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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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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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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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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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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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화 사천당가 (5)

DUMMY

183화 사천당가 (5)




당가의 대문이 활짝 열렸다. 열린 대문 좌우로 독령암혼갑을 차려입은 당가의 무인들이 줄지어 나오는 것을 본 사람들은, 크게 놀라며 가던 길을 멈추고 지켜봤다.


당가가 마치 대적을 맞아 출전하는 것처럼, 좌우로 늘어선 당가의 무인들이 지어 보이는 표정은 위압적이었다. 마차 한 대가 무인들 사이로 나오더니 독전대가 좌우에 따라붙었다.


당가를 나온 마차는 시전 객잔 앞에 이르자, 오 장로 당휘가 내리더니 객잔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뒤 오 장로 당휘와 경장 차림의 공자가 나와, 독전대의 호위를 받으며 마차에 올랐다.


마차가 당가로 돌아가자 몰려든 사람들은, 객잔 회계와 점소이들을 잡고 물었지만, 정작 회계도 점소이도 객잔 손님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니, 몰려든 사람들의 궁금증만 더해 갔다.


마차를 따라 당가까지 갔던 사람들이 돌아와 말하기를, 마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그대로 들었다고 했다.


대공자 시운학이 탄 마차는 당가 연무장에 이르러서야 멈췄다. 연무장에는 당가의 무력이 모두 모인 듯 연무장이 무인들로 가득 들어차, 마치 깊은 숲속으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당가 무인들의 복색이 녹색이어서 그런 것이지만, 온갖 암기로 가득 채운 주머니를 매달고 있는, 독령암혼갑을 차려입은 당가 무인들은 커 보이고 강해 보였다.


마차에서 내리자 오 장로 당휘가 말없이 앞서고 대공자 시운학이 따랐는데, 당가주 당적과 장로들이 굳은 표정으로 맞았다. 대공자 시운학은 정중하게 포권으로 인사했다.


"가주님,

어려운 청을 받아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시 대협,

밤을 지새우고도 찾지 못했으니, 확인을 해야겠소이다."


"객은 주인의 뜻에 따르는 것이 도리에 맞지 않겠습니까?"


대공자 시운학이 확인을 하겠다는 당가주 당적의 말에 대답하자, 당가주 당적은 바로 몸을 돌려 연무장 단상으로 올라갔다. 그 뒤로 장로들과 소가주 당기광의 모습도 보였다.


당가주 당적이 단상 위로 올라가는 동안, 당가 무인들은 연무장 가운데를 비웠는데, 한 무리의 무단이 남아 대공자 시운학 삼 장 앞에 늘어섰다.


"독전 일 대주 당탁이 시 대협께 비무를 청합니다."


"당가의 무공을 견식하게 해 주신다니 감사드리겠소이다. 독전대와의 비무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면 되겠소이까?"


"일 대가 먼저 본가의 암기로 공세를 펼칠 것입니다. 일 대와 비무를 마치고 나면 독전대 모두가 비황진을 펼쳐 비무하려 합니다."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라오."


"실전이라 여길 것이니 과하다 탓하진 마십시오."


"바라던 바이니 시작하시오."


대공자 시운학은 굳이 검을 빼지 않아도 충분했지만, 독전대와 당가의 체면을 생각해 검을 빼 들고 진기를 돌려 기막을 펼쳐 냈다. 대공자 시운학의 흑색 경장이 내기로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자, 독전 일 대주 당탁의 큰 소리로 공격을 명했다.


"쳐라."


독전 일 대주 당탁은 공격을 명하는 동시에 자모표를 날렸다. 독전대의 공세는 대공자 시운학의 전면에 집중되고 있었는데, 독전대는 암기를 던져 내고 있어 앞뒤로 나눠 서면 던져 낸 암기에 대원이 맞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앞선 대원이 자모표와 배심정을 던져 내면, 뒤에 선 대원들이 구환살로 시운학이 다가서는 것을 막았다. 자모표는 짧고 긴 두 종류의 표창이었고, 배심정은 쇠못이었는데 몸통에 맞추기보다는, 상대의 발길을 막는 데 주력한 독물이었다.


당상에서 비무를 지켜보는 당가주 당적의 표정은 굳어져 있었고, 장로들의 입에서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독전대가 암기를 쏟아 내도 대공자 시운학은 한 걸음도 옮기지 않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자모표는 기막에 막혀 떨어져 내렸고, 배심정은 움직이지 않으니 무용했다. 아무리 구환살을 날려도 검막을 치고 있는 시운학에게는 위협이 되지 못했다. 당가주 당적이 일어서며 소리쳤다.


"멈추거라."


독전대가 신속하게 공세를 멈추며 물러서자, 당가주 당적이 손을 들어 보였다. 물러섰던 독전 일 대가 한 방위를 잡고 서자, 남아 있던 독전대원 전체가 진형을 꾸렸다.


독전 대주들이 시운학 앞으로 나서더니, 일 대주 당탁이 다시 포권하고 인사하는 동안 진형이 꾸려졌다.


"시 대협,

독전대 전원이 비황진으로 상대하겠습니다."


"천하에 명성이 높은 비황진을 보게 되어 참으로 좋소이다. 이번에도 최선을 다해주시기를 청하오."


"기대하셔도 좋을 것입니다."


독전 일 대주는 방금 비무에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것을 당연히 여겼는지 표정이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천하제일인과 비무하게 된 것을 기뻐하는 듯 보였는데, 곁에 있는 대주들의 표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발진."


독전 일 대주 당탁의 발진이라는 명이 떨어지자, 일 대부터 칠 대까지 길게 늘어서더니, 다시 자모표가 날아들고 배심정을 뿌리며 구환살을 쏘더니, 기습이라도 하려는 듯 앞서 지나친 일 대주 당탁의 손이, 주머니에서 나오더니 육혼망이 펼쳐졌다.


일 대주 당탁이 육혼망을 펼쳐 내자, 이 대주 당제도 삼 대주 당언도 연이어 육혼망을 펼쳐, 대공자 시운학의 온몸을 덮어 갔다. 육혼망은 천잠사로 만들어진 그물로, 천잠사에 독을 발라 두었기에 스치기만 해도 중독되는 당가의 암기였다.


독전대는 대공자 시운학에게 다가서지 않았다. 그저 멀리 대공자 시운학의 주위를 돌아가며 암기를 뿌리고 육혼망을 펼쳐 운신을 방해했는데, 그럼에도 대공자 시운학의 굳건하게 딛고 선 발을 움직이지 못했다.


일 대, 이 대, 삼 대가 암기와 육혼망으로, 대공자 시운학의 움직임을 막는 동안, 사 대는 일제히 편을 들고 호연십팔편법으로 공세를 펼쳐 냈다. 독령암혼갑을 입고 암기가 주공격 수단이어서인지 근접 공격은 이뤄지지 않았고, 혁편과 철편으로 공세를 펼치는 것이 가장 근접한 공세였다.


비황진은 길게 늘어져 공세를 이어 가는 데는 매우 적절한 진형이었지만, 많은 숫자에 비해 힘이 집중되지는 않는 것 같았다.


더구나 독전대는 암기를 던져 내는 것이 주된 공격이어서, 대공자 시운학에게 다가서지 않으니 대공자 시운학을 압박하지는 못했다.


비황진이 한 바퀴 돌고 나자 대주들이 서로 눈을 맞추고 결연한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대주들의 손에 폭우이화정과 폭우이화침이 들려졌고, 일 대주 당탁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신호로 일제히 쏘아졌다.


폭음 소리가 나고 쏟아져 나온 이화정과 이화침이 대공자 시운학을 덮었다. 진기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지 않고서는 연이은 폭우 이화정과 폭우이화침의 공세에, 아무리 화경의 고수가 기막을 펼쳐 낸다 해도, 기관의 힘으로 쏟아져 나오는 이화정과 이화침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었다.


당문이 화경에 오른 고수가 없어도, 천하에 우뚝 자리 잡고 설 수 있었던 까닭이 여기 있었고, 당문의 암기를 강호 무인들이 두려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시간을 두고 쏟아지고 한꺼번에 쏟아지는 이화정과 이화침은, 대공자 시운학이라도 피하기 어려워 보였다.


연무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당가의 무인들은, 이번에는 대공자 시운학을 잡았다 여겼지만, 단상에 있는 당가주 당적과 장로들은 고개를 흔들어야 했다.


그 많은 이화정과 이화침이 대공자 시운학이 두른 기막에 막혀, 시운학 주위로 쌓여지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강한 줄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내공이 얼마나 되기에 기막을 끊이지 않고 유지하는가?"


소가주 당기광이 질렸다는 듯 혀를 내두르며 말하자, 당가주 당적이 당기광을 돌아보며 말했다.


"소문이 허황되다 여겼더니 오히려 축소되고 감춰졌었구나."


"아버님,

소문이라니요? 이미 천하제일인이라 불리고 있지 않습니까?"


"정란 때 저들 사형제들이 한왕의 군영에 들어가 한왕을 추포했다는 소문을 말한 것이다."


"한왕을 잡은 것은 정토군으로 나갔던 중군 도독이 아니었습니까?"


당가주 당적은 소가주 당기광이라 해도 깊은 내막까지 알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 행여 말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당가에 화가 미칠 것이 분명했으니, 한왕을 잡은 것이 중군 도독이라는 알고 있는 당기광에게 에둘러 말했다.


"큰 도움을 주었다고 들었다. 그로 인해 정변이 일찍 마무리 지어졌고."


"그런 대공을 세웠으면 어찌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공을 내세우지 않고 조정에 돌렸으니 그런 것 아니겠느냐?"


"그렇다면 앞으로 조정과의 일에도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대공자 시운학이 당소소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는 말을 들었기에, 대공자 시운학이 당소소와 맺어지면 당가의 사업에 큰 도움이 되리라 여기고 한 말이었다.


"지금 들은 말은 잊거라. 그 일을 거론하면 오히려 큰 제약이 따를 것이다."


"그건 또 왜 그렇습니까?"


"공을 조정에 돌렸다 하질 않았느냐?"


"아~! 그렇군요."


장로들은 가주 당적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눈길은 비무에 두고 있었는데, 비황진을 꾸린 독전대가 오히려 지쳐 가고 있어 보이자, 일 장로 당진이 당가주를 보며 말했다.


"가주님,

비무를 마무리 지어도 될 듯싶습니다."


당가주 당적은 일 장로 당진이 힘없이 비무를 끝내자 하니,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고 소리쳐 명했다.


"그만 멈추거라."


비무를 이어 가던 독전대는 당가주 당적의 멈추라는 소리에 즉시 진형을 풀고 대오를 맞춰 섰다. 독전대는 당가주 당적이 멈추라고 하지 않았으면, 더 이상 아무런 공세도 펼치지 못하고 대공자 시운학 주위만 돌고 있을 뻔했다.


이미 갖고 나온 암기며 독물들을 모두 소모하여, 더는 공세를 펼쳐 내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독전대원들이 대오를 맞춰 서자 독전 일 대주와 대주들은, 일제히 대공자 시운학에게 포권하며 비무해 준 것에 감사하며 깊이 허리 숙여 경의를 표했다.


그런 대주들을 바라보는 대원들 역시 대공자 시운학을 마치 신인이라도 되는 양 바라보며 대주들의 인사에 함께했다.


독전 대원들은 서둘러 연무장에 떨궈진 암기들을 거둬들이고, 대주들도 자신들의 육혼망을 찾아 정리해 주머니에 다시 담았다. 대공자 시운학은 주위에 쌓인 암기들을 대원들이 정리하는 것을 보고 자리를 옮겨 갔다.


독전 칠 대주 당호는 동정호에서는 예상하지 못해 어이없이 당했다고 여겨, 그동안 대공자 시운학에 대한 원한을 깊이 쌓고 있었는데, 비무를 마치고는 한 사람도 죽이지 않고 살려 보낸, 대공자 시운학의 호생지덕에 감사하는 마음뿐이었다.


"모두 천하제일인의 비무를 잘 봤느냐?"


"예, 가주님."


"수고했으니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거라."


"예, 가주님."


당가주 당적은 당가의 무인들에게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라 명하고, 단상을 내려와 대공자 시운학에게 말했다.


"시 대협,

확인할 힘은 남아 계시오?"


"역시 천하에 명성이 자자한 당가의 대원들이라 힘들기는 했습니다만, 마음이 급하신 듯하니 마무리는 지어야겠지요."


"대원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소이다. 본 가주에게도 표하지 않던 존경이라니 부러운 생각이 절로 들었소이다."


"당가의 법규가 엄하고 대원들의 정기가 올바로 서 있어 보였으니, 당가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지 싶습니다."


"자리를 옮겨야겠소이다."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만천화우는 비전이니 옮겨야지요?"


"소생 역시 당가의 비전을 봐서야 되겠습니까?"


"보지 않고 어찌 확인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오?"


"만천화우를 이루는 것이야 가주님께서 하셔야지요. 소생은 말씀드린 검결만 풀어드리려 합니다. 허니 기왕이면 당가의 장로분들도 함께 들으시는 것이 좋지 않겠는지요?"


대공자 시운학의 말을 들은 당가주 당적은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공자 시운학이 검결에 만천화우를 풀 비결이 숨어 있다는 말에, 만천화우를 펼쳐 보이고 검결의 어디에 만천화우를 펼쳐 내는 비결이 숨어 있는지 듣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자면 당가의 비전 그것도 직계 적손이 아니고서는 전하지 않는, 비전 심법을 오히려 시운학에게 풀어 달라 한 꼴이 되었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당가주 당적은 실수를 곧바로 인정하고 물었다.


"그것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오?"


"마무리는 가주님께서 지으셔야지요."


비결은 풀어 준다 해도 만천화우를 완성하는 것은 당가주 당적이라는 말이었다. 행여 기대한 대로 만천화우를 이루지 못하게 될까 불안한 마음은 있었어도, 이미 말한 대로 당가의 비전 심공을 시운학에게 알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시다면 여기서 보여 주시겠소이까?"


당가주 당적은 장로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본가의 위상을 높일 절호의 기회이니, 모두 잘 보시고 모자란 것은 서로 논의토록 하십시다."


당가의 장로들은 대공자 시운학이 검결을 풀어 준다 하자, 안타까움이 있었는데 모두 함께 있는 자리에서 풀어 보인다는 말에 크게 기뻐했다.


장로들은 당가주 당적의 당가의 위상을 높일 절호의 기회라는 말에, 스스로를 높일 절호의 기회라 여겼다.


"소생은 검으로 보여드릴 것이나, 무구는 무엇이든 아무 상관 없습니다."


대공자 시운학이 검을 들고 내기를 끌어내, 검에 실어 뿜어내자 검기가 검사가 뽑혀 나와 길게 늘어지는가 싶더니, 검사가 뭉쳐져 점차 굵어지더니 검강의 모습을 갖추고, 두 자 가까이 검이 길어져 보였다.


"처음 검에 내기를 실어 내면 보셨듯이 검기가 어리고, 내공이 깊어져 검기의 수발이 익숙해지면 검사로 변화합니다. 내공이 더욱 깊어지고 검사를 자유롭게 다스릴 정도가 되면, 가늘어 보이던 검사가 굵어져 검강으로 바뀌게 됩니다. 모두가 아시는 바와 같이 이런 경지의 무인을 화경이라 하지요.


검결에서 기가 있으니 검이라 하는 말은 이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검결의 첫 구절을 두고 화경이라 말씀드리니 의아해하시겠지만, 검결의 첫 구절은 보셨다시피 화경으로 이어집니다.


가주님을 비롯해 여기 계신 장로님들과 소가주께서도 검사 정도는 쉽게 뽑아내시겠지요. 지금까지 수련하신 대로 꾸준히 이어 가시면, 언제인가 화경에 이르실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다만 화경의 어려움은 검사를 뽑아내는 절정에 이르기까지의 노력을, 그 후로도 꾸준히 이어 가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점점 뒤로 물러서게 되어, 화경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한 갑자의 내공으로도 화경에 이르신 분이 계시고, 두 갑자 세 갑자의 내공을 갖고서도 절정 초절정에 머무시는 분도 계십니다. 검결의 다음 구결을 보면 무심히 뽑아내니 무상이라 했습니다. 무상이라는 말은 달리 말하면 무념이고 무명입니다."


대공자 시운학은 검끝에 맺힌 검강을 늘였다 줄였다 해 보이며 말했다.


"화경에 이르려면 어떤 경우에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단전은 호수이니 작은 바람에도 흔들립니다. 마음이 동하면 큰 파도가 일기도 하고요. 그렇게 되면 주화입마가 오지 않겠습니까? 진전이 있어도 설레지 말고 진전이 늦어져도 안타까워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대공자 시운학은 검에 서렸던 강기를 거둬들이고 검을 조금 올리고는 검에서 손을 떼었다. 검에서 손을 떼어 냈어도 검은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고 있었다.


"검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내기가 검과 이어졌으니 검을 어디 두어도 소생의 내기가 머무는 자리에 있게 되는 것입니다. '무초가 유초이니 연연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검이 움직이는 것을 잘 보십시오. 만천화우의 비결이 여기 있다 여겨집니다."


대공자 시운학은 검병을 가볍게 튕겨 냈다. 검은 하늘 높이 솟아오르더니 떨어지기 시작했다. 떨어지던 검이 다시 떠오르고 떠오른 검이 주위를 선회했다. 검끝이 향하는 방향이 시운학의 손끝을 따라 천변만화하고 있었다. 어검비행의 경지였다.


"하나의 암기를 움직이는 것이나 열, 백을 움직이는 것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장법을 예로 들자면 장심에서 내기를 뽑아내지 않습니까? 검법에서도 검을 쥔 장심에서 내기를 뽑아 검에 실어 내는 것이고요.


하지만 만천화우는 하나여서는 안 되니 장심보다는 손끝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 모두는 이미 화경에 오를 준비가 되었다 여겨집니다.


다만 지금 오르신 경지에서 수련을 이어 가시지 않으시고 멈추셨기에, 멈춘 자리가 한계라 여겨지고 화경의 벽이라 여겨지시는 것이지요. 앞으로 내딛지 않고서는 나가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검을 거둔 시운학은 조용히 연무장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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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181화 사천당가 (3) +1 24.07.10 848 15 12쪽
180 180화 사천당가 (2) 24.07.09 882 14 14쪽
179 179화 사천당가 (1) 24.07.08 813 16 14쪽
178 178화 거처를 마련하다 +1 24.07.07 824 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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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176화 무왕자 +1 24.07.05 933 13 13쪽
175 175화 광동으로 +1 24.07.04 981 10 25쪽
174 174화 당삼채 (10) 24.07.03 998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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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172화 당삼채 (8) 24.07.01 992 12 12쪽
171 171화 당삼채 (7) 24.06.30 1,035 13 15쪽
170 170화 당삼채 (6) 24.06.29 1,071 12 15쪽
169 169화 당삼채 (5) 24.06.28 1,076 12 12쪽
168 168화 당삼채 (4) 24.06.27 1,109 13 17쪽
167 167화 당삼채 (3) +1 24.06.26 1,132 15 16쪽
166 166화 당삼채 (2) 24.06.25 1,128 12 14쪽
165 165화 당삼채(唐三彩) (1) 24.06.24 1,225 13 13쪽
164 164화 운남행 +6 23.10.19 2,628 20 12쪽
163 163화 나한진 +3 23.10.18 2,249 26 12쪽
162 162화 소림과 무림맹 +2 23.10.17 2,241 23 13쪽
161 161화 허허롭다는 것 (2) +2 23.10.16 2,296 21 14쪽
160 160화 허허롭다는 것 (1) +3 23.10.15 2,391 22 13쪽
159 159화 우려(優慮) +5 23.10.14 2,340 22 13쪽
158 158화 누구에겐 쉬운 일 +2 23.10.13 2,322 21 15쪽
157 157화 백수촌(白壽村) (2) +2 23.10.12 2,304 24 12쪽
156 156화 백수촌(白壽村) (1) +2 23.10.11 2,300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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