의 눈에 띄었고 미국 본사 센터에서 1년 과정의 훈련을 거친 후 각자의 거주지인 부산과 광주로 돌아갔다고 했다.

한 달에 두 번 센터에 들러 교육받는 그들은 아직 아공간으로 소환된 적은 없다는 기록이 그의 눈에 띄었다.


한국 영토에 인접한 곳의 아공간에 몬스터가 등장할 때마다 교대로 소환되는 것은 인천에 거주하는 쌤이라는 남성과 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우주.


그렇게 겨우 두 명.


“쌤이 오늘 센터에 훈련하러 올 거예요.”


그를 빤히 바라보며 그녀가 말을 이었다.


“댄이 지켜야 할 ‘행동지침(code of conduct)’ 이 있어요.”


그렇게 말을 꺼내며 진지한 표정을 짓는 그녀의 강렬한 눈동자가 빛이 났다.


“다른 헌터와 절대로 개인적으로 접촉하지 말 것.”


“......”


“그러니까, 훈련장에서 마주친다고 하더라도 대화를 시도하지 마세요. 헌터들 각각은 따로 관리되는 미국의 자산입니다. 각자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각자 사생활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럼.”


블레어 부국장의 말을 듣던 그가 미간을 좁히며 입을 열었다.


“센터 밖에서도 서로 접촉하면 안 된다는 말씀입니까?”


“센터 안이든 밖이든 불가합니다. 원래 본인의 이름을 놔두고 영문 이름을 일부러 만들어 부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했어요?”


“........”


“그냥 서로를 투명 인간으로 대하세요. 한국의 아공간으로는 한 명씩만 소환되니 같이 일할 일도 없습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존에게 묻도록 하고요.”


“알겠습니다.”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은 그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발을 옮겨 그녀의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각자의 사생활을 위해 서로 모르는 척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도 바라는 것이었다.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미션에 집중하고 해결하는 것.

그 이외에 그가 관심을 가질 것도, 원하지 않는 타인들의 관심을 끄는 것도 바라지 않는 일이었다.




일일 운동 과정을 마치고 그는 재블린 훈련실로 들어섰다.


허공에서 점멸하고 있는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20미터에서 50미터까지 5미터마다 세워져 있는 과녁들의 형태가 스르르 바뀌기 시작했다.


그가 아공간에서 만났던 토끼 형상을 한 괴생명체에서 사자의 머리를 한 늑대, 꽃돌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데몬트레이서까지.


일곱 종류의 괴생물체가 랜덤한 순서와 위치에서 그를 향해 공격해왔다.


그의 등 뒤에 세워져 있는 무기는 창으로부터 단검, 바람개비처럼 생긴 날카로운 수리검.


훈련 목표는 단 한 가지.


몬스터가 그에게 덤벼들기 전에 세 종류의 무기를 던져서 쓰러뜨리는 것.


허공을 가르고 덤벼드는 사자의 미간에 그의 손을 떠난 창이 번개처럼 날아갔다,

놈이 쓰러지자 그다음 쉴 틈도 없이 그를 향해 달려드는 데몬 트레이서.

그의 양손에 들려있던 단검이 직선으로 날아가 놈의 목과 복부에 꽂히자 은색의 몸뚱이를 한 모르데오가 허공에 차가운 기운을 뿜어대며 그에게 덤벼들었다.


다급한 손놀림으로 그가 수리검을 움켜쥐었을 때는 이미 모르데오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그의 허벅지를 꿰뚫은 후였다.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며 그가 주저앉자 허공에 붉은색의 램프가 켜지며 ‘부우우..“ 하는 부저가 울렸다.


붉은빛을 발산하는 램프의 숫자는 총 7개.


30분 동안 그가 처리한 몬스터의 숫자는 48 마리.

그가 몬스터에 당한 횟수는 7회.


마치 살아있는 듯 생동감 있게 공격을 퍼붓던 괴생물체들이 각각의 과녁 안으로 뛰어 들어가자 그가 땅에 떨어진 무기들을 모두 집어 들어 원래 자리에 배열해 놓은 뒤 재블린 훈련실을 나왔다.


다시 한번 벽을 타고 15미터를 뛰어넘을 생각 하면서 그가 숨을 고르며 통로를 걷고 있었다.


지난번 훈련에, 마지막 시도에서 다 도착해 성공을 눈앞에 두었지만, 균형을 잃고 그만 붉은 선을 밟고 말았다.


두고두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오늘은 반드시 성공하리라 생각하며 그가 훈련실에 들어섰다.


그런데, 도노반은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앞에 등을 보이고 서 있는 사내가 있었다.

그런 사내에게 도노반은 무엇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사내가 손을 들고 옷매무시를 다듬자 도노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순간,


사내가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




사내가 사라진 공간을 잠깐 지켜보던 도노반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오늘은 성공하겠지?“

”꼭 그래야죠.“


눈빛을 반짝이며 댄이 긴장이라도 풀 듯, 양손을 슬며시 털었다.


”혹시, 좀 전의 그 남자가 쌤이라는 헌터입니까?“


목을 양쪽으로 꺾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댄이 슬며시 물었다.


그의 말에 도노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도 지켜야 할 룰 알지? 모르는 척해.“


”알았습니다.“


대답을 한 그가 몸을 돌려 발을 몇 걸음 옮겼다.

다시 돌아선 그가 붉은 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크게 한숨을 내 쉰 후, 앞으로 돌진했다.


”....탓!“


허공으로 몸을 날린 그가 우측의 벽에 발을 내딛고 달리기 시작했다.


-다다다다...


하지만 이번에도 딱 한걸음 모자란 채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댄.댄.. 포커스!“


도노반이 두 손을 들어 박수를 치며 그를 독려했다.


하지만 그 후로도 그는 몇 번을 연속해서 실패한 후 숨을 고르느라 벽에 등을 기대고 섰다.


’한 발자국만 더.‘


머릿속으로 다시 한번 자신의 동작을 구분해서 하나하나 계산해 보고 있는 듯한 그의 모습을 도노반이 희미한 웃음을 띠고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한쪽 벽에 진동이 느껴지더니 다음 순간 갈라진 벽을 통해서 사내가 튀어나왔다.


자세를 바로잡은 사내가 손바닥을 펴고 손가락으로 자신의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겼다.


다음 순간,


도노반을 바라보던 사내가 고개를 돌려 그를 흘끗 바라보았다.


뒤로 머리를 넘긴 사내의 음흉한 눈을 마주하는 순간 그는 자신도 모르게 머리카락이 쭈뼛거리며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동암역에서 50대 여성을 야구방망이로 살해한 그놈.

틀림없었다.


그에게서 시선을 돌린 사내가 도노반을 보고 한번 히죽거린 후, 훈련소의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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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화 위기에 빠진 자를 구하라(3) +4 23.06.02 271 11 11쪽
33 32화 위기에 빠진 자를 구하라(2) +4 23.06.01 272 15 12쪽
32 31화 위기에 빠진 자를 구하라(1) +2 23.05.31 273 10 11쪽
31 30화 그림자 소환(2) +3 23.05.30 275 10 17쪽
30 29화 그림자 소환(1) +3 23.05.29 274 10 15쪽
29 28화 어나더 레벨(3) +4 23.05.28 262 10 12쪽
28 27화 어나더 레벨(2) +1 23.05.27 271 9 14쪽
27 26화 어나더 레벨(1) +3 23.05.26 280 11 12쪽
26 25화 태평양을 뛰어넘다. +2 23.05.25 269 9 17쪽
25 24화 각성의 시작(3) +2 23.05.24 284 7 14쪽
24 23화 각성의 시작(2) +6 23.05.23 318 14 14쪽
23 22화 각성의 시작(1) +5 23.05.22 306 13 13쪽
22 21화 아웃사이더(3) +5 23.05.21 290 11 13쪽
21 20화 아웃사이더(2) +5 23.05.20 295 12 12쪽
20 19화 아웃사이더(1) +5 23.05.19 316 9 13쪽
19 18화 어려진 건 몸 뿐만이 아니네? +5 23.05.18 334 11 12쪽
18 17화 외계 지성체의 영혼 조각 +3 23.05.17 324 9 13쪽
17 16화 풋꼬투리 속에 숨겨진 진실 +2 23.05.17 336 8 14쪽
16 15화 모래 속에 숨겨진 비밀 +5 23.05.16 344 13 16쪽
15 14화 담장위의 고양이 +4 23.05.15 374 9 17쪽
» 13화 뜻밖의 조우 +3 23.05.15 403 9 17쪽
13 12화 앞으로 한걸음 더! +4 23.05.14 453 10 16쪽
12 11화 우연을 가장한 필연 +3 23.05.14 487 12 16쪽
11 10화 지옥에서 온 이안 +5 23.05.13 829 12 15쪽
10 9화 린다 블레어 부국장 +2 23.05.13 537 12 16쪽
9 8화 난 네가 알던 우주가 아니야! +3 23.05.12 551 1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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