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처럼 부서진 약속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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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피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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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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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5 별빛처럼 부서진 약속에 관하여 (1)

DUMMY

한 달 후. C구역 백설 휴게실.


백설이 서둘러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중요한 일정이 있는데 늦을 수는 없었다.


백설이 외출 준비를 마친 후 거울 앞에 선다. 하얀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검은색 재킷을 입은 자신이 보인다. 어둡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단정해 보이니 보기는 좋다.


백설이 자신의 왼손 손목을 바라본다.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QR코드가 보인다. 그 위에 가로로 그어진 흉터도 보인다. 백설이 흉터를 가만히 쓰다듬는다. 잠시 지나간 일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백설이 퍼뜩 정신을 차린다. 이러다 늦겠다 싶다. 얼른 스마트워치를 찬다. 손목에 있던 QR코드가 가려진다.


지이잉.


스마트워치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세아에게 전화가 왔다. 백설이 통화 수락 버튼을 누른다. 곧장 스피커 모드로 전환하고 방음앱을 켠다.


―준비 다 했어?

세아가 묻는다.

“응. 이제 나가려고.”

백설이 말한다.

―알겠어. 얼른 내려와.

세아가 말한다.

“응. 금방 갈게.”

백설이 말한다.


전화가 끊긴다.


후.


백설이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쉰다.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본다. 혹시라도 놓고 가는 게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저벅. 저벅.


백설이 현관 앞에 다다른다.


흠.


다시 한번 심호흡한다.


달칵.


문을 연다. 바깥의 빛이 안으로 들어온다.


탁.


백설이 밖으로 나간다. 이제 그동안 있었던 일을 세상에 알릴 시간이다.



*



서주지방법원.


오늘은 허 센터장과 한 박사의 재판이 있는 날이다. 두 사람이 공동으로 부정한 일을 저지른 것이 많아 함께 재판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대신 하회탈은 먼저 재판을 받는 중이어서, 이번 재판에 증인으로만 참석하기로 했다고 한다.


백설과 세아가 법정으로 들어선다. 방청석에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 뿐이다. 이번 사건이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을 걱정하여, 비공개로 재판이 이루어지기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보니 사람들 적은 게 실감 나네.”

백설이 말한다.

“그러게.”

세아가 말한다.


백설과 세아가 비어 있는 자리에 앉는다. 엄숙한 분위기라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는 못한다. 검사석에서는 고 검사가 다시 자료를 검토 중이고, 변호사석에서는 변호사가 심드렁한 얼굴로 앉아있다.


······ 곧 재판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장내에 계신 모든 분들은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 전자기기를 꺼주십시오. 재판 중에는 정숙을 유지해주시길 바랍니다. ······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재판부가 들어온 후 재판이 시작된다.




재판장이 피고인인 허 센터장과 한 박사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인정신문을 시작한다. 두 사람 다 센터에서 제명된 상태이기에 직업을 ‘무직’이라고 밝힌다. 껄끄러운 얼굴을 하고 말이다.


고 검사가 모두 진술을 한다. 허 센터장은 살인교사, 살인미수교사, 의약품관리위반, 마약류관리위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 위반으로 기소했고, 한 박사는 살인, 살인미수, 의약품관리위반, 마약류관리위반, 생명윤리법 위반으로 기소했다고 이야기한다.


이어서 허 센터장과 한 박사의 변호사가 각각 모두 진술을 한다. 잘못이 있다고 일부 인정하지만, 대다수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첫 번째로 2070년에 풍명도에서 있었던 사건에 관해 이야기한다.


고 검사가 목격자의 진술조서와 검증조서를 증거로 제출한다. 이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하여, 천 형사를 증인으로 신청한다.


“증인께서 피고인을 조사하게 된 경위가 무엇인가요?”

고 검사가 묻는다.


천 형사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2070년 겨울, 풍명도에서 학생 두 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였고, 이 사건에 대한 혐의점이 없는지를 조사하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두 학생이 ‘일산화’로 인해 사망하였을 수도 있다는 제보를 받고,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한주희 박사님이었나요?”

고 검사가 묻는다.

“윤성하 학생만 한 박사님을 만났습니다.”

천 형사가 말한다.

“그걸 어떻게 알게 되셨죠?”

고 검사가 묻는다.


천 형사는 당시 두 사람이 머물렀던 민박집 CCTV를 분석하여, 한 박사를 용의선상에 올렸다고 말한다. 이후 클라우드 시스템에 저장된 한 박사 차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여, 한 박사가 그날 그곳에 갔었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한다. 또한 CCTV로 오가는 사람들의 동선을 확인한 결과, 백설이 잠시 방에서 나갔을 때 한 박사가 그곳에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럼 한 박사님의 혐의점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고 검사가 묻는다.


천 형사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한다. 당시 현장에서 나왔던 콩알탄, 최근 허 센터장의 금고에서 나온 주사기와 일회용 장갑을 분석한 결과, 혐의점을 찾았다고 말한다. 현장에서 발견한 콩알탄과 금고 속 주사기에 장갑 무늬가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장갑 무늬는 금고 속 장갑의 무늬와 같았다고 한다.


그 주사기의 바늘은 성하의 목에 난 상처와 일치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것이 성하를 살해하는 데 사용된 흉기일 수도 있겠다고 추측했다고 한다. 그 후 장갑 안에서 한 박사의 지문이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한 박사가 성하를 살해하고 백설을 다치게 만든 범인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군요.”

고 검사가 묻는다.

“당시 부검을 진행했던 변가영 박사님께서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천 형사가 말한다.


고 검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판사석 쪽을 바라본다.


“재판장님 이상입니다.”

고 검사가 말한다.


재판장이 변호인에게 반대신문을 할 것인지 묻는다. 변호인이 하지 않겠다고 답한다.


천 형사가 방청석으로 돌아간다. 고 검사가 이어서 증인으로 변 박사를 신청한다. 변 박사가 증인석으로 나온다. 증인 신문이 시작된다.


“증인께서 윤성하 학생의 부검을 진행했었죠?”

고 검사가 묻는다.

“네.”

변 박사가 대답한다.

“윤성하 학생의 사인은 무엇이었나요?”

고 검사가 묻는다.

“흠.”

변 박사가 작게 한숨을 쉰다.


변 박사의 말에 따르면, 성하가 죽은 직접적인 원인은 ‘그림자’ 때문이라고 한다. 성하의 뒤에서 누군가가 ‘그림자’가 들어있는 주사기로 목을 찔렀고, 그로 인해 약물이 온몸으로 퍼지면서 죽게 되었다고 한다.


“언론에서는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였다’라고 하던데, 실제 사망 원인은 다르네요?”

고 검사가 묻는다.

“수사 초기 사망 원인이 그런 줄로 알았습니다.”

변 박사가 말한다.


변 박사는 백설과 성하 모두 일산화탄소 중독 증세를 보였기에, 이 일이 일산화탄소 누출로 인한 사고인 줄 알았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성하의 부검을 진행하면서, 성하의 몸에서 ‘그림자’가 나오고 그게 직접적인 상황 원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럼 일산화탄소 중독 증세를 보인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고 검사가 묻는다.

“‘일산화’ 때문입니다.”

변 박사가 말한다.


변 박사는 성하를 죽이고 백설에게 해를 가한 ‘누군가’가 일산화도 사용하였다고 말한다. 콩알탄 안에 일산화를 넣어서 방 곳곳에 뿌렸고, 그것에 성하와 백설이 노출되었다고 말한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대개 사고사로 위장하기 위하여 일산화를 사용하는 만큼, 이번에도 그런 이유로 사용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인다.


“결론적으로 처음에는 ‘일산화’ 때문에 윤성하 학생이 사망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림자’ 때문이었다는 것이지요?”

고 검사가 말한다.

“네.”

변 박사가 말한다.


변 박사에 대한 증인 신문이 끝났다. 이어서 백설이 증인으로 나섰다. 그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실이 있는지에 관한 질문이 주로 나왔다. 백설은 씁쓸한 얼굴로 그렇다고 말했다.




첫 번째 사건에 대한 공판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결국 한 번에 다 끝내지 못하고 두 차례에 걸쳐 이어졌다.


백설과 세아가 비어 있는 자리를 찾아 앉는다. 오늘은 3차 공판이 있는 날이다.


허 센터장이 자신의 옆자리를 바라본다. 지난번까지는 한 박사가 있었는데 오늘은 없다. 있던 사람이 없으니 왜인지 허전한 느낌도 든다.


재판부가 들어온다. 재판이 시작된다. 지난 공판에 이어서, 두 번째로 2079년에 있었던 백설의 교통사고에 관해 이야기한다.


“서율이 재판 안 온대?”

세아가 묻는다.

“응. 이번에는 안 오고, ‘진주’ 관련해서 이야기할 때는 올 수도 있대.”

백설이 말한다.

“증인으로 서는 게 부담스러운가 보네.”

세아가 말한다.

“그렇지. 그런 관심을 받기에는 아직 어리잖아.”

백설이 말한다.


세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직 미성년자인데다가, 지난번에 윤리위원회의 조사를 받는 것도 힘들어했는데, 굳이 재판까지 서야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고 검사가 증인으로 백설을 부른다. 백설이 증인석으로 나간다. 그리고 고 검사의 질문에 따라 당시 상황을 설명한다. 비 오는 날, 마주 오던 차가 S자로 주행하기 시작하더니 백설의 차를 그대로 들이박았다고 이야기한다.


백설의 심문이 끝난 후 자리로 들어간다. 고 검사가 이어서 소 형사를 증인으로 부른다. 소 형사가 증인석으로 나간다.


“증인께서 이 사건을 조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고 검사가 묻는다.

“일반적인 교통사고라고 하기에는 의심되는 게 많았어요.”

소 형사가 말한다.


소 형사가 침착하게 이야기한다. 상대 차량을 조사한 결과, 해킹한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말이다. 그래서 이 일을 계속해서 파다 보니 ‘하회탈’이라는 해커가 차를 해킹했다는 것을 말이다. 하회탈이 어떤 이유로 차를 해킹한 것인지는 몰라도, 백설에게 위협을 가할 목적으로 이런 일을 꾸몄다는 건 확실하다고 덧붙인다.


“이의 있습니다. 증인은 지금 개인적인 의견이 사실인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증인이 추측성 발언을 하지 못하도록 해주세요.”

변호사가 말한다.

“기각합니다. 앞뒤 상황을 고려할 때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재판장이 단호하게 말한다.


소 형사에 대한 신문도 끝났다. 이어서 법정에 증인 자격으로 하회탈이 들어선다. 교통사고에 대한 허 센터장의 혐의점을 찾기 위해서다.


“증인이 차량을 해킹해서 사고를 낸 이유가 무엇인가요?”

고 검사가 묻는다.


법정이 고요해진다. 모두의 시선이 하회탈에게 쏠린다. 허 센터장이 지그시 하회탈을 바라본다. 하회탈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 불안하다.


하회탈이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뜬다. 저쪽에서 허 센터장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그동안 허 센터장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기는 했지만, 이번만큼은 아니다. 자신도 법정에 서게 된 마당에 조금이라도 형량을 줄이려면, 허 센터장을 단호하게 끊어내야 했다.


“사주를 받았습니다.”

하회탈이 비장하게 말한다.

“누구한테 사주를 받았나요?”

고 검사가 묻는다.

“허지혜 센터장입니다.”

하회탈이 말한다.


쾅.


허 센터장이 순간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책상을 세게 내리친다.


“피고인 정숙하세요.”

재판장이 단호하게 말한다.


고 검사가 허 센터장을 슬쩍 바라본다. 그리고 하회탈을 다시 바라본다.


“뭐라고 사주했나요?”

고 검사가 묻는다.

“마주 오는 차를 해킹해서, 마치 상대편 차의 고장으로 교통사고가 난 것처럼 꾸미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한 선생님을 죽이라고 했습니다.”

하회탈이 말한다.


허 센터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하회탈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허 센터장을 바라본다. 허 센터장을 바라보는 눈이 텅 비어 있다.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다. 허 센터장이 하회탈의 눈빛을 보고 침을 꼴깍 삼킨다. 하회탈과 이제 끝났다는 게 실감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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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063 공든 탑이 무너지나 (3) 23.11.01 6 0 12쪽
63 062 공든 탑이 무너지나 (2) 23.10.31 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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