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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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7.3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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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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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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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3)

DUMMY

一.





서걱!


검몽아가 휘두른 검이 조휘의 살을 베고 지나갔다. 극에 달한 쾌검. 눈으로 좇기도 어려울 정도의 가공할 속도에 조휘의 손이 어지러이 움직였다.


카강! 카가가강!


군림기로 좌수를 경화시켜 검을 튕겨내기도 잠시, 오른쪽 어깨가 거칠게 꿈틀거리며 우수를 휘둘렀다. 투명한 무언가가 오른손에 붙잡힌 채로 거친 포효를 토했다. 후웅! 순간 눈이 휘둥그레진 검몽아가 재빨리 철판교의 수법으로 허리를 숙인다.


‘무형검?’


아직 또렷한 형체를 갖추진 못했지만, 저것에서 느껴지는 것은 분명한 예기였다. 검에 미친 놈들로 가득한 광명종의 우호법이 바로 검몽아였다. 그런 그도 쉽사리 볼 수 없었던 특이한 기예가 바로 무형검.


검에 대한 깨달음과 기공에 대한 깨달음이 양 극점에서 조화를 이룰 때, 그것에 대한 찬사로서 세상에 나타나는 절대적인 기예가 바로 무형검이었다.


무형검과 이기어검, 둘 모두를 얻으면 심검으로 향하는 길이 열린다고 할 정도.


‘아직 여물지 못했다.’


그러나 그 작은 흔적이라도 쥐고 휘두를 수 있다는 것이 어딘가. 그 어디에서도 쉽사리 찾아보기 힘든 재목인 것은 사실이다. 무인들의 깨달음이 나이에 따라 찾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규격 외의 재능이다.


콰르르르릉!


한 손에 무형검을 쥔 장수가 다른 한 손에 벼락을 쥐었다. 현뢰사자권. 암청빛의 군림기로 펼쳐내던 과거와는 달리, 번개가 푸르게 물들어 갔다.


벼락의 다른 말은 빛. 엄청난 물리적인 파괴력을 지닌 벼락에서 느껴지는 것은 골수마저 얼려버릴 듯한 차가운 한기였다.


조휘의 좌수가 흔들림과 동시에 청색의 벼락이 검몽아의 주위로 내리꽂혔다. 쿠릉! 쿠르르릉! 행동을 읽고 동선을 강제하는 그 한 수에 검몽아의 눈이 휘둥그레지길 잠시. 정면에서 들이닥치는 압도적인 파괴력의 무형검이 있다.


“흡!”


검몽아가 좌수로 검결지를 만들어 검면을 훑었다. 투명한 검신이 우우웅 떨리기 무섭게 그것을 타고 흐르는 시커먼 불꽃. 흐르는 불꽃은 눈 깜짝할 사이, 단단한 형태를 취한다.


“몽아(夢亞).”


의념이 실린 진언이 검신을 타고 전율을 불러일으킨다. 무인이 자신의 심상을 외부 세계와 연결하는 단계.


진정한 극마지경의 고수가 펼치는 검강이 조휘의 무형검과 부딪치기 무섭게 주변 공간이 일그러졌다.


쿠과과과과─!


땅이 뒤집히고 검몽아의 뒤로 길다란 고랑이 생겨났다. 이화접목의 수법으로 충격파를 흘려냈던 것.


그럼에도 내부를 관통한 가공할 진기가 남아 내상을 유발하고 있었다. 주륵. 흐르는 코피를 대충 닦아낸 검몽아가 상대를 바라봤다.


척 보아도 정상은 아닌 상태. 눈동자가 풀렸지만, 그것은 무아지경을 겪고 있기 때문일 터.


지금 이대로 물러나면 상대를 잃은 무인은 홀로 진기를 고갈할 때까지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든 뒤, 제풀에 지쳐 쓰러지겠지.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검몽아는 이 자리를 피해야하는 것이 옳았다.


‘궁금하다.’


그러나 상식 선에서 행동했으면, 그의 이름이 검몽아가 될 일은 없었겠지.


그는 꿈을 꾸는 사람이었다. 마(魔)의 바다에 몸을 던졌지만, 인간으로서 완성되기를 꿈꾸는 진정한 무인.


“칼끝에 꿈을 묻었으니. 나는 칼 끝에 천하를 묻은 것이 아니겠는가?”


대답할 수 없는 상대에게 묻는다.


“자네는 무엇을 묻었는가. 부디 보여주시게.”


번쩍!


푸른 안광이 검몽아를 응시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또렷해지는 무형검의 형태. 이대로 저 젊은 고수의 깨달음이 완전해질 때까지 검을 부딪치면, 세상은 또 하나의 극마지경 고수를 맞이하겠지.


검몽아는 이 순간이 즐겁기 짝이 없었다. 목숨을 깎아내고 불씨를 태워내는 모습이, 꼭 꿈을 쫓고자 발버둥치는 자신의 모습과도 같지 않은가.


“오라!”


그렇기에 마(魔)였다.


마(魔)를 품은 이후, 조휘로서는 처음 마주하는 진정한 극마. 그것이 과거와는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다분한 사실이었다.


흐릿해지는 눈동자로 상대를 바라보던 조휘가 신형을 쇄도했다.


번쩍!






二.





“젠장!”


막이호는 숲길을 달렸다. 백운산으로 향할 때보다 세 배는 빠른 속도로 거리를 주파했다. 곧장 향하는 곳은 천성맹. 그 자신도 처음 펼쳐보는 속도에 머리가 새해야지길 잠시, 천천히 속도에 적응하며 곧바로 통제하에 넣기 시작한다.


그렇게 일각여를 달렸을까. 관로 저편에서 느껴지는 가공할 군기와 함께 저 멀리서 보이던 점이 점점 가까워진다.


밤하늘을 담은 듯한 칠흑의 성광(星光). 한때의 소년들이 꿈꿨고 동경했던 절대자의 빛무리가 막이호를 스쳐지나감과 동시에 들려오는 한 줄기 전음.


-전쟁부와 함께 오도록.


후우우우우우우우웅─!


눈을 감빡하는 사이, 막이호의 통제하에 놓인 의복과 머리칼이 외풍에 의해 휘날렸다. 그를 스쳐지남과 동시에 속도를 더 올린 것인지, 공기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귓가에 맴돌던 전음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아득히 멀어지는 흑색의 별빛. 그 꼬리를 애써 쫓던 막이호는 달리던 방향을 계속 따라갔다.


투구구구구구구.


“이호!”


얼마 지나지 않아 관구위지가 이끄는 전쟁 일부가 도착했고, 막이호는 맏형과 함께 백운산으로 향했다.






三.





둔중한 통증이 머리를 울렸다. 무엇을 휘두르는 지도, 무엇을 가리키는지도 알 수 없는, 막연한 감각을 그저 멍한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주 흐릿한 시야를 통해 보이는 전투의 현장. 무아지경에 빠진 채로 몸은 근육에 새겨진 기억을 펼치고 있다.


우수에 들린 무형검은 어느새 흐릿한 안개에서 또렷한 형태가 잡혀가고 있었다. 처음보는 푸른빛의 기운이 무형검을 타고 흐르고, 검몽아가 쏘아내는 검강을 튕겨낸다.


‘여기선 이렇게.’


움직이지 않는 머리를 열심히 두들기며 의념을 보냈다. 이성이 남지 않은채, 열심히 검을 휘두르는 몸을 향해.


수십 년 검을 휘둘러 온 검수의 의념이 다발이 되어 흐릿한 안개의 바다를 헤쳐 나가기 시작했다.


길을 잃어도 괜찮았다. 창백한 청광이 명징하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에. 왜인지 모르겠지만, 조휘는 의념 다발이 바깥이 아닌 내면의 깊숙한 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신없이 무공을 펼치고 있는 신체는 심상 바깥에 있을 진데, 의념은 내면으로 향하는 가.’


계속해서 경종을 울리는 감각이 있었지만, 조휘는 그것을 차단했다. 한때, 절대(絶對)의 경지에 이르렀던 무인의 느낌이었다. 신체가 느끼는 위험과는 다르게, 조휘의 정신은 이것을 막아선 안 된다고 하고 있었다.


‘저것은······.’


갈 길을 잃은 의념 다발이 힘을 다해 바스라진다. 그러나 그것의 빈자리를 뒤따라오던 것들이 채워서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하여 나아간 바닷길은 온통 안개로 가득했지만, 안개 사이사이를 뚫고 눈가를 희롱하는 창백한 청광이 있다.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다.


고요한 바다 위, 투명한 파문이 번지고. 의념 다발이 모조리 꺾여 끔찍한 고통이 뇌를 파고들었지만.


마침내 뻗어낸 손이 투명한 안개를 가르고 어딘가에 도달하자, 계속해서 조휘를 괴롭혀오던 끔찍한 두통이 말끔히 가심과 동시에 시야가 탁 트였다.


“······뭣.”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허무한 공간. 잔잔한 물이 아주 얕게 깔려 있는 바닥이 투명하게 조휘를 비춘다.


수면 위의 일자로 파문이 일어났다. 그것을 따라간 조휘의 시선이 거대한 무언가에 닿았다.


“······.”


그도 모르는 사이, 심상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던 창백한 푸른 빛의 태양. 조휘가 그것을 직시하기 무섭게, 그 뒤에서 백색의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에서 느껴지는 것은 성광만천의 진기. 회귀 이전부터 지금까지. 조휘가 쌓아 올린 모든 무(武)의 집합체였다.


촤르르르르륵.


그리고 그 위를 거대한 사슬이 휘감음과 동시에, 태양이 빛을 잃었다.


“봉인······.”


푸르게 빛나는 태양이 명징하게 타오름과 동시에 조휘의 몸이 불타기 시작했다.


‘아직은 이르단 거냐.’


그러나 그런 생각과는 별개로, 조휘는 게걸스럽게 저 푸른 별을 파헤치고 있었으니. 심상에 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음과 동시에, 군림기로 가득했던 하단전 안쪽에서 푸른 빛이 차오르며 새로운 힘이 느껴진다.


군림만야기(君臨萬夜氣)


처음부터 모든 깨달음은 그의 내면에 있었으니. 거부하고 두려워했던 것은 모두 자신의 선택.


그 선택에 대한 책임과 자신이 얻게 된 힘이 무엇인지 알게 된 지금. 조휘가 물러설 곳은 더 이상 없었다.


‘심상을 개변한다.’


삼색으로 물든 심상 세계. 그 하늘에 두둥실 떠 있던 검은 점이 확장하기 시작하며, 거대한 암흑으로 세상이 물들었다. 그것에 지기 싫다는 듯, 삼색의 세계도 확장하기 시작했다.


‘내가 얻은 것은······.’


전해지고 이어지는 것.

사람으로서 살고 싶었지만, 끝내 그러지 못한 무인의 각오.


시간을 거슬러, 회귀한 조휘에게 절절하게 다가오는 무공의 의념은 그에게 한 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나도 다를 바가 없다.’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인지한 순간, 새로운 길이 열린다. 악으로 물든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찌 물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두운 면도 나이고, 밝은 면도 모두 나이니. 결국 계속해서 전해지고 이어지는 것은 무구한 ‘나’들의 역사며 이야기겠지.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것.



흑색의 거대한 구체를 삼색의 구체가 감싼 형국이 됨과 동시에, 눈이 번쩍 트여진다.


“흐읍!”


카가가가강!


마침내 또렷해진 무형검을 붙잡고 검몽아와 눈을 마주친다. 검몽아의 눈이 호선을 그리고 입꼬리가 기이하게 말려 올라감과 동시에 조휘의 얼굴 위로 처연한 푸른빛이 비친다.


“도달했는가.”


“잘 모르겠네.”


“무엇을 보았는가.”


“아무것도 보지 못했네.”


“무엇을 들었는가.”


“아무것도 듣지 못했네.”


“무엇을 얻었는가.”


“얻은 것은 없네. 그저······.”


조휘의 무형검이 수려한 궤적을 그린다. 달빛조차 구름에 가려 빛이 들지 않는 어두운 숲길을 밝히는 검의 길.


“받아들였을 뿐이라네.”


조휘의 검이 푸른빛을 토해냄과 동시에.

무형검의 파도가 숲을 갈랐다. 방대한 파도에 휩쓸린 검몽아는 악착같이 검을 휘두르지만, 미미한 인간이 바다를 거스르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터.


“심상구현.”


그럼에도 검을 휘두른다. 칼끝에 묻은 꿈에 취한 채로.


“취몽(醉夢).”


검몽아의 앞으로 검은색 구체가 나타났다. 무형검의 파도를 정면에서 부정하던 그것이 쩌적 소리를 내며 깨져나갔다.


그대로 휘둘러진 검몽아의 검이 구체를 가르고 파도마저 갈라, 마침내 하늘에 닿는다. 밤하늘을 수놓은 흑색의 묵광에 구름이 갈라지며 무수한 별무리가 나타난다.


“하하하하하!”


별빛의 파도가 두 사내를 내리쬐고. 적적한 겨울 공기가 두 사내의 눈치를 보는 와중. 먼저 입을 연 것은 검에 취한 사내.


“내가 검몽아다.”


“조휘일세.”


이름을 들은 검몽아의 눈이 휘둥그레짐과 동시에. 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자네 덕에 얻은 심상이니, 자네에게 먼저 보여주는 것이 옳은 수순이겠지.”


“영광일세.”


조휘가 흐릿하게 웃음과 동시에 좌수를 중단전 앞에 모았다. 소림승들이 취하는 반장과 같은 자세였다.


염원하는 것은 일전에 보았던 풍경을 끌어오는 것. 그러나 온전한 별의 형상을 불러올 수는 없는 일이었다. 너무나도 거대한 힘이었기에.


경지가 올라가면 모조리 통제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자신으로서는 턱없이 부족한 일. 그러니 내면에 품은 거대한 별을 끌어내기 위한 제단을 짓는다.


“심상구현.”


진기가 섞인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진다. 목소리가 그리는 것은 영역의 한계. 목소리가 멈춘 자리에서 검은색 선이 나타나며 일대가 검은색 정육면체로 뒤덮인다.


검몽아가 펼쳐낸 취몽의 영역 위를 방대한 마기가 뒤덮었다. 암청빛 마기 위로 창백한 청광이 피어나며, 두 기운이 하나로 합일했다.


군림만야기.


모든 밤 위에 군림하는 절대자의 기운을 연성해냄과 동시에 무형검을 흩어버린 조휘가 양손을 합장했다.


띵!


순식간에 뒤바뀐 공간. 흐릿한 안개가 검몽아의 시계를 가렸다. 잔잔한 호수가 두 사람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 위로 작은 파문이 일어남과 동시에 검몽아의 세계가 무너져내린다.


“군림열마전(君臨咽魔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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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무(武)란 무엇인가 (4) 23.12.28 655 16 14쪽
134 무(武)란 무엇인가 (3) 23.12.27 625 15 15쪽
133 무(武)란 무엇인가 (2) +1 23.12.26 618 16 13쪽
132 무(武)란 무엇인가 (1) 23.12.25 686 14 17쪽
131 전야제 (3) 23.12.23 695 13 13쪽
130 전야제 (2) +1 23.12.22 648 15 15쪽
129 전야제 (1) 23.12.21 660 13 13쪽
128 후기지수 (3) 23.12.20 670 13 13쪽
127 후기지수 (2) 23.12.19 660 15 16쪽
126 후기지수 (1) 23.12.18 728 14 16쪽
125 금의환향 (2) (5권 完) +1 23.12.17 734 15 16쪽
124 금의환향 (1) 23.12.16 676 15 13쪽
123 검마 (5) 23.12.15 670 13 13쪽
122 검마 (4) 23.12.14 653 14 15쪽
121 검마 (3) +1 23.12.13 693 16 12쪽
120 검마 (2) +2 23.12.12 716 16 14쪽
119 검마 (1) +1 23.12.11 757 15 15쪽
118 전운 (5) +2 23.12.10 733 16 15쪽
117 전운 (4) +1 23.12.09 694 16 13쪽
» 전운 (3) +2 23.12.08 724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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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구량 공자 (5) +2 23.12.05 759 14 13쪽
112 구량 공자 (4) +1 23.12.04 767 16 14쪽
111 구량 공자 (3) +1 23.12.03 767 18 14쪽
110 구량 공자 (2) +1 23.12.02 774 16 13쪽
109 구량 공자 (1) +1 23.12.01 815 15 14쪽
108 천성맹 (2) +1 23.11.30 799 17 13쪽
107 천성맹 (1) +1 23.11.29 813 1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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