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추풍검 - 5분 후 갈라져 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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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작품등록일 :
2023.05.1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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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2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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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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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요한과 사람들 3

DUMMY

1년에 한 초식씩. 요한은 일대제자들과 함께 뇌단법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그들은 단순한 사제관계가 아니었고, 함께 뇌단법을 만들어 나가는 협력관계였다.


요한은 연구를 시작할 적에 제자들에게 한 가지 방침을 엄숙히 당부했다.


뇌단법은 사람을 위한 무공이지 살인을 위한 무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요한의 제자들은 그의 방식에 신선함을 느꼈고 기꺼이 그를 따랐다.


그렇게 뇌단법의 제작을 시작하고, 2년이 흘렀다.


강철을 맨손으로 부수는 2식 쇄강의 제작이 끝난 직후였다.


"건배~!"


요한과 하나, 그리고 일대제자들이 쇄강의 집에서 술잔을 들었다.


뇌단법, 그 2번째 초식의 완성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크아~ 온몸의 상처가 싹 낫는 기분입니다!"


안경을 쓰고 앞머리를 뒤로 넘긴 쾌활한 인상의 청년이 큰 소리로 떠벌렸다.


일대제자 중 한 사람인 지훈이었다.


그는 한 손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요령도 없이 막 내지른 네가 잘못이지~."


마찬가지로 일대제자였던 수희가 그의 손을 쿡쿡 찔렀다.


"아! 찌르지 마! 아프단 말이야."


"그런 짓을 해놓곤 이게 뭐가 아파? 에잇, 에잇!"


"아니, 진짜 아프다고! 요한, 얘 좀 말려주세요!"


"하하하, 지훈이가 좀 참자."


요한이 말했다.


"하나가 만들어놓은 돌들, 거의 다 네가 깨 먹었잖아."


쇄강의 단련을 위해서는 굳셀 강强이 들어간 돌이 많이 필요했는데, 하나가 그 글자를 수십 개씩 만들고 구하는 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


아무리 뛰어난 작명사라고 할지라도, 본인의 전공이 아닌 글자는 쉽게 만들어 낼 수 없다.


여린 소녀의 모습을 한 하나가 강함의 이치를 구해 굳셀 강强을 연성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니, 저는 돌이 그냥 뚝딱 만들어지는 줄 알고···."


"야, 너도 짬 1년 먹었으면서 그런 것도 모르고 있었니?"


수희가 지훈을 타박했다. 곤란해진 지훈은 급하게 화제를 돌렸다.


"미안, 밥을 짓는 것보단 맛있게 먹는 게 특기라서··· 그런데 하나 씨 진짜 대단하네요."


그가 하나에게 말했다.


"요한이 뇌단법을 만들 아이디어를 제공해준 게 하나 씨라면서요?"


"아니, 그냥 한 소린데 그 정도까지야···."


하나가 배시시 웃었다.


"하나가 도움을 많이 준 게 맞긴 해."


요한이 지훈의 말을 거들었다.


"나는 무림에 찾아와서 가장 잘한 일이 하나와 만난 일이라고 생각해.


내가 무공을 10년 배우는 동안, 하나의 응원이 없었다면 버티지 못했을 거야."


요한이 일어나서 일대제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물론 지금은 너희들이 함께해주는 덕분에 버티고 있다."


그가 제자들에게 고개 숙였다.


"다들 고맙다. 나를 따라와 줘서. 불확실한 일에 청춘을 걸어줘서."


일대제자들은 다들 미소 지으며 그간 고생한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단 한 사람, 구석에 앉아 홀로 술을 홀짝이는 이천을 제외하고는.


"에에이! 그냥 이참에 요한이랑 하나 씨 둘이 사귀시죠~!"


"오오~."


분위기를 탄 지훈의 발언에 일대제자들이 까르르 웃으며 동조했다.


요한과 하나는 얼굴을 붉히며 멋쩍게 웃었다.


행복한 시절이었다.


그런데 며칠 후, 구무림에 재앙이 일어났다.


전염병이 돌아 구무림 전체를 휩쓸었고, 이 일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약한 무림인이든 강한 무림인이든 가리지 않고 죽었으니,


완력이나 공력이 아무리 강해져도 죽음은 극복하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에 요한은 참담함을 느꼈다.


이에 요한은 제자들을 불러놓고 말했다. 3식부터는 여러 재앙과 죽음들을 극복하는 내용으로 초식들을 만들어 보자고.


제자들은 이에 동의했고, 전염병의 극복이라는 주제로 3식 극병을 만들었다.


이는 체내 저항력을 극도로 끌어올려 질병이나 독 전반을 극복하는 초식이었다.


그리고 극병에서 그치지 않고, 기아, 지진, 태풍, 해일, 화재를 극복하는 초식들도 차츰차츰 만들어 나갔다.


모든 게 순조로워 보였지만, 당연히 그렇지는 않았다.


당시엔 뇌단법의 제자가 되면 뇌단법을 배울 수 있는 대신, 뇌단법의 완성에 동참해야 했다.


그 기간은 기본 1년이었고 제자 본인이 원한다면 연장할 수 있었다.


사부인 요한을 포함하여 다 같이 배우고 다 같이 만드는 무공인지라, 뇌단법이 완성될 때까지는 들어오는 족족 일대제자로 취급하고 기존의 제자들과 동등하게 대우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좀 고되어서 이탈이 자주 발생했다.


초식 한두 개만 익히면 자기가 원하는 무공은 만들 수 있기에 이득만 취하고 빠져나가는 식이었다.


보통 초식 하나 배우는데 1년 정도 걸려서, 계약서상으로 정해진 1년이 지나면 다들 귀신같이 내빼곤 했다.


물론 1년을 채우기 전에 못 버티고 도망치는 제자들도 많았다. 그래서 1년이 지날 때까지는 임시 제자로 취급하도록 규칙을 바꾸기도 했었다.


사실 그 정도는 문제 축에 들지도 않았다.


요한과 제자들을 진정으로 괴롭게 한 것은, 그들이 도우려 했던 구무림인 그 자체였다.


구무림인들이 그들을 경계하고 배척하기 시작한 것이다.


구무림인들은 뇌단법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빼앗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더 이상 요한을 외국인이라고 신기해하지도 않았고, 10년 넘게 한 동네서 지낸 가족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요한은 이제 그들에게는 괴물이나 다름없었다. 괴물은 인간끼리 힘을 합쳐 몰아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구무림 전체가 그에게 먹힐지도 모른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그들은 요한과 일대제자들을 몰아내기 위해 뇌단법의 연구동이라 할 수 있는 요한의 주택 단지에서 매일 같이 폭력 시위를 일으켰다.


계속되는 시위, 계속되는 텃세에 제자들은 지쳐서 하나둘 뇌단법의 개발을 그만두고 나가기 시작했고,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는 9식 월공을 완성할 즈음에는 제자가 3명밖에 남지 않게 되었으니,


수희, 지훈, 이천, 이 세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훈은 술에 취해 귀가하던 중 구무림의 폭도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해 죽고 말았다.


뇌단법은 사람을 위한 무공이며, 살인을 위한 무공이 아니다.


지훈은 본인의 도덕심과 요한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뇌단법으로 폭도들에게 맞서지 않고 그냥 맞아 죽는 길을 택했다.


이날 요한은 처음으로 하나와 제자들 앞에서 분노를 표출했다.


우레와 같은 호통. 용암처럼 뜨겁게 넘치는 분노. 강철처럼 굳세어지는 주먹.


차라리 내 손으로 무림을 부수어 버릴까, 그런 말도 했다.


그렇지만 그는 끝내 구무림인들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


이제껏 신세 졌던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진 않았다.


다만 그는 느꼈다. 아무리 천재지변을 극복해도 인재人災는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생사를 넘어선 인간의 탐욕에는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을.


뇌단법을 1에서 10까지 다 익히면 무공이 고강해져 타인의 폭력을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완벽한 건 아닐뿐더러, 거기까지 이르는 시간이 상당히 길어서 무공을 쉽게 익힌다는 취지에 맞지 않았다.


또 뇌단법 사용자끼리 생사결을 벌이면 어느 한쪽은 반드시 죽게 될 것이라는 예측 또한 가능했다.


그래서 요한은 11식으로 아예 불사가 되는 무공을 만들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냥 포기했다.


"동족을 죽이는 족속들에게는 과한 은혜다."


이때는 노환의 극복을 위해 반로환등을 목표로 하는 10식 역로의 개발이 진행 중이었는데, 요한은 도중에 손을 놓았다.


그래서 역로는 미완성으로 남았고, 노환을 거스르는 것이 아닌, 속도를 늦추거나 현재 상태로 고정하는 것이 고작인 초식이 되었다.


신체 시간을 멈춰서 노화를 막는 초식이라서 그런지 무공의 성장도 멈춰 버리는 결점이 있었는데, 그 결점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요한은 구무림에서 뇌단법을 배포하는 것은 포기하고, 내륙으로 가서 그곳의 현대인들을 대상으로 뇌단법을 배포하기로 마음먹었다.


잘못된 무림은 내버려 두고 아예 새로운 무림을 만들어서 올바른 방향으로 키우겠노라고 다짐했다.


분명 지금껏 겪어왔던 것보다 힘든 세월이 될 게 뻔했다.


하지만 요한은 당장 구무림을 떠나고자 했다.


그는 떠나기 전 마지막 일대제자였던 수희와 이천에게 당부했다.


"너희끼리 뇌단법을 가르치는 것은 좋다. 다만 반쪽만 가르쳐라."


"반쪽이라 하심은···." 수희가 물었다.


"오직 실식實式만을 가르쳐라."


뇌단법은 진식眞式과 실식實式으로 나뉜다.


진식은 재앙을 자신의 힘으로 일으키고 자신의 힘으로 극복하는 과정 전체, 실식은 재앙을 일으키는 과정은 자연에 맡기고, 재앙을 극복하는 절반의 과정만을 의미했다.


재앙의 발현법이 포함된 진식은 너무 강력하여 사람을 해치기 쉬우니까 재앙을 극복하는 법만 있는 실식만 가르치라는 것.


이는 즉, 장차 뇌단법을 접할 사람들이 쓸데없이 강한 힘을 취하도록 하지 말라는 것.


뇌단법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식으로 만들어진 무공.


따라서 실식만 익혀도 재앙의 힘을 무공화 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뇌단을 익히면 전기의 힘도 다룰 수 있게 되듯이 말이다.


다만 출력은 재앙 그 자체인 진식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


그러니 인간의 욕망을 경계하여 실식만 가르쳐라, 요한은 제자들에게 그렇게 당부했다.


"명심하겠습니다."


수희와 이천은 요한의 마지막 말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20년 전 어느 날 구무림에 홀연히 찾아왔던 요한은, 어느 날 새벽 홀연히 떠났다.


일대제자들은 물론이고, 하나마저 내치고서···.


이제 요한의 생가에는 두 사람의 일대제자만이 남았다.


요한이 떠난 후에도 일부 급진적인 구무림인들은 뇌단법의 흔적 자체를 없애고자 요한의 생가 자체를 무너뜨리려 했다.


수희는 끝까지 자리에 남아 요한의 생가를 지켰다.


그리고 역로로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며, 요한이 다시 구무림에 돌아와 뇌단법을 완성해줄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한편 이천은 수희와 함께하지 않았다.


그는 지훈의 복수를 하지 않고 뇌단법의 제작도 포기한 요한의 모습에 실망했고, 얼마 뒤 요한의 생가를 떠나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날 이후로 수희는 이천과 만난 적도 연락한 적도 없어, 그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며 살게 되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다만 이천은 수희의 곁을 떠나기 직전, 이렇게 말했다.


"내가 뇌단법을 완성하겠다."


***


요한은 무림의 정점이 될 운명을 타고난 존재,


그건 이해했다.


하지만 내가 수희의 이야기에서 느낀 것은 노요한에 대한 위압감이 아니었다.


"저도 이천도 뇌단법을 전부 익혔어요. 그것도 전부 진식으로요."


수희는 말했다.


"요한과 저, 이천을 제외하면 무림 전체를 통틀어서 뇌단법을 이만큼 깊게 익힌 사람은 없죠.


왜냐하면 요한은 신무림에 뇌단법을 절반만 퍼뜨렸으니까요."


수희는 내게 으름장을 놓았다.


"이월, 미리 경고해둘게요. 실식을 넘어 진식에 손을 대면 선을 넘는 거예요. 항쟁의 경쟁자와 싸우는 선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요한과 싸우게 되는 거라고요."


"알겠어요."


더 이상 들을 것도 없었다.


"알아들었지만, 지금 가이드님이 풀어주신 이야기는 노요한이 세상을 이기려다 실패해서 다른 곳으로 도망친 이야기 아닌가요?"


"뭐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서 전 딱히 노요한이 두려운 존재라고 느끼진 않았어요.


물론 강하다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도 결국엔 한 명의 인간이에요. 완벽하지 않은 존재라고요.


그렇다면 제가 못 이길 게 뭐 있겠어요?


제 둘째 형인 이열도 처음엔 평생 못 이길 줄 알았어요.


하지만 루아와 힘을 합쳐 쓰러뜨렸고, 이렇게 자유롭게 다니고 있어요."


나는 수희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혼자 힘으로 모자라면 두 사람의 힘을 합치면 돼요.


그렇지만, 세존 앞에서 적어도 1인분은 하게 만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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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천수살법 이천 2 23.08.29 44 3 16쪽
82 천수살법 이천 1 +2 23.08.28 47 3 15쪽
81 이가살수문 2 +1 23.08.25 46 1 12쪽
80 이가살수문 1 23.08.24 45 2 13쪽
79 재정비, 그리고 신무림으로 23.08.23 56 2 16쪽
78 당산봉 전투 4 23.08.22 46 1 12쪽
77 당산봉 전투 3 +2 23.08.21 59 2 14쪽
76 당산봉 전투 2 23.08.18 49 2 15쪽
75 당산봉 전투 1 23.08.17 53 1 15쪽
74 항쟁의 두 번째 여명 23.08.16 54 3 13쪽
73 뇌단법과 호걸들 7 - 무존 강하나 2 +1 23.08.15 58 3 11쪽
72 뇌단법과 호걸들 6 - 무존 강하나 1 23.08.14 56 3 13쪽
71 뇌단법과 호걸들 5 - 천공광 소유 23.08.11 85 3 13쪽
70 뇌단법과 호걸들 4 - 산명조 단호 23.08.10 57 1 12쪽
69 뇌단법과 호걸들 3 - 불괴신 옥근 23.08.09 62 3 12쪽
68 뇌단법과 호걸들 2 23.08.08 67 2 14쪽
67 뇌단법과 호걸들 1 +2 23.08.07 63 4 12쪽
» 노요한과 사람들 3 +1 23.08.04 69 4 12쪽
65 노요한과 사람들 2 +1 23.08.03 73 5 12쪽
64 노요한과 사람들 1 +2 23.08.02 67 4 12쪽
63 무존과 세존 3 23.08.01 73 4 11쪽
62 무존과 세존 2 +2 23.07.31 61 3 13쪽
61 무존과 세존 1 23.07.28 64 4 12쪽
60 교환 +1 23.07.27 74 2 14쪽
59 광변발도공 영힐 2 23.07.26 60 3 11쪽
58 광변발도공 영힐 1 23.07.25 64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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