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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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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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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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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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화 사천당가 (6)

DUMMY

184화 사천당가 (6)




대공자 시운학이 전해야 할 것을 전하고 연무장을 나가도, 당가주 당적과 장로들 소가주 당기광은 대공자 시운학이 연무장을 나가도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생각의 끈을 놓치면 방금 들은 검결에 담긴 의미가, 허망하게 사라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당가주 당적은 호법도 받지 않고 그대로 좌선에 들었고, 그 모습을 본 장로들 역시 좌선에 들었다. 소가주 당기광은 그 모습에 얼른 좌선에 들려다가, 당가주 당적 뒤에 서서 호법을 행했다.


당가주의 호법들은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싸며 호법을 시행하였고, 소가주 당기광은 선 자세 그대로 시운학에게 들은 시운학이 보인 검결의 풀이를 되뇌었다.


당가주 당적이 그동안 얽혀 풀어내지 못했던 실마리를 풀어, 만천화우를 완성하고 화경에 오르고 못 오르고는 이제 당가의 일이었다. 만천화우가 아니라도 그동안 수련을 이어 왔다면, 오히려 장로들 가운데 화경의 고수가 나올 수도 있었다.


무림맹이 알고 있고 이제 당가가 알게 되었으니, 대공자 시운학의 청이 아니라도 강호 무림은 금오산에서 한 해를 기약했던 회천맹 무리들이, 광동으로 돌아온 것과 머지않아 중원으로 들어온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었다.


비밀은 홀로 알고 있을 때 유지되는 것이지, 이제 수천문과 무림맹에 당가까지 알게 되었으니, 감추고자 하고 전하지 않는다 한들 알려지는 것은 작은 시간 간극에 불과해졌다.


당소소를 보지 못하고 떠나야 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월녀사와 파사녀의 시구로 마음을 전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기를 바랐다.


당가의 대문을 막 나서려는데 한 사람이 달려오며 불렀다.


"시 대협님."


대공자 시운학이 돌아보자 그 사람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어디 가십니까?"


"할 일을 마쳤으니 돌아가려 하외다."


그 사람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이대로 시 대협께서 떠나셨으면, 소인은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


무슨 소리냐는 듯 바라보자, 그 사람이 얼른 말을 이어 갔다.


"대부인께서 찾으십니다."


"대부인께서 소생을 찾으신다는 말씀이시오?"


"예, 대부인께서 연무장으로 하인을 보내 모시라 하셨습니다. 연무장으로 가서 대부인의 말씀 전하고 모시라 했는데, 하인이 돌아와 말하기를 시 대협께서 안 계시다 하기에 바로 달려왔습니다."


당대부인이 찾는다는 말에 잠시 생각하고 있자니, 대공자 시운학이 그대로 나갈까 두려웠는지 말을 이어 갔다.


"시 대협님,

소인은 집사 당하삼이라 합니다. 시 대협께서 어제 본가에 드셨을 때도, 대전에서 말씀을 마치시면 안채로 모시라는 말씀이 계셨었지만, 어제는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집사 당하삼이 변명처럼 하는 말은 믿기 어려웠다. 어제는 대전에서 격앙된 말이 오갔을 뿐 아니라, 대공자 시운학이 당가에 든 것을 알고 있었다 한들 만나 볼 상황이 아니었다. 더구나 아직 당가주 당적의 어떤 언질도 없었으니 내전으로 드는 것은 예가 아니라 여겨졌다.


"당가주님께서 허락하신 일이 아니니, 내전으로 찾아가 뵙는 것은 예가 아닌 듯싶소이다."


"소인이 우둔하여 미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습니다. 내전으로 드시기 불편하시다면 잠시 빈청 별원으로 모셔도 되겠습니까?"


"안내 부탁드리오."


"소인이 모시겠습니다."


잘 꾸며진 소축이었다. 하늘을 가리지 않을 만큼 청죽이 담처럼 둘려져 있고, 작은 연못은 보랏빛 창포꽃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었어도 마치 고즈넉한 산사에 든 것처럼 마음이 차분해졌다.


어제 마음을 전했으니 당대부인이 보자 한 까닭은 그 때문일 것이라 여겨졌지만, 여하튼 당소소를 만나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으니, 곧 모습을 보일 것 같아 살짝 열린 월동문에 눈길이 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기척을 느끼고 잠시 기다리자 하녀가 들어와 알렸다.


"나으리,

대부인께서 드셨습니다."


하녀가 알리고 바로 뒤이어 기품이 넘쳐 보이는 당대부인과 왠지 화가 난 듯 굳은 표정의 당소소가 들어왔다. 대공자 시운학은 일어나 맞으며 인사했다.


"시운학이 당대부인을 뵙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자 당대부인은 대공자 시운학에게 나무라듯 물었다.


"시 공자,

집사가 말하기를 바로 가시려 하셨다고요?"


"당가주님께서 아직 허락의 말씀이 안 계셨고, 할 일이 남아 있어 서둘러 끝내고 돌아오려 했을 뿐입니다."


"호호호

소소야,

사내들이 이렇구나. 기다리는 여인의 심정은 전혀 헤아리려 들지 않으니, 어제 남긴 말은 그저 농에 불과했는가 싶구나?"


당대부인의 탓하는 말에 당소소의 표정이 더욱 굳어지자, 대공자 시운학은 당소소를 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장부가 파녀의 심정으로 마음을 전했으니, 기다려 주시리라 여겼소이다."


"호호호

소소야,

그렇다는구나?


시 공자,

남궁세가의 여식도 시 공자에게 마음을 주었다 들었소이다만, 그 아이는 이미 출가하지 않았소이까? 세가의 여식들이 마음에 두었다고 한들 어디 제 마음대로 되겠소이까?"


당대부인은 남궁수수가 시운학에게 마음을 주고 있었어도, 세가의 뜻에 따라 이미 성혼을 했다고 말하면서, 당소소도 세가의 여식이니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대공자 시운학은 남궁수수가 혼례를 올린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세가의 여식이니 세가의 뜻에 따라 혼례를 올린 것에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알고 지내도 남궁수수에게 마음을 두지 않은 것이 먼저였을 뿐 아니라, 세가의 여식들은 세가의 판단에 따라, 세가에서 정해준 곳과 혼례를 올리는 일을 당연시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대부인은 당소소 역시 세가의 여식이니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었는데, 대공자 시운학은 당대부인의 말씀에도, 낭자는 아니지요 묻듯이 그저 당소소를 바라보며 미소 지어 보일 뿐이었다.


"시 공자,

우리 아이를 가주께서 너무 아끼시다 보니 과년한 것은 아시지요?"


"소생도 서둘러 집을 마련하긴 했습니다."


"호호호

바로 데리고 가시겠다는 말씀이시오?"


"소생이야 더 바랄 것 없는 말씀이시긴 하지만, 당가의 장중주를 그리 얻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품 안에 두고 있어도 늘 안타까웠는데, 예를 갖춰 데려가려 하신다니 고마운 말씀이시긴 하외다. 연무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리 자신하시는 것이오?"


"어제 언질을 드렸고 오늘 다시 부르셨으니, 그만하면 허락하신 것이 아니시겠는지요?"


"시 공자,

수수 그 아이는 이부 상서 댁으로 보내졌소이다. 그에 비해 본가는 호부에 줄을 대고 있고요. 내게는 이 아이뿐이나 연을 맺자면 보낼 아이가 없는 것은 아니니, 가주께서 대전에 드시는 대로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으시는 것은 어떻겠소이까?"


남궁세가가 남궁수수를 이부 상서 집안으로 들였으니, 당가도 조정에 힘을 유지하려면 그들이 원하는 당가의 여식을 내줘야 한다는 말이었고, 그럼에도 시운학이 당소소와 인연을 맺는다면, 당가는 당가의 다른 여식을 찾아 호부와 인연을 이어 가겠다는 말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시운학이 당소소를 이대로 남겨 두고 떠나면 호부와 인연을 맺는 데 당소소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더구나 당소소의 나이가 이미 혼기를 넘었으니 상대에서 요구하면 거절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이었다.


"아직 어른들께서 나오시지 않으셔서 예를 올리기 어렵습니다."


장원은 세웠어도 수천문주와 노사분들이 하남으로 나오시지 않았으니, 지금은 당가의 체통을 살리는 격식을 갖춘 혼례를 치르기 어렵다 말한 것이다.


"아시고는 계시오?"


"말씀은 드렸습니다."


"허락이 있으셨다는 말씀이신 게요?"


"아시고 기뻐하셨습니다."


"호호호

소소야,

그렇다는구나."


당소소는 시운학이 그냥 가려 했다는 말에 서운함과 애절한 마음으로 함께 시운학을 보러 왔는데, 당대부인이 두 사람의 혼례를 거론하고 식을 치르지 않은 채, 시운학과 당소소를 맺어 주고 함께하도록 허락하는 듯 말하자, 부끄럽고 놀라움에 뭐라 대답하지 못했다.


"가주께서 대전에 드시면 말씀드릴 것이니, 여기 남아 정담이라도 나누거라."


당대부인은 마치 다 정해졌다는 듯 당소소를 남겨 두고 별청을 나갔다. 말은 당가주를 만나 허락을 받겠다는 듯했어도, 시운학과 당소소의 혼례를 기정사실로 하고 통보하러 가는 것처럼 보였다.


"낭자,

보고 싶었소이다."


"본가에 드시고도 찾지 않고 가시려 하시고, 한 해가 다 지나도록 소식 한 자 안 주신 분을 믿으라고요?"


"당가 아니오? 소생이 어찌 지냈는지 모르셨다는 말씀이시오?"


"들어 아는 것과 소식을 주시는 것이 어찌 같겠습니까?"


"어제만 해도 소생을 원수로 여기시는 것을 전해 들으시지 않으셨소이까? 소생은 당가에서 당연히 그렇게 말씀이 나올 것을 알면서도, 낭자를 그리는 마음에 남궁세가로 가지 않고 찾아온 것 아니오?"


당소소는 시운학이 자신을 보려고 남궁세가가 아니라 당가를 찾았다는 말에 기뻤지만, 혹시라도 남궁수수에게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알고자 했다.


"수수가 혼례를 올린 것을 모르고 계셨습니까?"


"대부인께 처음 들었소이다."


"하기는 세가의 여식을 정략으로 보낼 때, 소문을 안 내려 애쓰긴 하지요?"


"그건 또 어찌 그런 것이오?"


"누가 본들 거래라 여겨지지 않겠습니까?"


"오히려 크게 잔치를 열면 당당한 것 아니었소이까?"


"깊은 내막을 여인의 몸으로 어찌 알겠습니까?"


"허락이 계시면 소생과 함께 가실 마음은 있으시오? 소생에게 아직 남은 일이 있다는 것을 아시지 않소이까?"


"소매가 따라가겠다 말씀드리면, 남은 일을 하시는 데 어려움이 있으신 것인지요?"


"그렇지 않소이다. 함께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소이까?"


"공자님,

소매는 더 기다리기 싫습니다. 아버님께서 허락하시지 않으셔도 공자님과 함께하겠습니다."


"잠시 전 독전대와 비무를 가졌는데 독전대의 무위가 실로 대단했소이다. 당가에 독전대뿐이 아니니 어디 숨을 곳이 있겠소이까?"


"호호호

숨어요? 독전대 모두와 비무하시고도 독전대를 지쳐 쓰러지게 만드신 분이 공자님 아니셨던가요?"


"그야 손님이고 비무였으니 독을 풀지 않아 그리된 것이지, 독을 풀었으면 잠시 서 있지도 못했을 것이오."


"소매는 본가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두 알지 못하지만, 어머니께서는 내전에만 계셔도 본가 모든 일을 살피고 계십니다. 연무장의 일을 들으시고 소매에게 더는 미룰 수 없다 하신 분이시고요."


"소생도 대부인의 손안에 있었던 것이오?"


"호호호

이제 와 무르시게요?"


"그건 싫소이다."


"그러신 분치고는 여전히 거리를 두시네요?"


당소소는 이름을 불러 주지 않고 낭자라 부르는 것을 두고 말한 것이었다. 대공자 시운학은 당소소에게 마음을 주었다 해도, 당가주의 허락을 받지 못했으니 예를 잃지 않으려 한 것이었다.


"소 매.

이리 부르면 되겠소이까?"


"예, 가가."


당소소는 가가라 부르고는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였다. 가가는 오라버니라는 말이었지만 낭군을 부르는 말이기도 했으니, 당소소로서는 부끄러운 마음이 절로 들었던 것이다.


당가주 당적과 장로들은 연무장에서 좌선을 이어 가고 있었다. 앞으로 수련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경지에 올라야 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대공자 시운학이 전한 검결의 의미를 뇌리에 깊이 새겨야 했으니, 검결을 끝없이 되뇌고 시운학이 시연한 모습을 떠올리며 좌선을 이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밤이 늦어서야 좌선을 마치고 대전으로 돌아온, 당가주 당적과 장로들은 당대부인의 말에 크게 놀랐다. 혼례도 치르지 않고 당소소를 대공자 시운학과 함께 내보내겠다고 하자, 당가주 당적은 한마디로 불가하다며 당대부인의 말을 일축했다.


하지만 당대부인은 지금이 아니면, 어떻게 대공자 시운학을 당가의 사위로 잡을 것이냐 말하고, 지금 대공자 시운학이 당가에 들었을 때야말로, 대공자 시운학을 당가의 사위로 맞아들일 절호의 기회라 말하고는, 팽가와 황보세가, 제갈 세가를 거론하며 그들이라면 언제든지 여식들을 내주지 않겠느냐며, 당가주 당적을 설득하고 장로들에게도 압박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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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180화 사천당가 (2) 24.07.09 882 14 14쪽
179 179화 사천당가 (1) 24.07.08 814 16 14쪽
178 178화 거처를 마련하다 +1 24.07.07 825 15 14쪽
177 177화 약조 해지 +1 24.07.06 854 13 14쪽
176 176화 무왕자 +1 24.07.05 933 13 13쪽
175 175화 광동으로 +1 24.07.04 983 10 25쪽
174 174화 당삼채 (10) 24.07.03 1,000 13 13쪽
173 173화 당삼채 (9) 24.07.02 993 13 17쪽
172 172화 당삼채 (8) 24.07.01 994 12 12쪽
171 171화 당삼채 (7) 24.06.30 1,035 13 15쪽
170 170화 당삼채 (6) 24.06.29 1,072 12 15쪽
169 169화 당삼채 (5) 24.06.28 1,077 12 12쪽
168 168화 당삼채 (4) 24.06.27 1,111 13 17쪽
167 167화 당삼채 (3) +1 24.06.26 1,133 15 16쪽
166 166화 당삼채 (2) 24.06.25 1,129 12 14쪽
165 165화 당삼채(唐三彩) (1) 24.06.24 1,228 13 13쪽
164 164화 운남행 +6 23.10.19 2,630 20 12쪽
163 163화 나한진 +3 23.10.18 2,251 26 12쪽
162 162화 소림과 무림맹 +2 23.10.17 2,243 23 13쪽
161 161화 허허롭다는 것 (2) +2 23.10.16 2,297 21 14쪽
160 160화 허허롭다는 것 (1) +3 23.10.15 2,392 22 13쪽
159 159화 우려(優慮) +5 23.10.14 2,342 22 13쪽
158 158화 누구에겐 쉬운 일 +2 23.10.13 2,323 21 15쪽
157 157화 백수촌(白壽村) (2) +2 23.10.12 2,305 24 12쪽
156 156화 백수촌(白壽村) (1) +2 23.10.11 2,302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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