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피아니스트의 영혼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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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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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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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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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3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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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콩쿨

DUMMY

현성고등학교.

주로 대학을 보내는 것이 목표인 일반고등학교이자, 노헌이 졸업한 현성중학교의 바로 옆에 붙어있는 학교이다.


거리도 비슷하고, 기존 현성중학교에 다녔던 학생들 대부분이 진학하기에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노헌의 일상생활에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굳이 있다면, 새로운 교복을 입게 됐다는 점과···.


“우리 학교가 급식이 맛있긴 하네.”

“중학교 땐 풀만 줬었는데.”


만족스러운 식단 정도였다.


“그런데, 어떻게 또 같은 반이지?”

“그러게 벌써 몇 년째야?”


노헌과 준모는 초등학생 때부터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 1학년까지.

무려 10년째 같은 반이었다.


“만약 너 예고로 편입 안 했으면 고등학교도 내내 같은 반이었을걸?”

“에이, 그래도 한 번쯤은 다른 반 되겠지.”


설마, 그러겠어? 하며 노헌은 교실로 들어갔다.


“다음 교시 뭐더라?”

“동아리.”

“아, 그랬었지?”


중학교 때 동아리는 선택이었지만, 고등학교에선 필수였다.

심지어 일주일에 두 번, 시간표에 포함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너는 어느 동아리 들어가게?”

“글쎄···?”


딱히 생각해 놓은 동아리는 없었다.


“피아노 잘 치니까, 밴드부는 어때?”

“밴드부?”


전혀 상상한 적 없었다.

자신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으니까.


‘밴드부라···.’


확실히 밴드부에 들어간다면 학교에서도 피아노를 칠 수 있었다.

관심 없는 동아리에 들어가기보단 훨씬 나을 터, 하지만···.


‘반주는 안 해봤는데?’


노헌은 늘 악보대로 쳤을 뿐, 반주 코드로는 쳐본 적이 없었다.


‘아니, 시작을 무서워하면 안 되지.’


다시 한번, 처음 피아노를 쳤을 때를 떠올리며 그는 각오를 다졌다.


“그래, 해보지, 뭐.”


시작도 처음 할 땐 어렵지, 두 번이 어렵겠나.

노헌은 다음 시간, 밴드부가 있는 음악실로 향했다.


들어가기 전부터 들려오는 드럼 소리.

닫혀 있는 문을 여니, 여러 사람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어? 설마, 신입생이야?”

“제발, 일렉 아니면 피아노!”

“지금 우리가 그런 걸 가릴 때야?”


선배로 보이는 여학생 2명과 남학생 1명.

생각보다 적은 인원수였다.


‘이 인원으로 밴드는 할 수 있나?’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자신까지 합하면 4명, 충분히 할 만했다.

게다가 피아노를 원하기도 했으니, 안성맞춤.

그전에 물어볼 것이 있었다.


“제가 이번 학기만 하고 다른 학교로 전학 가는데, 동아리 참여할 수 있나요?”

“당연하지, 그리고 보다시피 우리도 3명 밖에 없어서, 따질 때가 아니거든.”


확실히, 이 동아리는 절실해 보이긴 했다.


“그럼, 밴드부 들어갈게요.”

“좋은 선택이야, 자 이쪽으로 와서 신청서 작성해줘.”


학년 반 번호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희망 파트까지 쓴 뒤에 부장처럼 보이는 선배에게 드렸다.


그러자···.


“야야! 피아노!”

“와, 진짜?!”

“이야~ 이제 살았다.”


뛸 듯이 기뻐하는 선배들, 그런데 어째 웃는 얼굴이 셋 다 비슷했다.


“맞다! 자기소개해야지! 나는 밴드부 부장인 신승아야, 파트는 보컬!”

“내 이름은 신서아, 기타랑 서브 보컬이야.”

“나는 신민섭, 드럼이야.”


각자 순서대로 소개하는 세 명은 모두 성씨가 신이었다.


‘분위기가 묘하게 닮은 것 같기도···.’


그런 노헌의 생각을 알아차렸다는 듯, 승아는 입을 열었다.


“맞아, 우리 세 명은 쌍둥이야.”

“승아가 첫째고, 내가 둘째, 그리고 민섭이가 막내야.”

“쟤들이 괴롭히면 말해, 내가 쟤네 엄마한테 말할 테니까.”


확실히, 가족이라서 그런지, 투덕거리는 것도 익숙한 듯했다.


“그런데, 왜 밴드부에 3명밖에 없어요?”

“원래는 많았는데, 3학년이 되면 다 수험 준비 때문에 시간표에서 동아리가 아예 없어지거든, 그래서 우리 셋밖에 안 남았어.”

“신입생은 저밖에 없나요?”

“응, 보다시피.”


그렇게 이야기를 하던 중, 음악실 한편에 피아노가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노헌이 쳤던 것과는 다른 피아노.


“전자 피아노?”

“응, 밴드 공연할 땐 그냥 피아노보단 전자 피아노를 사용해.”


기존에 사용하던 피아노보단 작은 크기였다.

그래도 건반의 개수는 똑같았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축제 준비해야 해.”

“아 맞다. 이제 5월이지?”

“그러네~ 이제 피아노도 있으니까, 연습 시작해도 되겠다!”


어느샌가 진행되기 시작한 공연 회의.

선배들이 축제 곡을 정하는 동안, 노헌은 고민에 빠졌다.


‘5월에 분명 콩쿨이 있었는데···.’


대학교에서 열리는 커다란 콩쿨.

그곳에 나갈 예정이었다.


‘에이, 크게 영향은 없겠지.’


콩쿨 참가곡은 이미 연습 중이었고, 축제 연습은 동아리 시간에 하면 됐기에, 상관없을 것이다.


“그럼, 다음 시간까지, 곡 들어오면 돼!”

“네, 다음에 봐요.”



♪♪♪



그날 저녁.


【영어는 단어가 생명이야, 많이 알수록 네가 할 수 있는 말도 그만큼 많아지거든.】

“알겠어요··· 외울게요.”


노헌은 방에서 단어장을 들고, 끙끙 앓고 있었다.

바로 현묵이 내준 숙제 때문이었다.


하루에 단어 100개씩 외우기.


세계적인 콩쿨에 나가기 위해선, 영어는 필수.

비록 저번에, 독일에 갔을 때는 현묵이 통역을 해주었지만, 언제까지 의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제 슬슬 쇼팽 예선 명단이 나올 시긴데···.】


쇼팽 콩쿨.

세계 3대 피아노 콩쿨 중 하나.

여태껏 선생님이 우승하지 못한 콩쿨이었다.


【아쉽네···.】


체념한 듯한 선생님의 목소리.

노헌 역시 알고 있었다.

선생님이 참가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의 몸에 갇혀있기 때문이란 걸.


“5년에 한 번 열리는 콩쿨이라고 했었죠?”

【맞아.】


쇼팽을 기리기 위해, 그의 고향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쇼팽 콩쿨.

그것은 5년 주기인데, 바로 돌아오는 차례가 올해였다.


“다음 쇼팽 콩쿨이 오기 전에 돌아갈 방법을 찾아보죠.”

【···그래.】


물론, 그저 위로를 위한 말이었다.

지난 반년 동안 찾아봤지만, 소용없었기에.



♪♪♪



다음날, 연습실에서.


【일단 기본적인 코드만 알려줄게.】

“네!”

노헌은 현묵에게 피아노 반주, 코드를 배우고 있었다.


【우선 C, D, E, F, G, A, B.】


기본적인 코드.


【이 코드에서 m이 붙으면 마이너 코드가 돼.】


예를 들어, C에 m이 붙으면 C 마이너(Cm)가 된다.


【사실 반주 같은 경우는 배우기보단, 오래 치면서 익혀야 하는 거거든.】


클래식, 뉴에이지 같은 음악은 악보라는 정답지가 있었지만, 피아노 반주는 정답이 없는 새하얀 눈밭과 같았다.


밟고 가는 곳이 길이 되는 것처럼, 반주도 마찬가지였다.

왼쪽? 오른쪽? 아니면 앞, 뒤? 그저 흐름을 따라가는 곳이 곧 길이었다.


【곡의 분위기에서 너무 벗어나지만 않으면 돼.】

“일단 쳐볼게요.”


노헌은 코드를 하나씩 눌러보기 시작했다.

확실히 반주를 배우진 않았지만, 건반들과는 꽤 친해졌기에 그리 어렵진 않았다.

다만, 선율의 흐름을 타는 건 쉬운 편이 아니었다.


“흐름이란 건 대체 어떻게 타는 거예요?”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도저히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저 눈앞이 깜깜하다고 해야 할까?


【노래를 많이 들어야 해.】


노래의 흐름을 읽고, 그 너머를 상상해라.

이것이 현묵의 조언이었다.


【그나저나, 우리한테 지금 중요한 건 축제 공연이 아니잖아? 일단 콩쿨이랑 편입에 집중하자.】


그의 말이 옳았다.

현재 노헌에게 중요한 것은 전공을 위한 준비.

예술고에 입학한 친구들과는 달리, 노헌은 일반고에 재학 중이었기에 상대적으로 불리했다.


【조금이라도 더 연습하는 수밖에 없어.】


노헌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콩쿨 곡 악보에 눈을 돌렸다.

보기만 해도 어지러운 음표의 향연.


‘그래도 쳐야 해.’


지금도 연습하고 있을 친구들이 떠올랐다.

하린과 재은, 그리고 준서.


‘그러고 보니, 준서는 괜찮으려나···?’


노헌이 그를 본 것은 저번 콩쿨이 마지막이었다.

하린과 함께 무표정한 모습으로 연주회장을 떠나던 그의 모습.

연주회장의 화장실 앞에서 봤던 그 장면 때문일까, 어쩐지 찜찜한 마음이 남아있었다.


위잉―


그 순간, 타이밍 좋게 울리는 핸드폰.

발신자는 방금까지 생각하고 있던 준서였다.


“여보세요?”

“어, 오랜만이야.”

“무슨 일이야?”


지금껏 그가 연락을 해왔던 이유는 모두 하린과 관련이 있던 것들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나···.


“혹시 정하린이 너한테 연락 안 했어?”


그녀의 이야기였다.


“안 왔는데? 왜?”


연락처를 주고받긴 했지만, 연락은 거의 안 하는 편이었다.

주변에서 하도 엮으려고 하니,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건 어쩐지 부담스러웠기에.


“아니, 연락을 안 했다고? 왜지? 노헌이한텐 바로 말할 줄 알았는데···.”


대답을 들은 준서는 혼자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나한테 뭘 말한다는 거야?”


하린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그녀 역시 준서와 마찬가지로 저번 콩쿨이 마지막 만남, 그 이후의 근황은 알지 못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 말을 끝으로 끊어진 전화.


‘하린이도 그렇고, 준서도 그렇고, 왜 둘 다 말을 하다 마는 거야?’


찝찝한 기분으로 노헌이 의아해하는 사이.


위잉―


또다시 울리는 핸드폰.


‘말해줄 거면, 진작 말해줄 것이지.’


노헌은 준서가 다시 걸었으리라 생각하며 전화를 받았다.


“대체 뭔데 그래?”

“응? 뭐가?”


그러나, 너머에서 들려온 건 전혀 예상치 못한 목소리.


“어, 어? 리나였네?”

“누구랑 전화 중이었어?”

“아, 아! 그냥 혼잣말 한 거야.”


바로 이리나였다.


“뭔가 수상하지만, 넘어가 줄게.”

“그래그래, 유학 생활은 좀 어때?”

“평소처럼 피아노 치고 있지, 노헌이 너는 콩쿨 준비 잘 돼가?”

“응, 나는 5월 콩쿨 나가려고.”

평범한 근황 이야기를 나누었다.

몸은 건강한지, 편식은 안 하는지, 이는 잘 닦고 자는지.

물론 노헌의 일방적인 잔소리였다.


“그나저나, 웬디 언니가 네 안부를 물어보던데?”

“내 안부를?”


리나의 선생님이자 피아니스트인 웬디.


‘내가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의 안부를 묻는 거겠지···.’


그녀는 유일하게 노헌의 몸에 현묵의 영혼이 깃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난 잘 지내지.】

“잘 지내고 있대.”

“뭐?”

“아, 아니! 나는 잘 지낸다고 전해줘!”


노헌은 뒤늦게 말실수를 정정하며 화제를 돌렸다.


“웬디 누나는 잘 지내셔?”

“엄청 바쁘지, 곧 있으면 콩쿨이거든.”

“콩쿨?”

【콩쿨이라면 설마···?】


두 남자의 예상대로 웬디가 나가는 콩쿨은.


“쇼팽 콩쿨이야.”


세계 3대 피아노 콩쿨, 쇼팽 콩쿨이었다.


【원래였다면 나도···.】


현묵 역시 웬디와 함께 참가할 예정이었다.

물론, 이제 이뤄질 순 없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와, 역시 웬디 누나도 대단하구나.”

“그치~? 그리고 있잖아···.”

“응?”


노헌이 감탄하는 동안, 뜸 들이는 리나.

그녀는 이내.



“나도 쇼팽 콩쿨 나가게 됐어!”



터무니없는 발언을 내뱉었다.


작가의말

2부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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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탑의 정상 +2 23.06.24 65 6 11쪽
37 선장과 선원 +2 23.06.21 68 6 11쪽
36 축제 +3 23.06.21 77 6 12쪽
35 밴드부 탈퇴? +3 23.06.18 78 8 11쪽
34 벚꽃이 흩날리던 밤 +3 23.06.16 89 8 11쪽
33 데이트 신청 +3 23.06.15 87 9 11쪽
» 쇼팽 콩쿨 +2 23.06.13 98 7 11쪽
31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3 23.06.11 100 7 11쪽
30 나은과 나비 (2) +2 23.06.09 89 9 12쪽
29 나은과 나비 (1) +3 23.06.07 88 10 12쪽
28 재회 +2 23.06.06 98 7 12쪽
27 All in +2 23.06.05 104 8 12쪽
26 엇갈림 +2 23.06.04 118 8 12쪽
25 졸업식 +2 23.06.03 111 8 11쪽
24 김준서의 목적 +2 23.06.02 119 9 12쪽
23 피아니스트의 대답 +2 23.06.01 122 11 11쪽
22 소년의 답장 +2 23.05.31 135 10 11쪽
21 걱정이 너무 많아 +2 23.05.30 137 11 12쪽
20 독일에서의 만남 +2 23.05.29 151 9 12쪽
19 그거 거짓말이지? +2 23.05.28 154 11 11쪽
18 리나의 선생님 +2 23.05.27 147 12 12쪽
17 랩소디 인 블루 +2 23.05.26 174 10 12쪽
16 싸라기눈 +2 23.05.25 173 9 11쪽
15 기적 +2 23.05.24 186 11 12쪽
14 두 번의 사과 +2 23.05.23 184 10 12쪽
13 그래도 나는 +2 23.05.22 193 11 12쪽
12 이미 늦었어 +2 23.05.21 205 11 11쪽
11 여정의 끝 +3 23.05.20 223 13 11쪽
10 천재와 범재 +2 23.05.19 217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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