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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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7.3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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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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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5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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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구량 공자 (5)

DUMMY

一.





옛 하오문의 본단.

하오문주의 최측근으로서 문주를 곁에서 모시던 금노야는 황망한 눈으로 두 사내를 바라봤다.


하나는 백겸으로 묵린삼검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예전에 단신으로 하오문에 쳐들어와 건물의 반을 날려버린 괴물이었다.


[모르는 척 하시오.]


금노야는 귓가로 날라온 전음을 듣고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궁금하다가도, 호기심을 지웠다.


‘모가지가 날라가면 무슨 소용이니.’



백겸이 껄껄 웃었다.


“금노야. 여기 이놈은 구량이란 놈으로, 사부께서 새로이 받은 제자라오. 사제, 여기는 금노야로 하오문주의 지근거리에서 그녀를 모시던 아주 훌륭한 분이네.”


“구량입니다.”


“······이름은 잊었습니다. 그냥 금노야라고 불러주십시오.”


“예에.”


통성명을 시킨 백겸이 금노야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문주는 어디로 갔는가? 오랜만에 강호 유람을 나갔다가 그녀의 얼굴이 보고 싶어져 찾아왔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졌구먼.”


“문주님은 일이 있으셔서 사천성으로 가셨습니다.”


“허어······ 사천성이라. 멀리도 가셨군.”


백겸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이번 강호 유람에 느꼈던 것을 전해주고자 했는데 말이야. 세상을 돌아다녀 보니까 그녀만큼 아리따운 여인이 없단 것을 새삼 느꼈지. 그래서 더욱더 갖고 싶어지더군.”


“······.”


문주의 최측근에게 할 말은 아니었지만, 금노야는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상한 놈이네.’


이상한 놈이지 싫은 놈은 아니었다. 문주를 향한 마음이 이상한 추파가 아니라 진심인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제,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힘들어 보이는군. 그러니까 이 하오문의 주인······ 문주는 무척 아리따운 여인이네. 나보단 다섯 살이 많은 누님이기도 하지. 묵린삼검이라는 이름으로 꼬셔보려다가 싸대기를 맞은 뒤로 그녀에게 푹 빠졌네.”


아주 간단하고도 확실한 설명이었다.


“그래서 이름을 내려놓고 백겸이라는 사내로서 화련이란 여인을 두드려보고 있네. 무공을 갈고 닦는 것만큼이나 그녀를 향한 마음을 갈고 닦고 있지. 하하하하하.”


과연, 백겸은 호탕한 사내였다. 세상 모든 아리따운 여인에게 추파를 던질 것 같이 생긴 주제에 마음에 품은 것은 순정이었다.


“응원합니다.”


“예에.”


백겸이 머리를 긁적였다. 나만 재밌어? 라고 덧붙이고 반응이 없자 머쓱하게 헛기침했다.


“커험! 아무튼, 가기 전에 맡겼던 의뢰는 잘 해결됐는가?”


언제 그랬냐는 듯, 백겸이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운다. 감정 조절이 무척 탁월한 듯했다.



한편, 금노야는 백겸 옆 구량의 눈치를 살폈다. 백겸 역시 그런 기색을 재빨리 살폈다.


“괜찮네. 사부께서 새로이 받은 제자이니 본맹의 대소사를 알아도 문제될 것은 없겠지. 무공의 성취를 보아 머지않아 나를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 같으니, 나는 되려 사제에게 부탁하고 싶네. 이 일을 같이 해결해보자고.”


백겸보다도 되려 금노야가 더 부담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백겸의 뜨거운 시선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일축한 조휘가 태연하게 차를 마셨다.


“······그렇다면야.”


금노야가 뒤를 향해 손가락을 통기자 가면을 쓴 수하가 조용히 나타났다. 그들이 마주 앉은 탁상 위로 문서를 올린 뒤, 그대로 자취를 감췄다.


“강서성을 중심으로 그 변두리에 심상치 않은 무리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호남, 광서, 광동, 복건, 절강······ 다섯 개의 성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으나, 이상하게 가장 강한 전력이 숨어 있어야할 절강성에서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


순간 조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오마.’


“그러니까 금노야의 말은.”


백겸이 인상을 쓰고 중원 지도를 살폈다.


“강 건너는 백도가 꽉 쥐고 있으니, 천성맹을 둘러싼 다섯 성에서 전방위로 천라지망을 펼치고자 하는 무리가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들의 정체는 파악이 되었고?”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그들이 마교와 비슷한 무언가라는 것을 대강 확인했습니다. 개방과 함께 작업을 했으니 십 할에 가깝겠지요.”


천성맹과 무림맹이 같이 힘을 합치고 있단 것은 묵린십검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사실. 그렇기에 개방과 하오문이 협력하고 있단 사실이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으음······.”


자신의 생각보다도 일이 더 큰 것을 확인한 백겸의 눈동자가 침착하게 가라앉았다. 단순한 치기로 머리를 들이밀기엔 판이 너무 크단 것을 알아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냥 물러나는 것은 흑제의 칼로 불리는 묵린십검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 그 자리에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백겸이 머리를 열심히 굴리는 와중, 조휘는 대충 견적 계산을 끝냈다.


“호남······.”


밀실을 나지막히 울리는 중후한 목소리에 두 사람이 조휘를 바라본다. 백겸이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호남이라?”


“사······ 형과 금노야의 말을 듣고 대강이나마 유추해본 것입니다. 그냥 흘려들으십시오. 본맹을 노리는 모종의 무리가 있고, 맹의 본단이 위치한 천성맹을 둘러싸고 있는 형국에, 가장 효율적인 공격 길을 짚어봤습니다.”


“······.”


“아무리 생각해도 육로는 아닙니다. 천성맹의 군세는 육지에서 가장 강력한 위용을 뽐내지요. 기마단이나, 창병대······. 방패병까지. 기존의 군사 체제에서 상당히 벗어났고, 끝없이 발전시킨 천성맹의 기마단과 창병대를 상대로 육지전에선 승패를 장담할 수 있는 군세는 없을 것입니다.”


딱. 딱.


조휘의 검지가 의자 손잡이를 두들겼다.


“전쟁에서 삼할의 병사를 잃으면 보통 패배로 간주합니다. 천성맹을 상대로 가장 확실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라도 육로로 치고 들어오는 미친 짓을 할 이들은 없을 겁니다.”


아무리 마교라도 그건 불가능했다. 이들의 저력이 대단한 것은 사실이나, 천성맹이라는 이름 아래에 똘똘 뭉친 제대로 된 전력을 상대로 고작 하나의 종(宗)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흑제의 존재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기본적으로 강호의 무성십존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인 팔대 종파의 종주들이다. 그들을 전면에 내새우는 순간 어지간한 중소문파들은 쓸려나가겠지만, 흑제라는 거인을 수장으로 두고 있는 천성맹은 말이 달랐다.


“광동과 광서도 아닐 겁니다.”


금노야가 광서성의 끝자락을 가리켰다.


“이곳은 운남과 맞닿아 있고 운남에는 점창이 있지요. 또한 애뇌산은 사천당가의 독지입니다. 벌써 백도의 두 세력이 영향력을 미치는 곳. 거기에다 본래 그곳에 자리하고 있던 흑도 세력이 최근 급부상하는 신진 세력에 편승하고 있습니다.”


“전왕.”


“그렇습니다. 이런 상황인지라, 광동과 광서에서 무언가 모략을 꾸미기는 어렵습니다.”


“확실히······ 그 양반이면, 음험하게 맹의 뒷구멍을 노리는 짓은 안 할 것 같군.”


그래도 남는 의문이 있다.


“호남성인 이유가 있나?”


“혹, 사형께서는 절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시는 겁니까?”


“으음?”


“그곳에서 마교의 잔당이 나타났습니다. 오마라는 극마지경의 마인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천악종의 마인들을 본맹과 무림맹이 힘을 합쳐 쓸어버렸습니다.”


“사제도 본맹을 노리는 놈들이 마교라는 소리를 하고 싶은 건가?”


“그렇습니다. 만약 마교가 맞다면, 동쪽에는 병력이 없을 겁니다.”


“그런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듯, 백겸이 미간을 주물렀다.


“후우. 어렵군. 어려워. 이제 보니 사제에겐 군사로서의 재능도 있는 것 같군. 대국을 읽는 눈이 아주 훌륭하네.”


“아닙니다.”


“아니긴 뭘······. 나도 자네들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을 오성이 충분하면 좋을 것 같네. 이거, 원. 알아먹기 어려운 이야기가 줄줄줄 나오고 있어.”


“······.”


“아무튼 금노야, 고생이 많았네. 이 이야기는 사부께 전하겠네. 그 과정에서 하오문이 큰 공을 세웠단 것도.”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사제도 이만 돌아가지. 여기서부턴 우리가 할 일을 벗어났네. 사부께 이야기를 전하고 군사들이 계획을 수립한 뒤, 장수들이 나설 걸세. 그때를 위해서 대비하고 있어야겠어.”


“영민한 판단이십니다.”


“들어가십시오.”


금노야가 고개를 숙였다. 진짜 사형제라도 되는 듯, 어깨동무를 한 체로 나가는 두 사내의 뒤를 바라봤다.


방문을 나서는 한 사내의 머리에 시선이 고정된다. 무림맹의 광화신검. 변장을 했지만, 금노야는 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무엇을 노리고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 일견 속에 구렁이를 수천 마리 품고 있는 음흉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의 시선이 향한 일이 모두 잘 마무리되는 것을 미루어 보아, 좋은 사람인 것은 틀림이 없었다.


방을 나서기 직전, 흑의장삼의 사내와 시선이 마주쳤다. 사내의 눈동자에 시커먼 먹물이 차오르는 것이 보였다. 흠칫. 금노야의 등줄기가 축축하게 젖어 들어갔다. 쓸데없이 입을 놀리지 말라는 것. 그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긍정의 의미다.


‘문주님······.’


아무리 생각해도, 금노야의 눈에 저 사내는 너무 위험하게 비쳤다.






二.





“후우. 피곤하군.”


백겸과 함께 흑제에게 보고를 마친 조휘는 그대로 흑제에게 붙잡혀 두 시간을 탈탈 털렸다.


군림기의 육성에 돌입하고도 만야공의 구결을 발견도 하지 못했단 것이 그 이유였다.


“군림만야라······.”


군림만야의 신공. 그것을 익힌 자가 진정한 흑도의 제왕이 된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이야기는 흑제의 손에서 빛바랜 흔적을 털어내고 진짜 신공으로 탈바꿈했다.


‘영감이 발견해서 익혔고, 문제점을 파악해서 고쳤다는 건가.’


실로 경악스러운 자질이 아닐 수 없었다. 조휘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일대 대종사 소리를 들으려면 저 정도는 해야 한다는 걸까. 천년의 역사와 깊이를 자랑하는 무공을 직접 손보고 ‘진짜 신공’으로 탈바꿈시킬 정도면, 직접 무공을 만들어도 그에 버금가는 위력을 자랑했을 터다.


‘역사가 있는 신공과 그것이 없는 신공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최근 조휘가 빠져 있는 화두였다. 무공을 익히는 것은 어차피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의 역사는 곧 그 사람이 살아간 세월인즉. 결국 무인이란 것은 삶을 잘 쌓아 올려 스스로의 집을 짓는 사람일 진데. 그 집이 으리으리한 궁궐이든, 작고 소담한 초가든, 주인의 마음에만 든다면 모두 훌륭한 집이 아니겠는가.


그 크기와 화려함에 차이는 있어도, ‘산다’라는 본질에 있어서 궁궐과 초가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공 역시도 마찬가지인 것이 아닌가.


‘나나 영감이나. 군림공이 아닌 삼재심법을 익혔어도 그것으로 천하제일에 다다를 사람이다.’


화산의 매화심공이나 무당의 태극심공이어도 마찬가지다. 무인으로서의 대성은 어떤 무공을 익히든 간에 상관없이 도달할 수 있다.


그건 단순히 재능의 영역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재능으로 말미암은 더 큰 무언가의 개화. 재능은 단지 길을 보는 감각을 개화하는 시기를 앞당겨줄 뿐이다. 그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재능을 들먹이긴 어려운 일.


‘역사가 깊은 무공에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이 대체 무엇일까. 무엇이 나의 무공과 다른 것인가. 내가 만들고 내가 성장시킨 나의 무공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대체 어째서.


‘그러나 어째서. 내 눈엔, 군림만야와 성광만천이 다르지 않은가.’


쌓아 올린 세월이. 무공을 창안한 사람이. 그 환경이 모두 다를 진데. 어째서 조휘에겐 둘 모두가 같은 심상으로 다가오는가.


그건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하루하루 빼먹지 않고 적공(積功)해야 한단 거겠지.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지금 자신이 느끼는 공허한 질문의 대답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렇게 운기조식으로 하루의 마무리를 보냈다. 암청빛의 광원이 조휘의 처소를 밝게 비췄다. 호롱불 하나 켜지 않았어도 내부는 밝았다. 어딘가 음습한 푸른 불빛이었지만, 저 먼 달에서 바라보면 그것마저 명징하게 빛나는 이정표가 되겠지.


누군가에겐 또렷한 불빛이 하루의 끝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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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무(武)란 무엇인가 (4) 23.12.28 655 16 14쪽
134 무(武)란 무엇인가 (3) 23.12.27 625 15 15쪽
133 무(武)란 무엇인가 (2) +1 23.12.26 618 16 13쪽
132 무(武)란 무엇인가 (1) 23.12.25 685 14 17쪽
131 전야제 (3) 23.12.23 695 13 13쪽
130 전야제 (2) +1 23.12.22 648 15 15쪽
129 전야제 (1) 23.12.21 660 13 13쪽
128 후기지수 (3) 23.12.20 670 13 13쪽
127 후기지수 (2) 23.12.19 660 15 16쪽
126 후기지수 (1) 23.12.18 727 14 16쪽
125 금의환향 (2) (5권 完) +1 23.12.17 734 15 16쪽
124 금의환향 (1) 23.12.16 676 15 13쪽
123 검마 (5) 23.12.15 670 13 13쪽
122 검마 (4) 23.12.14 653 1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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