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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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4
최근연재일 :
2023.09.1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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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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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4화 담장위의 고양이

DUMMY

자신에게 날아오는 표창을 피해 옆으로 몸을 슬라이딩한 댄이 유연한 몸놀림으로 손에 쥐어있던 카타나를 휘두르며 바닥을 차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몸을 가볍게 움직여 검의 궤도 밖으로 벗어난 이안이 품속에서 수리검을 빼는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 공중제비를 돌던 그가 발등으로 이안의 팔꿈치를 걷어찼다.


“바로 그거야.”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이안이 그를 보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주말에 네가 예전에 베르겐과 훈련한 동영상을 봤다. 동작도 간결하고 훌륭해. 단 한 가지 흠이라면...”


검을 손안에서 늘어뜨리고 목과 어깨를 꺾던 그가 이안의 말에 시선을 맞췄다.

그렇게 이안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 광채가 났다.


“계속 말씀해 주세요.”


입가에 옅은 웃음을 날리던 이안이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열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는 어린애의 표정이었지. 잔뜩 찌푸리고 온몸으로 짜증을 내는 게 훤했어.”


‘뭐, 열다섯 나이부터 이런 생활을 했으니 당연하겠지.’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어. 가끔은 무서울 정도니 말야.”


항상 매서운 눈빛으로 한치의 여지도 보이지 않는 냉정함만을 보이던 이안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꾸준히 노력한다면 한국의 헌터 중에서는 최고 자리에 오르는 건 이제 시간문제 같은데?”


“그렇단 말씀은...”


“누구라고 입에 올리진 않겠지만 월등한 실력의 헌터가 한 명 있지. 베르겐과 1대1 연습게임 하는 것을 유심히 봤는데, 꽤 제법이었어. 가끔은 베르겐이 당혹해하는 표정이 화면에 잡힌 게 보였으니까.”


“.......”


“칼날을 휘두르는 눈빛이 대단하더군. 어떻게든 없애겠다는 살의까지 보이며 달려드는데...”


말끝을 흐리며 이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와 나 사이니까,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로 말할 테니 한번 듣고 흘려버려. 그놈과 어떻게든 엮이지 마라. 너에게 눈꼽 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안의 말에 다시 놈의 표정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환영 속에서 살인을 저지르던 놈의 비열하고 잔인한 눈빛은 도노반과 훈련 중에 마주친 찰나의 순간에서도 한치도 다르지 않았다.


“부탁드립니다. 이안. 최고가 되고 싶어요.”


다시 한번 정중하게 인사를 한 그가 고개를 끄덕이는 이안을 보며 검을 바로잡았다.


현재는 어차피 맞붙어도 이기지 못할 놈.


환영 속에서 살해 현장을 목격했다고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는 일.

이슈를 만들어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그가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언젠가 그놈과 어떻게든 맞닥뜨릴 것이라 온몸이 일깨우는 동물적 본능.


어떻게 그런 살인마가 헌터로 일하게 되었는지와 같은 궁금증은 묻어두기로 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을 것이고 안다고 하더라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재로서는 없었다.





6시.


마지막 훈련이 끝난 후, 그가 이안에게 깍듯하게 인사했다.

시야에서 이안이 사라지자 그는 천천히 훈련소 밖으로 나왔다.


“...댄.”


계단을 내려오던 존이 빙긋 웃으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쪽으로 와서 똑바로 서봐. 스탯 좀 확인할 테니까.”


존의 말에 그가 전에 했던 대로 대형 미러 앞 중앙에 서자 존이 허공에 떠오른 화면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푸른 광선이 그를 휘감고 빠짐없이 그의 전신을 스캔했다.


“...흐음.”


한 손으로 턱을 짚고 침음한 존이 손가락으로 그를 불렀다.


힘 : 26

체력 : 27

민첩 : 29

지능 : 9


화면에 떠 있는 숫자를 바라보며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하는 듯 보이던 존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믿기 어렵지만, 겨우 2주 만에 폭발적으로 스탯을 끌어올렸네. 아주 좋아.”


그렇게 말하는 존을 보며 그의 마음속에도 자신감이 오르기 시작했다.


중형종을 상대하려면 스탯이 30을 넘겨야 한다고 했다.

이제 그의 눈앞에 보이는 결과물은 목표에 거의 근접해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조금만 더 현재처럼 훈련하고, 5월부터는 훈련에서 소형종은 모두 제외하겠네. 그때부터는 모든 종류의 중형종과 부딪혀 보도록 해.”


“알겠습니다.”


“부국장에게 중형종과 관련된 자료들을 자네 휴대폰으로 접근해서 확인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고 말해 놓겠네. 부국장이 재가하면 놈들의 스탯과 약점, 공략 방법을 볼 수 있을 거야. 자주 숙지해 놓고 기회가 오면 실패하지 말고 실력을 보여주도록 하게.”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드디어 두 번째 미션을 클리어 할 기회가 오고 있었다.


존에게서 몸을 돌려 통로를 향해 걸어가는 그의 양 입꼬리가 귀에까지 올라가 있었다.


* * *



시간은 흘러 4월 말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적당히 머리카락도 자라 볼캡이 필요 없어진 대신, 미용실에 들러야 하는 귀찮은 일이 그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주말에 본가를 찾을 때마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음이 가득해진 아들의 얼굴을 보면서 우주의 어머니는 아들이 독립하게 된 게 차라리 잘됐다고 인정하게 되었다.


볼 때마다 무엇이 그리 좋은지 양 입꼬리가 위로 향하고 녀석의 눈동자는 희망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형과 누나에게는 물론, 아버지라면 주눅이 들어 말도 제대로 못 하던 녀석이었다.

그랬던 우주가 이제는 마치 주도권을 두고 줄다리기라도 하듯 남편의 말에 이해하지 못할 내용으로 대꾸하기 시작했다.


‘힘든 시기에 아들이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독립하겠다며 재정에 부담이나 준다’고 남편이 화를 냈었다.

뜻밖에 우주는 ‘자신의 일기장은 어디에 숨겼냐’면서 ‘어머니는 아시냐’로 응수했다.


그런 아들의 표정은 놀랍게도 한없이 여유로워 보였다.

사고 이전에 아들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아들의 태도.


자신도 모르는 남편과 아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거야 두말할 것 없이 뻔한 일.

미칠 듯 궁금해지면서도 남편에게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는 아들을 보며 그것으로 만족하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지금 보여지는 아들의 모습이 진정한 우주임이 틀림없었다.

이전의 아들은 편견과 애정결핍으로 일그러져 날개를 펴지 못했던 것일 뿐.


새옹지마라더니.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 후 완전히 환골탈태한 아들의 모습.


자신감 넘치는 표정에 걸음걸이마저 달라져 주말에 가까운 공원에 산책이라도 할라치면 그녀와 아들에게 와서 꽂히는 주위의 시선을 그녀는 느끼고 있었다.


왜 안 그렇겠는가?

상쾌한 미소를 뿜어내는 왕자님 같은 외모에 심쿵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내일 점심때 청담동 사촌 누나 레스토랑에 가는 것 잊지 않았지?”


토요일 저녁, 일찍 식사를 마친 다른 가족과 달리 집에 늦게 도착한 아들과 단둘이 식사하면서 그녀가 우주에게 물었다.


“그럼요. 내일 입을 옷까지 준비해서 온 걸요.”


오랜만에 집에 온 아들을 위해 그녀가 직접 만든 된장찌개를 듬뿍 떠서 야무지게 입에 넣는 우주를 보며 어머니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우주가 완전 딴사람이 됐어요.”


비어있는 우주의 국그릇에 소고기가 잔뜩 담긴 미역국을 다시 담아내며 도우미 아주머니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예전에는 집안에선 항상 주눅 들어서 눈치보고...”


우주 어머니의 표정이 돌변하는 것을 본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제가 예전에 그랬나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그가 아주머니를 돌아보았다.


“아니이. 더 잘생겨졌다는 얘기야.”


거울을 볼 때마다 ’우주란 녀석은 외모적으로는 정말 복 받았다‘ 라고 그도 생각하던 차여서 무의식적으로 그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내일 입을 새 옷까지 준비했어?”


“네, 어떤 레스토랑인지 몰라서 세미 정장으로 한 벌 샀어요.”


“잘했다. 근데 누가 골라 준 거야?”


“아...”


씰비와 집을 보러 가던 주말에 그녀와 같이 쇼핑을 하면서 미리 구매해 놓은 것.

하지만 듣도 보도 못한 외국인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 또한 귀찮아질 수 있는 일.


“주환이가 골라줬어요. 녀석이 패션에 일가견이 있어서요.”


“그래?”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아주머니에게 더 달라고 내미는 녀석을 보며 아들을 위해서 평생을 노력하겠다던 자신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젠 그녀 없이도 그렇게 걱정하던 아들이 혼자서도 독립하고 인생을 잘 살 것이란 생각이 들자 한쪽에 구멍이 뚫린 듯 아쉬움이 몰려왔다.


달콤 쌉싸름한 인생의 맛을 느끼면서,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밥그릇을 받은 아들 녀석이 수저로 복스럽게 밥을 뜨는 걸 그녀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식사 후, 예전에 쓰던 방으로 올라온 그가 쇼핑 백을 열었다.

이사 선물로 주환이와 녀석의 여친에게서 받은 선물 꾸러미.


야릇한 웃음을 지으며 건네주던 커플의 얼굴이 떠올랐다.


“대체, 뭐길래...”


호기심에 중얼거리며 그가 포장지를 풀기 시작했다.



이사할 때 자신을 부르라고 신신당부했건만,

부국장이 직접 지시했다며 포장 전문 이삿짐센터에서 나와 최고급 서비스를 해주는 바람에 그는 주환이를 부를 수 없었다.


유일한 친구라며 섭섭하다고 노래하던 녀석이 선물을 주겠다고 한사코 만나자는 바람에 토요일 가족 저녁 식사 자리에 늦은 이유였다.


“.... 아, 이런!”


선물 포장지를 열고 내용물을 들여다본 그가 어이없다는 웃음을 지었다.

팬티 두 개 중 하나는 빨간색에 다른 하나는 핑크.

게다가 통풍이라도 시키려는 듯 중요한 곳을 제외하면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주환이 녀석의 취향인지 그놈 여친의 취향인지...


’젊은것들은 취향도 당돌하구만....‘


겉옷만 준비해온 터라 마침 갈아입을 속옷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그가 소화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다.


“뭐, 내일 하루만 대충 입으면 되는거니까....”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피식 웃으며 그가 속옷을 텅 빈 옷장 서랍 속에 집어넣었다.



* * *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작은 연못에, 때 이른 수련이 흰 꽃잎을 펼치고 있었다.

연못 주위에 길쭉한 푸른 잎 사이로 청보랏빛 아이리스가 탐스러운 빛을 뽐내는 일요일 정오.


“날씨 참 좋네.”


예약제로만 운영하는 VIP 테이블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던 우주의 큰고모가 나른한 표정으로 하품했다.


“역시 사람은 똑똑하고 봐야 해. 우리 혜은이가 유학 가서도 1등만 도맡아 하더니 와서도 이렇게 고급 레스토랑 사장도 되고.”


“그러게. 언니는 정말 복을 타고났어. 부럽다 부러워.”


둘째 고모가 시샘하는 표정으로 샐쭉거리며 손을 뻗어 물잔을 쥐어 입으로 가져갔다.


“무슨 소리야. 다들 잘나가면서. 오빠네도 우주만 없으면 걱정할 거 하나 없는거고.”


큰고모의 말에 모두 입꼬리를 구부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왜 오빠는 우주한테 독립하라고 5억이나 들려줬대? 한참 경기 안 좋다고 하더니.”


“그러게나 말이다. 해준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해줄 필요가 있냐? 오백 정도 손에 쥐어주고 내보내면 되지.”


막내 고모의 말에 큰고모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맞장구를 쳤다.


“올캐가 그러라고 그러겠어? 전에도 그렇게 유난을 떨면서 감싸고 돌던데.”


둘째 고모가 콧방귀를 꼈다.



“우주, 제대하자마자 재수한다면서요?"


이탈리아 유학 후에 레스토랑을 연 우주의 사촌 누나인 혜은이 나타났다.

주방에서 직접 가져온 애피타이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서 그녀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에휴. 해봤자지. 볼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맨날 꼴찌나 하던 놈이 무슨...“


”아이큐가 100은 넘을라나?“


”아이고. 무슨! 돌고래가 더 똑똑할걸.“


”언제 오빠한테 일반상식 퀴즈나 내봐야겠어요. 일본의 수도는 어디냐 같은 거요.“


우주 사촌 동생 미나가 샐룩거리며 끼어들었다.


”턱도 없다. 그렇게 물어보면 ’일본에도 수돗물은 어디서나 나올걸요?‘ 라고 할걸?“


그 말에 둘러앉은 모든 친척들이 까르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그렇게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애피타이저보다 더 입맛을 당기게 해주는 우주의 흉을 늘어놓고 있을 때였다.

자신들의 우월감을 즐기던 친척들의 눈에 레스토랑의 문이 열리며 우주의 어머니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화사한 웃음으로 자신들의 속물근성을 가린 그녀들이 몸을 일으켜 그들을 맞았다.

그녀의 뒤를 따라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오는 우주.


예전에 그들이 보았던 밤톨 머리는 사라지고 가지런한 시스루뱅 스타일에 넓은 어깨가 돋보이는 검은색 세미 정장 차림.

흰 라인으로 포인트를 준 검은 구두까지 날렵하게 내려오는 바지선이 근육이 잘 잡힌 그의 긴 다리를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아휴. 우주야 그렇게 차려입으니 못 알아보겠다아.“


진심이라곤 1도 없는 립서비스로 태세전환을 한 막내 고모.


”어머! 우주야. 너 어쩜 그리 잘생겼니?“


몇 년 만에 보게 된 혜은이 우주를 보자 깜짝 놀란 표정으로 손뼉을 쳤다.


그녀의 말에 시큰둥해진 주변 고모들.


”숙모, 메뉴는 제가 그냥 알아서 맛있는 걸로 드릴게요.“


화사한 웃음을 지으며 혜은이 언뜻 우주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그래, 우주는 재수학원 잘 다니고 있고?“


눈을 가늘게 뜬 큰고모가 히죽거리며 우주를 바라보았다.


’또, 시작이다.‘


한숨을 쉰 어머니가 짜증이 난 표정으로 막 입을 열려고 하려던 때였다.


”....댄!“


다른 쪽의 테이블에 앉아있던 젊은 외국 여성이 우주를 향해 손을 흔들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씰비?“


똥그래진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우주가 그녀를 맞았다.


”일 마레 디딸리아라고 전에 말해 줬잖아. 그래서 친구가 파리로 돌아가기 전에 한번 들렀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돌리는 그의 시야에 환한 웃음으로 손을 흔들어 보이는 꺄트린느의 얼굴이 들어왔다.


그녀도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그를 향해서 걸음을 옮겼다.


”잘했어. 말했었지? 난 친척들하고 오늘 식사한다고.“


갑작스레 외국인과 영어도 아닌 프랑스어로 대화하는 아들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어머니가 올려다보았다.


”이분들은 누구야?“


메인 디쉬를 테이블 위에 세팅하는 웨이터의 뒤를 따라온 혜은이 싱긋 웃으며 우주를 보고 물었다.


”아, 씰비하고 꺄뜨린느라고...“


”댄의 회사 동료입니다.“


한국말에 능숙한 꺄트린느가 그렇게 말하고 그에게 슬쩍 윙크했다.


”회사 동료? 그게 무슨 소리야?“


깜짝 놀란 어머니가 그를 바라보았다.


”아, 시간을 좀 쪼개서 알바를 하고 있어요.“


당황한 그가 입에서 나오는 대로 그렇게 둘러댔다.


”프랑스 대사관에서 파트 타임으로 근무하고 있어요. 프랑스어도 원어민처럼 하고 업무능력도 뛰어납니다.“


꺄트린느가 어머니와 친척들을 돌아보며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유창한 한국어로 그렇게 설명했다.


한순간 아래턱이 테이블에 닿을 정도로 입이 벌어진 고모들의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프랑스어가,..원어..민?“


절대 믿을 수도 없고 결코 믿기 싫은 일이었다.

그 반푼이 우주가 프랑스어를 원어민처럼 한다고?


얼굴색이 흙빛으로 변해 서로를 바라보는 고모들의 표정은 좀비가 따로 없었다.



그가 걸음을 옮겨 씰비를 한쪽으로 슬쩍 끌었다.


”씰비. 꺄트린느 임기응변 너무 노련한데?“


목소리를 낮춘 우주가 씰비에게 마치 중얼거리듯 말했다.


”대사관에서 험한 일 많이 해봐. 그럼 다 그렇게 돼.“


씰비가 그를 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다음 순간,


-띵똥


청명한 알람과 함께 그의 눈앞에 글자가 주르르 나열되었다.

[아공간에 적이 침투했습니다. 1분 후에 소환됩니다]


”아, 씰비!“


’내내 있다가 하필 이럴 때.‘


허공을 바라보며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을 부르는 그의 모습에 눈치 빠른 그녀가 무슨 일인지 한 번에 알아챘다.


”잠시만 댄을 빌려가도 되냐고 말해줘.“


씰비의 말에 꺄트린느가 그의 어머니에게 한국말로 통역을 했다.


”고마워.“


일단 어머니와 친척 일행의 시야에서 벗어나자 우주가 남자 화장실로 향했다.


”여기서 기다릴게.“


화장실 문 앞에서 그를 바라보는 그녀들에게 한번 윙크를 한 그가 화장실 안으로 사라졌다.



* * *



시야에서 어둠이 걷히자 아공간의 어둑한 동굴 속.

그의 발밑에 고운 모래가 뽀드득 소리를 냈다.


깊이 파헤쳐진 모래 구덩이 속에서 허공으로 길게 떠오른 수십의 촉수들.

두어 발 떨어진 곳에서 동굴의 천장을 향해 하늘거리는 것들을 보던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인벤토리.“


침착하게 인벤토리를 불러낸 그가 카타나를 손에 쥐었다.


한순간 그의 발치에 바닥이 들썩였다.


모래알이 뽀얗게 공중으로 튀어 오르자 본능적으로 그가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그 속에서 시커먼 물체가 창졸간 허공으로 치솟았다.


동시에 모래알 사이사이에서 뿜어 올라 온 촉수 줄기가 순식간에 그의 두 발을 휘감았다.


”이건...소형종이 아닌데..“


놈이 당기는 힘에 속절없이 바닥에 미끄러진 그가 카타나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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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7화 푸른 대나무 숲의 노래(1) +2 23.06.06 250 10 12쪽
37 36화 중국에서의 첫걸음(3) +2 23.06.05 261 11 11쪽
36 35화 중국에서의 첫걸음(2) +3 23.06.04 257 11 11쪽
35 34화 중국에서의 첫걸음(1) +1 23.06.03 269 9 14쪽
34 33화 위기에 빠진 자를 구하라(3) +4 23.06.02 271 11 11쪽
33 32화 위기에 빠진 자를 구하라(2) +4 23.06.01 272 15 12쪽
32 31화 위기에 빠진 자를 구하라(1) +2 23.05.31 273 10 11쪽
31 30화 그림자 소환(2) +3 23.05.30 275 10 17쪽
30 29화 그림자 소환(1) +3 23.05.29 275 10 15쪽
29 28화 어나더 레벨(3) +4 23.05.28 262 10 12쪽
28 27화 어나더 레벨(2) +1 23.05.27 271 9 14쪽
27 26화 어나더 레벨(1) +3 23.05.26 280 11 12쪽
26 25화 태평양을 뛰어넘다. +2 23.05.25 269 9 17쪽
25 24화 각성의 시작(3) +2 23.05.24 284 7 14쪽
24 23화 각성의 시작(2) +6 23.05.23 318 14 14쪽
23 22화 각성의 시작(1) +5 23.05.22 307 13 13쪽
22 21화 아웃사이더(3) +5 23.05.21 290 11 13쪽
21 20화 아웃사이더(2) +5 23.05.20 295 12 12쪽
20 19화 아웃사이더(1) +5 23.05.19 316 9 13쪽
19 18화 어려진 건 몸 뿐만이 아니네? +5 23.05.18 334 11 12쪽
18 17화 외계 지성체의 영혼 조각 +3 23.05.17 324 9 13쪽
17 16화 풋꼬투리 속에 숨겨진 진실 +2 23.05.17 336 8 14쪽
16 15화 모래 속에 숨겨진 비밀 +5 23.05.16 344 13 16쪽
» 14화 담장위의 고양이 +4 23.05.15 375 9 17쪽
14 13화 뜻밖의 조우 +3 23.05.15 403 9 17쪽
13 12화 앞으로 한걸음 더! +4 23.05.14 454 10 16쪽
12 11화 우연을 가장한 필연 +3 23.05.14 487 12 16쪽
11 10화 지옥에서 온 이안 +5 23.05.13 829 12 15쪽
10 9화 린다 블레어 부국장 +2 23.05.13 537 12 16쪽
9 8화 난 네가 알던 우주가 아니야! +3 23.05.12 551 1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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