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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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7.3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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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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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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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전야제 (1)

DUMMY

一.





원래도 그랬지만, 무림맹의 한중은 사람들로 붐볐다. 전례 없는 최고의 호황기를 맞이하며 중원 각지에서 모인 여러 상인들과 무인들이 시장에 돈을 풀고 있었다.


“이 동네에서 여기가 제일 쌉니다!”


“술 한 병 사면 한 병이 공짜?!”


“팽가주님도 왔다 갔던 기루가 바로 여깁니다!”


“대인들! 특급으로 모시겠습니다!”


저마다 다들 예쁜 꼬까옷을 차려입고 거리를 돌아다닌다. 젊은 여인들은 잘생긴 사내들을 꼬셔보고자 평소에 잘 하지도 않던 분칠을 하고 나왔고. 못난 사내들은 어떻게든 여인들과 엮여보겠다고 평소에 꺼내 입지도 않는 고운 백의 장삼을 입고 돌아다닌다.


그러나 백의 장삼을 입어도 못난 사내들은 못난 사내들. 옆자리에 앉은 여인들에게 다가가 술 한잔 같이하자고 치근덕거리지만 대차게 까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지 말고 한 잔만······.”


“아! 싫다고요!”


잔뜩 쭈글해진 사내가 자리로 돌아가 친구에게 말했다.


“더럽게 비싸게 구네.”


“하하.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겠냐. 나 같아도 너랑은 별로 마시기 싫다.”


“그럼 꺼지던가.”


“그럴 순 없지. 이번에는 내가 가보마.”


어딜 가나 이런 광경을 쉬이 볼 수 있었다. 특히 젊은 남녀들의 성지는 서문이었다. 천막으로 거대한 거리의 천장을 통째로 막아버려 낮이든 밤이든 어두운 거리를 밝히는 주홍빛 호롱불.


그 덕에 서문의 거리는 무척 아름다웠다. 어두운 거리, 주홍빛 호롱불 아래에서 남녀가 섞여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서로 눈이 맞을 확률이 무척 올라가기 마련.


그것을 꿈꾸고 찾는 사내들과 여인들에 서문 거리가 무림맹의 전 지역을 통틀어서 가장 인파가 몰린 곳이 되었다.


“염병.”


그리고 그 거리를 한 사내가 걷고 있었다. 독보적인 외모, 살면서 햇빛 한 번 닿지 않은 듯, 하얀 얼굴이 인상적인 사내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한 번씩 쳐다보는 무척이나 빼어난 용모. 수초에 한 번씩 여인들이 말을 걸 때면 사내는 이렇게 답했다.


“꺼져.”


원래부터 이리 불친절하게 대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 통에 사내의 심기가 잔뜩 불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가뜩이나 어린 사부의 심부름을 가고 있는 길이라 짜증이 머리끝까지 난 상태였는데, 사람들마저 귀찮게 하니 당장에라도 인파 한복판에서 빙공을 터트리고 싶은 천랑이었다.


“계십니까.”


그가 찾은 곳은 서문의 은밀한 국밥집. 문 밖에서부터 구수한 냄새가 진동했다. 이 정도 냄새면 맛집이 아닐 수가 없는데, 인기척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조심히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몇몇 사내들의 뒷 모습만 보였다.


‘오······.’


진득하게 풍겨오는 남자의 향기, 돼지 머리를 푹 고아 그 맛이 일품일 것 같은 냄새에 천랑의 입에 침이 고이길 잠시.


뒷모습만 보아도 상남자처럼 보이는 형님들의 기백에 짓눌리는 천랑이었다. 그들에게 태연하게 국밥을 내오는 가게 주인의 얼굴은 천랑도 잘 아는 얼굴이었다.


“······어르신이 왜 여기 계십니까?”


“으음?”


검성, 진산월이 천랑을 잠시 바라보다가 방긋 웃었다.


“이거. 반가운 얼굴이 왔구먼. 자네가 한중에 왔단 것은, 그 예의 없는 제자 녀석이 돌아왔다는 거겠지?”


“바깥 소식도 안 들으십니까? 이미 한중 전역에 소문이 쫙 퍼졌는데. 조휘······ 아니, 구량이라고 불리는 흑도 후계자의 미담이 말입니다.”


“미담······?”


“예. 전야제를 준비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고아들이나 가난한 거지들을 불러 모아다 밥을 먹이고 있다는데. 대체 무슨 생각인지 원······.”


이리 말을 했지만, 짐작이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사천성에서 조휘가 말했던 이야기. 후개, 홍무기의 꿈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행동이겠지.


어린 사부놈은 아닌 척하지만, 주변인을 무척이나 잘 챙겼다. 지금도 심심해서 거지들을 챙기고 있다지만, 아마도 그의 친우인 홍무기를 생각하며 거지들을 챙기고 있는 것일 터.


“아무튼, 심부름으로 왔습니다. 국밥 네 그릇······ 아니 다섯 그릇 주십시오.”


“국밥이면 충분한가? 더 사오라는 것은 없었고?”


“예. 뭐 있습니까?”


“만두도 있고 술도 있지. 술은 여아홍이랑 공부가주, 아. 얼마전에 사천성에서 들여온 죽엽청도 있네.”


“······그런 건 누가 가져다줍니까?”


“무공 익혀서 뭐에 쓰겠다고. 당연히 내가 직접 뛰었지. 어차피 한중 사천 왕복이 내 걸음으로 하루도 안 걸리네. 여아홍이나 공부가주는 무한에서 가져오는데, 그래봤자 사흘?”


“오······.”


대체 이 사람의 거리 감각은 어떻게 되어버린 것인가. 무공이 고강해지면 당연히 경공도 대단해지기 마련이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중에서 무한까지면 한 성의 끝에서 다른 성의 끝으로 가는 거리다.


역참을 빌려 말을 타고 하루 종일 달려가도 족히 열흘은 걸리는 거리일 진데, 편도도 아니고 왕복으로 사흘을 찍는다.


“그건 그렇고 자네, 나랑 사업 하나 하지 않겠나?”


“예?”


“자네의 빙공이면, 중원 각지에서 나는 특산품들을 조금의 손상도 없이 배송할 수 있네. 그에 따라 막대한 상행비는 물론이요,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부가세를 먹일 수도 있으니 만일 자네의 경공이 나의 반절 정도만 따라오면 우리는 중원 제일 부를 이룩할 수 있을 걸세.”


“돈 필요하십니까?”


“무림맹주직이 워낙 박봉이라서 말이지. 오래오래 살려면 영약도 몇 개 주워 먹어야 하는데, 그럴 돈이 없어.”


말은 저렇게 하지만, 천랑은 장난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자, 음식 나왔네. 그릇은 가져다주게.”


“······예에.”


“다음에 또 찾아주게. 그리고 생각 있으면 연통을 넣어주게. 내 진지하게 힘을 좀 써볼 터이니.”


‘장난······ 맞겠지?’


포장된 음식이 든 보따리를 조심히 든 천랑이 걸음을 옮겼다.






二.





“크으. 어우 좋다.”


조휘가 걸쭉한 소리를 내었다. 건더기를 다 건져 먹고 밥을 국물에 말아서 그대로 먹는 조휘를 보며 절반쯤 먹은 천랑이 혀를 내둘렀다.


“이야······ 배에 거지가 들었나. 뒤지게 잘 처드시는 구려.”


“맛이 좋으니까 술술 들어가네. 술술······. 술이나 한 잔 따라봐라.”


조휘가 천랑을 향해 잔을 흔들자, 천랑의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다.


쪼르르륵······.


천랑의 야속한 심정도 모르고 술잔에 따라지는 소리가 빌어먹게도 청아하다.


“크으. 좋다.”


“혼자만 드시나? 나도 한 잔 따라줘야지.”


“오냐.”


쪼르르륵.


두 사람 모두 잔을 채운 뒤 눈을 마주치고는 한 번에 들이켰다.


“크으.”


“얼려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은데······.”


“누가 빙공 수련자가 아니랄까봐. 네놈 위장은 강철이라도 되냐? 그렇게 차가운 것만 먹으면 탈난다.”


“넌 먹지 말던가.”


텁.


천랑이 뭐하냐는 식으로 조휘를 바라보자 조휘가 고개를 저었다.


“한 잔 줘봐.”


조휘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천랑도 진지하게 답했다.


“주세요. 해봐.”


“주세요.”


“풉!”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관구위지가 참던 웃음을 터트렸다.


“후루룹.”


“냠냠.”


청하는 접시에 코를 박고 들어가다시피 먹고 있었고, 남궁진천은 굉장히 조신하게 국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나저나 오늘부터 전야제라고 하던데. 전야제가 무엇인지 들은 사람이 있나?”


“아무나 붙잡고 비무를 신청하면 그 요청을 들어줘야 한다던데. 전야제에서 다섯 번 승리하지 못하면 예선 참가 자격도 주어지지 않는단다.”


“오······.”


“바깥에 나가면 바로 들려오는 소식인데, 왜 몰라?”


“밖에 나가면 피곤하다. 그래서 너한테 심부름을 시킨 것이 아니야. 하나를 시키면 열을 해내야지. 음식을 사오면서 정보 수집을 재깍재깍 했어야지.”


“······시벌놈이.”


때마침 바깥에서 쩌렁쩌렁한 소리가 들려왔다. 현재 무림맹 내에서 표주천을 제외하면 가장 뛰어난 음공의 고수. 조휘의 입맹 시험을 맡았던 혁운진이었다.


“지금부터 전야제의 시작을 알리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이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이전 삶과 현 삶을 통틀어 이런 경험은 조휘에게도 처음 있던 일.


바깥 상황이 궁금해진 조휘는 방의 창문을 열었다. 근처의 기루 중에서도 가장 높은 기루였기에 조휘의 시야를 방해하는 건물은 없었다.


미쳐 날뛰는 사람들 사이로 벌써부터 비무가 시작되고 있었다.


“검을 부딪쳐서 떨어뜨리는 사람이 지는 걸로 하지.”


“좋다. 규칙은 네가 정했으니 선공은 내가 하겠다.”


“알겠다. 드디어 삼 년 전의 치욕을 갚아줄 수 있겠군.”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던 조휘가 중얼거렸다.


“왼쪽이 이기겠네.”


그 말대로 검을 부딪친 순간 선공을 한 사내의 검이 그대로 부러져버렸다.


“안돼애애애애애애애애애액!”


“흐흐흐.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어선 안 되지. 얼마전에 일류의 경지에 접어 들었다고! 으하하하하하!”


두 사내에게서 삼십 걸음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두 여인이 치고받고 있었다. 자세히 들어보니 한 사내를 두고서 싸움을 벌이는 것 같은데······.


“······광화신검······ 고백······.”


“그는······ 네년······ 내거······.”


순간 등허리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난 아무것도 못 들었다.’


아직은 닥치지 않은 전운에 사람들이 무척 평화로웠다. 이런 평화가 오래가면 좋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지.


그러나 아직 모르는 이들에게 굳이 불안을 심어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불안은 몇몇 사람들만 품고 가면 될 터.


조휘는 이런 평화가 지키고 싶었다. 그가 지키고 싶었던 평화를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있는데 무엇이 더 필요할까.


비록 얼마가지 않을 평화라는 것을 알아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한없이 행복하길.


근심 걱정 없이 지금 이 축제를 그저 즐겨주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과아아아앙화아아아아시이이이인거어어어엄!”


이번에는 노골적으로 그를 부르는 소리였다. 건물의 아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조휘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허리춤에 박도를 찬 사내는 덥수룩한 수염이 인상적이었다. 외공을 주로 익힌 것인지, 한눈에 보아도 거대한 체격은 위압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했다.


“내려와서 나 일홀도(一笏刀)의 도를 받아라!”


그가 쩌렁쩌렁하게 외치자 사람들의 시선이 이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몰리는 이유는 사실 일홀도라는 사내에게 있다기 보다는 그가 외친 광화신검이라는 별호에 있겠지.


백도의 촉망 받던 후기지수에서 흑도의 후계자로 단박에 전향해버린 희대의 기린아를 모르는 사람은 적어도 이 한중 땅에는 없었다.


조휘는 그를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뒤편에 앉아 있던 네 사람이 재밌겠다는 표정을 짓기도 잠시. 이어진 조휘의 말에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흠. 다섯 번의 승리라······. 비무 지목의 권한은 내게도 있는 거겠지.”


씨익.

조휘가 웃는다. 그것을 본 청하가 재빨리 일어나 조휘를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보다 수 배는 빠른 속도로 창문으로 뛰어 내린다.


천근추의 수법을 이용해서 허공에서 수직으로 내려간다. 엄청난 속도로 쏘아지니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조휘를 반긴다.


그의 흑의 장삼이 바람결이 나부끼며 기다란 그림자가 되었다. 잠시 뒤, 그 뒤를 따르는 청하와 남궁진천, 관구위지와 천랑이 있었다.


별안간 하늘에서 다섯 명의 사람이 떨어져 내리니 사람들이 놀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그러나 그곳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진 것은 사람들이 뛰어내린 창문에서 두 자루의 검이 유유히 날아오는 광경을 목격한 뒤였다.


“이, 이, 이, 이기어검!”


그 말을 신호로 사람들이 검을 쳐다본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은 백색의 검이 태양빛을 반사해 빛을 흩뿌렸다.


흑색의 검은 고요하게 백색의 검과 속도를 맞췄다. 두 자루의 검이 순식간에 가속하며 도달하는 곳은 때마침 땅에 착지한 조휘의 곁.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내려간 것과는 별개로 땅에 도착하기 직전 속도를 하염없이 줄여버리는 신기를 보며 자신을 일홀도라고 지칭한 사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화룡점정은 조휘의 어깨 옆으로 내려 앉은 두 자루의 이기어검.


일홀도의 낯빛이 거무죽죽하게 죽어버린 그 순간, 조휘의 입이 열렸다.


“누가 일홀도지?”


꺼르르르르륵.


일홀도가 거품을 빼물고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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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무(武)란 무엇인가 (1) 23.12.25 686 14 17쪽
131 전야제 (3) 23.12.23 695 13 13쪽
130 전야제 (2) +1 23.12.22 648 15 15쪽
» 전야제 (1) 23.12.21 661 13 13쪽
128 후기지수 (3) 23.12.20 670 13 13쪽
127 후기지수 (2) 23.12.19 660 1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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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금의환향 (1) 23.12.16 678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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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검마 (4) 23.12.14 654 1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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