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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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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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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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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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본성 (2)

DUMMY

땅바닥에 흙먼지가 일었다. 검을 든 야철신이 헤파이스토스에게 달려든다. 어째선지 야철신은 자신의 격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에 헤파이스토스가 물었다.


[네 고유격은 어디 가고 이딴 쓰레기 같은 격을 쓰는 거야!]


그러나 야철신은 말없이 미소 지을 뿐이었다.

격과 격이 충돌했다.

그 난투 속에 이찬이 움직였다. 하지만 이를 풍백이 막았다.


“왜 절 막으십니까?”


[야철신이 내게 부탁했다.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게 해달라고, 부디 나의 싸움에 끼어들지 말라고.]


“그걸 지금 말이라고······!”


이찬과 풍백이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전투는 지속되었다.


캉!! 콰강!


병장기가 맞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폭풍 속에서 헤파이스토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유격 쓰라고!]


이찬 또한 같은 의문이 들었다. 왜 야철신이 자신의 고유격을 발동하지 않는가.

원래라면 야철신의 고유격인 「병기고」를 통해 여러 무기를 사용해가며 전투하는 야철신이, 지금은 낡아빠진 검 하나만을 가지고 싸우고 있는 것 이었다.


그때, 야철신이 답했다.


“내 격은 더 이상 나의 격이 아니올시다.”


[뭐?]


일순간 검의 폭풍이 멈췄다.

그의 목소리는 신언이 아니었다.


신언.

신들이 스스로를 위대한 존재라 칭하며 만들어낸 소리.

신을 숭배하지 않는 인간은 그 목소리에 담긴 격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나 야철신의 목소리는 신언이 아니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넌 지금 야철신이 아니라고?]


신의 이름과 지위는 모두 상상력과 격에서 비롯된다. 신이 어떤 격을 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이름과 지위는 달라진다.


이찬이 시스템을 통해 본 야철신의 이름은 더 이상 야철신이 아니었다.


[야철신의 이름과 지위가 변경 되었습니다. 야철신의 새로운 이름은 ‘검귀’입니다.]


“검귀.”


[검귀가 현재 고유격, 제 1식 「유척당지지」(有倜儻之志)를 발현 중 입니다.]


[어째서!!!! 너의 고유격을 빼앗고 내가 유일한 대장장이의 신이 되어야 하는데!!!!]


분노한 헤파이스토스가 달려들었다.


그러나 야철신, 아니 검귀는 묵묵히 검을 치켜세웠다.


“마지막을 야철신으로 마무리하지 못 하는 것은 아쉽구만.”


야철신은 헤파이스토스가 자신에게 달려오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아했다.

마침내 헤파이스토스가 자신의 눈앞에 다가왔을 때, 마치 시간이 느리게 간 것 같았다.


여기 있는 그 누구도 검귀가 검을 휘두르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찬이 본 것은 그저 빈사 직전의 헤파이스토스와 쓰러진 야철신 뿐.


헤파이스토스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나왔다.


[씨발, 내 계획은 이게 아니었는데.]


헤파이스토스는 금새 컨디션을 회복한 이찬에게 지레 겁먹은 듯 부리나케 자리를 떠났다.

헤파이스토스가 떠나자마자 이찬은 야철신에게 달려갔다.


야철신을 안아 올린 이찬은 물었다.


“왜·······이곳에서 소멸을 택하셨습니까.”


거친 기침을 내뱉은 야철신은 말했다.


“나의 격은 모두 마철에게 넘겼다. 이제 마철이 새로운 야철신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겠지. 새로운 격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마철이 해낼 것이라 굳게 믿는다. 그리고 여기 내 마지막 격이다. 소멸시키는 것 보단 네게 주는 게 낫겠지.”

“말씀하지 마십시오! 의사를 불러야·····”

“이미 늦었네.”


야철신이 서서히 소멸하고 있었다. 그는 이찬의 손을 잡고 이찬에게 격을 건네주며 말했다.


“약속, 꼭 지키게.”


그 말을 끝으로 야철신은 소멸했다.


그곳에 남은 것은 야철신이 사용하던 격과 시스템의 메시지 문장.


[<올림포스> 12주신 중 일곱 신이 성전을 포기합니다.]

[성단 <태극>이 수비에 성공했습니다.]


이찬은 바로 야철신의 공방으로 뛰어갔다.


*


이찬은 화로에서 무릎 꿇고 있는 마철을 보았다. 마철은 이찬을 보자마자 말했다.


“제가 야철신의 자격이 있을까요?”


이찬은 그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왜 야철신께서 제게 이런 막중한 임무를 주셨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저를 신뢰하셨다는 것 이겠죠. 따라 오십시오. 야철신께서 남기신 선물이 있습니다.”


새 야철신이 된 마철을 따라가자 크고 웅장한 문이 등장했다. 훌쩍이는 마철이 말했다.

“이곳입니다. 원래 야철의 격을 가진 신 만이 출입 할 수 있지만, 전 이제 야철신이 되었으니····”


마철이 문을 밀자 절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문이 밀려났다.

이찬은 믿을 수 없는 장관을 목도했다. 마치 세상의 모든 무기들을 한 곳에 모아 놓은 것 같은 무기고가 있었다.

검부터 창, 방패, 도끼, 심지어는 총까지.


“원하시는 무기로 하나 골라 가시죠.”


이찬은 무기 창고를 둘러보던 이찬은 한 무기 앞에 멈춰 섰다.


예리하고 날카로운 검.


“이건······”

“아 그건 야철신께서 만드신 검입니다. 유일하게 마스터피스 최종 후보까지 올라섰던 무기 지요.”


격에도 마스터피스가 존재하듯, 무기에도 마스터피스의 칭호가 붙을 수 있다.

그 누가 사용해도 보편적으로 강한 힘을 낼 수 있거나, 창의적인 싸움 방식을 선보이거나 하는 방법으로 마스터피스에 오를 수 있다. 말이 쉽지 지금까지 마스터피스에 오른 무기가 전 행성을 봐도 많지 않기에 마스터피스의 후보에 오른 것 만으로도 굉장한 업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찬은 무심코 검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검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빛은 이내 잦아들었다.


“아무래도 검이 이찬님을 택한 것 같군요.”

“그런데 검 가운데 이건······?”

“아 그건 아직 완성되지 못했습니다. 그곳에는 위대한 영물의 파편이 있어야 완성되거든요.”


이찬은 아쉽다고 생각하며 습관적으로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절그럭.


이찬이 주머니에 손을 넣자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어 이찬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자 얼마 전 이찬에게 충격을 주었던 백룡의 비늘이 있었다.


“이····이건!”


잔뜩 놀란 마철은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거라면 완성할 수 있을지도····.”


마철은 잠시 뜸들이다 이찬에게 부탁했다.



“혹시 이 비늘을 검에 박아 넣도록 허락 해 주시겠습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백룡의 비늘이라면 검을 완성 시킬 수 있을 듯 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완벽한 도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물론이죠.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제가 더 감사하죠. 야철신께서 제게 막중한 임무를 건네 주셨으니 야철신님의 의지를 잇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마철은 무기고 밖으로 나갔다. 이찬은 남아 창고를 더 둘러보았다. 검, 도, 방패, 총 등등 많은 무기가 이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때 이찬의 옆에서 신언이 들려왔다.


[난 이게 마음에 쏙 드는구나.]


“우왁! 언제 나오셨어요?”


[방금 나왔다. 여기는 야철신의 무기고인가 보구나?]


“알고 계셨어요?”


[나야 여기 여러 번 와 봤지. 여기 있던 검, 어디 갔느냐?]


“제 무기로 골랐습니다.”


[허. 또 일 하나 냈구만.]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은 마철이 뒤에서 들어왔다.


“간단할 줄 알았는데 꽤나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조금 더 기다려 주십시오.”

“물론입니다. 며칠이고 기다리겠습니다.”

“무료하시다면 잠시 광장에 나가 보시지요. 재미있는 광경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 도가 완성될 때까지 연습 겸 검을 하나 들고 가시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이찬은 유심히 하나의 검을 지켜보다 선택했다.


“그렇다면 이걸로 하죠.”


***


이찬은 광장으로 나섰다.

그러자 무수히 많은 인파가 이찬에게 몰려들었다.


“<태극>의 영웅!”


[사인 해주세요!]


신이고 주민이고 가릴 것 없이 이찬을 깔아뭉갰다.

당황한 이찬이 인파에서 빠져나와 부리나케 도망치자 수많은 신과 주민들이 이찬을 따라 뛰어오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며 도망치던 이찬은 어딘가에 부딪혀 넘어졌다.


“아악!”


넘어진 이찬이 고개를 들자 키가 훤칠하고 잘생긴 남자가 이찬에게 손을 건네며 말했다.


“네가 그 놈이냐?”

“예?”


예상과 다른 말투에 이찬이 놀랐다.


‘’괜찮아요?’ 같은 말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맞지? 헤파이스토스 잡았다는 녀석.”

“아니 뭔가 심하게 와전된 게 있는 거 같은데요····?”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태극본성에 침략한 헤파이스토스를 본 주민들은 부리나케 행성을 탈출할 준비를 하는 중 이었다.


그때, 이찬이 헤파이스토스 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이후 헤파이스토스의 검에 「시스템 드론」이 파괴되며 중계가 끊겼고, 다시 중계가 시작되었을 때에는 헤파이스토스는 자리를 떠나갔고 이찬이 그 자리를 지켰기 때문에 신들이 이찬이 헤파이스토스를 막아낸 걸로 알고 있는 것이다.


행성의 영웅


침략당한 하늘의 구원자.


셀 수 없이 많은 수식들이 하루 만에 이찬의 꼬리표가 되었다.


수상한 남자가 말했다.


“너 나랑 한 판 싸우자.”


이찬은 당황했다.

마치 <태극>에 처음 왔던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찬은 그때와는 다르다.

어느새 이찬과 남자의 주변을 가득 메운 관객들 앞에서 이찬은 당당히 말했다.


“정 원하시면, 한 판 정도는 해드리죠.”

“하 듣던 대로 패기 가득한 놈이구만.”

“패기가 가득하진 않습니다.”


이찬이 일어나 남자와 서서히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벌써 시작인가?”


남자의 물음에 이찬이 답했다.


“승부에 비겁한 건 없지 않습니까. 이기면 장땡이지.”


이찬이 말을 마친 후 허리춤에서 검을 빼 들자 남자도 말없이 등에서 창을 뽑아 냈다.


길이가 무지막지한 청룡극.


***


우사는 발작에 준하는 몸부림을 치며 일어났다. 옆에는 묵묵히 무기를 제련하는 마철이 보였다.


“그 마철~나 왜 여기 있어?”

“아 일어나셨습니까?”


우사는 마철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단번에 눈치 챘다.


“뭐야? 너한테서 왜·······?”

“하나하나 전부 세세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마철은 우사가 기절한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상황을 정확하게 알려주었다.


“그럼 저 검은 이찬을 위해 만드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 이찬님이 주신 백룡의 비늘로 전대 야철신님의 마지막 무기를 완성시키려 합니다.”

“힘든 일 하네. 나는 이찬이찬 찾으러 가볼 테니까 힘내고.”

“감사합니다. 이찬님께서는 지금 광장 부근에 계실 겁니다.”

“어~ 고마워~.”


광장을 돌아다니던 우사는 이찬이 있는 곳을 단번에 알아챘다. 아니, 모르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광장 한 가운데에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수많은 인파를 파고 들어간 우사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이찬이 창을 든 상대를 검술로 압도했다.

상대인 남자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듯 보였다. 우사는 감탄하며 동시에 이질감을 느꼈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검술.

우사가 고민하던 찰나, 이찬이 상대에게 결정타를 가하며 상대에게서 승리를 쟁취했다.


***


이찬은 냅다 싸움을 받긴 했으나 생각에 잠겨있었다.

왜 나와 싸우길 원하는 거지? 나와 싸워 이겨서 얻는 게 뭐지?


그러나 이찬의 고뇌는 끝을 맺지 못했다.


“올 생각이 없다면, 내가 가겠다.”


먼저 창을 빼든 남자가 이찬을 향해 찌르기를 가했다.

이찬은 가까스로 피하며 아까 야철신에게서 받았던 고유격을 발현했다.


“고유격 발현. 「유척당지지」.”


이찬이 고유격을 발현하자 검에서 붉은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찬이 검을 휘두르자 검이 붉은 빛이 붉은 궤적을 그리며 춤을 췄다.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그의 검술을 지적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여기에서 이찬보다 이 검술을 잘 이해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검격.

그 검격이 그 남자의 창을 튕겨냈고 조금 뒤 그의 손에는 창이 들려 있지 않았다.

남자는 몰려오는 안타까움을 삼키며 말했다.


“내가 졌다.”


그렇게 이찬의 첫 검무 데뷔전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


우사와 이찬은 다시 재회했다. 우사는 만나자마자 이찬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 검식을 쓸 수 있는 거야?”

“네? 야철신님께서 제게 마지막으로 주고 떠나셨어요. 이 격이 특별한 건가요?”


우사가 그 격에 대해 설명하려던 찰나, 누군가 이찬과 우사의 앞을 가로 막으며 말했다.


[혹시 이찬 님이십니까?]


“네, 제가 이찬입니다만 누구시죠?”


[따라오시죠, 상제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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