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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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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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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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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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화 운남행

DUMMY

소림을 나온 시운학은 무림맹으로 돌아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던 시운화와 함께 무림맹을 나왔다. 무림맹주 여시준이나 은창 유성은 소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몹시 궁금해했지만, 시운학은 소림에서의 일은 단 한 마디도 남기지 않고 무림맹을 나왔다.


"오라버니,

이제 돌아가는 건가요?"


"할 일을 모두 하지 않았더냐, 돌아가기 싫은 것이냐?"


"싫은 것은 아니지만···."


"다시 나올 기회가 있을 것이야."


"정말 다시 나올 수 있는 건가요?"


"그야 당연하지 않느냐? 언제까지 너를 독림에 둘 수는 없으니 돌아가 부모님과 지내다 나오고 싶을 때 다시 나오거라."


"오라버니는 나오시지 않으실 거예요?"


"부모님과 노사님들 모두 독곡에 머무시는 것을 만족해하시지만, 독곡이 수천문은 아니질 않느냐? 언제라 말하긴 어려워도 다시 나오긴 할 것이야."


다시 나올 것이라는 시운학의 말에 시운화의 표정이 밝아졌다. 말하진 않아도 남궁호가 마음에 남아 있는 듯싶었지만, 시운학은 다시 나올지언정 지금은 돌아가야 할 때였기에 시운화를 보며 미소만 지었다.


하남을 지나 호북에 이르자 마차를 마장에 넘기고 배를 탔다. 여전히 지켜보는 눈길이 있었지만 시운학은 상관하지 않았다. 사천으로 장강을 거스르는 객선에는 언제나 같이 상인들이 많았다.


책상자 하나 등에 멘 시운학이나 화복을 입고 있어 무인으로 보이지 않는 시운화, 등짐을 지고 움직였지만 배에 오른 뒤 내려놓아 건장한 청년으로 보이는 설호, 세 사람은 그저 권문세가의 공자와 낭자 그리고 시종하는 호위로만 여겨졌다.


사천에 들어 당소소를 생각하고 당가를 찾아야 하나 잠시 갈등하던 시운학은, 차후 전언을 보내 소식을 알리기로 하고 운남으로 길을 잡고 움직였다. 운남 대리성에 들어 하루를 쉬고 성도 곤명으로 향했다.


곤명에서 머물지 않고 처음 독곡으로 가는 길을 알아봤던 객점에 들자, 많은 은자를 내준 공자라는 것을 알아봤는지 회계가 크게 반기며 맞았다. 시운학은 회계에게 검난춘을 준비하라 이르고 시운화에게 지난번 독곡에 들 때를 이야기해 줬다.


시운화는 시운학이 수천문이 겁난을 당하고 부모님을 비롯한 수천문 식구들 모두가 독에 당해 독곡으로 피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찌해서 중독을 벗어나게 되었는지는 듣지 못했기에 시운학의 말에 큰 관심을 보이며 귀를 기울였다.


독곡에 들고 부모님을 뵌 뒤 해약을 구하기 위해 운남 설산에 오른 이야기를 이어 가자 간간이 감탄을 터트리며 어서 말을 이어 가라는 듯 시운학을 눈으로 재촉했다. 시운학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설산 마을에 들어 무슨 일이 있었고 또 어찌하다 인형설삼을 보고 청홍사를 잡게 되었는지 말하자, 시운화는 물론이고 설호도 눈을 반짝이며 듣자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 가던 시운학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시운학의 긴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회계가 검난춘을 상자에 담아 내왔다. 수레에 싣지 않고는 가져갈 수 없을 만큼 양이 많았지만, 시운학은 책상자를 시운화에게 내주고 상자를 단단히 묶어 등에 지었다.


객점을 나선 시운학 일행은 아주네 다점에 들려 차를 마시고 아주의 근황을 물었다. 다점주는 시운학 덕분에 아주가 다시 독곡에 든 것을 알고 있었기에 환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길을 나선 시운학은 다점과 그리 멀지 않은 아보네 객점에 들었다. 객점주에게 아보의 안부를 물었고 객점주는 다점주와 같은 말을 거듭 늘어놓았다. 시운학은 동파육을 넉넉히 준비해 달라 주문하고, 동파육이 준비되는 동안 객점에 머물렀다.


시운학이 앞서고 시운화와 설호가 뒤를 따랐다. 밀림으로 들어서자 길이 질척이고 험했지만, 시운학은 진기를 내 길을 열며 거침없이 앞으로 움직였다. 독곡에 들자 아이들이 시운학을 알아보고 크게 반겨 맞았다.


시운학은 몰려든 아이들과 한 덩어리가 된 채 안으로 들어가자, 독곡주가 뭔가 냄새를 맡으려는지 고개를 들어 코를 킁킁거렸다. 시운학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시운화가 노사님들께 뛰어가 비봉선자 진원원에게 안기며 울음을 터트렸다.


물론 시운학은 시운화의 울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시운화가 울며 매달리자 시운화의 등을 쓸어 주던 비봉선자 진원원은 시운화의 귀에 뭐라 속삭였고, 시운화는 팔뚝으로 눈물을 지우고 대전을 나가 조금 떨어진 움집으로 들어갔다.


시운화가 들어간 곳에 부모님이 계신 듯했는데, 시운화가 들어가고 얼마 안 되어 시운룡이 달려 나와 시운학을 얼싸안고 말했다.


"사형들은 안 오신 것이오?"


"하하하

우형보다 사형들이 더 보고 싶었던 것이냐?"


"형님이야 지난번에도 보지 않았소이까?"


"한번 들리라 해야겠구나. 하나 사형들께서는 강호에서 남은 일이 있으시니 네가 나가 뵙는 것이 더 빠를 것이야."


"소제가 나가요?"


"우형이 돌아왔으니 너도 강호를 알아야 할 것 아니더냐?"


"허락하시겠습니까?"


"그야 당연하지 않느냐?"


"지난번에 형님과 함께 나간다 말씀드렸어도 허락하지 않으셨지 않소이까?"


"이제 우형이 돌아왔으니 허락하실 게야."


시운룡은 시운학의 말에 한껏 기대가 높아졌는지 시운학을 봤을 때보다도 더 표정이 밝아졌다.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자 시운학이 물었다.


"그리 나가고 싶었더냐?"


"모두 강호행을 나갔지만 소제만 나가지 못하지 않았소이까?"


"네가 부모님과 노사님들을 모시느라 고생한 것을 어찌 모르겠느냐, 사형들께서 이제 강호에 자리를 잡으셨으니 네가 원하면 부모님께서도 허락하실 것이야."


"형님께서 잘 말씀드려 주시오."


"그래 알겠다."


두 형제의 해후를 지켜보던 독곡주 독선이 시운학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자 시운학은 잊었다는 듯 서둘러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 줄줄이 늘어져 담겨진 검난춘 호로가 보이자 독곡주 독선의 손길이 이어졌고, 검선과 도왕, 장왕도 허공섭물로 검난춘 호로를 당겨 순식간에 입으로 가져갔다.


시운학은 검난춘이 든 상자를 열어 둔 채 남은 상자를 열어 동파육을 꺼내 놓았다. 몰려든 아이들에게도 동파육 덩어리 몇 개를 내주고, 따로 챙겨 온 간식들도 함께 내주자 아이들은 서둘러 자리를 옮겨 갔다.


말만 대전이지 변변한 탁자도 없었기에, 아이들이 들고 온 바나나잎 위로 동파육과 갖고 온 음식을 내려놓고는, 아망과 아주, 아보에게 설호와 함께하라 이르고, 부모님을 뵈러 시운화가 들어간 움집으로 향했다.


시운화가 시운룡과 함께 들어서자 시운화를 품에 안고 있던 어머니 유화선자가 수고했다고 치하했다. 시운학은 부모님께 절하며 인사드리고 두 분의 건강을 살펴봤다. 노사님들을 이미 봤기에 모두 건강하신 것을 알긴 했어도 부모님이니 다시 살핀 것이었다.


"뭘 그리 보느냐? 네가 알다시피 연화봉에 있을 때보다 더 좋아졌다."


"강녕하신 모습을 뵈니 참으로 좋습니다."


"돌아온 것이더냐?"


"예, 강호 무림은 본문이 알던 것보다 강인했습니다. 구파일방이 오래도록 산문을 닫고 있어 강호의 힘이 크게 손실된 듯 보였었으나, 정작 구파일방이 문을 열고 나오자 옛 성세를 바로 되찾았습니다."


"그리 말해도 네 공이 큰 것을 듣고 있었다."


"소자의 공이라 할 것이 있겠습니까? 강호 무림은 스스로 상처를 메우고 부족한 부분을 채웠습니다. 이제 더는 본문이 관여하지 않아도 강호 무림은 순리대로 이어져 나가리라 여겨집니다."


"돌아왔다니 이제 성혼을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


"아직은 미진한 것이 있어 마무리하고 인연을 찾으려 합니다."


"사천에 천하제일미가 있다 들었다."


"이곳에서 그런 이야기를 어찌 들으셨습니까?"


"무료한 날에 잠시 돌아보곤 했다."


시운학은 부친의 무공이라면 잠시라 하지만, 천하를 돌아봤을 것이라 여겨졌다. 어쩌면 노사님들께서도 천하를 돌아보셨는지 모를 일이었다. 이미 오래전 도에 드신 분들이셨으니, 세사에 관여하시지는 않으셨겠지만, 제자들을 내보내고 우려하는 마음은 있으셨던 것 같았다.


시운학은 알지 못한 일이었으나 수천문의 노사님들은 강호 무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시고 계시지만, 그렇다고 강호 무림을 살피시지 않고 계셨던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었다. 시운학은 아버지가 당소소를 말씀하시자 얼굴이 붉어졌다.


"아름답고 지혜로운 낭자이나 아직 약조한 사이는 아닙니다."


"네가 그리 말한들 상대도 같은 마음일지 어찌 아느냐?"


"조만간 찾아보겠습니다."


"그래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도 예가 아니다."


"예, 아버님."


시운룡은 시운학의 혼사가 거론되고 상대가 천하제일미라는 말에, 시운학을 다시 보고는 역시 강호에 나가야 한다는 마음을 거듭 다짐하고는, 시운학의 옆구리를 건드리며 눈치를 주었다.


시천문은 시운룡이 시운학을 재촉하는 것을 보며 시운룡에게 말했다.


"운학이 돌아왔으니 이제 운룡이가 강호행에 나설 때가 된 듯싶구나."


시운룡은 시천문의 말에 즉시 반기며 말했다.


"아버님,

소자 강호행을 나가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안 나가려 했더냐?"


"가야지요. 가고 싶습니다."


"그래 네 무공이 사형들만은 못해도 어디서 맞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니 한번 돌아보는 것이 좋겠지. 운학이 운룡의 기에 담긴 독기를 빼주고 나서 나가도록 하거라."


수천문 식구들 모두는 독공을 치료하긴 했으나 복인지 화인지 모르게 내공의 기속에 독을 품게 되었다. 그러니 내기를 펼쳐 내면 독기가 함께 나와 마치 독공을 펼친 것과 같은 효과를 내었기에, 강호에 나가면 독공을 펼쳤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었기에, 시운학의 경지를 알아본 시천문이 시운학에게 시운룡의 내기에서 독기를 제거해 주라 한 것이었다.


"예, 아버님."


시운룡은 그게 가능하냐는 듯 시운학을 바라봤지만 시운학의 대답은 듣지 못했다. 내공으로만 보면 독곡에 머무는 수천문 노사들 가운데 누구라도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독곡주 독선을 비롯한 모두는 기 속에 독기를 품고 있었기에, 독기를 몰아내려 해도 불가했던 것이다.


시운학을 본 시천문은 처음 몹시 놀라웠지만, 시운학이 어려서부터 보여 온 자질에 이미 익숙해 있었기에 잠시 놀라곤 그러려니 했었다가, 시운룡이 강호에 뜻을 둔 것을 알고 시운학에게 나가기 전에 독기를 제거해 주어, 시운룡이 강호에서 외면받는 독인이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한 것이었다.


"다시 나갈 생각은 없는 것이더냐?"


"아버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우리들은 이곳이 편하다만 젊은 너희들이 머물기에는 답답하지 않겠느냐?"


"중원에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게 옳겠구나. 너무 서둘진 말고 천천히 상의하도록 하자."


"예, 아버님."


시운학은 시운룡의 내기에서 독기를 몰아주었다. 한동안 독기가 빠져나가자 내기의 조절을 어려워하던 시운룡이었지만, 백 일도 지나지 않아 원래의 내공을 회복하고 진기를 내도 독기가 섞여 나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마음을 정했는지 강호행을 허락받았다.


시운룡이 강호행을 나가고 시운학은 시간을 내 중원을 살피곤 했다. 시운학이 드러내지 않으니 누구도 시운학을 알아보지 못했다. 시운학은 호북 무한에 고관대작의 저택을 구해 그곳에 수천문을 준비해 갔다.


작가의말

처음 생각과 달리 지루한 글이 이어졌습니다.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또한 전 편과 달리 호쾌하고 즐거운 대공자 시운학의 로맨스 무림기를 후편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시간은 조금 더 필요할 것이라 여겨지지만, 다시 뵐 때까지 독자님들 모두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ㅡ 萌芽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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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170화 당삼채 (6) 24.06.29 1,071 12 15쪽
169 169화 당삼채 (5) 24.06.28 1,076 12 12쪽
168 168화 당삼채 (4) 24.06.27 1,109 13 17쪽
167 167화 당삼채 (3) +1 24.06.26 1,132 15 16쪽
166 166화 당삼채 (2) 24.06.25 1,128 12 14쪽
165 165화 당삼채(唐三彩) (1) 24.06.24 1,225 13 13쪽
» 164화 운남행 +6 23.10.19 2,629 20 12쪽
163 163화 나한진 +3 23.10.18 2,249 26 12쪽
162 162화 소림과 무림맹 +2 23.10.17 2,241 23 13쪽
161 161화 허허롭다는 것 (2) +2 23.10.16 2,296 21 14쪽
160 160화 허허롭다는 것 (1) +3 23.10.15 2,391 22 13쪽
159 159화 우려(優慮) +5 23.10.14 2,341 22 13쪽
158 158화 누구에겐 쉬운 일 +2 23.10.13 2,322 21 15쪽
157 157화 백수촌(白壽村) (2) +2 23.10.12 2,304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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