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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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4
최근연재일 :
2023.09.1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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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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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화 아웃사이더(2)

DUMMY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내가 좀 바쁜데. 나중에 보자.”


그들이 누구이든 댄의 머릿속은 그 새끼 지네가 부국장의 몸에 닿기 전에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야. 이 씨팔. 이 새끼 진짜.”


신호등이 바뀌고 발을 옮기려는 댄의 어깨를 그중 한 남자가 거칠게 잡아챘다.


“이, 씨팔놈이. 너 약 처먹었냐?”

“존만한 새끼. 팬티까지 홀딱 벗고 살려달라고 졸라 눈물 짜던 새끼가...”


앞을 가로막은 놈들이 조소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듯 히죽거렸다.


둘 다 180 정도는 되어 보이는 키.

헬창이라 봐도 될 만큼 근육도 제법 여기저기 붙여놓은 싸가지 밥 말아 처먹은 두 새끼.


우주의 일기장에서 읽었던 것이 순간 떠올랐다.


고 3때, 속옷까지 벗기고 동영상까지 촬영했다는 같은 반 놈들.

힘을 숨길 이유도 없는데, 무슨 까닭에선지 무력하게 놈들에게 굴욕을 당하고 참아낸 우주.


‘살려달라고 했다고?’


그가 놈들이 한 말을 한마디 한마디 곱씹었다.


‘미안하다고나 잘못했다고도 아니고 살려달라고?’


“...하아.”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만 해도 열 뻗치네.’


그렇지.

원래 이 몸의 주인이었던 우주한테 또 그만한 보답을 본인이 해 주지 않으면 섭하지 아니한가?


‘그래! 네 덕분에 이렇게 살아가는데, 네 명예는 내가 회복시켜주마.’


그렇게 생각한 그가, 놈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실눈을 뜨고 느긋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형님이 용돈이 좀 부족하거든? 보태주면 또 큰맘 먹고 보내준다.”


능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한 놈이 손가락으로 그의 명치를 찔렀다.

다른 놈은 킬킬거리며 그의 등을 툭툭 치고 있다.


“....지금 내가 가진 현금이 없다.”


“시팔. 이 새끼가 어디서 구라를 쳐! 야! 사람들도 보는데 쉽게쉽게 가자아아. 어?”


놈이 그의 주변에 흘끗거리며 지나치는 사람들을 턱으로 가리켰다.


“그럼, 그러지 말고 계좌번호 불러주면 안 될까?”


마치 겁을 먹었다는 눈빛으로 댄이 상대를 보고 슬며시 고개를 움츠렸다.

입술까지 쭈뼛거리는 그의 표정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지금 여기서 이체는 해줄 수는 있는데...”


“진작에 그렇게 나올 것이지. 씨발놈이.”

“야! 많이 좀 넣어라.”


그렇게 말한 두 놈이 건들건들, 휘파람까지 불어가며 각자 계좌번호를 읊었다.


마치 손가락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그가 그들의 통장에 이체를 완료했다.


“입금했다. 확인해 봐.”


싱긋 웃는 그를 보면서 두 놈이 자신들의 휴대폰을 열어 입금액을 확인했다.


“뭐야 씨이발. 이 존만한 게 죽을라고.”

“장난해? 이 개-새끼가.”


그들의 휴대폰 액정화면에 찍혀있는 입금액.


18원.


“왜? 내 딴엔 선심 쓴 건데.. 맘에 안 들어?”


갑자기 댄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바짝 쫄아서 눈도 제대로 못 맞추던 놈이 겁도 없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실실 쪼개고 있다.

그런 그를 보며 놈들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형님이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보자.”


“혀엉님? 혀어어엉니이임?”

“하아! 존나 싸가지 없는 새끼가 아직도 덜 쳐 맞아서!”


어이없다는 표정에서 다시 시뻘개진 얼굴로 눈을 부라리면서 두 놈이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어딜 도망갈라고. 이, 씹쌔....”


슬며시 팔을 들어 뒤에서 날아오는 놈의 주먹을 부드럽게 흘린 댄이 놈들을 향해 다시 몸을 돌렸다.


손을 뻗어 주먹을 날린 놈의 멱살을 거머쥔 그가 가볍게 손을 치켜올렸다.


“....찌이이이이익!”


놈의 어깨와 겨드랑이 부분에서 실밥이 풀리고 천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경악할 만한 악력에 꼼짝 못 하고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놈이 숨이 막힌 듯 ‘켁켁’거렸다.


“구구로 짜져 있으라고오. 늬들이 숨어도 내가 너네 찾아간다고오.”


입꼬리를 올린 댄이 조롱하듯 말하며 비웃음을 날렸다.


“너네만 즐거우면 되겠냐? 이제부터 형님도 좀 즐거워 보자. 어? 너네들 뒈질 때까지 아주 쭈우우우욱.”


그가 손을 놓아버리자 땅에 엉덩방아를 찧은 놈이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어떻게 형님 재미지게 해 줄까 연구하면서 구구로 자빠져 있어라. 새끼들아.”


길을 건너가는 댄을 바라보며 땅에 주저앉아있던 놈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야! 저 새끼 어떻게 된 거냐? 말도 어버버하고 쫄아서 벌벌 기던 새끼가?”


“개-새끼. 두고 보자.”


도끼눈을 뜬 놈이 멱살이 잡혔던 옷매무새를 털어냈다.


“야, 저 새끼 진짜 찾아오는 건 아니겠지?”


그 말에 놈이 쫄린 표정으로 서 있는 친구를 노려보았다.


“..... 아니, 저놈이 옛날 같지 않고...너 80킬로 아니야? 새끼가 널 한 손에...”


“저, 개새끼. 찾아오기 전에 내가 먼저 내 손으로 죽여버린다.”


그가 살기 넘치는 눈빛으로 댄이 길 건너편의 다이스 건물로 사라지는 것을 노려보았다.





창덕궁에 들어선 댄이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숙장문을 지났다.


느긋하게 궁전 안을 돌아보는 관람객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간 그가 흥복헌을 한 바퀴 돌아 인기척을 살폈다.


비원 안으로 가볍게 낮은 담장을 뛰어넘은 후, 댄이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만일을 위해 부국장이 근처에 배치 시킨 스나이퍼들이 있을 것이다.


그녀가 만나려는 놈이 나타난 후에 잘못 끼어들었다가는 사방에서 날아오는 총알에 머리가 벌통이 되어버릴 수도.



환영 속에서 보았던 부국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다지 정 안가는 밉상이지만 아들을 찾기 위한 과정에서는 필요한 인물.


어떻게 돌아가는 내용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열쇠는 그 새끼 지네.

멍청한 부국장은 그것의 존재조차도 알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녀의 목표는 단지 그가 땅 위에 던져 놓은 USB.


놈이 서 있던 곳은 영화당이었다.

그녀가 서 있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방향으로 놈이 나타났다는 것은, 놈이 춘당대 길을 통해왔다는 뜻.


시간은 벌써 10분 전 두 시.


담장과 나무그림자 뒤로 몸을 숨기며 그가 금마문(金馬門)에 이르렀을 때였다.


길 아래쪽에 단체 관람객을 인솔한 가이드가 애련지로 향하는 오른쪽 길로 들어서며 무언가 열심히 설명하는 중이었다.


60여 명 되는 사람들이 서로 적당하게 거리를 두고 가이드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주변을 돌아보고 있었다.


그중 검은 양복을 입고 있는 남자는 모두 넷.

관람객 중 맨 뒤에서 가슴 위에 팔짱을 끼고 서 있는 사내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찾았다.’


인기척을 내지 않고 주변을 돌아 마치 일행인 듯 자연스럽게 댄이 관람객들과 합류했다.


주머니에 있는 물건을 만지작거리며 댄은 사내의 표정과 동작 하나하나를 살피기 시작했다.



기회는 마지막 순간에 왔다.


일행 모두 좁은 불로문을 지나 애련지 쪽으로 들어서자 놈이 슬며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일행 중에서 슬며시 빠져나와 부국장을 만나러 가려는 것일 터.


하지만 놈은 일행과 거리를 두고 시시덕거리며 뒤늦게 따라오던 커플을 눈치채지 못했다.


뒷걸음치던 놈이 불로문의 입구로 들어서던 커플의 여성과 스쳤다.


“...어머!!”


보기엔 신체적 접촉도 없었건만 여성은 옆에 서 있던 남친의 품에 안기며 오바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죄송합니다.”


“거기, 아저씨! 웬만하면 조심 좀 하지?”


커플은 닮는 것인지, 원래 닮은 사람들끼리 커플이 되는 것인지...

여친이 오바하는 것을 뻔히 눈치를 챘으면서도 젊은 남자는 양복을 입은 사내에게 거칠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댄은 그 사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순식간에 바꿔치기해 놓은 USB.

바람막이 점퍼 주머니 속, 손가락 끝에 반질거리는 플라스틱의 표면을 느끼면서 댄이 슬며시 그들과 거리를 두었다.


양복을 입은 사내가 쭈뼛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일행을 따라서 안쪽으로 들어가던 커플의 낮은 대화가 들려왔다.


“오빠, 방금 그 남자. 권용석 아냐?”


“누구?”


“몰라? 단번에 대한민국 부자 순위 8위에 오른 갑부말야. 재산이 4조 가 넘는댔어. 어마어마하지?”


“...아, 씨발. 존나 아깝네. 그런 건 빨리 말해야지.”


남자가 여친의 관자놀이를 검지 끝으로 밀었다.


“넌! 항상 머리를 장식으로 달고 다녀. 아 씨팔! 털어먹을 수 있었는데.”


그들에게서 멀어진 댄이 나무 뒤에 숨었다.

미리 준비한 플라스틱 통 속에 들어있는 USB 안에 웅크리고 있는 조그만 새끼 지네.


그것을 내려다보는 댄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번졌다.


슬며시 손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어 휴대폰을 꺼낸 그가 화면을 켜고 인터넷에 연결했다.


“...그렇군.”


손가락 끝으로 화면에 나온 사내의 사진을 확인한 그가 조심스럽게 권용석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 * *




놈의 뒤를 밟으며 댄이 주머니에 넣어 놓았던 물건을 다시 꺼내 보았다.


동그란 투명 플라스틱 볼 안에 들어있는 검은색 USB.

그리고, 몸을 비틀며 수많은 다리를 벌름거리고 있는 작은 지네 한 마리.


부국장의 뒤를 따라온 목적은 이루었다.

블레어 부국장이 원하는 자료가 무엇이든 그것이 USB 안에 없다는 건 명백한 일.


USB를 낚시로 놈은 부국장의 몸을 탈취하려는 것이 목적이라는, 그가 세운 가설이 거의 확실해 보였다.



어수문의 대나무 담장 뒤에 몸을 숨긴 댄이 영화당 안쪽으로 들어오는 권용석을 지켜보았다.


USB 안에서 지네가 사라졌다는 걸 알아챈 뒤 놈은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그 순간,

환영 속에서와 마찬가지로 놈이 양복 안주머니에서 USB를 꺼내 엄지와 검지 사이에 쥐었다.


한순간 놈의 얼굴에 당황함이 감지 된 것도 잠시,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놈이 자연스럽게 땅 위에 USB를 던져 놓았다.


그렇겠지, 항상 플랜 B 정도야 준비해 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놈은 어떻게 이 자리를 모면하고 도망칠 것인가?


부국장이 땅 위의 USB에 시선을 주는 것과 동시에, 놈이 양복 주머니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꼼짝 마!”


어느새 부국장의 손에 쥐어져 있는 권총.

놈을 조준한 그녀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놈을 노려보고 있었다.


왼손을 먼저 머리 위로 올린 채, 주머니 속에 있던 손을 놈이 천천히 꺼냈다.


놈의 손아귀에 쥐어있는 것을 얼핏 본 댄의 눈이 똥그래졌다.


동그랗게 말아쥔 놈의 주먹 안에서 새끼손가락 밖으로 빠져나와 더듬이를 꼬물거리는 새까만 것은... 또 다른 지네?


쥐었던 손을 슬며시 편 놈이 머리 위로 팔을 들어 올렸다.


놈의 손바닥 끝에 맺히는 핏방울을 본 댄이 반사적으로 대나무 담장을 뛰어넘었다.

급박해진 상황에 이것저것 따져 볼 여유 따위는 없었다.

허공을 날아 땅 위에 구르며 오른손을 뻗은 그가 쏜살같이 부국장을 향하던 지네를 움켜쥐었다.


...피웅, 피웅...!


스나이퍼가 쏜 총알이 허공을 찢고 날아 들어왔다.


그 중, 총알 한 방이 그의 어깨를 관통했다.


“....흐윽.”


“사격 중지!”


고목처럼 쓰러지는 권용석을 흘끗 본 부국장이 그에게 다가왔다.


“....댄!”


댄의 손바닥을 물어뜯은 지네가 피부 안쪽으로 무섭게 파고들고 있었다.

아래팔을 따라 기어오르던 지네가 팔오금에 닿았다,


상박 위를 왼손으로 눌러 필사적으로 놈을 저지하는 댄의 눈이 삽시에 붉게 물들었다.


“....으아아아아!”


고통스러운 비명이 벌려진 그의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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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화 위기에 빠진 자를 구하라(3) +4 23.06.02 271 11 11쪽
33 32화 위기에 빠진 자를 구하라(2) +4 23.06.01 272 15 12쪽
32 31화 위기에 빠진 자를 구하라(1) +2 23.05.31 273 10 11쪽
31 30화 그림자 소환(2) +3 23.05.30 275 10 17쪽
30 29화 그림자 소환(1) +3 23.05.29 274 10 15쪽
29 28화 어나더 레벨(3) +4 23.05.28 262 10 12쪽
28 27화 어나더 레벨(2) +1 23.05.27 271 9 14쪽
27 26화 어나더 레벨(1) +3 23.05.26 280 11 12쪽
26 25화 태평양을 뛰어넘다. +2 23.05.25 269 9 17쪽
25 24화 각성의 시작(3) +2 23.05.24 284 7 14쪽
24 23화 각성의 시작(2) +6 23.05.23 318 14 14쪽
23 22화 각성의 시작(1) +5 23.05.22 306 13 13쪽
22 21화 아웃사이더(3) +5 23.05.21 290 11 13쪽
» 20화 아웃사이더(2) +5 23.05.20 295 12 12쪽
20 19화 아웃사이더(1) +5 23.05.19 316 9 13쪽
19 18화 어려진 건 몸 뿐만이 아니네? +5 23.05.18 334 11 12쪽
18 17화 외계 지성체의 영혼 조각 +3 23.05.17 323 9 13쪽
17 16화 풋꼬투리 속에 숨겨진 진실 +2 23.05.17 336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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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화 지옥에서 온 이안 +5 23.05.13 829 12 15쪽
10 9화 린다 블레어 부국장 +2 23.05.13 537 1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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