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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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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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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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2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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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깨달음 (1)

DUMMY

이찬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낡은 여러 개와 책장,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어둠만이 이찬이 가는 길을 밝혔다.

나가는 문은 없었다. 창문 또한 없었다. 마치 외부와 단절된 듯한 공간이었다.

교도소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라 생각한 이찬은 주저앉은 자리에서 가볍게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7층으로 이루어진 10개의 책장 안에는 하나의 빈 곳도 없이 책으로 꽉 차있었다.

책의 이름은 다양했다.


『바람』

굉장히 간결한 제목의 책.


『지구에선 일반인이었던 내가 이세계에선 세상을 구할 초인?』

어째 3류 판타지 웹소설을 단행본으로 옮긴 듯한 책.


『아 일하기 싫다.』

진심이 담긴 책.


이외에도 이찬은 책장에 꽂혀있는 많은 책들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이찬의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을 위해』

-시엔티아


책은 굉장히 낡아 있었다.

갈색의 배경. 그림 한 점 없고 그저 책 제목과 저자만 존재하는 책.

어쩐지 이 책에 이끌린 이찬은 책을 펼쳐 읽어보기 시작했다.


-책 머리에


이 책은 당신에겐 관심도 없는 무지한 당신의 신에게 한방 먹여주기 위한 책이다. 이 책으로 인해 당신의 신이 당신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경고문

기본적인 지식만을 담았기에 세계에 관해 구체적으로 알기에는 한계가 있음.


이찬은 한 페이지를 넘겼다.


-차례


제 1장 격에 관해

-격이란 무엇인가

-격의 종류

-격 제작법과 격 제작자


제 2장 상상력에 관해

-상상력이란 무엇인가

-상상력의 기준

-상상력의 활용

-상상력의 생성


제 4장 신의 유형


제 5장 신들의 세계

-신들이 사는 -


한 장의 차례 중 가로로 반이 찢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책을 읽는 것엔 불편함이 없었으므로 이찬은 차례를 넘기고 본문을 읽었다.


제 1장 격

1장부터 펴본 것이라면 당신은 이 세계에 관해 아무것도 모를 확률이 높다.

-격이란 무엇인가

격이란 신들이 사용하는 능력, 힘, 스킬 등등, 모든 것을 칭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제우스와 같은 번개의 신은 전격 계열의 격을 사용할 것이고, 이집트 신화의 세트와 같은 죽음의 신은 죽음 계열의 격을 사용할 것이다.


-격의 종류

격에는 크게 세 가지가 존재한다.

각각의 신마다 다르게 가지고 있는 ‘고유격’과 사고파는 것이 가능한 ‘공통격’, 그리고 자신의 주제를 결정 짓는 ‘존재격’까지 세 가지가 존재한다.

‘고유격’은 말 그대로 해당 신이 모든 신을 통틀어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격을 말한다. 번개의 신 제우스의 「뇌전」과 전투의 신 라바난의 「전투태세」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존재격은 앞에서 말했듯 신이 자신의 주제를 결정 짓는 격이다. 모든 고유격은 존재격 안에 여러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그만큼 고유격은 신이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통격’은 고유격과는 반대의 개념이다.

격을 상상력으로 사고 팔 수 있으며 보통의 경우에 생활에 필요한 격이 대부분이다.

「야간시」라던가 「행간이동」 등등 실생활에 유용한 격들이 공통격이다. 공통격은 격을 만들어 파는 ‘격 제작자’들이 만드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지만 소수의 유명 공통격들은 높은 지고의 신이 만든 경우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자신의 고유격을 만들기 귀찮아 하는 신들이 격 제작자에게 자신의 고유격 제작을 의뢰하기도 한다.


이찬은 책의 파트를 넘겨 제 6장을 읽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목차에서 찢어져 있던 6장의 제목이 드러났다.


제 6장 신들이 주민을 대하는 방법

-신은 주민을 죽을 때까지 부려 먹는다.

아 물론 이곳은 사람이 죽어서야 올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자명한 사실이다.

신들은 자신의 본 힘을 감추기 위해 ‘그릇’을 사용한다.

그릇이란 신들이 자신의 힘을 담기 위한 신체를 일컫는다.

보통의 지신 이상의 신들은 예비 그릇을 두세 개 정도 준비 해놓곤 하지만, 이 또한 예외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다.


어쩐지 책에서 신에 대한 증오가 차있는 것이 은연중에 느껴졌다. 이찬은 방금 읽은 책을 손에 쥔 후, 서재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아까봤던 굉장히 간결한 제목의 책, 『바람』을 읽었다.


『바람』은 제목만큼이나 간결했다.


아까 이찬이 사용했던 바람, 그 격의 주인인 바람의 신 풍백의 일기였다.

대충 나는 어쩌고저쩌고 했고, 또 뭐라뭐라 했다. 같은 분위기의 굉장히 철학적인 일기였다.

너무나 진중한 분위기에 질린 이찬은 다른 책을 집었다.

아까 보았던 이상한 제목의 3류 판타지 소설. 그것 또한 제목 그대로였다. 지구에 살던 평범한 주인공이 갑자기 이세계로와 세계를 구하는 내용.


그러나 이찬은 그 괴상하고 비루한 소설을 계속 읽어나갔다. 이찬은 알 수 없는 괴리감을 느꼈다.

이야기를 읽어 나갔고, 마침내 마지막 장에 도착했다.

반전 따윈 없었다. 그저 주인공이 이세계에서 마왕을 물리치고 지구로 귀환하는 내용.

책을 모두 읽은 이찬은 다른 책들을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어떤 것에는 유용한 정보가 있었고, 어떤 것에는 생활 꿀팁이 담겨있었다.

그렇게 서재에 있던 대부분의 책을 읽은 이찬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걸었다.

하염없이 걸어 나갔지만, 역시나 칠흑 같은 암흑이 도사릴 뿐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언제까지 걸어 나갔을까?

갑자기 이찬의 눈 앞에 무언가 나타났다. 그것을 본 이찬은 소름이 돋지 않을 수 없었다.

이찬에 눈앞에 보인 것은 이찬이 이곳으로 오게 해 주었던 매개체이자, 이찬을 이곳으로 떨어뜨린, 눈이었다.

그러나 아까와 다른 것은, 그 눈은 감겨 있는 상태였다는 것.

이찬은 눈을 응시했다. 마음속으로 목적지를 설정 하기도 해봤다.


우리 집.


그러자 눈이 자신의 눈꺼풀을 서서히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눈은 자신의 앞에 있는 이찬을 금새 찾아냈고, 이찬의 몸이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는 또 한 번 정신을 잃었다.


***


정신을 차렸을 때, 이찬은 자신의 집 바닥에 누워있었다.

허름한 빌라의 꼭대기 층 단칸방. 어김없이 그의 집이었다.

이찬은 휴대폰을 켜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이미 겨우 오전 8시 10분이었다.

그는 자신이 다른 세계에 간 것이 오전 8시경이었다는 것을 알고있었다.


‘시간의 배율이·····달라.’


이찬이 느낀 그곳의 시간은 대략 10시간. 시간의 배율이 말도 안되게 느렸다

이찬은 또 한 번 놀랐다. 이유는 자신의 집에 널브러져 있는 책들 때문이었다.

이찬은 이 책들이 자신이 있던 그 공간의 책이었음을 깨달았다.


이찬은 오늘 하루 일어났던 일을 상기하기 시작했다.


허공에 뜬 눈을 봤고, 죽을 뻔했다.


지금 이찬에게 기억나는 것은 그 둘 뿐, 자세한 이야기는 흥분되는 마음을 가라 앉힌 뒤에 생각해보기로 하며 잠에 들었다.


***


눈 깜짝할 새에 일주일이 지났다.

이찬은 학교에 와 노트에 일주일 전 처음 겪었던 모험을 머릿속에 자세히 상기시켰다.


-하늘에 밝은 태양과 공존하는 공포의 눈이 떠 있었다.


공포의 눈

그것은 이찬이 일주일 간 세계를 왕래하며 느낀 눈에 이름을 붙인 것 이었다.


하늘에 눈이라니.

누군가에게 말하면 바로 정신병원으로 보내질 것을 안 이찬은 그것에 관해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문장은 이어서 서술되었다.


「난 그 눈을 보자마자 정신을 잃었고, 정신을 차렸을 땐 신계였음.

우거진 숲 속에서, 그리스 전통의 로브를 걸친 삼 형제가 나타나 성단끼리의 성전이라며 나를 <태극>의 주민이라고 착각해 죽이려 했으나 갑자기 튀어나온 잘생긴 의문의 사내에게 머리통이 터져 죽었음.

그 사내는 자신을 풍백이라 칭했지만 그는 풍백이 아니라 풍백의 주민.

그리고 성전은 아마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올림포스>가 이기고 있는 듯 혹은 이긴 듯 보였음.

폐허가 된 건물과 어디에도 느껴지지 않는 인기척.」


폐허가 된 건물과 인기척에 대한 것은 이찬이 근 며칠 간 계속 그곳을 다녀와 보았기 때문이다.

주민, 신계, <태극> 등 이찬의 말은 모두 며칠 전 서재의 일 때문이었다.

서재의 책을 모두 읽은 이찬은 며칠 전 갔던 미지의 세상을 한 글자도 빠짐없이 이해하고 있었다.

이찬은 정보를 계속 노트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세계를 분류한다.

제 1세계 관리성.

관리성은 이후 설명될 모든 세계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관 임.


제 2세계 시스템

시스템. 양산형 판타지 소설에서 나올 법한 세계가 시스템이다. 시스템은 새로운 신, 주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세계다. 특히 관리성과 시스템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알아냈다. (나도 일주일 간 시스템의 도움을 받음)


제 3세계 지구

세계의 번호를 어떤 기준에 의해 매기는 것인지 모르겠음.


제 4세계 무림.

얼마 전까지 제 3세계 지구에 속해있던 행성이지만 무림의 상상력이 폭증하는 바람에 지구와 분리된 세계가 됨.


제 5세계 초월신들의 이야기.

많은 정보가 공개되어 있지 않음. 신을 포기한 자들이 가는 곳이라는 정보만 공개되어 있고, 이외의 것들은 일체 공개되어 있지 않음.」


그때 누군가 이찬을 불렀다.


“찬! 뭐하냐?”


북적이는 쉬는 시간의 교실.

이찬은 황급히 노트를 덮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곳엔 이찬의 노트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이 있었다.

이찬의 소꿉친구 정도로 오래 알고 있던 친구이자 이찬이 어려웠을 시절에 도움을 줬던 친구. 임아윤이었다.


“노트정리.”

“넌 무슨 노트정리를 그렇게 열심히 하냐? 전교 1등이라도 하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왜, 너 전교 10등안에 들면서 1등은 못한다고 생각해?”

“몰라.”

“매점이나 가자. 아침 안 먹었을 거 아냐.”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다. 늘 밝고 긍정적인 사람.

정말 완벽한 사람.

이찬은 왠지 모를 씁쓸함을 뒤로 한 채 매점으로 향하는 아윤을 따라갔다.


***


“이럴 거면 그냥 매점을 사는 게 어때?”


이찬의 눈에 보인 매점의 계산대에는 사진으로만 봤던 백두산이 눈앞에 재현 되어 있는 듯싶었다.

과자, 사탕, 초콜릿 등 간식으로 이루어진 산.


“내가 산다고 이러는 거야?”

“뭐래. 비상식량 몰라? 비상식량?”

“그러니까 비상식량을 왜 내 돈으로······”

“다 챙겼으니까 가자!”


이찬은 다시 아윤을 따라가 아윤이 먹고 있는 과자를 빼앗아 먹었다.


“뭐하냐? 왜 내 꺼 뺏어 먹어?”

“내 돈이야. 뺏어 먹긴 뭘”

“쳇”


아윤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


학교를 마친 이찬은 어느 으슥한 골목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저번에 갔던 신계를 다시 가보기 위해서.

서재에서 찾아봐도 ‘하늘에 떠 있는 눈’에 대한 정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으니 몇 번이고 가서 찾아보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누가 보면 안 되니까.’


으슥한 골목으로 들어온 것은 그 때문이었다.

심호흡을 한 이찬은 하늘의 눈을 망설임 없이 바라봤고 이내 이찬의 몸이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며칠 간 세계를 왕래하다 보니 의식을 유지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때 누군가 이찬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헉헉대며 숨을 고르고 있는 아윤이었다.

아윤이 이찬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아윤의 몸 또한 황금빛 아우라로 뒤덮였다.


“너·····! 어떻게?”


이찬은 아윤의 대답을 듣지 못한 채 어딘가로 이동되었고, 그곳 또한 전쟁 통이었다.

이찬이 순간이동 된 곳은 <태극>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하늘 위에 떠다니는 커다란 드래곤과 초롱초롱한 눈빛의 여학생 한 명.


“여긴 뭐야? 뭐 촬영하나? 근데 촬영하는데 용이 막 날아다니나?”

“너 왜 나 따라왔어?”

“아니, 매일 나랑 하교하던 애가 며칠 전부터 자꾸 집이랑 정반대로 가고, 학교든 집이든 겁나 우울해 보이니까 수상해서 따라왔지.”


이찬이 입을 열어 반박하려던 순간, 어디선가 폭발이 일며 폭발한 잔해가 날아왔다.

이찬은 뛰어난 반응으로 바람을 발동해 아윤을 안고 잔해를 피했다.


“잘들어. 지금은 영화 촬영도, 상황극도 아니고!”


이찬은 하늘에서 날아오는 창을 피해내며 말을 이었다.


“현실이야. 네가 어떻게 따라온지는 모르겠지만 날 따라온 순간부터 위험은 시작된 거야.”


말을 맺은 이찬은 가까운 건물로 몸을 숨겼다.


“얘기를 들어보자. 너 어떻게 날 따라왔어?”

“그냥......네 어깨에 손 올리니까 그렇게 됐는데?”


‘히힛’ 하며 말을 잇는 아윤의 모습이 그렇게나 꼴보기 싫을 줄은 몰랐다.


“아무튼 이제 우리는 여기가 어딘지 알아낼 거야.”


아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이찬과 아윤의 눈이 마주치자 아윤의 머리 위에 짙은 어둠이 나타났다. 어둠은 무언가 형상을 만들었고, 그것은 숫자처럼 보였다.


‘68’


이찬은 숫자와 눈앞의 상태창을 보고 잠시 당황했으나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 먼저라 생각해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잠잠해진 거 같으니까 나가보자.”


그때, 의문의 검은 손이 순식간에 아윤을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반응 할 수 없는 속도.


“야! 찬ㅇ......”


이찬은 놀라 몸이 굳었다.

아윤이 있던 자리에는 인간처럼 형체화 된 어둠이 있었다.

어둠은 불길한 목소리로 말했다.


드디어......마에도 꽃이 피는구나.


이어 어둠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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